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글로벌 성공작 배출 이후를 준비하는 법… 'K-게임'이 수행해야 할 과제들

등록일 2026년10월27일 11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1부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창간 기획을 통해 총 2부에 걸쳐 한국 게임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성공을 어떻게 축적하고 다음 도전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지난 1부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등 국내 게임사들의 글로벌 성공작 5종의 사례를 통해 각 게임의 차별화 전략과 비결, 서로 다른 성공 경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을 살펴봤다.

 

2부에서는 이러한 개별 작품의 성과가 각 게임사들의 경쟁력 함양으로 이어지는 데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지 분석하고, 성공 경험을 축적 및 공유해 다음 프로젝트의 가능성으로 연결하기 위한 방향과 방법은 무엇인지 모색한다.

 



 

익숙한 선택을 넘어… 실패에서 배우는 환경 필요
첫 번째 과제는 각 기업이 보유한 역량에 맞춰 새로운 도전을 꾸준히 이어가고,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다음 프로젝트로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게임으로 성공을 거두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개발비와 제작 기간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용자의 관심과 소비는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된 게임과 소수의 영향력 있는 신작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새로운 게임이 이용자의 관심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이 높아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PC·콘솔 시장에서는 매출 성과가 소수의 영향력 있는 신작에 집중되는 한편, 이용자 참여는 장기간 운영된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PC 시장에서는 새로운 IP와 중간 규모 게임이 성과를 낼 여지가 있었지만, 콘솔 시장에서는 기존 프랜차이즈와 스포츠 게임의 상업적 강세가 두드러졌다. 신작의 흥행만으로는 이용자의 지속적인 참여를 확보하기 어렵고, 플랫폼에 따라 새로운 게임이 진입할 수 있는 기회와 경쟁 구도도 다르다는 의미다.

 

이런 환경에서 게임사들이 이미 경험을 축적한 장르와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 기존 인력과 기술, 노하우를 활용하면 개발 비용과 일정을 관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반면 경험이 부족한 장르나 플랫폼에 도전하려면 새로운 기술과 제작 방법론을 익혀야 하고, 시장의 반응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용자의 선호가 장르와 지역, 플랫폼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개별 기업의 안전지향적인 선택이 업계 전체의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로도 이어지느냐는 데 있다. 개발 경험과 인력이 특정 장르나 플랫폼에 집중되면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축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한 분야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더 많은 비용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이는 다시 익숙한 영역을 선택하는 배경이 된다. 개별 기업에는 합리적인 선택이 업계 전체로는 새로운 도전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RPG 장르가 큰 비중을 차지해온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특정 장르에서 축적한 개발 경험과 노하우는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다. 다만 RPG를 만드는 역량이 충분하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장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슈팅 게임 시장에서는 '콜 오브 듀티'와 '포트나이트'처럼 세계적인 이용자 기반을 확보한 작품들과 경쟁해야 한다. 싱글 플레이 중심의 콘솔 게임 시장에서도 캡콤이나 프롬소프트웨어처럼 오랜 기간 제작 경험과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해온 개발사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삼는 것과 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게임을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단순히 글로벌 시장 진출을 결정하는 것만으로는 오랜 시간 축적된 경쟁사의 역량과 이용자 기반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들의 안전 지향적 선택과 장르의 고착화를 단순히 도전정신 부족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업은 개발비와 인력, 예상 매출, 실패했을 때의 손실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라고 요구하면서 그에 따르는 위험을 기업이 모두 감당하도록 한다면,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선택이 오히려 더 합리적일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모든 기업이 처음부터 대규모 콘솔 게임을 만들거나 새로운 장르 발굴에 뛰어들도록 요구하는 일이 아니다. 각 기업이 보유한 역량과 자원에 맞춰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다음 도전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데이브 더 다이버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경로가 반드시 대규모 제작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독창적인 게임 설계를 바탕으로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완성도를 높이고, 여러 플랫폼으로 진출하며 더 넓은 이용자층을 확보했다. 모든 기업이 같은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보다 각자의 강점을 살린 게임을 개발하고, 이용자의 반응을 확인하며 발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개별 게임의 성공을 게임사, 나아가 산업 전체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대형 프로젝트의 성공에만 주목하며 독려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규모와 장르의 프로젝트가 시도될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성과와 실패의 경험이 다음 개발에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은 단순히 실패를 용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패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노하우가 사라지지 않도록 축적하는 데서 출발한다.

