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방주'의 성공 이후 새로이 등장한 신작 '명일방주: 엔드필드'(이하 엔드필드)는 첫 공개부터 많은 이들에게 기대를 받았다. 서브컬처와 타워 디펜스의 조합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뒤, 이번에는 공장 자동화와 액션 어드벤처 RPG의 조합이라는 '전위적인 실험'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1, 2차 테스트 당시 쏟아졌던 호평은 엔드필드가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게임, 시장에 대격변을 일으킬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는 장밋빛 전망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다만 이렇게 다소 과열된 기대감과는 반대로, 정식 출시 이후 엔드필드의 독특한 게임성과 높은 진입장벽은 '전위적인 실험'이 대중적인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와 불안감도 함께 남겼다.
정식 출시 이후 직접 플레이 해본 엔드필드는 자만이 아닌, '해묘' 프로듀서의 확고한 철학이 한곳에 담긴 결과물이었다. 팬들이 소위 '아방가르드'라 표현하는 해묘 특유의 미적 감각은 여전히 유효한 엔드필드의 강력한 무기다. 압도적인 최적화와 독보적인 아트 스타일은 엔드필드의 체급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지 게이밍'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해묘의 '아방가르드'한 시스템들이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엔드필드가 명일방주에 이어 또 한번의 새로운 성공 공식을 만들어내며 인기 게임으로 자리할 수 있을지, 또는 극소수의 마니아들만을 위한 전위 예술 게임으로 남게 될지 직접 플레이 해본 소감을 전한다.
유니크함과 체급 모두 갖춘 신작, 엔드필드
먼저 엔드필드는 소위 체급이라 표현되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발전 가능성이 상당히 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인 완성도나 디테일도 크게 흠잡을 곳이 없고, 명백히 기대작으로 분류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시장에서 한 축을 차지할 게임으로서의 잠재력은 분명 있다.
특히나 자신만의 특색, 즉 현재 게임 시장에서 서브컬처 풍의 캐릭터들과 공장 자동화 콘텐츠, 필드를 모험하는 어드벤처 등의 요소가 모두 조합된 게임은 엔드필드가 유일하다는 점은 큰 강점이다. 과거 미소녀와 타워 디펜스 장르의 조합을 시도했던 명일방주의 전략과도 어느 정도 통하는 면이 있다.
여기에 더해 뛰어난 아트 스타일, 비주얼, 룩앤필, 캐릭터 디자인도 명확한 강점이다. '명일방주' 하면 떠오르는 고유의 분위기와 아트 스타일이 있는데, 엔드필드 또한 마찬가지로 테마 컬러나 스타일이 명확하고 이름만 들어도 바로 떠오르는 특색을 갖고 있다.
수많은 게임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치열한 전장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체 불가능한 강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비단 비주얼 뿐만 아니라 공장 시스템 또한 (좋은 의미로) 마찬가지다. 인게임에서의 그래픽 퀄리티 또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매우 뛰어난 최적화도 호평할 수 있는 요소다. 극도로 사양이 낮은 사무용 PC에서도 별다른 문제 없이 플레이가 가능하고, 연식이 좀 오래된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최적화를 등한시 하는 개발사들이 상당히 많은 가운데 이는 큰 강점으로 분류할 수 있다.
독특함을 대가로 희생한 대중성
다만 복합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요소들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장르의 융합이 있다. 서브컬처 수집형 RPG와 공장 자동화의 조합은 일견 유니크하고 신선해 보인다. 엔드필드에서는 단순히 건물을 건설하는 수준을 넘어 재료 수집부터 물류 흐름의 설계, 장비와 재료의 생산, 효율 계산까지 요구한다. '데스스트랜딩'이나 '팩토리오', '새티스팩토리' 같은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 했다면 엔드필드의 그것들은 어쩌면 너무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유사한 장르의 게임을 플레이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이 시스템과 콘텐츠가 상당한 진입장벽으로 작동한다. 이런 평가나 반응에 대해 "청사진으로 다른 사람이 만든 구성을 쉽게 가져올 수 있다"라는 반론도 보이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청사진을 사용하기 위해 겪는 그 과정 자체마저 진입장벽으로 여겨질 수 있다. 막상 플레이 해보니 재미를 느끼는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사진을 쓰기 위해 참고 버틴다'가 아니라 '너무 힘들다'며 그냥 게임에서 이탈해 버리기 때문이다.
공장 시스템에 대해 알아야 하는 내용은 4번 협곡 한 개 지역을 다 사용할 정도로 방대하게 제공되며,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의 과정은 매우 힘겹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4번 협곡의 스토리는 부담감과 지루함을 이겨내도록 완충 작용을 해줘야 함에도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하며, 오히려 흐름을 끊기게 만드는 좋지 못한 구성을 보여준다. 공장 시스템은 게임의 핵심이자 다른 여러 시스템들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공장만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볍게 입문한 이용자들이 소위 '폐사'하기에 딱 좋은 구조인 셈이다.
반대로 '팩토리오'나 '새티스팩토리' 같은 정통 공장 자동화 장르의 게임을 즐긴 이들에게는 엔드필드의 공장 시스템이 주는 깊이가 너무 얕다고 느껴질 수 있다. 이 장르 자체의 마이너한 성격을 제외하더라도, 두 마리 토끼(이용자)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차별화된 시도는 칭찬 받아 마땅하고 또 시장을 유니크한 요소로 공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것이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재미 요소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가 남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성공 공식을 증명하는 것이 엔드필드가 가진 또 하나의 숙제다.
