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바다의 노래' 톰 무어 감독 "전설의 재해석, 진정성과 재미 모두 담아야 성공"

등록일 2015년10월05일 12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아일랜드의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켈스의 서'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 설화를 그린 아일랜드 '카툰 살룬(Cartoon Saloon)'의 애니메이션 '켈스의 비밀(The Secret of Kells, 2009)'은 원전의 기하학적이고 아름다운 장식 문양을 그대로 재현해 아일랜드 켈트 족의 정신을 고스란히 살린 것으로 유명하다.

'켈스의 비밀'의 감독이자 카툰 살룬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한 '톰 무어(Tomm Moore)' 감독은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인 '켈스의 비밀'을 아카데미 후보에 올린 지 4년 만에 또 다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아일랜드의 '셀키(Selkie: 바다 표범과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 전설적 존재)' 전설을 바탕으로 한 톰 무어 감독의 신작 '바다의 노래(Song of the sea)'는 독특한 텍스쳐와 감각적인 색채로 아름다운 아일랜드의 바다를 담아냈다.

게임포커스는 지난 9월 인디애니페스트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톰 무어 감독을 만나 오는 11월 정식 개봉으로 국내 관객을 찾아올 '바다의 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켈스의 비밀'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다. 4년 만의 신작이지만 작품을 구상한 것은 무척 오래전이라고 들었다. '바다의 노래'의 제작을 결정하게 된 것은 언제이며 이를 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가 
10년 전쯤 켈스의 비밀을 제작하고 있을 때, 가족들과 바닷가에 놀러 가 스케치를 하고 있었다. 거기서 어부들이 바다 표범들을 대량으로 사냥하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다.

그 지역 주민들과 옛날에는 '셀키' 전설 때문에 바다 표범들이 함부로 사냥 당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날 본 광경은 옛이야기가 현대에 이르러 사라지게 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당시의 안타까운 감정을 담아 '셀키' 요정의 이야기를 담은 '바다의 노래'를 제작하게 되었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작업 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했다. 작업환경을 바꾸면서 혹시 어려움 같은 것은 없었나
어려움 보다 오히려 이점이 더 많았다. 컴퓨터로 작업하며 더 세밀한 부분에 집중해서 그릴 수 있었다. 광활한 바다에 파도가 치는 장면을 그릴 때, 파도 몇 개만 그리면 이를 복사해서 붙여 넣기가 가능했던 부분은 굉장했다. 또 다른 스튜디오나 팀에서 전달받은 자료를 다루는 데도 용이했다.


바다의 노래에는 어머니와 여동생, 아들, 개 등 주변 가족들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가 많다. 작품을 본 가족은 반응은 어땠나
먼저 어머니께서는 무척 자랑스러워 하셨다(작중 어머니 캐릭터 브로나는 톰 무어 감독의 어머니에게서 이름을 따왔다). 특히 유명한 배우가 자신의 이름을 딴 캐릭터를 맡아준 부분에서 뿌듯해하셨다.

내 아들을 모티프로 삼은 주인공 '벤'을 처음 고안했을 당시 아들의 나이는 캐릭터와 동일한 8살이었다. 어릴 때는 무척 부끄러워하더니 현재 18살이 되어서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잘 보일 수 있다며 좋아하고 있다.

개 캐릭터 '쿠'는 제작 도중에 세상을 떠났다. 참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작품에서 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어서 반갑다. 또, 어린 시절의 벤의 목소리 역할을 당시 어린 조카가 맡아주었는데, 조카도 지금은 많이 자라버렸지만 그 때의 귀여웠던 목소리를 작품에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바다의 노래' 제작 중 기억에 남을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작품의 음악 작업을 하면서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작품을 모두 완성시킨 뒤 음악을 따로 만드는것이 아니라 진행 도중에 음악과 함께 맞춰가며 만들곤 했다. 크레딧 롤에 나오는 주제가를 맡은 가수 '놀웬 르로아(Nolwenn Leroy)'와도 무척 재밌게 작업했는데, 알고 보니 프랑스의 무척 유명한 싱어송라이터더라. 함께 길거리를 걸어가는데 지나가는 아이들이 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걸 보고 얼마나 유명한 지 알게 되었다. 놀웬 르로아는 '바다의 노래'의 프랑스 판에서 어머니 역의 목소리도 맡아주었다.

