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세대기로 나온 '팬텀 브레이브, 팬텀 킹덤 컬렉션', 좋지만 너무 그대로 나왔어

등록일 2025년01월22일 13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아크시스템웍스에서 플레이스테이션2로 나왔던 명작 JRPG 타이틀, 2004년작 '팬텀 브레이브'와 2005년작 '팬텀 킹덤'을 현세대기로 한국어화까지 진행해 하나의 패키지로 발매했기에 플레이해 봤다.

 

니폰이치 타이틀로,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첫 작품인 '마계전기 디스가이아'가 플레이스테이션2로 나온 것이 2003년, '디스가이아2'가 2006년 나왔고 그 사이 2004, 2005년을 책임진 타이틀들이다.

 



 

20년 만에 시리즈가 부활해 신작 '팬텀 브레이브 유령 선단과 사라진 영웅'이 2025년 발매될 예정으로, 신작 발매 전 복습 차원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두 작품의 리마스터 버전을 묶은 컬렉션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2 버전과 유사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한글화'가 되어있고 약간의 그래픽 설정 -그 시절에는 4:3 화면비였다- 이 존재하며 EXTRA 시나리오가 포함되어 있는 정도이고 거의 그시절 그대로이다.

 

좋은 스토리 담긴 '팬텀 브레이브', 어렵고 불친절한 것도 그대로
시리즈 첫 작품인 '팬텀 브레이브'는 파고들기계 SRPG이다. 스토리 상 '디스가이아'나 '팬텀 킹덤'과 거의 연관이 없는 독립 작품이라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다른 시리즈에서는 쉽게 찾기 힘든 따뜻한, 감동적인 스토리에 주목하자.

 



 

가장 특징적인 시스템은 '컨파인'으로, 전장에 존재하는 사물에 영혼을 빙의-컨파인-시켜서 캐릭터를 소환하고 전투한다. 시리즈명에 '팬텀' 이 붙은 이유일 것이다.

 

융합 가능한 시간은 영혼마다 다르지만 대개 5턴 전후이며 전투에서 컨파인 가능한 회수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SRPG처럼 강력한 캐릭터 하나로 쭉 밀어붙이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그떄 그때 적 배치와 사물 배치에 맞춰 컨파인을 최적화해야 한다.

 



 

컨파인 외에는 '디스가이아'로 익숙한 방식인 물건을 들고, 빼앗고, 가끔 맵 밖으로 던져서 장외 판정으로 추방시키고... 같은, 맵을 여-러번 플레이하면서 복잡난감신기한 요소를 중합하여 말그대로 '파고들기'하는 스타일이다. 육성 방식까지 해서 이제는 친숙한 그야말로 '니폰이치' 스타일 그것이다.

 

신작 '팬텀 브레이브 유령 선단과 사라진 영웅'의 시스템은 '팬텀 브레이브'의 시스템을 가져와서 다듬었다고 하니 신작에 관심이 있다면 집중해서 플레이해야 할 쪽은 이쪽이 되겠다.

 



 

다만 그시절 그대로, 어렵고, 불친절하고, 그래픽도 '그대로' 라서 초심자가 게임을 접했을 때 조금 벽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분명 튜토리얼로 설명을 해 주기는 하지만 게임 시스템 전체에서 보면 말그대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게임에 익숙한 숙련자와 초보자 간 게임 진행은 정말 '같은 게임을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벤트 연출에서 배경은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쓰지만 캐릭터는 그 시절 도트 그대로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물론 보다보면 익숙해 지기는 하지만...

 



 

여기에 20여년 전 게임 그대로이므로 편의성 시스템이 거의 없다. 전투 중 '중간 세이브' 는 커녕 '재시작' 도 없으니 주의하자. 캐릭명 설정에 한국어 자판이 없기에 영어로 적당히 설정해야 한다는 점도 아쉬운데, 별것 아니면서도 사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단점이었다.

 



 

SRPG에 꽤 익숙한 유저라도 게임의 '진짜' 요소를 모른다면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클리어한 맵을 여러번 클리어하면서 레벨 노가다를 진행하면 돌파 가능하다는 올드스쿨함은 장점이라고 해야 할까.

 

숨겨진 컨텐츠까지 모두 클리어하려면 수십시간은 너끈히 필요하다고 공인된 게임이다. 취향에 맞다면 몇날며칠이고 파고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디스가이아'에 좀 더 가까웠던 '팬텀 킹덤'
'팬텀 킹덤' 역시 파고들기계 SRPG인데, '디스가이아'에 익숙하다면 이쪽이 훨씬 적응하기 쉬울 것이다.

