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19]그 게임은 왜 잘 나갈까? 게임 PLC는 답을 알고있다

등록일 2019년04월26일 05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같은 장르에 비슷한 시스템을 사용하고도 게임의 성패가 나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넥슨 레드 전략기획팀의 윤훈섭 담당자가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9(NDC 2019)'에서 'PLC를 통한 서비스 전략 수립'을 주제로 게임의 PLC(Product Life Cycle)란 무엇인지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유저의 목표에 대한 수명'을 관리하는 것이 게임의 PLC

 



 

PLC(Product Life Cycle)는 일반적으로 제품의 기획부터 출시, 폐기까지의 전 과정을 의미하는 단어로 제품의 단계별 데이터를 통해 효율적으로 상품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게임에서의 PLC는 '게임의 수명'이 아닌 '유저의 목표에 대한 수명'을 관리한다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있어 다양한 목표를 지니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형태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 기저에는 게임을 잘하고 싶은, 또는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성장에 대한 욕구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목표가 되는 것. 우리가 MMORPG를 즐기면서 최대 레벨이나 강한 장비를 원하고 캐릭터 수집형 게임을 즐기면서 캐릭터 수집을 목표로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게임에서 PLC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략기획팀은 국내외 시장에 출시되는 게임에서 유저의 이탈 요인과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기존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제공되는 데이터가 한정되어 있는 만큼, 장기적인 전망 보다는 바로 앞에 일어날 시장의 경향성 만을 예측할 수 있다. 특히 단순히 업데이트나 게임의 콘텐츠 만으로는 성공 요인을 분석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분석 기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준이 되는 것이 PLC다. 윤훈섭 담당자는 게임의 PLC를 '재미의 데이터화'라고 설명했다. 유저가 처음 게임을 접하고 자신의 목표치(욕구)를 달성하는 순간까지의 모든 동선과 행동을 체크하고,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일종의 패턴을 도출하는 것. 넥슨 레드가 서비스 중인 '액스(AxE)'를 예로 들면, 일반적인 MMORPG에서는 플레이 타임에 비례해 유저가 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플레이 타임 별로 유저를 나누고, 각 구간의 유저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분석해 목표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측정하게 된다.

 



 

가령 장비를 승급하고자하는 유저가 장비의 레벨을 최대치로 높이는데 걸리는 시간이 2.6일, 장비를 승급시키는데 필요한 승급석을 수집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4.5일이라는 점을 파악하면 해당 유저가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PLC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장비의 레벨을 높이는 도중에도 승급석을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합으로는 정확한 PLC를 계산할 수 없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PLC를 측정하는 과정에서는 무과금 유저의 플레이를 기준으로 하며, 사냥터로 이동하는 시간이나 몬스터의 재소환 대기시간 등 실제 라이브 서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을 고려해 실제 플레이를 통해 예측 속도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BM부터 업데이트 주기까지 도출할 수 있는 PLC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의 PLC는 어떻게 활용될까.

 

PLC가 활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게임의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다. 게임을 즐기는 동안 버그나 다른 외부 요인이 없다면 유저가 가장 처음 게임에서 이탈을 고려하는 지점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순간이다. '액스(AxE)'에서 넥슨 레드는 게임의 출시 이전 유저들의 PLC를 사전에 예측했다. 실제 게임 출시 이후 상위 1% 유저들은 설계된 PLC를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으며, 상위 10%와 30% 유저들은 설계 PLC의 50%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PLC에 거의 근접한 유저일 수록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진다는 것. 이는 유저들이 목표에 근접할 수록 점차 욕구가 감소하기 때문인데, 이를 고려해 유저들이 PLC에 도달하기 전에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해야 한다. 게임에 신규 콘텐츠를 추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PLC를 활용해 게임 출시 단계부터 계획적으로 콘텐츠를 준비한다면 게임의 안정적인 서비스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새로운 목표가 추가된 만큼 매 업데이트 시기마다 PLC가 갱신될 가능성도 있다.

 



 

게임 내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PLC가 큰 역할을 한다. 상품의 가치가 일관되지 않다면 유저들이 상품에 대해 불신을 가지는 만큼 공정한 가격을 설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PLC가 적절한 가격의 기준이 되는 것. 높은 등급의 무기를 판매할 경우, 해당 무기를 갖기까지 걸리는 유저들의 시간과 장비를 성장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을 파악해 이에 합당한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

 

이 게임은 왜 성공했을까? PLC는 답을 알고 있다

 



 

한편,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동일한 장르의 게임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같은 시스템이나 비슷한 분위기를 채택했음에도 성공한 게임과 실패한 게임이 나뉘는데, PLC를 활용하면 게임 이면에 숨겨진 성공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성공한 게임의 PLC를 분석하면, 이 게임이 유저들에게 어떤 목표를 제시하고 욕구를 자극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 장르. 일반적으로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일러스트를 제공하고 높은 등급에 강력한 캐릭터를 배치해 유저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PLC를 통해 분석한 결과 캐릭터 수집형 게임의 유저들의 목표는 특정 캐릭터의 조합으로 구성된 덱을 맞추는데 있다.

 



 

실제로 일본 유저들은 고등급 캐릭터로만 덱을 구성하기보다는 캐릭터의 능력과 조합을 통해 마치 퍼즐을 푸는 느낌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을 선호한다. 윤훈섭 담당자는 이를 일본 소년 만화에서 단계마다 새로운 적이 등장하고 그때마다 필살기를 고안해내 적을 물리치는 일종의 문화적인 클리셰가 게임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특정 덱이 한 시즌을 주도하고 다시 다음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덱이 강세를 보이는 게임들이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게임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유저들은 차이를 보인다. 한국 유저들은 최종 콘텐츠까지 게임을 플레이한 뒤, 보상을 얻기 위해 최종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 유저들은 각 콘텐츠마다 성장에 필요한 보상이 나눠져 선택에 따라 다른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한다. 일례로 일본에 진출했던 한 캐릭터 수집형 게임은 한국에서처럼 최종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구조를 채택했지만, 일본 유저들의 플레이 습관과 달라 외면 받기도 했다.

 

윤훈섭 담당자는 "비슷해보이는 게임일지라도 PLC를 통해 보면 차별점이 보인다"라며 "PLC를 잘 활용하면 실패하지 않는 게임을 구성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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