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선보인 얼리버드픽쳐스 김대창 대표 "명랑만화 계보 잇겠다"

등록일 2015년10월08일 19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얼리버드픽쳐스는 국내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게는 친숙한 이름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걸작 '늑대아이'를 비롯해 '명탐정 코난' 극장판, '빨간머리앤' 극장판 등 포스터만 봐도 '아, 이거!'라는 반응이 나올 작품들을 다수 국내에 소개해 왔다.

얼리버드픽쳐스가 올 가울 색다른 작품을 선보인다. 국산 애니메이션 '안녕, 전우치! 도술로봇대결전'(이하 전우치)이 그 주인공. 이 작품은 기존 수입/배급을 넘어 직접 제작에 나선 작품으로 얼리버드픽쳐스의 1호 자체제작 애니메이션이다.


오랫동안 자체제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을 간직해 온 얼리버드픽쳐스 김대창 대표는 전우치를 제작하며 직접 감독까지 맡아 자신이 그리던 구상을 영상으로 완벽히 구현해 냈다.

게임포커스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얼리버드픽쳐스를 찾아 전우치 제작에 나선 계기와 향후 계획을 직접 들어봤다.

얼리버드픽쳐스 박기원 실장(왼쪽)과 김대창 대표

얼리버드픽쳐스가 제작에 뛰어든 이유는
해외 애니메이션을 일찍부터 국내에 소개해 오다 자체제작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고 해서 놀랐다. 어떤 계기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서게 됐나

김대창 대표: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하고 싶어서' 뛰어들게 된 것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는 '시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사업적 판단을 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전통적인 명랑만화, 애니메이션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럴수록 우리 아이들을 위해 더더욱 우리가 시장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전부터 해 왔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익을 낸다거나 대박을 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않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사업을 오랫동안 해 오면서 애니메이션 업계를 너무 잘 알고 뛰어드는 게 저희의 장점이자 단점이죠. 그만큼 허튼 기대는 하지 않고, 시장을 봐온 경험을 살려 기획을 해서 최대한 합리적 예산에서 작품을 만들고 동원 가능한 예산, 자원에서 작품을 제작할 방식을 찾아나가는 과정인 셈입니다.

이번에 첫 작품으로 전우치를 완성했으니 다음 작품은 더 적은 제작비로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처음 제작에 나선 거라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되고 시스템화되면서 제작비가 덜 들 수 있을 겁니다. 합리적인 제작비로 작품을 만들었을 때 시장성이 생기는 것 아닐까 합니다. 소비자 측에서 인지도가 오르며 관객이 늘어나며 규모가 더 큰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될 날도 올 거라 보고요.

얼리버드픽쳐스 김대창 대표

이제까지 수입/배급 사업을 주로 해 왔는데, 앞으로는 제작과 수입을 병행해서 하게되는 건가
김대창 대표: 네. 제작과 수입/배급을 벙행해 나갈 생각입니다. 작품 수를 보면 당연히 수입 작품이 훨씬 많게 되겠지요. 제작 작품은 1년에 하나 나오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제작에 나서서 회사의 한 축으로 가져갈 생각입니다.

회사 차원에서 비중은 반반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작품 수 면에서 반반이 되는 건 아니죠. 저희가 들일 에너지를 따지면 반반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재정적으로는 제작 작품이 늘 마이너스일 것이고, 수입 작품으로 메워야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감독까지 직접 맡았는데, 감독을 해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
김대창 대표: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잘 해서 감독을 했다기보다는 협업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제가 가지고 있다 보니, 디렉팅까지 제가 하는 것이 작품에 맞겠다는 판단이 들어 감독을 맡게 된 것이죠.

스탭들이 잘 움직여주셔서 좋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첫 감독작이지만 스탭들이 존중해 주시고 잘 협업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다음 작품을 만든다면 또 감독을 맡고 싶은가
김대창 대표: 전우치 시리즈를 더 만든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전우치 애니메이션에서는 제가 제2의 원작자처럼 깊이 관여하게 되어 당장 다른 분들에게 맡기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리즈가 길어진다면 '짱구는 못말려'처럼 다른 감독님에게 맡길 수도 있게 되겠지요. 시리즈가 계속된다고 계속해서 제가 감독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전우치는 우리 세대가 어릴 적 즐겨보던 '명랑만화'의 맥을 잇고있는 작품이다. 명랑만화를 영상화하기로 한 계기는 무엇인가
김대창 대표: 답은 간단합니다. 제가 명랑만화를 좋아하기 때문이죠. 이런 게 시장성이 있으니까 만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걸 선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작도 워낙 좋은 작품이었고요. 아이들에게 이런 작품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원작에 충실한 애니메이션 지향
원작 만화가 있지만 모르는 분도 많을 것이다.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박기원 실장: 하민석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작은 국내 유일의 어린이 잡지인 월간 개똥이네 놀이터이에서 연재된 작품이죠. 연재되는 동안 초등학생, 미취학 아동들에게 인기를 얻고 인지도가 있었는데 애니메이션 제작을 4~5년 동안 준비하는 동안 원작을 본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릴 때 본 작품이 된 느낌도 있습니다.

