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아카데미 공식 지정 영화제로 개최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에서 '너의 이름은.' 이후 2년 만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2관왕을 차지했다. 지브리 주요 작품들의 작화감독을 역임한 코사카 키타로 감독의 두번째 영화 '여주인님은 초등학생'(若おかみは小学生!)이 그 주인공으로, 우수상과 관객상을 석권해 화제를 모았다.
코사카 감독과 만나 90분 분량의 이 작품을 만드는 데 가장 애를 먹은 점은 무엇인지 묻자 '스탭 모으기'라는 답을 내놨다.
조금 엉뚱해보일 수도 있지만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모두가 느끼는 것이 이 '스탭 모으기가 너무 힘들다'라는 점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일본 시장 투자로 자금이 많이 돌고 자연스럽게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되는 TV시리즈도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업계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해소되지 않은 채 제작 편수만 늘어나니 인력 부족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를 밖에서 보면 전례없는 활황일 수도 있다. 돈이 많이 들어와 작품이 난립하고 있고, 극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작품도 여럿 나왔다. 특히 극장에는 매주 새로운 애니메이션 영화가 한두편씩 꼬박꼬박 공개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스탭의 수는 정해져 있으니 작화 스탭의 시간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냐는 경쟁이 되어버린다.
여주인님은 초등학생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적은 인원으로 작화를 해야 해서 제작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졌다"
코사카 감독의 설명이다.
예전에도 사람이 부족하다던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넷플릭스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이름을 알만한 감독, 스튜디오들이 모두 넷플릭스 작품을 만들고 있는 현재,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고 넷플릭스 작품을 만드는 규모가 큰 제작사들은 '넷플릭스 작품에 우선 집중하기 위해' 전담 스튜디오를 두고 작품을 제작하는 추세다. 큰 투자를 받은 만큼 기한을 맞춰 제대로 퀄리티를 뽑아내기 위한 결정이다.
늘 어렵다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지만 전반적으로 고료와 임금은 오르고 있는 추세며, 넷플릭스의 영향도 있어 제작비가 상승하는 추세라는데... 역시 문제는 제작 편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만난 본즈의 미나미 마사히코 대표는 "애니메이션 제작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스탭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스케쥴에 맞춰 작품을 만들려면 충분한 인력을 투입하거나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선택밖에 없다"고 말했는데,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은 뛰어난 작화를 보여주는 작품들과 힘을 빼고 만든 작품으로 확연히 나뉘는 느낌을 준다.
2019년에는 넷플릭스가 투자해 제작된 이름만 들어도 애니메이션 팬들이 눈을 휘둥그레 뜰 작품들이 하나둘 공개될 예정이다. 근래 공개되고 있는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작화가 전반적으로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는 있는데, 내년에 공개될 작품들은 더 높은 수준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넷플릭스라는 외부의 힘이 가한 충격이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2019년은 제대로 돈을 들여 만든 작품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한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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