 

'글로벌'은 하나가 아니다… 번역을 넘어 '게임적 언어'로 접근해야
두 번째 과제는 글로벌 시장이 단일한 시장이 아님을 이해하고, 각 지역의 이용자에게 통하는 '게임적 언어'로 접근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국내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이용자의 반응을 확인한 뒤 해외로 출시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내에서 게임성과 흥행 가능성을 검증한 게임을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 역시 중요한 사업 전략이며, 이를 통해 성과를 거둔 사례도 적지 않다. 문제는 국내에서 통했던 성공 방식이 해외에서도 그대로 통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데 있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글로벌'은 하나의 단일한 시장이 아니다. 국가와 권역에 따라 이용자가 선호하는 장르와 플레이 방식, 과금 구조, 플랫폼 환경이 다르다. 같은 장르의 게임이라도 시장별 경쟁작과 이용자의 기대가 다를 수 있다. 해외에 출시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런 차이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현지화 역시 단순히 게임 안팎의 텍스트나 마케팅용 문장들을 현지 언어로 번역해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번역은 해외 진출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용자가 게임에서 어떤 경험을 기대하고 무엇을 재미로 받아들이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글로벌 이용자에게 통하는 '게임적 언어'란 이러한 기대와 경험을 게임 설계에 반영하는 능력에 가깝다. 전투의 속도와 난이도, 성장 구조, 콘텐츠 제공 방식, 이용자에게 요구하는 시간, 보상과 과금 체계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경쟁작과 맞붙을 것인지, 목표 이용자가 게임의 어떤 요소에서 재미를 느낄 것인지도 개발 초기부터 고려해야 한다.

 

이런 판단을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 시작하면 수정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핵심 게임 구조를 바꾸기 어려워지고, 뒤늦게 추가한 기능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시스템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어느 시장의 어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해당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어떤 차별화 요소가 필요한지, 이용자의 기대와 과금에 대한 수용도는 어떠한지 등을 개발 초기부터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P의 거짓과 스텔라 블레이드는 글로벌 이용자에게 익숙한 장르적 문법을 활용하면서도 독자적인 게임 경험을 제시한 사례다.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장르의 핵심적인 전투와 성장 구조를 바탕으로 피노키오 동화를 재해석한 세계관을 결합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캐릭터의 시각적 매력과 정교한 액션을 앞세워 콘솔 액션 게임 시장에 도전했다. 두 작품의 방향성과 차별화 요소는 서로 다르지만, 이미 형성된 장르의 문법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경쟁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게임적 언어'가 잘 작동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게임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만을 목표로 개발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 시장에서 출발해 해외로 확장하는 전략도 충분히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해외 출시 여부 자체가 아니라, 목표 이용자와 시장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실제 반응을 개발과 사업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이용자에게 게임을 공개하고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을 개발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얼리 액세스와 스팀 넥스트 페스트 같은 기회를 활용하거나 디스코드 등 커뮤니티를 통해 이용자 의견을 수집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피드백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의견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유지할 것인지 판단할 기준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용자의 반응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일부 이용자의 강한 의견이 전체 이용자의 선호를 대표하지 않을 수 있으며, 단기적인 반응에 맞춰 게임을 수정하다 보면 처음 설정한 핵심 재미가 약해질 수도 있다. 시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용자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모두 수용하고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시장의 기대와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텍스트의 번역 및 현지화나 마케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어떤 이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기획 단계부터 고민하고, 개발 과정에서 가설을 검증하며, 출시 이후의 반응을 다음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축적된다. 글로벌 경쟁력은 해외에 게임을 출시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이용자에 대한 이해를 실제 게임 설계와 지속적인 개선으로 연결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성공한 게임의 경험은 다음 작품에 어떻게 남겨야 하는가
세 번째 과제는 앞서 언급한 역량에 맞는 도전의 반복,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개발 경험의 실질적인 축적과 내재화다.

 

게임 개발은 기술과 콘텐츠를 만드는 일인 동시에 수많은 의사결정을 반복하는 과정이다. 어떤 기술을 선택할지, 콘텐츠를 어떤 순서로 제작할지, 이용자의 피드백을 어떻게 해석할지, 출시 일정과 완성도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등 프로젝트마다 다양한 경험이 쌓인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면 플랫폼별 최적화와 해외 마케팅, 유통, 이용자 커뮤니티 관리, 출시 이후 운영에 관한 경험도 필요하다.

