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 시리즈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하라다 카츠히로 프로듀서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 18일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가 상명대와 손잡고 진행한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스' 마지막 강연자로 나섰다.
이제까지 한국에 수십번 방문한 하라다 프로듀서도 12월 방문은 처음이라 한국의 맹추위에 고생을 좀 했다는 후문.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한 하라다 프로듀서와 만나 그의 최근 프로젝트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라다 프로듀서는 철권 시리즈 최신작 철권7 외에도 '포켓몬스터' 캐릭터들이 대결하는 '폿켄', SCEK의 버츄어 리얼리티(VR) 기기 '모피어스' 시연용 데모 '섬머레슨', 캡콤과의 콜라보레이션 기획 '철권X스트리트파이터' 등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게임포커스: 오랜만이다. 인터뷰 전에, 트위터를 통해 철권7의 신규 캐릭터 '럭키 클로에'를 미소녀 캐릭터에 불만을 제기한 북미 유저들 때문에 북미판에서는 제외하겠다고 밝혔는데 진심이었나?
하라다 프로듀서: 농담이다. 북미 유저들도 처음엔 "싫어, 싫어"라고들 했지만 지금은 달라진 것 같다. 하하.
게임포커스: 다행이다. 한국 유저들은 럭키 클로에를 다들 좋아하니 걱정 안 해도 된다.
하라다 프로듀서: 오 그런가? 고마운 일이다.
철권7을 발표해서 최근 일본 로케 테스트를 하고 한국에서도 통신대전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격투 게이머들이 많이 모여주셔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철권7도 한국어화 발매될 것
게임포커스: 철권7은 현재 로케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콘솔 버전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하라다 프로듀서: 사실 아직 아케이드도 완성이 안 된 상태로, 2015년 3월쯤 아케이드 버전 가동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1년 정도 텀을 두고 콘솔 버전을 출시했다.
이번에는 아케이드에서 어떤 업데이트를 해 나가고, 얼마나 인기를 얻느냐에 따라 발매 텀에 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게임포커스: 최근 철권 시리즈는 모두 한국어화 발매되었다. 철권7도 기대해도 될까?
하라다 프로듀서: 이미 아케이드 시점에서 한국어 현지화가 되어 있는 상태다. 철권 시리즈는 아마 '태그토너먼트1' 이후인 것 같은데, 늘 한국어 버전을 출시해 왔고 이번에도 물론 한국어 버전이 출시될 것이다.
나도 한 가지 묻고 싶은데, 지금까지는 자막만 현지화했는데 음성의 경우도 한국 성우들을 써서 현지화하면 한국 게이머들이 좋아할까, 싫어할까? 들어보니 애니메이션에서는 오리지널 보이스가 아니면 싫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던데 철권에서는 어떨까 궁금하다.
사실 북미나 유럽에서는 성우라는 일이 있긴 해도 일본이나 아시아처럼 전문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아시아, 특히 한국 일본 중국 홍콩 타이완은 성우들이 대단하다. 특히 한국 일본 타이완 홍콩은 성우들이 전문적이고 뛰어난 분이 많아 가능하지 않나 싶긴 한데 어떨까?
게임포커스: 찬반 논란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 더빙판만 나온다면 반발하는 유저가 많을 것이다. 하라다 프로듀서의 트위터에 난리가 날 것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다.(이왕 한다면 선택 가능하게 둘 다 넣으면 좋을 것 같다)
하라다 프로듀서: 그... 그런가. 알겠다.
게임포커스: 국내 철권 커뮤니티의 아스카 유저들이 꼭 전해달라고 하더라. 전작 '철권 태그토너먼트2'에서 목소리만 여자고 몸은 완전 남자처럼 나왔다는 불만이 있었다. 철권7에서는 모델링이 좀 바뀔 여지가 없나?
하라다 프로듀서: 그런 지적을 많이 받았다. 전작의 철권 캐릭터는 의외로 상체를 진짜 격투가처럼 어깨를 넓게 표현하고 우락부락하게 묘사한 면이 있다. 사실 상체가 커야 동작이 다이나믹하게 잘 보이고 제대로 표현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좀 들었기에 철권7에서는 여성 캐릭터는 좀 더 여성처럼 보이도록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리치가 짧아져서 약해지는 면이 있고, 그런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게임포커스: 한국 철권 유저들 사이에서는 철권 유저들은 전반적으로 남자 캐릭터를 선호한다는 인식이 있더라. 실제 통계로는 어떻게 나오나?
하라다 프로듀서: 나라마다 좀 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은 확실히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나도. 사실 우리는 한국 캐릭터를 여성 캐릭터로 만들고 싶어 조사해본 적이 있다. 태껸도 보고 비디오도 보고 연구를 했는데 그걸 내고 싶다고 하니 한국 게이머들이 '여성 캐릭터가 아니라 강해 보이는 캐릭터를 내 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곤란해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한국만 그렇다. 일본 유저들은 여성 캐릭터를 원하는 편이다. 아저씨들은 몰라도 대부분 유저들은 애니메이션같은 귀여운 여자아이를 좋아해서 여성 캐릭터를 내달라는 요구를 한다.