원작을 아는 분들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 그런 부분에선 걱정이 없고요. 우리 어른들이 어린 시절 보물섬이나 소년중앙에 연재되던 작품을 보던 그 감성을 가진 작품이라 어른들에게는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세대가 바뀌어도 아이다운 정서가 있으므로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두 즐겁게 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되었다고 봅니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원작에 충실한 애니메이션화를 시도했습니다. 명랑만화영화라 부르던 그런 장르의 작품을 다시 한번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얼리버드픽쳐스 박기원 실장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장의 상황을 보면 전우치는 꽤 이색적인 작품이란 느낌이 든다
박기원 실장: 아무래도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 인기있는 건 전통적인 헐리웃 대작 애니메이션 영화들입니다. 그 쪽을 논외로 한다면 일본의 시리즈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죠. 저희가 수입해 선보여 온 그런 작품들입니다.

이런 수입작품은 고정팬도 있고 시장 점유율도 있어 극장 측에서도 어느 정도 수용해 주는 편입니다. 그런데 전우치로 우리가 들어가는 건 현재 시장에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죠. 장기적으로 점유율을 어느 정도 가져가겠다기보다는 이런게 있다고 끊임없이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볼만한 명랑작품이 드문드문 나오는데 꾸준히 나와 누적도 되고 버티면서 장르를 이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를 포함해 모든 제작사들이 성과를 누적시키고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극장에서 볼만 하다고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위에서 4~5년 동안 준비를 하셨다고 했는데, 제작이 예정보다 늦춰진 것인가
김대창 대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상적인 목표를 세워두고 진행을 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이 작품들 들고다니며 참 많이 들은 이야기가 "왜 이런 작품을? 투자가 안 될 텐데..."라는 거였죠. 물론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자신 투자 심사도 해 봤고 어떤 작품이 잘 뽑히는지 잘 압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더더욱 저는 뻔한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제작비를 좀 높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그렇게 되면 한 번 만들고 끝나게 됩니다. 흥행에 실패하면 한번으로 끝나버립니다. 외부 투자를 안 받더라도 작품을 끝내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제작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었죠. 돈을 벌고 R&D를 하고 또 돈을 벌면서 번만큼 하고, 이런 식으로 끌고와 결국 완성을 했습니다. 어느 정도 모양이 갖춰지니 정부지원도 좀 받고 공동제작 파트너도 생기고 하나둘 모양새가 갖춰지더군요.

현실적으로 인디 제작이라는 걸 생각하면 적정 시간에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전우치 다음 작품은 좀 더 빨리 볼 수 있게 될까
김대창 대표: 속도를 내야지요. 전우치가 어느 정도 보여주면 시리즈 작품도 생각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시리즈화로 가는 게 다음 극장판을 만들기 위한 투자활동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TV에서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있어서 같이 뭔가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방송사에서 시리즈물로 제작해보자는 제안도 받았습니다. 방송사나 VOD 쪽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명랑작품이 꾸준히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시리즈로도 가보자는 게 목표고 이야기도 적극적으로 해보려 합니다.

창작 작품이 늘어야 성우 연기폭도 늘어날 것
성우 기용을 보면 베테랑 성우들이 많이 보인다
김대창 대표: 성우는 신경을 많이 쓴 부분입니다. 저희 작품은 스펙타클한 영상을 보여주기보다는 명랑하고 웃기고 재미있어야 하는 작품입니다.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고 웃음을 줘야하는 작품인 거죠. 성우들의 연기가 매우 중요했고, 그래서 성우 오디션을 보고 대사 한줄한줄을 거의 다 연출 디렉팅을 다져가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잘 들어보시면 성우들의 연기가 기존 작품들보다 탁월하다고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성우분들이 가능성을 기대 이상으로 끌어내 주셨습니다.

