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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연극 '플레이어'가 말하는 프로게이머의 삶, 조명환 연출가와 민광준 배우를 만나다

조명환 연출가 "사회 속 게이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첫 걸음 되기를"

등록일 2019년09월17일 16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게임의 인기와 사회적인 인식이 점차 좋아짐에 따라,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도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수많은 팬들의 응원, 높은 연봉과 커리어가 미디어를 통해 비쳐지고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는 이유 때문에 흔히 청소년들에게 선망의 직업으로 여겨지곤 한다.

 



 

청소년들의 선호 직업순위에서 늘 빠지지 않고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프로게이머의 겉모습 이면에는 그 어떤 업계보다도 치열한 약육강식과 재능의 벽, 실제 스포츠 선수보다도 훨씬 빠른 평균 은퇴 시기와 개인의 삶을 포기한 2군 생활의 고충,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 수많은 난제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성공적으로 '커리어하이'를 달성하고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는 매우 극소수이며,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노력만으로는 이루어낼 수 없는 현실적인 벽이 존재한다.

 

'스타크래프트' 개인 리그 V10을 달성한 이영호 선수.
 

더불어 어려움을 이겨내고 수준 높은 프로게이머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실력이 하락하거나 종목의 흥행 여부에 따라 은퇴를 해야 하는 시기가 다른 업계에 비해 다소 이른 시간에 찾아오게 된다. 하나의 게임이 10여 년 동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꾸준히 리그가 운영되는 경우도 손에 꼽는다. 게임단의 코치 또는 감독, 게임 전문 방송국에서의 해설위원, 개인 방송 등 소위 '게임판'에서 2막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지만 이 또한 극소수이다.

 

이렇게 프로게이머에 도전했다가, 혹은 프로 생활을 하던 도중 모종의 이유로 은퇴를 한 다음, 은퇴 이후 인생 2막을 꾸려나가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게임이 업(業)이었던 사람들은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얼마 전 기자는 프로게이머의 화려한 이면과 개인이 겪은 고충을 풀어 연극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다름 아닌 전 '스타크래프트 2'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조명환 연극 연출가의 미디어극 '플레이어(Player)'다.

 



기자 또한 그동안 단순히 화려한 조명 아래,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모습만을 생각했다. 그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프로게이머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프로 생활을 하며 어떤 고충을 겪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고 생각 조차 하지 못했기에, 연극 '플레이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프로게이머'의 화려한 삶 이면과 프로게이머 개인이 겪는 이야기를 풀어낸 '플레이어'는 9월 21일과 22일 양일간 대학로 R&J씨어터(티켓 예매 링크)에서 만나볼 수 있다.

 

21일 첫 공연에 앞서 연습에 한창인 조명환 연출가, 그리고 이번 '플레이어'에서 조명환 선수를 연기한 민광준 배우를 게임포커스가 만났다. 미디어극이라는 다소 생소한 방법으로 선망의 대상인 프로게이머를 조명한 작품 '플레이어'에 대해, 그리고 본인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좌측부터 조명환 연출, 민광준 배우
 

우선 간단히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명환 : 안녕하세요, 이번에 미디어극 '플레이어'의 극작과 연출을 맡은 전(前)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조명환 입니다.

 

민광준 : 안녕하세요. 서울예술대학교 공연창작학부 연기전공을 졸업한 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 민광준이라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미디어극'이란 것이 다소 생소합니다. 일반적인 연극과 어떤 것이 다르고, 또 어떤 방식으로 공연이 진행되는지 설명해 주세요
조명환 : 사실 '미디어'극이라는 용어 자체는 아직 완벽히 정립되지 않은 용어입니다. 미디어라는 것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잡느냐에 따라 모든 연극이 미디어극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미디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매체인데, 매체는 '전달 수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잖아요? 고대부터 이어져온 연극무대에 올라갔던 배우도 미디어가 될 수 있고, 조명도, 의상도 모두 미디어가 될 수 있죠.

