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소의 해,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저물어가고 있다.
2021년은 지난해에 이어 모두가 힘겨운 한 해였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쇼크로 몸살을 앓았고 인류는 전에 없는 위기를 맞이했다. 경제부터 사회, 문화 등 인류의 모든 활동들은 악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특히 국내에서도 일일 확진자 수가 수천 명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방역 측면에서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비대면(언택트) 산업의 핵심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게임은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집에 머무르는 대표적인 취미 생활로 각광을 받으면서 전체 산업의 규모는 더욱 성장했고, 인식 또한 이제는 게임이 특별하거나 독특한 취미 생활이 아니게 되었다.
올해는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신작들이 쏟아져 나온 한 해였다. 단순 리마스터나 플랫폼 이식작도 다수 출시되었지만, 완전 오리지널 신작들도 출시돼 게임 팬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PS5와 Xbox series X, S 등 9세대 콘솔 기기의 성능을 십분 활용하는 AAA급 타이틀들과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 타이틀들도 저력을 과시했다.
연말을 맞아, 게임포커스가 2020년 한 해 동안 화제가 된 게임들을 살펴보고 상을 수여하는 어워드 기획을 마련했다. 어워드 기획은 독특한 이름의 상을 수여하는 '이색 어워드'와 PC와 콘솔(PS, XBOX, NS) 플랫폼을 통해 발매된 게임 중 '장르별 최고의 게임'으로 나뉠 예정이다.
이번 어워드 기사에서는 올 한해 국내외에서 이슈가 됐던 게임들을 살펴보고, 각 이슈에 걸맞는 이색 상을 선정했다. 장르별 최고의 게임에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게임들을 위주로 선정했으니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관련 기사: [송년기획]게임포커스가 뽑은 장르별 최고의 게임은? 게임포커스 2021년 게임 어워드
'4주 후에 뵙겠습니다' 상 / 잇 테익스 투(It Takes Two)
먼저 감옥에 갇힌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을 멋지게 그려낸 '어 웨이 아웃(A Way Out)'으로 게이머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의 신작 '잇 테익스 투(It Takes Two)'가 '4주 후에 뵙겠습니다' 상을 수상했다.
우선 '잇 테익스 투(It Takes Two)'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개발사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와 대표인 요세프 파레즈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의 이력이 상당히 독특하기 때문이다.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는 스웨덴의 영화 감독 출신인 요제프 파레즈가 설립한 개발사다. 그는 코미디 영화 '깝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감독인데, 영화계에서 인지도를 쌓고 나름 흥행작도 배출한 감독 임에도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인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17년 '더 게임 어워드' 단상에서 "오스카는 엿이나 먹어라"라고 말한 그가 맞다.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의 첫 작품인 '어 웨이 아웃(A Way Out)'에서는 이러한 요제프 파레즈의 영화 제작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들어, 한 편의 버디 무비를 보는 듯한 탄탄한 스토리와 뛰어난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2017년 출시돼 평단과 게이머 모두에게 호평을 받은 '어 웨이 아웃(A Way Out)'의 또 다른 특징은 협동 플레이를 매우 강조한 코옵 게임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자신이 할 것만 잘 해도 되는 협동이 아닌, 퍼즐 하나를 풀더라도 함께 해야 하는 협동이 주가 된다. 이러한 게임의 방향성은 몰입감을 높이는 장치임과 동시에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의 색깔로 평가된다.
이혼을 앞둔 부부의 좌충우돌 모험 화해극 '잇 테익스 투(It Takes Two)' 또한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의 협동을 중시하는 기조, 그리고 요제프 파레즈의 노하우가 담긴 스토리와 연출이 잘 어우러진 명작이다.
'잇 테익스 투(It Takes Two)'는 게임의 설정과 스토리 상 가족, 또는 연인이 즐기기에 적합한 게임이다. 그렇기에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무난하게 엔딩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너무 쉽지도, 또 너무 어렵지도 않은 레벨 디자인과 밸런스가 인상적이다.
'더 게임 어워드'의 '올해의 게임'을 차지한 '잇 테익스 투(It Takes Two)'에 부부 또는 연인의 갈등이 법정 다툼과 이혼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4주 후에 뵙겠습니다' 상을 수여한다.
'이것이 택티컬 슈팅 게임이다 희망 편' 상 / 레디 오어 낫
택티컬 슈팅 게임은 밀리터리 고증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실제 전략 전술 등을 게임에 구현해 이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슈팅 게임 중에서도 마니아 층이 두터운 장르이다. 초창기의 '레인보우식스' 시리즈나 '아르마(ARMA)', '스왓(SWAT)' 시리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최근 슈팅 게임들의 기조는 현실성을 추구하는 택티컬 슈팅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 캐주얼하고 TTK가 적당히 길면서도, 또 다양한 기술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버워치'나 '에이펙스 레전드' 그리고 최근 테스트를 마친 '프로젝트 D'나 CBT 중인 '슈퍼피플' 등의 게임들이 갖고 있는 게임성은 현실적이고 꽤나 난이도가 높은 택티컬 슈팅과는 그 방향이 확연히 다르다. 많은 이들이 즐기고 있는 '레인보우식스' 시리즈 또한 초창기와는 분위기나 게임성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때문에 택티컬 슈팅 게임의 마니아들은 늘 아쉬움을 토로해 왔다. 현재 시점에서는 명맥을 이어오던 시리즈들은 대부분 게임성을 선회했거나, 시리즈의 개발이 중단되어 즐길만한 게임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혜성처럼 등장한 타이틀이 있었으니, 바로 2021년 12월 얼리 액세스로 출시된 '레디 오어 낫(Ready or Not)'이다.
