[신년기획]韓 게임시장의 20배로 성장한 중국 게임산업... 우리 정부도 게임 인식 바꿔야

등록일 2021년01월12일 10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한국 게임시장에 진출한 중국 게임의 흥행 성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과 개발력을 앞세운 중국 게임의 공세는 국내를 넘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중국 게임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며 사실상 한류 콘텐츠 수출을 이끌었던 한국 게임의 위상은 불과 20년도 되지 않아 시장의 상황이 역전되며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약 20년 만에 약 100배 이상 성장한 중국 게임시장
2000년대 초 PC게임이 중심이었던 중국 게임 유저수는 당시 시장조사업체였던 IDC 추정으로 중국 전체 네티즌의 20% 수준인 약 1,400만 명 수준이었다. 인터넷을 즐기는 100명 당 약 30명이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었으며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 역시 13억 2,000만 위안(한화 약 2,235억) 수준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게임시장은 가파르게 성장 중인 모바일게임과 견고한 온라인게임의 성장세에 힘입어 약 1조 원이 넘는 규모로 중국 보다 약 5배 가량 큰 시장이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게임업꼐는 pc온라인게임이 주류였다

 

2000년대 중국 게임 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되던 시장이었음에도 자국법상 청소년 유해업종으로 분류되었던 게임의 제도적 문제, 중국 기업들의 투명하지 않은 기업 운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로열티 문제 및 불안정한 정치상황 등으로 매우 불안요소가 큰 시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무렵 중국 정부는 게임 산업을 국가의 부를 채울 수 있는 중요한 사업 중 하나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러한 불안요소들을 제거하며 본격적인 육성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게임과몰입, 게임과 연계된 도박문제가 가장 먼저 사회적 문제로 지적됐지만 당시 중국 체육총국은 온라인게임의 두뇌 스포츠적 요소를 부각해 온라인 포커게임 대회를 개최했을 정도로 정부와 지자체가 게임 산업을 키우는데 공을 들였다. 사실상 산업을 육성하면서 생기는 사회적인 모든 리스크들을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받아들였으며 대중들 역시 이러한 사회적 기조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규제보다는 성장을 장려했던 중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해마다 가파르게 성장했다
 

게임 산업의 성장기를 맞아 우려스러울 정도로 육성에 매진했던 중국 정부와 규제를 중심으로 성장의 폭이 제한됐던 한국 정부의 인식과 대응의 차이는 약 20여년 만에 확실하게 달라진 성적표로 이어지게 됐다.

 

모바일게임이 시장의 대세가 된 지금, 중국의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액은 분기별 매출액 약 553억 위안(2020년 1분기, 중국게임공작위원회) 우리 돈으로 약 9조 원에 육박한다. 반면 국내 2019년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7.7조 원(2019년, 대한민국게임백서 2020)으로 우리나라 전체 모바일게임 시장의 규모가 중국의 분기별 시장 매출액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진 것. 

 

물론 이러한 차이를 단순하게 숫자로만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을 크게 뒤흔든 바다이야기 사태와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정계,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정부 역시 게임산업에 대한 진흥책을 펼치기 어려웠고 여기에 중국과의 절대적인 인구수의 차이로 인한 성장 한계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의 기회가 있었을 때에도 시기를 놓친 한국 게임 시장이 지금이라도 다시 북미와 유럽, 중국, 일본 등 주류 게임시장에 걸맞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中 게임, 국내 게임 시장을 흔들다
개발력은 물론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던 중국 게임산업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수많은 한국 온라인게임에 대한 벤치마킹에서부터 시작됐다. 엔씨소프트, 넥슨, 웹젠, 그라비티 등 당시 고도화된 네트워킹 기술을 쌓아놓고 있는 한국 회사들의 게임들은 게임 개발에서부터 서비스 방향까지 모든 부분이 중국 게임기업들의 참고의 대상이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 많은 업체들의 벤치마킹으로 탄생한 중국 게임들은 사실 'B급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벤치마킹에만 집중해 탄생한 중국판 한국형 온라인게임들은 이미 노하우가 축적된 국산 게임과 비교 하기 힘들 정도로 완성도면에서 부족했기 때문이다. 

