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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욕설은 기본, 혐오와 차별발언까지... 게임산업 좀 먹는 '언어폭력' 대책마련 시급

무관심과 방치 속에 퍼져가는 '언어폭력', 실효성 있는 교육과 연구가 필요하다

등록일 2019년10월23일 10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과거 게임 내 언어폭력으로 인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해 논란이 되면서 최근 몇 년간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게임기업과 유저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게임 내 언어폭력이 사라지지 않고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언어폭력이 늘고 있어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지고 있어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모 PC 온라인 게임에서는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게임 내에서 팀플레이를 저해하거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부모님의 욕설을 하는 소위 '패드립(패륜과 드립의 합성어)'이 만연한 것. 인터넷 상에서도 존댓말을 사용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게임 내 욕설을 비롯한 각종 언어폭력들이 서슴없이 자행되어 “채팅창이 더러워졌다”라는 이용자들의 불만도 크다.

 



 

통계 상으로도 사이버 상에서의 언어폭력 사례가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경찰청이 제공하는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사이버안전 부문 불법 콘텐츠 범죄 중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의 발생 건수가 15,926건을 기록했다. 같은 해 사이버도박이나 음란물 관련 범죄가 평균 3천건 정도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치.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은 물론, 업계 외부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으로 변화하면서 각 게임사들은 욕설을 차단하는 '필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를 비웃듯 게임 내 언어폭력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직접적으로 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각종 초성이나 일상어를 활용해 상대를 비방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게임 내에서 보이스 채팅 기능을 제공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게임사가 모든 욕설들을 걸러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더욱이 게임 내 언어폭력에 많은 여성 및 청소년 이용자들이 노출되어 있는 것은 물론 언어폭력에 노출된 이용자가 또다른 폭력을 행하는 확산 현상도 보여지지만 아직 업계내외부의 관심도가 낮은 상황이다. 음지에서 만연해지는 게임 내 언어폭력, 그 이유와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휘발성 높고 경쟁적인 관계가 언어폭력을 부추겨, 청소년과 여성 취약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 SNS 등 온라인 콘텐츠를 이용한 사람 중 사이버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사람은 32.8%로, 이중 27%가 언어폭력에 해당한다.

 

눈여겨볼만한 점은 이용자의 연령에 따라 온라인 게임 내에서 언어폭력을 겪는 횟수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동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중 42.3%가 온라인 게임 내에서 언어폭력 피해를 겪었다고 응답한 반면 성인 중 13.4%만이 언어폭력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을 위한 게임 관련 교육 및 상담을 진행하는 이동건게임연구소의 이동건 소장은 청소년과 성인이 처음 게임을 접한 시기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언어폭력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전했다. 성인이 처음 게임을 접하던 시기에는 온라인 상에서의 채팅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던 만큼,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온라인 상에서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현실과 마찬가지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출처 - '리그 오브 레전드' 이용자 커뮤니티
 

그러나 최근 온라인 게임에서는 관계의 휘발성이 강해지는 것은 물론, 다른 이들과의 경쟁을 내세우는 게임들이 늘어나면서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언어폭력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PC 온라인 게임 시장 초기 MMORPG에서는 소수의 이용자들이 하나의 서버에서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일이 빈번했던 만큼, 타인을 비방하거나 욕설을 사용할 경우 커뮤니티 내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를 중심으로 한 팀 대전 게임에서는 하루에도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이용자들과 30분 내외의 짧은 교류를 갖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상대를 모욕하거나 비방하는 것에 대한 위험부담이 덜해졌다. 여기에 많은 청소년들이 현실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게임 내에서 발산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역시 청소년들이 게임 내에서 언어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이를 행하는 이유로 볼 수 있다.