어디선가 먹어본 맛 그대로의 전투, 직관적이지 못한 비즈니스 모델
전투의 경우 나쁘지는 않았지만 또 좋지도 않은 상태다. 4명의 캐릭터들이 함께 전투하는 시스템은 '붕괴3rd'나 '원신'으로부터 이어져 온 천편일률적인 태그 전투와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최적화된 조합과 사이클을 완성시켜 그대로 수행하는 데서 오는 쾌감도 흥미롭다.
하지만 타격감이나 이펙트는 일부를 제외하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 또 시스템 특성상 거의 매번 같은 전투 구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단조롭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여기에 쿨타임이나 게이지도 요구되기 때문에 전투 템포가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장비를 맞춰 가면서 이러한 답답함은 어느 정도 해소 되기는 하나(심지어 장비도 공장에서 제작해야 한다) 결국 공장 시스템과 유사하게 초반 이탈하는 이용자들을 전투 시스템마저 붙잡아 두지 못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직관적이지 않은 뽑기 시스템은 명백히 이용자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는 요소다. 천장 스택의 초기화 조건이 복잡하고, 소위 '광산'이나 배포되는 재화가 매우 적거나 대부분의 콘텐츠를 소화해야만 수급이 되도록 파편화 되어있는 등 여러모로 부담을 느끼게 하는 구조다. 이렇게 복잡한 설계는 과금을 함에 있어 '돈을 쓰는 감각'을 무뎌지게 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이러한 의도가 마냥 긍정적으로 비쳐지지는 않는다.
공장 자동화라는 주식(主食)에 액션 RPG라는 반찬을 곁들이다
정식 출시 이후 즐겨본 엔드필드는 해묘 프로듀서의 자신감이 한 곳에 응축된 게임이다. 자만이 아닌 자신감이라 표현한 이유는, 해묘 자신이 추구하는 게임의 재미나 철학을 명일방주와 엔드필드 두 게임에서 모두 일관되게 관철하고 있기 때문이다. 팬들을 이를 '아방가르드'라는 표현으로 함축해 이야기하곤 한다.
다른 게임들이 보다 더 쉽고 간단히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레드카펫을 깔아줄 때, 엔드필드는 이용자를 거친 미개척지의 행성에 보낸 뒤 전선을 깔고 공장을 지으라고 말한다. 이 당혹스러운 불친절함은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해묘 프로듀서 다운 방식이다. 팬들이 밈으로 표현하던 '아방가르드'는 실제로 다른 게임들의 '이지 게이밍' 기조와는 반대되는 전위적 문법으로 엔드필드에 매우 강하게 녹아있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엔드필드가 최근 가벼운 기조로 흐르는 게임의 기조와 반대되는, 명확히 대중적이지 않은 게임이라고 평하고 싶다. 해묘의 고집과 게임에 대한 철학은 '아방가르드'라는 호의적인 수식어로 꾸며지고 있지만, 그것이 '이해하기 어렵고 피로한 시스템'에 대한 면죄부가 되기는 어렵다. 모든 게임이 반드시 대중성을 추구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해묘가 개발을 진두지휘한 엔드필드는 그 기조가 (대중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이 출시된 현재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3500만 명이라는 어마무시한 사전 예약자 수는 엔드필드가 누구나 즐기기 쉬운 대중적인 게임이 아님에도 최대한 많은 유입을 만들어내기 위해 진행한 마케팅과 홍보, 그리고 일종의 오해가 겹쳐진 '만들어진 결과물'인 셈이다.
엔드필드는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이다. 이용자에게 전투나 모험을 즐기는 것 보다 공장 인프라 구축 및 관리와 전선을 연결하기를 요구한다. 전투, 모험, 스토리와 이 공장 콘텐츠 사이의 연결고리와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여러모로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이기는 하나, 현재까지의 감상으로는 공장 관리 게임을 우선 기획하고 거기에 '원신'이나 '명조'의 문법을 따라 액션 어드벤처 RPG를 어느 정도 곁들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주력이 공장의 설계, 최적화, 재구성, 효율의 추구인 상태를 계속 이어 간다면 앞으로도 대중에게 소구력을 가지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현재의 엔드필드는 공장 자동화라는 묵직한 주식(主食)에 액션 RPG라는 약간의 반찬을 곁들인 모양새다. 하지만 그 결합의 밀도는 대중에게 어필하기에는 아직 성글어 보인다. 이제와 강조하자면 엔드필드가 게임의 완성도가 부족하거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게임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것은 아니다. 또 메이저 장르와 마이너 장르의 조합이라는 차별화된 시도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다만 혁신과 시도가 재미라는 가치로 치환되지 못한다면 결국 일부 마니아만이 좋아하는 게임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메이저와 마이너의 조합이라는 자신만의 성공 공식과 도전의 결과를 증명 해내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방향성 설정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피드백 수용과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 바로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몇 안되는 장점이니 말이다.
| |
| |
| |
| |
|
| 관련뉴스 |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