전작인 '켈스의 비밀'은 중세시대가 배경이어서 환상적인 숲 속이나 폐쇄적인 마을들이 등장했는데, 이번 작품은 근대의 아일랜드가 배경이어서 제법 다양한 장소가 나타난다. 작품 제작에 참고가 된 지역이나 배경에 대한 소개가 듣고 싶다
아이들이 어릴 적 살던 바닷가 마을은 아일랜드의 서쪽 지방, 서부 해변가 지역이 주 배경이 되었다. 캐리(Kerry) 주나 도니골(Donegal) 주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셀키 전설은 도네골 지역에 주로 알려진 전설이다). 아이들이 이사가면서 나온 풍경들은 아일랜드의 유명한 랜드마크들이다. 할머니가 살고 있는 도시는 더블린인데 더블린의 풍경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 볼 수 있다.

전통적인 민담, 신화 등을 빌려 작품을 만드는 데서 오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
아일랜드에는 옛 이야기와 전설이 무척 풍부하다. 어떤 이야기를 어떤 각도에서 조명해 관객에게 보여줘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힘들면서도 즐겁다. 전작인 '켈스의 비밀'은 배경을 연구하는 과정에 굉장히 몰두했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바탕이 되는 전설보다도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전설에서 조금씩 이야기 요소들을 가져와서 중심 줄기에 보태는 식으로 구성했다.

오래된 전설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에 고정된 방식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보여주는 사람마다 전설을 재해석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고민되고 힘들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중에는 다양한 이유로 작품에 '한국적인 요소'를 무리하게 집어넣어 작품 방향성을 잃거나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갖게 하는 경우가 있다. 톰 무어 감독은 아일랜드의 풍경과 전통, 문화를 작품에 매우 잘 담아내고 있어 찬사를 받는데, 현 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에게 '전통적인 요소'를 전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일랜드의 경우는 작품 제작 시 굳이 전통 요소를 고집하는 경향은 없다. 감독이 아일랜드 출신이거나 하면 제작 지원을 받는 데도 문제 없다. 나는 원래부터 아일랜드의 전통 문화에 관심이 많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항상 이런 작품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다음 작품은 감독을 맡는 것은 아니지만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만들 예정이다.

전통적인 요소를 현대 관객들에게 보여줄 때, 그 전설이나 이야기가 담고 있는 특징과 핵심을 끄집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특징은 현대 관객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이를 잘 골라 편집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관객들을 가르치려 하는 듯한 '교육적'인 요소가 부각되며 작품의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진정성과 재미를 동시에 담아야 한다.

혹시 다음 작품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카툰 살룬의 다음 작품에는 감독이 아니라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스토리보드 제작도 담당할 예정인데 전작인 켈스의 비밀에서 공동 감독을 맡았던 '노라 투미(Nora Twomey)'감독이 다음 작품의 감독을 맡는다. 앞서 말했듯이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며, 안젤리나 졸리(Jolie Pas Production)가 공동 제작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캐나다의 에어크래프트 픽쳐스와 공동으로 제작하게 되었다.

드보라 앨리스의 '브래드위너(The Breadwinner)'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아버지가 탈레반에 끌려가는 바람에 주인공 여자아이가 남장을 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다. 두 가지 스타일을 한 작품 안에 녹여낼 예정이라 무척 기대가 큰데, 하나는 핸드드로잉으로 현실 세계를 그려낼 것이며 또 하나는 주인공이 아버지에게 들었던 옛 이야기를 자기 동생들에게 전달하는 연출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슬람의 예술과 문양을 엮어 옛 이야기를 묘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교가 생겨나기 이전의 예술과 전통문양들을 연구하고 있어서 특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작품을 좋아하는 한국의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이번 인디애니페스트를 통해서 한국 애니메이션들을 무척 인상 깊게 봤으며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기존에도 한국의 상업 영화들은 알고 있는 게 많았지만 이번 기회에 독립작품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또 그 동안 영화제를 통해서만 작품들을 상영했는데, 오는 11월에는 '바다의 노래'가 한국에 정식으로 개봉한다. 이번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작품을 보신 분들은 꼭 주변에 추천해주시고, 두 번 봐도 재미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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