 

이번 작에서 컨파인된 것은 주인공인 마왕 제타로, 전지전능의 서 라는 책에 여차저차해서 컨파인된다. 스테이지 시작 시 제타만 덩그러니 나와 있고, 사물에 컨파인하는 대신 유닛을 맵으로 '인바이트' 한다. 말이 인바이트지 그냥 하늘에서 맵으로 떨어지지만(...)

 



 

스테이지에 소환한 아군 캐릭터가 턴 제한으로 소환 해제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자. 전작의 중요 요소였지만 역시 불만이 많았던 것 아닐까.

 


 

KEY 라는 태그가 붙은 아이템을 부수거나 적을 잡으면 스테이지가 확장되는 '익스텐션' 이 포인트이다. 유닛이나 아이템을 해당 확장 영역에 '던져' 넣어도 익스텐션이 발동하며 가끔 턴 경과가 트리거인 영역도 존재한다.

 



 

익스텐션 발생 시 랜덤하게 이벤트가 발동하거나 특수효과가 적용되거나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맵 클리어 조건만 만족하고 끝내느냐 익스텐션을 계속 발생시켜 고득점을 노리느냐 같은 전략요소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유닛만 인바이트 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도 인바이트 가능하다. 그리고 건물에 유닛을 미리(!) 넣어둘 수 있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탈것도 존재하고, 탈것 전용의 업그레이드 항목도 존재한다! 무엇이든 파고들기 요소를 넣는 그 시절의 니폰이치란...

 



 

'팬텀 브레이브'가 시스템만 빌려온 독립적인 게임이라면, '팬텀 킹덤'은 '팬텀 브레이브'와 '디스가이아' 사이 어딘가쯤에 존재하는 가교 같은 위치의 게임이라는 느낌이다. '디스가이아' 시리즈 팬이라면 편안하게 적응 가능한 게임 아닐까 싶다.

 

다만 '팬텀 브레이브'와 마찬가지로 20년 전 게임 그대로라는 점에 주의하자. '팬텀 킹덤' 쪽이 일러스트와 도트에 있어 더 조화로운 그래픽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 이벤트 씬에서의 한글 폰트는 어떤 이유로 선정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팬텀 킹덤' 역시 캐릭터 작성 시 한글 키보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랜덤 설정되는 한글 이름은 존재하므로 그냥 결정을 누르도록 하자.

 



 

전반적으로 불친절한 것은 전작과 비슷했다. 리뷰어는 좁은 맵에 적 거점만 덩그러니 존재하는 -적 유닛이 나오지도 않고 거점을 때려도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스토리맵을 어떻게 클리어해야 할 지 몰라 몇시간을 헤메다가 20년 전 공략을 보고 겨우 클리어하고 여러가지 의미로 게임에 감탄했다.

 

그시절 그대로이지만 근본적 재미 담은 게임, 맛이 날때까지 씹을 수 있는가가 문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어디까지나 20년 전 게임이고, 곧 나올 신작을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복각' 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최신 트렌드에 맞게 시스템을 다듬고 그래픽을 일신하여 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노력은 신작에 모두 집중하고 20년 전 그때 그시절 작품이 조금 기억에 흐릿해진 기존 니폰이치 팬들을 위해 이식한 작품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시절 '디스가이아'나 '팬텀' 시리즈 플레이 경험이 없고, 최-신 게임의 편의성에 잔뜩 익숙해진 리뷰어에게 있어 두 게임은 '쉽지 않았다' 고 해야겠다. 특히 '팬텀 브레이브'가 그랬고, '팬텀 킹덤'은 '조금 특이한' SRPG를 즐기는 느낌 정도로 접근 가능한 정도였다.

 



 

다만 게임이 주는 '자유도'에 익숙해진 시점부터는 과연 니폰이치의 근본이란 느낌을 받았다. '레벨 노가다' 를 유저가 나서서 하게 만드는 게임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노가다를 하느라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그대로 갖고 있었지만...

 

점수를 매기자면 79점을 주면 될 것 같다. 그 시절의 걸작은 맞지만 이미 20년이 흘렀음에도 그 시절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은 조금 안이하지 않을까.

 



 

전투와 육성은 니폰이치 올드스쿨답게 묘하게 게이머의 코어한 부분을 간지럽히는 -야리코미라고 부르는 그런 부분- 것이 꽤 만족스럽지만 외적인 부분 -그래픽이나 편의성, '한글자판' 같은- 이 편안하게 즐기지 못하게 막아서고 있다. 많은 진입장벽을 넘어서면 자유로운 신세계가 펼쳐지지만...
 
제작진도 어디까지나 신작 쪽에 집중하는 모양새이므로 아무래도 기존 작품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조금 꺼려진다. '디스가이아' 시리즈를 재미있게 즐겼는데 '팬텀' 시리즈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한번 '진짜'를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리뷰어는 종종 게임을 음식에 빗대어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관악산 입구 노점에서 파는 동동주에 참새구이(...) 라고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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