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데이비드 킴의 신작 RTS '배틀 에이스', 현대화된 RTS를 위한 고민과 해답 담겼다

등록일 2024년07월02일 11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언캡드 게임즈(Uncapped Games)가 개발하고 있는 신작 RTS '배틀 에이스(Battle Aces)'의 베타 테스트가 26일 시작됐다.

 



 

언캡드 게임즈는 텐센트 게임즈 산하의 개발 스튜디오로, '스타크래프트 2' 등 여러 RTS 개발에 참여해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데이비드 킴(DK)을 비롯해 다수의 베테랑 개발자들이 포진한 곳이다.

 

'배틀 에이스'의 핵심 특징은 바로 '현대화된 RTS'라는 것이다. 자동화된 자원 수집, 10분으로 제한된 경기 시간, 자신이 사용할 유닛을 취향에 따라 미리 설정하고 플레이 하는 유닛 덱 시스템, 유닛의 생산 시간 제거 등 기존 정통 RTS에서 간소화 되거나 생략된 요소들이 상당히 많다.

 

언캡드 게임즈 수석 게임 디렉터 데이비드 킴은 “RTS의 재미는 대규모 군대를 구성하고 지휘하며, 적과 전략적으로 대결하면서 이동하고 싸우는 방법을 제어하는 것이다. 언캡드 게임즈는 '배틀 에이스'에서 실력과 RTS 경험에 상관없이 모든 플레이어가 RTS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즐겨본 '배틀 에이스'에는 이러한 데이비드 킴 디렉터의 기획 의도가 잘 녹아 있었다. 특히 기존에 RTS를 플레이 해본 마니아, 처음 접하는 초보자 모두가 장르 특유의 재미를 느껴볼 수 있도록 한 여러 기획과 의도가 인상적인 게임이었다. 마치 '신전 부수기'나 '데저트 스트라이크'와 같은 유즈맵을 즐기는 듯한 빠른 템포, 배우기 쉽지만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배틀 에이스'를 즐겨본 소감을 전한다.

 

 

 

'배틀 에이스'만의 재미를 위한 'RTS' 핵심 요소들의 간소화

'배틀 에이스'에서는 전장의 안개, 자원 획득과 유닛 생산 및 조합 등 전통적인 RTS의 룰을 그대로 따른 요소들도 있는 반면, 보다 RTS라는 장르의 재미를 빠르고 쉽게 느낄 수 있도록 간소화된 요소들도 다수 있다.

 

RTS의 진입장벽으로는 여러가지가 손꼽히지만, 그 중에서도 매크로 컨트롤과 마이크로 컨트롤을 함께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 큰 난관이다.

 

일례로 '스타크래프트'는 일꾼을 일정 숫자가 될 때까지 계속 생산해야만이 자원 최적화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RTS들은 빌드 순서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건물을 건설하며 유닛을 컨트롤하고, 그 사이 상대방의 전략까지도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배틀 에이스'에서는 매크로 적인 요소들이 상당 부분 간소화 됐다. 기존에 RTS를 즐겨본 이는 적응에 거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며, 처음 접하는 이도 큰 어려움 없이 몇 판 만에 게임의 핵심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심지어 한 판당 걸리는 시간도 짧으면 3분 내외, 길어야 10분이다. 시간 제한이 10분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 게임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RTS에서는 건물들이 다수 존재한다. 자원을 수급하는 메인 건물부터 병력 생산, 티어 상승, 방어용 타워 등이 그것들이다. 이 건물들은 단순히 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명 '심시티' 등에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배틀 에이스'는 조작할 수 있는 건물이 단 하나다. 이 건물에서 모든 유닛들을 생산하거나 테크트리를 올리는 방식이다. 과거 등장한 RTS 중에서는 '워해머' 시리즈 일부가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자원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짓는 멀티는 지정된 위치에 순서대로 지어진다. 자원을 캐는 일꾼을 따로 생산할 필요가 없으며, 일꾼이 죽는다면 자동으로 알아서 다시 생산한다. 멀티가 파괴되면 일꾼은 모두 죽는다.

