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11년만에 선보이는 밸브의 신규 IP '데드록', MOBA와 히어로 슈터의 조화

등록일 2024년09월10일 09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하프라이프 알릭스'로 VR 게임이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제시하고, '카운터 스트라이크 2'로 '카운터 스트라이크' IP의 재 부흥을 이끌고 있는 밸브가 이번에는 오랜만에 신규 IP 기반의 신작을 선보였다. 최근 플레이 테스트가 진행 중인 '데드록(Deadlock)'이 그 주인공이다.

 



 

'데드록'은 적 진영을 먼저 파괴하면 승리하는 MOBA, 3인칭 시점의 히어로 슈터 등 두 장르가 결합된 것이 특징인 6vs6 슈팅 게임이다. 또 밸브가 '도타 2' 이후로는 무려 11년 만에 선보이는 오리지널 IP 기반의 신작이기도 하다.

 

'데드록'은 여타 다른 미공개 개발 게임들처럼 물밑에서 조용히 개발됐다. 하지만 올해 5월경 비공개 테스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플레이 영상과 이미지 등이 유출되면서 게임의 모습이 공개되었고, 이후 8월경에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플레이 테스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초대를 받아야만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조건이 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데드록'의 '스팀' 동시 접속자 수는 꾸준히 우상향 하고 있는 모습이다. 4일까지의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17만 명을 달성했다. PVP 위주의 게임이 갖춰야 하는 뼈대, 즉 일정 수준 이상의 유저 풀 확보에는 성공한 모습이다.

 

직접 플레이 해본 '데드록'은 MOBA와 히어로 슈터 두 장르가 융합된 게임인 만큼 높은 진입장벽과 피로도가 아쉽게 느껴지지만, 이러한 단점을 뛰어넘는 재미와 준수한 게임성 및 완성도도 함께 갖추고 있었다.

 

특히 게임 자체의 성공 외에도 '도타 2' 및 '카운터 스트라이크 2'와 같이 성공적인 e스포츠화의 잠재력도 보유한 게임으로 느껴졌다. 만약 밸브가 지금과 같은 주목도를 유지하며 게임의 볼륨을 키워 나간다면 '팀 포트리스', '도타',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뒤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차세대 주자로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MOBA + 히어로 슈터 = '데드록'

'데드록'의 핵심은 바로 MOBA, 히어로 슈터가 결합된 게임성에 있다. 고유의 기술을 가진 캐릭터를 선택하고 성장해 적 진영을 먼저 파괴하면 승리하는 MOBA, 한 번쯤 누구나 플레이 해본 대중화된 장르의 히어로 슈터가 결합된 만큼 두 장르의 게임을 한 번쯤 해본 게이머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이 '한 번 해볼까?' 하고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실 이러한 장르의 융합을 시도한 게임이 이전에도 없던 것은 아니다. 나처럼 넥슨의 '사이퍼즈'나 에픽게임즈 및 넷마블의 '파라곤'을 떠올리는 게이머들이 많을 것 같다. 또 잘 알려지지 않은 비운의 게임(?) 'LOCO'나 '스마이트'를 떠올릴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게임들 사이에서 '데드록'이 지닌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유동성이다. '도타 2'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아이템 및 스킬 효과들이 전략과 빌드의 다양성을 만드는 기반이 되며, 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특히 단순한 지속 효과를 가진 아이템 외에도 지정한 스킬의 범위나 지속 시간을 늘리는 아이템, 발사한 탄환이 튕기거나 재장전을 정확한 타이밍에 하면 더 빨리 마칠 수 있는 효과를 주는 아이템, 긴 쿨타임을 가졌지만 궁극기까지 모두 초기화 시켜주는 아이템 등 그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다. 이러한 아이템들을 유동적으로, 또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갖추며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유저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편의성도 뛰어나다.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이 '길잡이' 시스템이다.

 

MOBA 장르의 게임에서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이템 빌드다. 앞서 언급한 유동성은 매우 큰 강점이지만 게임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진입 장벽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데드록'에서는 '길잡이' 시스템을 통해 캐릭터 별 아이템 빌드를 손쉽게 공유하거나 즐겨 찾기 하고 또 곧바로 인게임에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각 아이템이나 UI에도 별도로 제작자가 코멘트를 달 수도 있고, 스킬을 올리는 순서도 참고할 수 있다. 게임의 흐름에 따른 빌드, 각 캐릭터와 상황에 맞는 아이템 선택을 돕는 매우 좋은 시스템이다.

 

게임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을 위한 튜토리얼도 짧고 간결하지만 핵심을 잘 전달하는 높은 퀄리티로 구성돼 있고, 샌드박스 모드를 지원해 캐릭터들의 빌드를 연구하거나 스킬 연계를 연습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나이'부터 지속적인 교전까지, 지루할 틈 없는 '데드록'의 '한 판'

'데드록'은 조금이라도 성장을 앞서 나가기 위해 벌어지는 치열한 라인전 단계, 이득을 굴려 나가기 위해 오브젝트를 두고 벌어지는 교전, 후반부 승부를 결정짓는 대규모 교전 등 MOBA의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다만 여기에 약간의 변주를 주는 요소들이 몇 가지 있다. 특히 이중에서도 '디나이' 시스템은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긴장감을 주는 '데드록'의 특징 중 하나다. 시스템적으로도 '막타'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마무리 유예 시간, 병사들의 벽 너머 체력 표시 등을 지원하는 등 TPS에서 '디나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고민한 흔적이 게임에 녹아 들어 있다.

