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가 미성년자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을 공개했다. 미성년자들의 인터넷 및 게임 중독을 막는다는 명분하에 다양한 규제책을 적용하고 있는 중국 당국이 또 하나의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들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해당 법안 초안을 살펴보면 ‘네트워크 보안법’에 따라 미성년자의 중독 문제를 예방 및 중재하고 올바른 인터넷 사용 습관 형성을 지도하기 위해 8세 미만은 40분 이하, 8~15세는 1시간 이하, 16~17세는 2시간 이하로 각각 스마트 기기 이용시간을 제한한다.
지난 2019년 발표 적용된 온라인 게임 규제법의 일부 항목이 그대로 적용돼 미성년자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이용 시간이 30분을 지날 경우 휴식을 권고하는 팝업 메시지를 뜨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 한다. 이를 위해 통신사는 물론 개발사, 모든 스마트 기기 제조사들은 중국 당국이 요구하는 ‘미성년자 모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기능을 갖춰야 된다.
미성년자 모드의 세부 가이드라인도 명시돼 있다. 각 인터넷 정보 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법령에 따라 연령별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3세 미만은 동요, 계몽교육 등과 같이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오디오 중심의 자녀 동반 콘텐츠를 갖춰야 되며, 3세 이상 8세 미만은 계발 교육, 일반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를 갖춰야된다.
8세 이상 12세 미만은 해당 연령대에 적합한 일반 교육, 대중 과학 지식, 생활 기술,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및 뉴스 콘텐츠를 제공해야 되며 12세 이상 16세 미만은 해당 연령대에 맞는 교양, 교과, 지식, 생활, 제한적인 범위의 오락 콘텐츠, 뉴스 콘텐츠를 제공해야 된다. 끝으로 16세와 18세 미만의 연령은 해당 연령대의 인지능력에 걸맞는 건강한 콘텐츠를 제공해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알고리즘 기반의 추천 콘텐츠 역시 해당 가이드라인에 맞도록 제공해야 된다.
특히 미성년자를 현혹시킬 수 있는 모든 유형의 콘텐츠 제작, 배포, 생산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라이브 방송, 온라인 오디오 및 비디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자는 1회 이용량 및 누적 이용량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한해야 되며 적합하지 않은 형태의 모든 유료 서비스 제공이 금지된다. 같은 이유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구호 기금 모금, 투표 및 게시, 순위 제공 및 평가 등을 주제로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그룹 및 주체를 설정하지 못하도록 해 미성년자의 중독을 유도하는 것을 금지시킨다.
이 같은 세부 내용이 공개되자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관련 기사를 쏟아내며 “전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인터넷 사용 규제가 공개됐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중국의 주요 기술 관련 기업의 증시가 대폭하락했다. 텐센트, 넷이즈, 빌리빌리, 틱톡 등 청소년들에게 영향력이 큰 인터넷 사업자들은 현재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온라인게임 규제에 이어 진행되는 이번 모바일 규제가 사실상 미성년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게임, SNS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자들에게 괴멸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더 이상 검색과 뉴스로 정보를 찾지 않고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교류와 소비에 익숙한 Z세대들이 산업의 중심이 되고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는 게임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쩬찬산업연구원이 공개한 중국 모바일게임의 온라인 광고 비중(2022년)에서는 숏폼 플랫폼이 40%로 가장 높은데 이는 전통적인 형태의 정보 제공 플랫폼인 포털 사이트(16.8%)와 검색 포털(10.9%)의 최소 두 배에서 4배 이상 많은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임에 대한 최신 업데이트 정보는 물론 새로운 게임 내 이슈, 평가, 감상을 모두 숏폼을 중심으로 활성화 되고 있다. 현지에서 서비스 되고 있는 게임들 역시 숏폼의 인기 요소를 분석한 소셜 요소를 활용한 게임들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매우 큰 상황.
이처럼 중국 당국의 이번 규제 정책은 단순한 청소년 보호가 아닌 좀 처럼 제어할 수 없는 중국의 문화콘텐츠 관련 산업과 사업을 청소년 보호라는 이름하에 일괄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러한 정보가 제한되면 장기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유저층을 확보해야 되는 인터넷 사업자, 게임 사업자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시간이 지날 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도 해당 사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제시한 한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규제책이 자리를 잡으면 그것을 근거로 새로운 형태의 강화된 규제책이 마련되는 중국의 현 상황을 미루어 볼 때 이번 스마트폰 규제 정책 역시 법안의 형태가 3시간으로 사용 시간이 제한돼 있는 온라인게임 규제 법안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다른 분야는 물론 이미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게임 업계로 추가 확대되거나 기존 법안이 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 만큼 해당 법안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중국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네트워크 기반의 모든 산업은 교육 산업을 제외하고 모두 몰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9월 2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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