 

하지만 보통 미디어극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극들은 무대 영상과 같은 다양한 기술을 언어로 삼아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을 칭해요. '플레이어'에서도 많은 기술들이 들어가지만, 특히 무대 영상이 주된 언어로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선보이는 '플레이어'라는 작품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어떤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가요
조명환 : '플레이어'는 실제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겪었던 저의 이야기를 베이스로, 화려한 프로게임계의 이면과 프로게이머 개인이 겪는 내면적 고충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단순히 제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프로게이머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곳곳에 심어 놓았습니다.

 

저희 학교 선생님이셨던 양정웅 선생님께서 항상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주제는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것이다. 그 가르침을 이어받아 관객들에게 '프로게이머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민광준 : 미디어극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작품답게 배우가 영상과 함께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호흡하는 작품입니다. 프로게이머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색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특별한 직업인 프로게이머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할 수 있는 공감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던 시절의 조명환 연출가

 

프로게이머의 삶이라는 주제가 관객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작품을 준비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명환 : 학교 스승이셨던 임도완 선생님께서 항상 예술가의 본질은 초월 정신이라고 말씀 해 주셨습니다. 그 말씀에는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내 한계를 초월하려는 의지, 기존에 있던 관습들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려는 의지 등이 그렇습니다. '연출가' 조명환으로서 이 세상에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그 누구도 만나볼 수 없던 프로게이머의 이야기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민광준 : 사실 주제를 보고 이 작품을 선택 했다기 보다는, 연출이자 저의 친구인 명환이가 작품을 하자고 해서 일단 팀에 들어왔어요. 프로게이머를 무대 위에서 연기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저 또한 게임을 좋아해서 경기도 챙겨보고, 많이 즐기는 사람으로써 흥미 있는 주제였고 어렵지 않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프로 은퇴 이후 연극계에 몸을 담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게 느껴집니다. 원래 연극에 관심이 있었나요? 어떤 경로로 연극 연출을 맡게 되었나요
조명환 : 엄밀히 따지면 '연극 연출가'가 제 꿈은 아니에요. '공연 연출가'가 저의 인생의 목표이죠. 연극 뿐만아니라 올림픽 개막식과 같은 무대, e스포츠 무대, 뮤지컬, 연극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연출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플레이어'는 그 시작점이구요.

 

연극은 서울예술대학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어요. 그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죠. e스포츠나 콘서트같은 무대들은 많이 봤었지만, 이런 무대도 존재한다는 것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 있는 다양한 연극 수업들도 저에게 흥미를 가져다 주었죠. '플레이어'의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장르 또한 연극이기에 이번 공연은 연극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본인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라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 선수 생활을 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어떻게 연극과 연결시키려 했습니까
조명환 : 선수 시절의 어려움을 나열하려면 정말 쉴 새 없이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본적인 생활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금전 문제, 인간관계 문제, 경쟁 등등... 많은 어려움들이 있지만 짧게 압축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 속에 제가 겪었던 어려움들의 대부분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연극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프로 활동 당시 동료나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조명환 : 사실 프로게이머가 은퇴를 한 후에 다른 분야로 가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시간을 모두 게임에 바쳐왔기 때문에, 학력과 같은 기본적인 베이스나 사회성이 결여 되어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저 또한 그랬고요.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굉장히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너무 늦은 것 아니냐', '그냥 게임판에 남으면 돈 많이 벌 수 있을 텐데' 라는 식으로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 흔들리지 않고 이 길을 선택한 것이 최고의 한수였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죠. 또 제가 이 길을 선택했다고 해서 게임업계와 아예 인연이 없이 살아가는 것은 또 아닙니다. 게임에 관련된 공연을 제작하고 있고, 종종 개인방송을 통해 그 시절 팬분들과 소통하고 있고요.

 

많은 게이머들이 그렇듯 저 또한 게임업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을 해요. 다만 그 방법이 다를 뿐이죠. 미래에 e스포츠 무대의 연출가가 되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말이죠. 특히 게임 해설자는 기회가 온다면 한번 꼭 해보고 싶은 직업입니다. 무대 위에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코치나 감독, 해설이나 개인 방송 등이 아닌 완전히 다른 업계로의 진출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연극의 연출을 맡으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조명환 : 연극을 시작한지 만 2년정도 된 것 같아요. 아직은 배움이 너무나 부족하죠. 그렇기에 학교를 다닐 때 더욱 치열하게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 '퍼펙트 게임'을 보면 최동원 선수가 어깨가 부서지게 공을 던지고, 또 다시 공을 던져요. '무쇠 팔'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죠. 그런 정신으로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잠을 줄여가며 배우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부딪혀보고요.