 

서브컬쳐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소녀전선의 개발자 우중PD
 

그러나 같은 시기 중국 게임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게임을 개발하는 주류층이 중국 1세대 개발층인 70년대생에서 80년대생으로 무게중심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 당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던 텐센트에도 80년대 젊은 임원들이 하나 둘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고 약 15개에 육박했던 텐센트의 내부 스튜디오들의 책임자들도 20대의 젊은 개발자들이 책임 프로듀서를 맡는 등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대기업들의 이러한 시도는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팀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이런 현상은 단순한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정부의 문화 콘텐츠 통제로 많은 제약을 받았던 1세대 개발자들과 달리 X, Y세대 개발자들은 이런 제약들이 다소 완화됐고 게임의 기술적 변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폭넓은 지원과 다양한 신인 개발자들의 신작은 중국 게임 시장을 키운 1등 공신이다
 

계속해서 게임을 벤치마킹했던 중국 특유의 국가적, 기업적 노력과 레트로 게임부터 소위 서브컬쳐 게임을 모두 접해본 개발자들이 내놓는 게임들은 중국 게임의 수준을 한차례 업그레이드 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이들이 내놓는 소규모 게임들 특히 서브컬쳐 게임들의 경우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서브컬쳐 게임들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가진 게임들로 평가받으며 오히려 일본으로 역수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수집형 게임의 혁신으로 평가 받았던 ‘소녀전선’을 개발한 미카팀의 우중 대표, 개발한 ‘영원한 7일의 도시’를 개발한 강림봉 PD 등 다양한 중국내 신세대 개발자들이 게임을 출시할 시점에 20대 후반, 30대 초, 중반의 나이로 구성된 젊은 개발자들이며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으며 지금까지 서비스 되고 있다. 

 

물론 모든 시도가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지원과 젊은 개발자들의 도전은 내수 시장을 탄탄하게 다지는 초석이 됐고 특히 지난 해 이러한 중국 게임의 개발력에 방점을 찍는 게임이 출시됐다. 그 게임은 다름아닌 88년생으로 알려진 젊은 CEO 류웨이 대표가 이끄는 미호요의 '원신'이다. 

 



 

'붕괴' 시리즈로 국내에서도 많은 마니아를 확보한 미호요의 신작 원신은 출시 한 달 만에 전세계에서 2억 4,500만 달러(한화 약 2,770억 원, 센서타워 통계)의 매출을 올렸으며 절대로 밀려나지 않을 듯 했던 텐센트의 '왕자영요'를 밀어내고 전세계 모바일게임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원신 뿐만이 아니다. 독보적인 게임 퀄리티로 화제가 된 중국의 1인 개발 게임 ‘브라이트 메모리’의 차세대기 버전인 ‘브라이트 메모리 인피니트’, 서유기를 모티브로 하는 중국판 다크소울로 평가받는 인디 개발자 Game Science의 ‘블랙 미스 : 오공’, 무중력 우주에서 펼쳐지는 FPS게임인 ‘프로젝트 바운더리’ 등 차세대 기술로 무장한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게임 후발주자로만 평가 받아왔던 중국 게임의 개발 수준이 마침내 글로벌 게임 기술의 벤치마킹에서 벗어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접어들게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글로벌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한국게임들

우리나라의 2019년 게임산업 매출은 15조 5,750억 원(2020년 대한민국게임백서)으로 2018년 14조 2,902억 원 보다 9% 증가했다. 백서에 의하면, 이러한 상승세가 계속 이어져 2020년도 국내 게임시장의 규모는 약 17조 9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게임 시장의 성장과는 별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경쟁력은 계속 뒤처지고 있다. 2019년 주요 국가별 게임산업 점유율에서 한국은 미국(20.1%), 중국(18.7%), 일본(11.8%), 영국(6.3%)에 뒤를 이은 5위(6.2%)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8년 대비 0.1% 줄었다. 

 

2019년 국내 게임 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약 66억 5,778만 달러(한화 7조 7,606억 원, 한국은행 2019년 연평균 매매 기준율 1,165.65원 적용)로 집계되었다. 반면, 수입액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약 2억 9,813만 달러(한화 3,475억 원)로 조사됐다.