 

이동건게임연구소의 이동건 소장은 “게임 시장 초창기부터 게임을 접했던 성인 이용자 층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온라인 상에서의 에티켓을 어느정도 숙지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익명성이 강하고 휘발성이 높은 게임부터 접하기 시작해 언어폭력을 보다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기존에 욕설을 사용하던 청소년은 물론, 그렇지 않던 청소년들도 자연스럽게 경쟁적인 게임을 접하면서 언어폭력에 노출되고 또다른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출처 - 청년참여연대

 

여기에 최근에는 온라인 상에서 번진 성별 간의 갈등과 상대 성별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에 대한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참여연대가 '오버워치'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오버워치 내 성차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 중 87%가 게임 내에서 실제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 응답자 중에서는 17.4%만이 게임 내 성차별 및 성희롱에 대해 인지해 양 성별 간 성차별에 대한 인식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조사 대상으로 언급된 '오버워치' 뿐만 아니라 실제 게임 상에서 여성 이용자들이 겪는 성희롱 및 성차별 발언의 수위는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 이용자가 게임에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팀이 패배한다는 '여필패'라는 신조어는 물론, 여성 이용자가 같은 팀 내에 있을 경우에는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이나 성적인 이야기 등을 요구한다는 것.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단어를 담은 닉네임이나 채팅 등은 이미 최근 PC 게임에서 일상적인 언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별일이 아니라서, 말할 곳이 없어서, 신고해도 소용이 없어서 커져가는 언어폭력

 



 

이처럼 욕설, 성차별적인 발언들을 비롯한 게임 내 언어폭력이 날로 심해지고 있지만, 이용자나 업계, 기관들의 해당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부족하다는 점도 큰 문제다.

 

'2018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이버폭력을 겪은 이용자 중 성인은 52.2%가, 청소년은 65.9%가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대응하지 않았다. 상당수의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내의 언어폭력을 그다지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것. 많은 이용자들이 게임 내 언어폭력을 일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할수록 언어폭력의 피해자가 계속해서 양산될 수밖에 없다.

 

청소년들의 입장에서는 피해 사실을 이야기할 곳이 없다는 점도 큰 문제다. 이동건게임연구소의 이동건 소장은 언어폭력 피해를 입거나 가한 많은 청소년들이 학부모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학부모나 교육기관에서 게임을 보는 시선이 좋지 않은데, 언어폭력 피해나 가해 사실이 알려지면 자칫 게임 이용 자체를 금지 당할 수 있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일 조사에서 학부모를 상대로 사이버폭력의 심각성과 자녀의 경험 여부를 물은 결과, 약 96% 정도의 학부모가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자녀의 경험 여부에서는 85.1%가 해당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이동건 소장은 “집에서는 착한 아이지만, PC방이나 혼자 게임을 하는 시간 동안에는 언제라도 언어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부모님들이 이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언어폭력을 겪어도 신고할 수가 없다는 '신고무용론'도 언어폭력이 더욱 심각해지는 이유다. 현행법상 인터넷, 게임을 비롯한 온라인 상에서의 모욕은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피해자 특정성'과 '공연성'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 현실에서는 모욕의 대상이 된 사람의 특정성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는 게임 내의 캐릭터나 아바타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까다로운 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음성 채팅이 보편화되면서 게임 내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일도 번거로운 상황이다. 기존의 채팅 내역은 게임 내에서 화면을 캡처할 수 있지만, 음성 채팅은 별도의 녹화 프로그램을 사용해야하기 때문. 온라인 게임 상에서 언어폭력을 겪은 뒤 신고를 포기한 한 이용자는 “경찰서에 피해 상황을 담은 파일을 가져가도 특정성이나 공연성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는 상대를 고소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공유할 정도로 온라인 상에서의 모욕죄 고소는 까다로운 일”라고 말했다.