 



 

RTS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유닛들도 게임에 진입하기 전 자신이 사용할 티어 별 유닛을 미리 정해놓고 인게임에서 사용하는 '덱'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인게임에서 뿐만 아니라 게임 외에서부터 전략을 고민하는 형태다.

 

유닛은 생산 시간 없이 누르자마자 바로 등장하며, 인구수도 별도로 최대량을 증가 시키는 '서플라이 디팟'과 같은 건물이 없기 때문에 막힐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흔히 RTS에서는 상대방의 위치와 전략을 알아내기 위해 정찰이 필수불가결이다. 하지만 '배틀 에이스'에서는 정찰을 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위치와 어떤 유닛을 가져왔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는 게임 도중 상대방이 멀티를 늘리는지 또 테크트리를 올리는지를 나에게 알려준다. 물론 적의 견제에 대비하기 위한 시야 확보는 필요하지만, 대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핵심 정보들을 게임 내에서 직접 모두 알려주기 때문에 정찰의 필요성이 대폭 줄어든다.

 

유닛들의 스킬도 많지 않다는 점은 강점이다. '스타크래프트 2'의 단점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스킬을 가진 유닛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대포'나 '교란꾼' 등 극소수 유닛에게만 스킬들이 있는데, 그 효과도 기지로 귀환하거나 단거리 텔레포트를 하는 등 난해하지 않고 직관적이다.

 


 

가벼운 게임 선호하는 시장 흐름에 맞춰 변화한 '배틀 에이스'

'배틀에이스'의 가장 큰 강점은 일꾼 생산 및 자원 최적화, 건물 건설, 정찰 등 핵심적이지만 재미를 느끼는데 불필요한 매크로 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간소화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유닛을 컨트롤하고 대규모 전투를 벌이는 마이크로적인 재미는 극대화했다.

 

매크로의 간소화, 마이크로의 극대화를 통해 인게임에서의 수 싸움과 전략 수립 그리고 유닛 컨트롤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데이비드 킴이 인터뷰 등을 통해 강조했던 '현대화된 RTS'의 모습이다.

 

이러한 간소화는 곧 진입장벽의 완화로 이어진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대규모 유닛을 컨트롤하는 재미와 수 싸움에서 오는 재미를 빠르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정찰, 건물 건설, 일꾼 생산 등의 매크로 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 RTS라는 장르를 보다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정찰, 자원 최적화, 일꾼 생산, 건물 '심시티' 등도 RTS의 핵심적인 가치이자 요소인 것은 사실이며 실력을 가르는 척도이기도 하다. 특히 정찰의 경우 그 중요성이 매우 높고 초보자들도 자주 간과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캡드 게임즈의 이러한 시도는 분명 시장의 흐름에 부합하며 합리적이다. 최근 게임의 트렌드는 마치 '스낵 컬처'처럼 가볍고 빠른 것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나도 과거 RTS를 정말 재미있게 여러 가지를 즐겼지만, 이제는 RTS가 무겁고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부담스럽지 않은 그래픽과 유닛 시인성 '합격'… 조작감도 준수해

그래픽은 부담스럽지 않은 스타일이다. '스타크래프트'나 '워해머'와 같이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에 호오(好惡)가 갈릴 여지는 있다. 나 또한 처음 유닛들의 모습을 봤을 때는 장난감 같다는 생각도 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가볍게 10분 이내로 즐길 수 있는 빠른 템포의 게임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다소 지금처럼 가볍고 아기자기하게 느껴질 수 있는 비주얼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RTS를 플레이 함에 있어 중요한 유닛들의 시인성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한 눈에 이 유닛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이해되는 디자인은 칭찬하고 싶다. 또 전투 시 너무 과하지 않은 이펙트나 '대포' 등 일부 유닛에게 적용되어 있는 사거리 표시 등의 편의성도 합격점을 줄 수 있겠다.

 

유닛들의 조작감도 상당히 준수하다. 원하는 대로 대규모 유닛들을 컨트롤 하는데 무리가 없었고, 반응 속도도 빠른 편으로 느껴졌다. 유닛 컨트롤에 있어 소위 '일점사'라 불리우는 적 하나를 집중 공격하는 기능이 기본으로는 꺼져 있고, 옵션에 있는 '집중 사격 활성화'를 체크해야 사용 가능하다.