 


 

국내 게임의 주요 수출 국가의 경우 중국이 40.6%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다음으로 동남아(11.2%), 일본(10.3%), 대만(9.8%), 북미(9.1%) 등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2018년도와 비교했을 때 한국 게임은 중국 수출이 9.7% 상승했지만 북미와 일본 지역의 수출은 각각 6.8%, 3.9% 하락했다. 한국게임의 선호도가 높은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 게임의 글로벌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영향력이 하락하고 있는 데는 국내 게임시장의 양극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의 양극화 현상은 이미 수년 간 문제로 지목되어 왔고 점점 새로운 시도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 개발사들이 살아남기 힘든 산업 구조가 되어 가고 있는 것. 특히, 이런 중소 개발사 및 스타트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미흡한 것도 양극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대기업들도 마찬가지. 어쩌다가 눈에 띄는 신생 개발사가 나타나도 사실상 인수를 통해 자사의 몸집을 불리고 그러면 그 게임사와 게임은 참신함을 잃고 대기업 스타일의 게임으로 변모한다. 이 때문에 국내 인기게임들 대부분이 이미 시장에서 성공을 한 게임을 벤치마킹해 사실상 BM이나 운영으로만 차별화를 모색한 게임이다. 

 

완벽하게 독립적인 개발을 요구하는 투자의 형태도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회사의 경영권이나 개발방향에 투자사가 직/간접적인 간섭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상황에서 이익창출을 위해 성적을 내고 있는 게임의 주요 시스템을 녹여 넣다 보니 사실상 게임의 플레이형태는 어느 게임 할 것 없이 비슷하다. 설사 경영권이나 개발방향에 간섭을 하지 않더라도 개발자, 스튜디오의 역량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사이에 반드시 시장에서 이익을 내야 되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된다. 이렇다보니 소규모 개발사들은 모험보다는 실리를 선택하게 되고 새로운 유저층이 개척되지 않고 이미 있는 유저층을 계속해서 잘게 쪼개는 형국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

 

 

정부의 게임산업 진흥 및 지원정책 개선 필요

정부의 정책 역시 능력 있는 개발사들이 장기적으로 좋은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트업 입주지원 정책인데 짧게는 1년, 심사를 통한 연장을 통해 2~3년이 한계다. 다양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정부의 지원금을 갉아먹는 부정 기업을 적발하기 위한 장치이긴 하나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심사기한에 맞추기 위해 게임을 개발하고 심지어 심사를 통과하고도 임대 기간 만료일이 확정되면 사실상 개발을 포기하고 포트폴리오나 만들어 다른 정부 지원 보금자리나 사무용 오피스텔을 찾아 돌아다니는 일이 일상적이다. 

 

여기에 입주기업들의 법률적, 기술적, 마케팅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지만 현실적으로 구색만 갖춰졌을 뿐 만족할만한 수준은 되지 못한다. 게임 개발보다 당장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외주나 제작지원을 하는 등의 이른바 ‘투잡’을 뛰는 개발자들도 상당수다. 

 

1~2년이라는 시간은 소수의 인원이 하나의 게임을 만들어내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인디개발자들을 위해 부산시가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과 같은 행사도 더욱 확대되어야 된다. 인디 게임과 중소 개발사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면서도 정작 이들이 내놓는 게임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국내 게이머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다양한 인디 콘텐츠들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 게임 시장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도 다양한 개발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가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있는 게임 지원정책과 차세대 기술의 신작들이 계속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게임의 글로벌 경쟁력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한 중국 개발사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게임 개발은 개발사 혼자가 아닌 국가와 회사, 개발자들이 모두 함께하는 공동 개발의 형태다. 개발단계에서부터 규제를 받는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 어느 국가의 게임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지는 불 보듯 뻔하다”라며 중국 게임 개발의 현주소를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안된 지금 중국의 게임 시장은 미국과 근소한 차이의 세계 2위 시장으로 성장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 해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을 통해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 해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을 찾은 문화체육관광부 오영우 제1차관은 "2021년을 게임산업 재도약의 시기로 정의하고 다방면으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하며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물론 게임사들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제고와 지원 정책의 전환이 뒷받침 되어야 한국 게임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당당히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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