북미는 종합격투기가 유행하며 겉모습부터 강해 보이는 남자 캐릭터에 대한 선호가 전부터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유럽은 잡식성으로 다 좋아해서, 이상한 캐릭터 예를 들면 요시미츠같은 일본인이 봐도 이상한 그런 캐릭터가 인기순위가 높게 나오는 등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게임포커스: 한국 유저들이 츤데레라 그런 것 같다. 럭키 클로에를 좋아하는 걸 봐라. 한국 캐릭터를 여성 캐릭터를 내 주면 분명히 좋아할 것이다. 꼭 여성 캐릭터로 내주기 바란다.
하라다 프로듀서: 헉 그런가. 기억해 두겠다.
한국은 미국의 CG와 일본의 애니메이션풍 그림에 한국의 독창적인 그림체까지 모두 갖고 있어서 재미난 캐릭터, 다양한 개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게임포커스: 럭키 클로에는 일본유저들을 고려한 신규 캐릭터라 보면 되나?
하라다 프로듀서: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일본에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유저가 많지만 사실은 독일, 프랑스, 북미 등에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을 보며 성장한 세대가 있다.
우리도 지금 30~40대 유저들은 럭키 클로에를 그리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딱 봐서 강해 보이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하지만 럭키 클로에가 10~20대 유저들에게는 좋게 받아들여질 거라 봤다. 철권에는 이제까지 그런 캐릭터가 없었고 하니 서구권 유저들을 대상으로 만든 셈이다.
사실 럭키 클로에는 콘셉트를 만들 때 팀 내 젊은 친구에게 완전히 맡겼다. 나도 처음에 디자인을 보고 '이거 다른 게임 캐릭터 아니냐? 이건 철권에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 많은 토론을 했다. '하츠네미쿠'와 같은 보컬로이드를 좋아하는 세대에 가까운 캐릭터 아닌가 한다.
철권X스트리트파이터와 폿켄 개발상황
게임포커스: 철권7을 다 만들면 철권X스트리트파이터 제작에 들어가는 건가?
하라다 프로듀서: 사실은 이미 베이스 시스템은 만들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철권7 개발과 업데이트도 있고, 캡콤이 스트리트파이터5를 낸다고 하는 마당에 평범하게 내면 유저들이 반기지 않을 것 아닌가. 어떻게 해야 하나 작전을 생각하고 있는데 평범하게 내는 건 재미없을 것 같아 그 부분은 캡콤과 이야기해서 좀 재미있는 방식으로 발매하려는 플랜을 짜고 있다.
게임 출시가 언제가 될지는 확답을 못하겠다. 시스템이나 내용, 발매시기는 말을 못 한다. 어쩌다보면 카드게임으로 나올 수도 있고. 물론 이건 농담이다.
게임포커스: 폿켄도 많은 게이머를 놀래켰다. 그런 식으로 격투시스템에 다른 IP를 입힌 확장을 계속해 나갈 생각인가?
하라다 프로듀서: 폿켄의 게임 내용은 철권과 전혀 다르다는 건 알아주시기 바란다. 게임의 기본이 격투게임이고 애니메이션, 이펙트 등은 비슷한 면도 있지만 내부 프로그램, 게임 디자인, 프로그램 부분에서 철권과 다른 특수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게 있으면 다양한 격투게임 제작이 가능할 것 같긴 하다. 게임 시스템은 철권과 다르고 재미도 다른데 그런 의미에서는 철권 프로젝트의 근간 프로그램을 사용한 새로운 격투게임을 만들자는 생각을 실현한 것이다.
폿켄은 철권이나 '소울칼리버'와는 다른 케이스로 봐야 한다. 이런 격투 게임 시스템을 기반으로 다른 액션게임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데 그 흐름 중 하나로 폿켄이 탄생한 것이다. 폿켄에는 포켓몬스터 캐릭터만 나오는 것도 있고, 게임 시스템이나 플레이했을 때의 재미도 기존 격투게임과는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3년 안에 VR 머신의 대중화 이뤄질 것
게임포커스: 최근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섬머레슨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VR 게임 개발은 좀 어땠나?
하라다 프로듀서: 사실 예전부터 VR에 대한 연구는 해 왔는데 어려운 점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유저들도 유튜브 PV 등을 봤겠지만, 사용자가 보는 것과 밖에서 볼 수 있는 화면이 전혀 달라서 프리젠테이션이 어렵다는 것이다.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다는 의미다.
개발 과정에서 그 안에서 어떻게 보이느냐의 승부라 평상시처럼 게임화면을 보면서 2~30인, 많게는 50명 정도가 같은 화면을 보면서 이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좋고 저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좋다고 하는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난관이었다. 모두를 링크시켜서 같은 화면을 보게 해야 하므로 개발 작업이 무지 어려웠다.