 





 

'데드록'에서의 '디나이'는 일반적인 탑뷰, 쿼터뷰 MOBA와는 조금 다르고 독특하다. 우선 라인을 따라 이동 및 공격하는 병사를 마무리 하면 영혼을 얻을 수 있고, 잠시 뒤 푸른색의 영혼이 추가로 등장한다. 만약 근접 공격으로 마무리 했다면 이 영혼은 등장하지 않고 곧바로 모든 영혼이 획득된다. 원거리 공격으로 마무리 돼 추가로 등장한 영혼은 누구나 공격하면 획득할 수 있다.

 

즉 '디나이'를 통해 영혼을 '스틸'한다면 적이 원활하게 영혼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면서 나는 성장을 앞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데드록'의 영혼은 경험치와 재화가 합쳐져 그 중요도가 훨씬 높고 각 영웅들의 원거리 무기 재장전 시간이 다소 길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라인전에서부터 앞서 나가기 위한 심리전과 탄환 수 관리, '막타'를 노리기 위한 거리 조절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외에도 가까이 마련돼 있는 상점은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한 귀환 및 복귀로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시간을 대폭 줄여주며, 그마저도 짚라인으로 빠르게 귀환하거나 복귀할 수 있다. 시스템적으로 교전 없이 늘어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인 것이다.

 

이 때문에 내가 죽어서 본진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 이상, 라인전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는 시점부터는 마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을 떠올리게 할 만큼 곳곳에서 싸움이 끊임 없이 펼쳐진다. 라인 관리와 함께, 맵에 펼쳐진 중립 몬스터와 맵 중앙에 위치한 거대 중립 몬스터를 두고도 교전은 계속된다. 다소 피로하게 느껴질 여지는 있지만, 비는 시간 없이 교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전투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상당히 크다.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는 '데드록'의 시스템들

앞서 이야기한 '디나이' 시스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전투, 유동적인 아이템 선택의 중요성 등 '데드록'이 가진 특징들은 장점으로도 볼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것 자체만으로도 큰 진입장벽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디나이'는 실력 격차가 크게 날수록 역전하기 어려워지는 구조다. 극초반 5분 이전까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스노우볼이 라인전 단계부터 빠르게 굴러가며, 다른 이의 라인 개입이나 수적 우위를 통한 교전에서의 승리를 노리지 않는 한 겉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기 십상이다.

 

또 '데드록'은 두 장르를 모두 경험해본 게이머라고 하더라도 이를 동시에 소화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상당히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에임 능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슈팅 게임이며, 라인 관리나 유동적인 스킬 및 아이템 빌드도 알고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디나이'와 근접공격, 차지 공격, 패리 등 낯설게 느껴지거나 적응 및 활용하기 어려운 시스템까지도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호오가 갈리는 비주얼도 게임의 첫인상을 가를 여지가 있다.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가 비주얼이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데드록'의 캐릭터 디자인이나 비주얼은 '오버워치'처럼 모든 이들이 받아들이기 쉽고 매력적이며 특색 있다고 하긴 어렵다.

 

더불어 '데드록'의 한 판당 플레이 타임이 상당히 길게 설정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되는 요소다. 실력 차이가 극심하게 나더라도 약 20분 정도가 소요되며, 팀의 실력이 비슷하다면 40분에서 50분까지도 걸린다.

 

최근 PC 게임들조차도 보다 가볍게, 또 한 판당 시간이 적게 들도록 기획하는 것과는 상충된다. 신경 써야 하는 것, 알아야 하는 것이 많고 교전도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시간까지도 많이 필요하다면, 이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워서 플레이 하지 않을 게이머가 있을 수도 있다.

 





 

밸브는 '데드록'으로 또 다른 '인사이트'를 보여줄 수 있을까

그동안 밸브는 '하프라이프'를 시작으로 '카운터 스트라이크', '포탈', '레프트 4 데드', '팀 포트리스 2', '하프라이프 알릭스' 등 여러 타이틀을 통해 새로운 장르의 발굴 및 개척, 시장의 방향성 제시 등 '트렌드세터'로 손색이 없는 행보를 보여왔다. 물론 '아티팩트'나 '도타 언더로드' 등 아쉬운 성과를 낸 게임도 있었지만 '스팀'을 제외하더라도 게임계에 굵직한 영향력과 인사이트를 준 게임사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 가운데 선보인 '데드록' 또한 공개 직후 초반 분위기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MOBA와 슈팅 또는 액션을 접목한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데드록'만의 차별화를 위한 여러 장치들과 충실하게 구현한 각종 시스템들이 잘 어우러지며 개발 초기 빌드임에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다만 한편으로는 높은 피로도와 차별화를 위해 준비한 시스템들이 만들어내는 진입장벽, 호오가 갈리는 캐릭터들의 디자인과 비주얼도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국내에서의 대규모 흥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는 있다. 또 밸브의 부실한 라이브 서비스 게임 사후관리와 소통 부재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자사 게임의 업데이트를 중단하거나 버그 수정 없이 방치한 사례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데드록'이 가지고 있는 재미와 게임성은 매우 준수하고 이에 걸맞게 유저들의 호응과 초반 주목도도 매우 높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지도록 일정 수준의 관리 및 업데이트, e스포츠 종목 개설 및 대회 개최 등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업계에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는 수작 PVP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개발 초기 빌드 단계의 플레이 테스트 이후 밸브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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