이번에 전우치를 만들며 느낀 것이, 성우들도 다 연기폭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수입작품만 하다보면 다양한 연기를 못 해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들어오는 작품들의 성향도 비슷하고 맡는 역할도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이 보이죠. 틀에 갇히면 깨기가 힘듭니다. 성우들도 다양한 연기를 해야 연기 패턴을 다양하게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겠죠.

전우치에서는 전체적으로 경험이 많고 연기폭이 넓은 분들과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 분들과 이런 작품을 계속 해야 성우들의 연기폭이 탄탄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맣이 편중된 상황이죠. 역할이 더 다양해지고 풀이 넓어지려면 제작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제작 과정에서 성우들에게 요구하는 연기, 캐릭터를 처음부터 만들어 살리는 노력을 하다보면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성우분들이 더 돋보일 수 있을거라 봅니다.

지금 국산 더빙 애니메이션은 성우 마니아층이 주로 보는 느낌인데, 성우들이 연기자로서 다양한 연기를 한다는 걸 인식시킬 수 있게되길 바랍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늘 어렵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제작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박기원 실장: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포지셔닝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작 작품이면 일단 TV시리즈가 기존에 있느냐를 보게 되죠. TV시리즈도 없이 바로 나온 영화라는 게 저희의 핸디캡이었습니다. 전우치 자체를 모르지는 않지만 어린이들에게 깔아둔 게 뭐가 있느냐는 겁니다.

이런 핸디캡을 안고 영화시장에 들어가기가 쉽지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당초 개봉시기를 여름방학으로 잡았다가 추석으로 미루고, 추석시즌도 애니메이션이 너무 많고 상영관 잡기가 쉽지 않아 10월로 미뤘습니다. 한글날이 있는 연휴가 개봉시기가 된 게 지금와서 보면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시기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극장들의 머리 속에 이런 작품의 포지셔닝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은 작품을 알지만 극장에서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으니 이 부분이 가장 큰 시장의 어려움입니다.

명랑만화 계보 잇는 이음돌 되겠다
위에 언급한대로 명랑작품이 요즘은 생소한 장르인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

김대창 대표: 이런 창작 명랑애니메이션은 기획 작품이 아니다 보니 한 회사의 방향, 철학을 놓고 해내야 하는 부분입니다. 거창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시스템화되고 기획화되는 시장에서 앞으로 좀 다른 내용, 이질적인 것은 항상 인디한 쪽에서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작품들이 꾸준히 나와 실적을 쌓으면 조명을 받게 되는데 꾸준히 갈 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전우치는 정말 엄청난 애정을 갖고 만들었고 내용에서도 국산 애니메이션은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들과는 조금 다른, 하지만 뒤지지 않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런 작품을 계속 만들다 보면 명랑애니가 애니메이션 시장의 한 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저는 작품을 만들고 감독이 되었지만 회사도 운영해야 하는 입장이라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회사를 잘 운영하며 창작 작품을 잘 만들어내는 게 이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가진 사회적 책임, 역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를 위해 애니메이션 수입/배급을 하며 생긴 노하우를 국내 작품이 성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해 가고 싶습니다.


전우치 개봉을 앞두고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박기원 실장: 극장에 와서 봐주시는 게 가장 중요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스크린샷 등으로 보여드린 게 전부가 아니니 영화 전체를 보신 후에 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영화는 결국 상영시간동안 교감하는 재미와 감동이 전부인 미디어입니다. 규정적인 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직접 극장에서 보시고 판단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김대창 대표: 동감입니다. 보지 않고는 말을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겉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들, 스틸컷, 명랑만화를 딱 보면 가지게 되는 선입견들, 영화를 보지 않고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 거라고 확신합니다.

전우치는 명랑만화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작품입니다. 내용이 가장 중요한 명랑작품으로 옛 정서를 담고는 있지만 명랑만화를 보고 자란 다음세대가 그려낸 작품입니다. 세대를 이어가며 그런 경험이 어떻게 반영되고 이어지는지를 직접 한번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 만화의 주류였던 명랑만화를 요즘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시면 재미있어할 거라 믿습니다.

자두, 머털도사, 검정고무신 등 저희에게 축하를 보내주신 명랑만화 동지들과 함께 명랑만화의 징검다리에 우리가 하나의 이음돌을 놨다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이어져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우치는 자식들과 부모가 같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시사회를 통한 반응도 그랬고 기획 자체에 그 부분을 염두에 뒀습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작품을 보시면 다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극장에서 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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