 

게임 내 언어폭력, 이용자들 사이의 '감정 충돌'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이동건게임연구소의 이동건 소장은 교육기관이나 업계 차원에서 게임 내 언어폭력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 청소년들이 언어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무감각해지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여성 이용자들을 향한 성희롱이나 성차별 발언 사례들도 증가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주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 청소년들이 언어폭력에 빈번하게 노출되고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도 게임 내 언어폭력이 개선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동건 소장은 “과거 게임 내의 언어폭력이 '감정 충돌'이었다면 최근의 언어폭력은 이유 없고 습관적인 '스트레스 해소'에 가깝다”라며 “상대 성별에 대한 성차별이나 성희롱이 큰 문제가 된다는 인식이 없다는 점도 향후 교육적인 측면에서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방치되어 있는 게임 내 언어폭력이 향후 업계로 향하는 화살이 될 수 있다는 의견들도 대두되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를 둘러싸고 게임 과몰입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자칫 게임 내 성차별이나 성희롱을 비롯한 언어폭력들이 게임의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한다는 것. 한 업계관계자는 “업계 외부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언어폭력에 대한 문제까지 가중되면 긍정적인 인식 전환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1차원적인 욕설 필터링, 피상적인 교육에서 탈피해야

 

로봇이 이런 채팅에서 언어폭력을 감지할 수 있을까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게임 내 언어폭력을 근절할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실효성'이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언어폭력 사례를 줄이기 위해 많은 게임들이 고도화된 필터링 시스템이나 AI 머신러닝을 활용한 욕설 탐지 시스템 등을 적용하고 있지만, 초성이나 비유적인 언어로도 얼마든지 상대를 모욕하거나 차별할 수 있는 만큼, 이용자들의 기본적인 에티켓 교육 없이는 언어폭력을 뿌리뽑을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게임 내 에티켓과 관련된 교육은 피상적인 방법에 그쳐 있다는 것이 게임 이용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동건게임연구소의 이동건 소장은 “학교에 초청되어 게임 이용 관련 교육을 하더라도 대부분 게임 과몰입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게임 내에서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교육할 기회가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단순히 상대를 비방하거나 욕설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1차원적인 교육보다도 실제 사례들을 통해 언어폭력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많은 청소년들이 욕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게임 이용 상에서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욕설을 사용한다는 것. 국립국어원이 공개한 '청소년 언어문화 실태 심층 조사 및 향상 방안 연구'에 따르면, 상당수의 청소년이 언어폭력이 나쁜 것임을 알고 있지만 게임이나 SNS 등 개인적인 공간에서는 여전히 욕설과 차별적인 언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이에 실제 사례를 통해 언어폭력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동건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많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 상에서의 모욕을 처벌하기 어렵다고 알고 있지만, 같은 자리에 특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인이 함께한다면 모욕죄 사유에 해당한다”라며 “실제로 모욕죄로 고소를 받은 청소년들도 많은데, 이런 사례들을 보여주고 언어폭력을 근절할 필요성을 교육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업계나 기관 차원에서도 언어폭력 근절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게임 내 언어폭력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게임사와 플랫폼 30여곳이 참여한 게임사 연합 '페어 플레이 얼라이언스(Fair Play Alliance, 이하 FPA)'를 출범하고 관련 연구와 사례를 공유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구나 사례 또한 게임의 장르나 시스템 등 구체적인 측면에서 실효성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게임산업이 발달한 국내에서는 아직 게임 내 언어폭력에 대해 자세히 다룬 연구나 기관이 없는 것이 현실.

 

이동건게임연구소의 이동건 소장은 "언어폭력의 피해 사례는 계속 보고되지만 업계나 기관 차원에서 해당 문제에 대한 연구나 조사가 부족해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게임 내 언어폭력을 단순히 이용자에 대한 예절교육으로 해결하기보다 사회적인 배경이나 게임 문화적인 요소 등 다각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RPG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온라인 게임이 태동한 지도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게임 속 세계는 영역을 확장해 이제는 현실 세계 못지 않은 영향력을 자랑하는 상황. 그럼에도 많은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이 현실에서 만난 사람처럼 온라인 상에서 만난 상대를 존중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 게임의 현주소다.

 

업계와 기관 차원에서의 움직임도 좋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 스스로의 변화다. 언어폭력이라는 게임 내 독버섯을 뿌리뽑지 못한다면 결국은 이용자와 게임업계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백인석 기자 (quazina@gamefocus.co.kr)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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