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한 인기 장르,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새로운 바람이 불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다수의 신작들이 공개되고 있어 다시 한번 장르의 부흥이 일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략 게임, 이중에서도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eal-Time Strategy, RTS) 장르는 국내에서는 주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등을 중심으로 널리 인기를 끌었다. 이중 '스타크래프트'는 국내에서 누구나 즐길 줄 아는 게임이라는 뜻이 담긴 '민속놀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전 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외에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나 '토탈 워', '홈월드' 등의 게임들도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한 장르의 대표작들이다. 특히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는 한동안 신작 소식이 없던 와중 16년 만에 4편으로 돌아오면서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또 '스타크래프트 2' 등 이후에도 신작들이 꾸준히 개발 및 출시되면서 장르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2'는 '자유의 날개' 기준으로 출시된 지 14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회가 꾸준히 개최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완성도 높은 전략 게임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장르를 점차 꺼려하게 된 성향 및 환경의 변화, 전략 게임의 하위 장르이자 '유즈맵' 중 하나로 출발했던 'AOS(Aeon of Strife)'의 등장, 그리고 여기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도타'와 '리그 오브 레전드'의 흥행 등으로 인해 정통 전략 게임의 인기는 크게 줄어들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는 여전히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남아 전략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전략 게임을 개발했던 개발진들이 모여 또 다른 신작들을 개발 및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블리자드 출신 개발자들이 뭉쳤다… 프로스트 자이언트 '스톰게이트'
먼저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스톰게이트'가 있다. '스톰게이트'는 '스타크래프트 2'의 프로덕트 디렉터를 맡았던 팀 모튼, '워크래프트 3' 수석 캠페인 디자이너를 지낸 팀 캠벨 등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출신 베테랑들이 포진한 신생 개발사 프로스트 자이언트에서 개발 중인 정통 RTS 게임이다.
개발사인 프로스트 자이언트는 2020년 설립된 후 '스톰게이트'를 개발 중이며, 카카오게임즈는 24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국내 퍼블리싱 계약도 체결하며 적극 나서고 있다.
차세대 RTS 게임을 지향하는 '스톰게이트'는 기존 게임들보다 발전된 콘텐츠와 시스템으로 무장했다. 게임을 플레이 하는데 있어 불필요한 입력을 최대한 없애고, 컨트롤 하고자 하는 유닛을 컨트롤 그룹에 자동 할당하는 등 플레이를 간소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초보자에게는 장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고수에게는 간단한 조작으로도 다양하고 전략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스토리 중심의 캠페인 미션, 전통적인 1대1 및 3대3 PVP 매치,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모드를 제작할 수 있는 게임 에디터,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협동전' 형태의 콘텐츠 등이 게임에 구현될 예정이다. 종족(팩션)은 인간으로 구성된 '뱅가드', 외계 종족 '인퍼널', 미래지향적이고 신비한 디자인의 '셀레스철'까지 3종이 구현됐다.
뿐만 아니라 프로스트 자이언트는 RTS 게임의 흥행 및 발전과 함께했던 게임 에디터에 대한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스톰게이트'의 게임 에디터는 실제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들이 사용한 개발 툴을 제공, 보다 높은 수준의 게임 모드 구현과 창작의 자유를 보장한다.
7월 31일 사전 펀딩 구매자 및 스팀 얼리액세스 팩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플레이 서비스가 시작된다. 8월 14일부터는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가 확장된다. 또 카카오게임즈는 10일부터 '스톰게이트'의 사전 예약을 시작하고, 참가한 이에게 보상으로 '보라냥이' 펫을 지급한다.
프로스트 자이언트 팀 모튼 공동대표는 2022년 국내에서 열린 최초 공개 비공개 시사회에서 "'스톰게이트'의 시사회를 한국에서 진행하는 이유는 한국에 있는 여러분들과 파트너로 협업하고 싶고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이라며 “한국은 RTS e스포츠의 고향이다. 한국 시장과 유저들은 우리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스톰게이트'를 통해 다시 한 번 RTS 장르가 번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 2' 개발자 출신 'DK'가 참여한 신작 RTS '배틀 에이스'
언캡드 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신작 '배틀 에이스'도 이번 '2024 서머 게임 페스트'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언캡드 게임즈는 텐센트 산하 개발 스튜디오로, RTS 게임 장르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개발자 데이비드 킴(DK)을 비롯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출신 개발자들이 포진해 있다. 2021년 5월 설립된 후 현재까지 '배틀 에이스'를 개발 중이다.
데이비드 킴은 렐릭 엔터테인먼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치면서 '스타크래프트 2', '워해머 40K: 던 오브 워 다크 크루세이드' 등의 개발에 참여해 RTS 장르에서 잔뼈가 굵은 개발자다.
데이비드 킴의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배틀 에이스' 의 목표 및 지향점은 '진입장벽은 낮고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현대화된 RTS 게임'이다.