'레디 오어 낫(Ready or Not)'은 '스왓4(SWAT 4)'의 정신적 후속작으로 일컬어지는 택티컬 슈팅 게임이다. 현재 시점의 '레인보우식스 시즈'가 다소 캐주얼하고 비현실적이면, '레디 오어 낫'은 완전히 반대로 극도의 현실성을 추구한다. 경찰 특수부대가 되어 민간인 구출, 테러범 제압 및 사살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매우 사실적으로 연출된다. 극한의 긴장감과 전략 전술의 재미도 살아있다.
혜성처럼 등장해 게이머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레디 오어 낫(Ready or Not)'에 대한 고평가와 열렬한 지지는 단순히 즐길 게임이 없던 와중 하드코어 택티컬 슈팅의 명맥을 이어받은 정신적 후속작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콜 오브 듀티: 뱅가드'나 '배틀필드 2042'와 같이 오래된 시리즈에서 느껴지는 매너리즘에서의 탈피, 이해하기 어려운 과도한 PC의 추구와 완전히 반대되는 노선의 기조 등이 뒷받침 되고 있는 것이다.
창창한 미래가 기대되는 하드코어 택티컬 슈팅게임, '레디 오어 낫(Ready or Not)'에 '이것이 택티컬 슈팅 게임이다 희망 편' 상을 수여한다.
'무슨 약을 하시길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상 / 노 모어 히어로즈 3
평범함을 거부하는 '노 모어 히어로즈'가 2021년 신작으로 돌아왔다. 첫 작품이 2009년 국내에 발매되었는데, 신작인 '노 모어 히어로즈 3'은 무려 2021년, 그러니까 12년 만에 신작이 나온 셈이다.
'노 모어 히어로즈'는 말 그대로 평범하지 않다. 여주인공 '실비아 크리스텔'과의 뜨거운 하룻밤을 위해 적과 싸우는 주인공, 온 가족이 즐기는 'Wii'와는 어울리지 않는 잔인한 연출, 화장실 세이브 포인트와 인터넷에서 산 메인 무기 빔 카타나 등 독특하고 나사가 여러 개 빠진 듯한 설정으로 이미 유명세를 떨친 바 있다.
세월은 강산이 한 번 변할 정도로 지났지만 게임을 개발한 스다 고이치 특유의 평범함을 거부하는 게임성과 유머 코드, 그리고 B급 감성과 제4의 벽을 넘나드는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도 건재하다. 특히 무수히 많은 서브컬처 패러디와 대결 후 랭크를 올리며 최종 보스에 도전한다는 큰 틀도 그대로다. 다만 이번 타이틀에서는 스케일이 더욱 커져 외계인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단순히 '약 빤' 연출과 독특한 설정만이 이 게임의 특징은 아니다. 이미 1편부터 호평을 받았던 수준 높은 연출과 상상 이상으로 좋은 액션 그리고 시원한 타격감 등 기본적인 게임성도 꽤나 준수하다.
'세인츠로우'나 '보더랜드' 등 '약 빤 게임' 하면 여러 타이틀이 언급되지만, 아마도 이 타이틀 또한 빠지면 섭섭할 것이다. 약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복귀한 '트래비스 터치다운'을 환영하는 뜻을 담아, '노 모어 히어로즈 3'에 '무슨 약을 하시길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상을 수여한다. 개인적으로도 앞으로 또 다른 신작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타이틀이다.
'오빠,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상 / 파크라이 6
유비소프트의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파크라이' 시리즈도 어느덧 여섯 번째 넘버링을 갖게 됐다. 외전 격에 해당하는 '블러드 드래곤'이나 '프라이멀', '뉴 던'을 제외하고도 여섯 개나 나온 장수 타이틀인 셈이다.
시리즈가 장기화될수록 신선함을 주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게이머들의 혹평도 이제는 일상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스튜디오는 다르지만 거의 매 해마다 하나의 타이틀이 발매되는 유비소프트의 타이틀들이 대체로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번 '파크라이 6' 또한 그러한 측면에서는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다.
'파크라이' 시리즈는 그동안 하나의 큰 주제를 놓고 게임에서 풀어내는 방식을 활용해 왔다. 이러한 주제의식을 다루는 방법과 기조가 '파크라이'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인데, 이번 6편에서는 독재에 대항하는 저항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주제의식의 무게에 비해 떨어지는 스토리의 깊이와 몰입감이 아쉽게 느껴진다.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 경험은 나쁘지 않다. 특히 슈팅 측면에서는 다양한 무기와 '수프리모' 등의 특수 무기와 동료 '아미고' 등도 추가되었고, 거점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느껴볼 수 있는 재미도 그대로다. '파크라이' 시리즈 특유의 오픈월드 슈팅 게임에서만이 즐길 수 있는 바로 그 맛이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유비소프트의 게임이기에 갖는 단점과 한계점도 그대로다. 전투 외적인 부분에서는 '파크라이 6'를 반드시 플레이 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저 넓기만 하고 깊이는 부족한 맵에 존재하는 수많은 수집 요소를 모으는 반복 플레이, 신선함과 참신함은 부족하고 기존에 존재하는 준수한 요소들을 한 데 모아 놓기만 한 듯한 게임 구성 등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전작에 비해 개선되거나 추가된 점은 분명 있다. 하지만 크게 부각 되지도, 또 체감하기도 쉽지 않다. 어느 날 데이트에서 만난 여자친구가 바뀐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달라진 것이 없냐"고 묻는 것처럼 말이다. 다음 작품에서는 보다 참신하고 새로운, 시리즈의 미래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오빠,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상을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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