 

이러한 경험이 다음 프로젝트에 활용된다면 한 번의 도전은 기업의 자산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핵심 인력이 흩어지고 조직 개편이나 사업 방향의 전환으로 경험이 단절된다면, 성공한 프로젝트조차 다음 성공을 위한 기반이 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콘솔·PC 게임은 출시 자체만으로 개발 과정이 끝나지 않는다. 플랫폼별 기술적 요구사항에 대응하고, 이용자 반응을 분석해 업데이트 방향을 결정하며, 해외 이용자와의 접점을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 한 프로젝트에서 이러한 경험을 축적했다고 해도 다음 프로젝트에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이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며 실제 개발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네오플의 '더 퍼스트 버서커: 카잔' 이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한 게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개발 노하우의 계승과 관련해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 중요하지만, 신작 개발 과정에서 해당 노하우를 보유한 핵심 인력이 흩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 경험을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가려 해도 이를 보유한 인력이 조직에 남아 있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준호 디렉터는 '카잔'을 개발하며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모두 확인했으며, 이러한 경험이 향후 개발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작품의 성과뿐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얻은 교훈 역시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안타깝게도 2026년 4월경 '카잔' 제작진 상당수가 다른 프로젝트로 전환 배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DLC나 후속작 개발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후속 콘텐츠나 후속작이 개발된다면 기존 프로젝트에서 축적한 경험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볼 수 있겠지만, 프로젝트의 연속성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는 그 경험이 조직 내 다른 개발 과정에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개발 경험 계승의 가능성까지 모두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작진이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하더라도 이들이 보유한 기술과 개발 노하우,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은 사내 다른 프로젝트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작품의 후속작이 만들어지는지 여부만이 아니라, 한 프로젝트에서 얻은 경험이 조직 안에 남아 이후 개발 과정에서 실제로 활용되는지다. 전환 배치가 개별 작품의 연속성에는 제약이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축적한 역량이 다른 프로젝트로 이어진다면 기업 전체의 개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네오위즈는 P의 거짓으로 확보한 개발 노하우와 경험을 성공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사례로 볼 수 있다. P의 거짓 본편 이후 출시된 DLC 서곡에서는 내재화된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새로운 이야기와 콘텐츠를 선보였고, 후속작으로 알려진 Wonders of O(가칭)를 상표 출원하는 등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여기에 더해 프로젝트 루비콘, 프로젝트 윈디 등 다수의 프로젝트도 가동되고 있다. 하나의 작품에서 거둔 성과를 DLC와 후속작으로 이어가며 IP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PC·콘솔 개발 경험을 다양한 프로젝트에 활용할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개발 경험을 축적하는 데는 경험을 보유하는 것만큼이나 이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전 작품에서 성공한 방식을 그대로 반복한다고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선택이 성과에 기여했는지, 어느 단계에서 예상과 실제 결과가 달라졌는지, 문제가 기술과 조직의 어떤 한계에서 비롯됐는지 분석해야 한다. 성공한 프로젝트뿐 아니라 실패한 프로젝트에서도 교훈을 찾고, 이를 다음 프로젝트의 조건에 맞게 반영할 때 경험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을 넘어 개발 역량 확보로 연결될 수 있다.

 

결국 개발 경험을 축적한다는 것은 단순히 같은 인력이 오래 근무하거나 기존 기술과 노하우를 재사용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프로젝트에서 얻은 지식과 판단의 근거를 조직 안에 남기고, 이를 다음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러한 선순환이 자리 잡을 때 개별 작품의 성과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비로소 기업의 지속적인 개발 경쟁력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공작의 숫자에서 성공을 만드는 능력으로
한국 게임업계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작품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와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 붉은사막, 스텔라 블레이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했다. 이들의 성과는 한국 게임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성공작을 하나 더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게임을 만들려면 무엇을 경쟁력으로 삼을지 정하고, 목표 이용자와 시장을 이해하며, 개발 과정에서 이를 검증해야 한다. 출시 이후에는 이용자의 반응과 사업 성과를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다음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이용자와 시장을 이해하고 개발 과정에서 가설을 검증하는 한편, 프로젝트에서 얻은 경험을 조직 안에 축적해 다음 도전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가 시도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다음 개발에 반영될 수 있는 환경도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개별 기업의 성공 경험이 특정 조직의 노하우에 머무르지 않고 각종 컨퍼런스 등을 통해 공유되며 산업 전반의 개발 역량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물론 이러한 조건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은 치열하고 이용자의 관심은 빠르게 변한다. 성공한 게임의 공식을 그대로 복제한다고 같은 결과를 얻을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특정 작품의 흥행 요소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이해하고 가설을 검증하며 성공과 실패에서 학습하는 과정을 반복 가능한 역량으로 만드는 일이다.

 

한국 게임업계의 과제는 글로벌 성공작의 존재를 재증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거둔 성과가 다음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얼마나 넓히고 있는지, 개발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이 기업, 나아가서는 산업에 얼마나 축적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다음 단계를 결정할 질문은 성공작이 나올 수 있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성공작이 등장한 뒤 무엇이 남고, 그 경험이 다음 도전으로 어떻게 이어지는가가 중요하다. 개별 게임의 흥행을 일회성 성과로 남기지 않고 다음 프로젝트의 개발 역량으로 연결하는 것. 성공작의 숫자를 넘어 성공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축적하는 일이 한국 게임사들, 한국 게임업계가 지속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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