 



 

유닛 오버 밸런스와 색다른 맵은 해결해야 할 숙제

베타 테스트를 플레이 하며 아쉬운 점도 물론 있다. 일부 유닛이 과하게 강한 오버 밸런스, 한 종류만 준비돼 있는 맵, 취향에 따라 갈릴 수 있는 유닛 디자인과 그래픽,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유닛들의 움직임 등이 그것이다.

 

우선 오버 밸런스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유닛들은 티어 별로 그 한계가 명확하고 상성도 두드러지게 설정돼 있다. 1티어인 '코어 유닛'들은 가장 기본적인 성능을 보유한 유닛들인 만큼 2티어의 유닛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싸울 때의 라인 형성이나 일꾼 견제에 활용하는 정도다.

 

그런데 베타 테스트 단계에서 가장 'OP'로 느껴진 유닛이 있다. 바로 '포탑'이다. 2티어에서 곧바로 생산 가능하고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음에도, '저격수' 등 일부 적을 제외하면 압도적으로 긴 사거리와 스플래시 공격 범위를 보유해 1티어 코어 유닛들을 말 그대로 학살한다.

 


 

상성 상 우위에 있는 카운터 유닛인 '저격수'는 '포탑'보다 사거리가 길기에 라인을 밀어내는데 문제가 없지만 3티어까지 올려야 하므로 부담스럽다. 상대방의 호위 유닛이 함께 있으면 이 또한 쉽지 않다. '포탑'이 공중 공격이 불가능한 점을 이용해 공중 유닛으로 카운터를 치고 싶어도 마찬가지다. 상성이 두드러지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은 기획 상 의도된 것이겠지만 지금은 지나치게 과한 느낌이다.

 

27일 적용된 밸런스 패치로 '포탑'이 약간 너프를 받는 등 조정이 있었지만 밸런스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 베타 테스트 시점에서는 40여 종의 유닛이 준비돼 있는데 언캡드 게임즈는 출시 시점에는 50여 종 이상의 유닛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유닛이 빠르게 추가될수록 밸런스는 그만큼 맞추기 어렵다. 좋은 유닛만을 사용하는 메타 고착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심지어 게임의 특성상 '스타크래프트'처럼 맵과 자원으로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도 어렵다. RTS 장르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언캡드 게임즈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맵에 대한 소감도 조금 얹고 싶다. 베타 테스트 단계에서는 맵이 하나만 지원되는데 향후에는 보다 다양한 콘셉트와 위치, 크기로 제작된 맵이 다수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기 게임 장르의 뿌리가 된 RTS, 이제는 현대적인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때

'도타', '리그 오브 레전드' 등 MOBA 장르는 물론이고 '오토 배틀러' 장르나 타워 디펜스 등 인기 장르들은 대부분 RTS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정통 RTS도 물론 재미있는 장르이기는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접근하기에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로 인식, 또는 평가되고 있는 이유에는 결국 게임 트렌드의 변화, 사회적인 흐름의 변화가 있다. 점차 가볍게 머리를 쓰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인기리에 서비스 되고 있고, 심지어 내가 손을 대지 않아도 알아서 성장하거나 약간의 매니지먼트만 해주면 되는 '방치형'이라는 장르들도 인기다. 심지어는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숏폼' 콘텐츠들이 상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게임의 직간접적인 경쟁자라는 주장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진입장벽이 높고 '어려운 게임'으로 인식되어온 RTS도 신규 유저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제는 새로운 옷을 입고 보다 현대적인 장르로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 그리고 이러한 현대적인 RTS, 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RTS 장르 특유의 핵심 가치는 계승한 게임이 바로 '배틀 에이스'였다.

 

'배틀 에이스'는 수석 게임 디렉터인 데이비드 킴의 RTS에 대한 사랑과 이해, 그리고 깊은 고민과 그가 내놓은 해답이 담긴 게임이었다. 한때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하고 '스타리그'를 즐겨 봤던 RTS 장르의 팬으로서 게임의 성공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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