 

그렇게 학교를 졸업했지만, 너무나 짧은 배움의 기간이었습니다. 더 배워야해요. '플레이어' 또한 배움의 일환이죠. 작품을 하면서 어려운 점을 꼽자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을 진행하다가 모르는 것이 생기면 답답하고 화가 나요. 막힌 것이 해소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부딪히다 보니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죠.

 



 

일반적인 연극과 달리 게임 등의 콘텐츠를 활용해 연출을 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연출에서 기술적으로 신경 쓴 부분, 또 관객 분들이 연극을 관람하면서 이러한 점에 집중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명환 : '게임'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 극 안에 녹여낼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습니다. 저는 게임은 수용자가 내용과 결말을 선택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게임을 주제로 다룬 작품인 만큼 관객분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지만, 제작 기간이 매우 짧아 실제로 구현해 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게임'이라는 키워드보다는 '게이머'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어요. 다양한 기술들과 연출적 기법을 활용해 어떻게 '게이머'를 표현하는지를 재미있게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 소개문에서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회가 규정한 게임중독자'를 위로하고자 한다고 의도를 밝히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외에서 이슈가 됐던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명환 : 제가 이 작품을 하기로 결정한 시기가 딱 WHO의 질병 코드 분류 기사를 보았을 때입니다. 답답하죠. 학교에 다닐 때, 게임중독 검사라고 해서 학생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설문을 시키는데 온갖 편협적인 질문들로 가득하더군요. 정말 게임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왜 젊은 사람들이 게임 속으로 도피하는지,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만드는 말썽 요소가 아닌 영화, 음악과 같은 하나의 여가 거리로 인식이 되려면 우선 시간이 지나서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미래 세대의 주류가 될 동시대의 젊은 게이머들이 사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저 또한 항상 타의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사회에선 제가 게이머라는 존재를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요.

 



 

민광준 : 처음으로 질병코드등록에 관한 이슈를 알게된 건 PC방 컴퓨터에 질병코드등록을 반대한다는 글이 적혀있는 것을 봤을 때 였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여러 게임을 하며 친구들과 웃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커왔기 때문에 아직도 질병 코드 등록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게임이라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으면 전세계 사람들이 서로 감정을 나누며 즐기고 달려들까요. 과연 게임을 못하게 막으면 세상이 깨끗해 질까요? 전 이해할 수 없어요.

 

연극 '플레이어'가 자신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조명환 : '플레이어'는 저의 이야기 이기도 하지만,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프로게이머 조명환의 인생에서 다른 프로게이머들과, 그리고 그 것을 지켜보는 관객 본인의 인생을 만날 수 있을 거에요.

 

민광준 : 또 하나의 도전이죠. 이렇게 많은 대사를 제4의 벽을 깨면서 말해본 경험이 없어서 걱정도 많이 되거든요. 하지만 제가 관객들에게 정확히 줘야 할 메시지가 있기에 열심히 도전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에게 '플레이어'는 PC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즐기는 공간이죠. 공연도 똑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조명환 :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이 달에 첫 발을 내딛으며 닐 암스트롱이 말한 '이것은 인간에게는 작은 한 발자국이다, 하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에요. '플레이어'는 매우 작은 공연입니다. 작은 소극장에서, 적은 수의 배우들이, 적은 예산으로, 짧은 시간에 만든 아주 작은 작품이에요. 그러나 이 작품이 사회 속 게이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첫 걸음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공연은, 특히 연극은 절대 혼자서 할 수가 없어요.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많은 관객 분들이 극장을 찾아 주셨으면 해요. '플레이어'와 같이 상업을 지향하지 않는 연극은 관객 분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금의 돈과, 조금의 시간을 투자 하셔서 극장을 찾아주시면 반드시 그 가치를 되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민광준 : 총 4회 공연, 한 번도 대사를 틀리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김성렬 기자 (azoth@gamefocus.co.kr)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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