그는 RTS 게임의 단점으로 장르 특성상 기본 요소부터 플레이어가 배우고 숙달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고, 분당 수백 회에 달하는 조작을 요구하는 등 그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언캡드 게임즈는 기존에 RTS 게임이 가진 한계와 단점들을 개선하고 많은 요소들을 현대화 하여 누구나 쉽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데이비드 킴은 이에 대해 "경쟁에서도 '메카닉' 수련은 필요하지 않다. 그저 좋은 전략을 구사하고, 적 진영에서 눈에 보이는 것에 대응하기만 하면 된다. 클릭을 빨리 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닌, 진짜 '전략적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러한 데이비드 킴의 철학은 실제로 공개된 게임 플레이에 잘 녹아 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기존 RTS 게임에서의 단점과 진입장벽으로 여겨지던 요소들을 대거 개선한 점이 눈에 띈다.
'배틀 에이스'는 10분 가량으로 제한된 짧은 플레이 타임, 유닛 조합을 인게임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닌 사전에 '덱(Deck)' 형태로 구성하는 시스템, 일꾼 유닛 생산이나 테크트리 건물이 필요하지 않은 간소화된 플레이 스타일,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는 유닛 간 전투 등 다채로운 개선점들로 무장했다.
현재 '배틀 에이스'의 정식 출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6월 말 비공개 베타 테스트가 진행된다. 해당 비공개 베타 테스트에서는 1대1 및 2대2 대전 모드가 제공되며, 추후에는 2vAI 매치도 공개될 예정이다.
국내 게임사의 정통 SF RTS 도전작, '스페이스 기어즈'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등 기존 인기작 개발에 참여한 이들이 세운 해외 개발사 외에도, 국내에서도 정통 SF RTS 개발에 나선 곳이 있다. 바로 투바이트다.
투바이트는 게임 현지화 및 QA, 운영, 글로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스타트업 기업이다. 설립 이후 2022년 자체 게임 개발 스튜디오인 펜타피크 스튜디오를 세우고 신작 '스페이스 기어즈'를 개발 중이다.
신작 SF RTS 게임 '스페이스 기어즈'는 국내에서는 흔히 개발이 시도되지 않는 RTS 게임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한 50여 명이 모여 2022년 3월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진은 넥슨 등 국내 주요 게임사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로 구성됐다.
'스페이스 기어즈'는 새로운 RTS에 목마른 팬들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트렌디한 전략 게임을 핵심 개발 목표로 삼은 게임이다. 특히 짧은 호흡의 플레이, 쉽지만 화려한 전투, 유저의 플레이에 따라 변화하는 월드 등이 핵심 키워드로 설정됐다.
또 '쉽게 즐길 수 있는 RTS 게임'을 표방, 이를 위해 기존 RTS 게임에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건설 및 생산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강수를 뒀다. 복잡한 빌드 오더를 외우거나 부대 생산 및 컨트롤을 동시에 해야 하는 멀티 태스킹 요소를 없애 진입장벽을 완화한 것이다.
미리 유닛을 준비해 게임에 들어가는 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한 빌드 업 과정을 크게 줄여 RTS 게임의 핵심 재미인 대규모 물량전을 상시 즐길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게임의 핵심인 유닛 '메크'는 같은 모델이라도 다른 스탯과 스킬, 제조사 별로 개성적인 역할과 외형을 보유한다. 또 무기 세트를 변경하면 '포메이션'이나 공격 방식이 바뀌는 등의 변화도 줄 수 있다.
유닛들은 전투 중 '포메이션'을 변경해 기본 전투 방식과 스킬을 변경해 상황을 타개할 수도 있다. 현재는 소형과 중형만 존재하나 이후 '로망'을 충족시키는 대형 '메크'도 추가될 예정이다.
콘텐츠는 기지 방어, 적 처치, 기지 약탈전 등의 PVE 모드와 1대1 대전, 친선전, 2대2 협동전 등 PVP 모드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대규모 세력전, 보스 토벌전 등 색다른 콘텐츠들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바이트는 지난해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참여해 게임 이름 알리기에 나선 바 있다. 본래 2023년 내로 얼리액세스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추가적인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투바이트 측 관계자는 게임의 개발이 중단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낮아진 진입장벽' 공통적으로 내세운 신작들, RTS 장르의 '제2 전성기' 불러올까
이러한 신작 RTS 게임들은 공통적으로 낮은 진입장벽을 핵심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에 큰 단점으로 손꼽히던 것이 바로 게임을 즐기는데 알아야 하는 내용이 많고 멀티 태스킹을 요구하는 등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기대를 받고 있는 신작들은 대부분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기 쉽도록 간소화하거나 반복 작업(매크로)이 필요하지 않도록 개선한 모습이다. 보다 많은 유저들이 RTS 게임에 입문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소위 '현대화'를 거친 점이 눈에 띈다.
또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와 '워크래프트' 시리즈 등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RTS 게임을 개발한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 또 국내에서 많이 시도되지 않은 RTS 장르 개발을 위해 의기투합한 점도 눈 여겨 볼만 하다. 개발자들의 장르에 대한 애정과 부흥을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3종의 신작 RTS 게임 중 시기상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게임은 '스톰게이트'일 것으로 보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을 개발한 이들이 한동안 잠잠했던 RTS 게임 장르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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