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도둑질 없이 세기의 괴도를 말하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뤼팽'

등록일 2021년01월19일 11시09분 트위터로 보내기


 

한마디로 기자도 '뤼팽'에게 속았다. 분식집에 들어가서 김밥을 주문했는데 별안간 초밥이 튀어나온 느낌. 그런데 초밥도 맛있어서 만족하면서 가게를 나오는 모양새다. 

 

'뤼팽'이라는 브랜드에서 우리는 흔히 괴도, 추리를 연상하게 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뤼팽'은 소위 '하이스트(Heist)'보다는 거대한 재벌에 맞서는 개인의 복수극에 가깝다. 애초에 '뤼팽'다운 도둑질이라고 할 만한 전개도 1화에서 나온 '루브르 박물관' 장면 뿐. 주인공 '아산 디오프(오마르 시 분)' 역시 '뤼팽'의 직계 혈통이거나 본인은 아니고 그의 이름을 빌려 쓴 모방범으로 볼 수 있다.

 

작품은 시작부터 '뤼팽'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두 번이나 무너뜨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루브르 박물관을 배경으로 스케일이 큰 액션과 작전을 선보였던 1화에 비해 2화부터는 작전도 엉성해지고 "아무튼 뤼팽은 잡히지 않는다"라는 만능주의에 빠진 듯한 연출을 보여준다. 감독의 흥행작인 '나우 유 씨 미'와도 결이 비슷한 모습인데, '뤼팽' 역시 복수극과 막힘 없는 '사이다 전개'에만 집중해도 그럭저럭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작품이 되겠다.

 


 

주연 '오마르 시'는 그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뤼팽'을 연기했다. 사실 처음 작품이 공개되었을 당시에는 흑인이 '뤼팽'을 연기한다는 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190cm가 넘는 거구이기도 한 탓에 날렵한 괴도 액션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들도 나온 바. 

 

우려를 비웃듯 '뤼팽'에서 그는 복수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면서도 때로는 과감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뤼팽'을 새로운 각도에서 해석한다. 21세기형 '뤼팽'답게 인공지능 스피커나 드론을 사용하는 것도 나름대로 참신한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복수극과 함께 극의 또다른 축을 담당하는 것은 '흑인 서사'다.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극의 장르는 복수극이지만, 감독은 '뤼팽'을 통해 현대 프랑스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인종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 더 나아가는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의 분위기를 꼬집고 있다. 

 


 

이민자 출신의 흑인이었던 주인공 '아산'의 아버지가 증거 없이도 도둑으로 몰리거나, '아산'이 일상에서 공공연하게 피부색 때문에 차별을 받은 일 모두 프랑스를 넘어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로도 바라볼 수 있다. 2화에서 '아산'이 사촌형을 대신해 교도소로 당당히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사람들은 우리를 구분하지 못한다"라니, 자조적인 이야기지만 말 속에 뼈가 있는 셈이다.

 

조금 더 재미를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현재 '뤼팽'에서 공개된 분량은 5화 뿐. 하나의 시즌이 10화로 완결되기에 아마 10화 쯔음에는 '펠레그레니' 가문과의 악연을 청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 타깃을 마무리한 '뤼팽'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앞으로 공개될 파트2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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