게임포커스: VR은 언제쯤 대중화되리라 보나, 언제쯤되어야 할 만한 상용화된 VR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될까?
하라다 프로듀서: 일단 내년에는 PC 버전 오큘러스가 나오므로 거기에서 인디 레이블 게임들이 쏟아질 거라 본다. 하지만 큰 회사들의 큰 타이틀이 내년에 나오긴 힘들 것이다. 내 예상으로는 큰 회사의 게임들도 2년 후부터는 나오지 않을까 한다. 3년 정도 뒤에는 일반인들도 '그게 재미있다'고 평범하게 말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한다.
게임포커스: 섬머레슨의 경우 조작체계가 고갯짓과 시선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음성같은 걸 넣는 건 안 되는 건가?
하라다 프로듀서: 섬머레슨은 몰입감을 주기 위해 세계 속에 내 손을 안 보이게 했어야 했다. 컨트롤러도 없이 시선과 목만으로 조작하게 되어 있는데 사실 목소리 조작은 구현 가능한 상태까지 연구해 뒀다. 개발비만 좀 더 들이면 되는 상태이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4 카메라에 마이크가 달려 있으므로 쉽게 구현 가능하다. 캐릭터에게 말을 걸어서 진행할 준비는 되어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집에서 혼자 게임하며 중얼중얼 말을 하는 건 역시 혼자 있어도 부끄러운 일 아닌가?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서 섬머레슨 체험회를 해 보니, 700명 정도가 왔는데 전원이 여자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대답을 하는 등 무의식 중에 말을 하게 되더라. 유저들이 무의식 중에 말을 했을 때 캐릭터가 반응하게 해서 더 자연스럽게 만드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좀 들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구글이나 애플 음성검색 같은 것을 길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하나?
게임포커스: 전혀 안 한다.
하라다 프로듀서: 일본에서 얼마 전 전철 안에서 혼자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하는 것을 봤다. 뭐하는 거야 하고 보니 음성검색을 하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음성검색을 하는 건 처음 봤다. 그걸 보고 목소리를 사용하는 건 아직 무리다. 지금 태어난 애들이 어른이 되기 전까진 무리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전부터 놀란 것이 오락실에 비치된 가라오케 박스에 혼자 들어가 자연스럽게 노래하고 나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목소리를 활용한 콘텐츠가 좀 더 유행하려나 싶긴 하다. 일본 유저들은 부끄럼이 많아 못 할 것 같지만 한국에서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게임포커스: 섬머레슨은 시연용 데모였다. 상용화까지 나아갈 수 있는 건가?
하라다 프로듀서: 물론 우리는 처음부터 체험용이나 단순 시연용이 아니라 게임으로서 계획해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VR 개념을 제대로 보여주는 기기가 세상에 아직 거의 없다보니 회사의 이해를 못 받았다. 물론 나는 개발부장이라 돈을 쓸 권한이 있지만 쓰려고 해도 이사들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아무도 VR을 이해하지 못해서 풀버전 게임이 아니라 VR의 가능성을 알리기 위한 데모를 만들었고 그것이 섬머레슨이다.
원래는 더 긴 게임을 예정하고 있고 지금도 만들고 싶다. 돈만 나온다면.
게임포커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말씀 하고 마무리하자.
하라다 프로듀서: 철권 시리즈가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에는 옛날부터 철권 팬들이 많았고 3~40대는 물론 1~20대도 좋아해 주는 분들이 계셔서 정말 감사하고 있다. 철권 플레이어 사이의 교류를 지켜봐도 한국 유저들은 정말 존경받아서 일본에 초대되어 오면 VIP 대우를 받더라. 그런 교류를 보면 늘 즐겁고 그런 관계가 계속되면 좋겠다. 대회 등에도 적극적으로 얼굴을 비추고 싶다.
한국 철권 플레이어들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한국 유저들에게서 신캐릭터나 새 게임을 내달라는 의견이 오질 않는데, 신기한 일이다. 그런 부분은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주시기 바란다.
한국 사람들은 트위터 등으로 의견을 엄청 전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나 예의바르고 의견 전달 등이 없었던 것 같다. 의견을 주시면 섬머레슨을 하고 싶다고 하면 소니에 전달할 수도 있고, 한국 캐릭터는 여성 캐릭터!라고 하면 반영도 될 테니 적극적 의견 주시기 바란다.
요즘은 번역기가 잘 되어 있어서 한글 코멘트를 주셔도 제가 다 읽을 수 있다.
한국에는 자주 왔지만 12월에 한국에 오는 건 처음인데 신기하다. 봄이나 가을에만 오다가 한국의 겨울이 정말 춥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 추운데 여러분도 연말에는 외출하지 말고 집에서 게임과 함께 보내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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