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아이돌마스터 OFA 발매기념 특별기고 #1 - 아이돌과 프로듀서

765PRO 한국지부 프로듀서들 연속 기고

등록일 2014년05월10일 21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아이돌마스터' 시리즈 팬들이 긴 시간 기다려온 신작 게임 '아이돌마스터 원포올'(이하 아이돌마스터 OFA)이 오는 15일 마침내 국내 정식 발매된다.

게임포커스는 아이돌마스터 OFA 발매를 맞아 연속기획으로 '아이돌마스터 시리즈'와 관련해 '아이돌마스터' 전문가들인 765PRO 한국지부 프로듀서들이 쓴 기고문을 차례대로 소개할 계획이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765PRO 한국지부 프로듀서 LimitP의 글을 소개한다.
* 아래 내용은 LimitP님이 쓴 기고문을 가필, 수정한 것으로 게임포커스 편집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돌마스터에 빠져들기까지
'아니, 남코가 미소녀 게임  따위나 만들다니...'

2007년 당시 최신형  콘솔이었던  XBOX360 플랫폼으로 발표된 남코의 신작이 '아이돌마스터'(이하 아이마스) 라는 소식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철권' 시리즈나 '에이스 컴뱃' 시리즈 같은 걸작 시리즈를 만들던 남코가 신작을 발표한다고 해 기대를 했던 터라 실망이 컸다.(이 때까지 아이마스 아케이드 버전의 존재는 몰랐다)

당시에는 미소녀 캐릭터가 잔뜩 나오는 게임에 대한 편견 탓에 작품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그저 화면 상에 '쉘 쉐이딩 기법'으로 처리된 비주얼이 흡사 디지털 셀 애니메이션에 근접한 느낌으로 보이는 점과 안무 동작의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다는 점만 기억에 남았다.

아이마스는 게임 자체에 대한 기억은 그 정도에 그쳤지만 다른 면에서 더 기억에 남게 됐는데, 그것은 바로 성공적인 DLC 판매로 DLC 일반화에 기여한 게임이라는 이미지였다. 그렇다 보니 아이마스는 그리 좋은 인상을 남긴 게임은 아니었다.


아이마스라는 콘텐츠를 제대로 접한 것은 현재 많은 '프로듀서'들에게 '흑역사'로 취급되는 아이마스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제노그라시아'를 통해서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당시의 필자는 아이돌마스터라는 콘텐츠의 내용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으로, 제노그라시아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원작의 캐릭터성이 망가진 상태였다는 것이나 연기자(성우)들이 원작과 달랐다는 점은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아이마스의 캐릭터를 원안으로 만든 괜찮은 애니메이션 정도로만 느꼈다. 그리고 그 뒤에도 한동안 아이마스에 대해 무관심하게 살아 왔다.

그러다가 PSP 플랫폼의 아이마스 게임 타이틀인 'THE iDOLM@STER SP' 중 '퍼펙트 선'을 플레이할 기회가 생겼다. 아이마스에 그렇게 큰 애정이 있던 것은 아니었고 다른 기대작들에 밀려 제대로 집중해서 플레이 하지 않았지만, 아이마스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것을 고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아이마스는 미소녀들과 알콩달콩 연애하는 게임이 아니었다.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아이돌 그룹의 프로듀스를 맡아 플레이하며 책임감이나 압박을 느끼기도 하는 등 감탄하며 플레이했다.

필자가 '덕'을 쌓는 수행의 길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일만 하는 개미 같은 생활을 살아오던 중, 말 많던 아이돌마스터2가 발매되었다. 또 그와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의 발표도 함께 이루어졌다.
 
생각난 김에 다시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이는 아이돌마스터2 타이틀 구매로 이어졌다. 그리고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플레이한 끝에 방대하고 깊은 아이마스라는 콘텐츠의 수렁에 빠져들고 말았다.

어느덧 필자는 2014년 초에 있었던 아이마스 라이브 사상 가장 큰 규모의 라이브였던 'THE IDOLM@STER M@STER OF IDOL WORLD!! 2014 @ SSA'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에 다녀오는 등, 중증 프로듀서(?)로 오해받을 만한 상태에 이르렀다.

필자의 방 한쪽 벽면을 찍은 사진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무수한 프로듀서들을 아이마스라는 콘텐츠에 빠져들게 했을까. 아이돌마스터라는 게임과 '프로듀서'라는 개념에 대해 알아보자.

THE iDOLM@STER는 어떤 게임인가
필자가 아이마스라는 게임을 처음 접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며, 당시에는 단순한 미소녀 게임으로 생각했을 뿐 정확히 어떤 게임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고 일부러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전까지는 미소녀가 잔뜩 나오는 '캐릭터 뷔페'형 콘텐츠에 질색했고, 메탈기어 시리즈나 그란투리스모 등의 조금은 하드보일드한 성향의 콘텐츠를 더 즐기는 게이머였던 필자를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아이마스라는 콘텐츠에 빠져들게 했을까.

아이마스 타이틀을 달고 나온 게임은 많이 있지만 원점이 되는 게임은 아케이드 게임이었다.


2005년부터 아케이드 센터에서 가동을 시작한 'THE iDOLM@STER'는 플레이어가 프로듀서가 되어 자신이 담당하는 아이돌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아이돌 랭크를 올려 톱 아이돌로 만들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플레이어들과 점수를 겨루기도 하고, 담당하는 아이돌의 스테이지 모습을 스크린샷으로 남겨 개인 저장용 카드에 저장한 뒤 인쇄하는 기능도 있다.

프로듀서들이 '아이돌마스터는 정통 리듬 액션 게임입니다'라는 농담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마스는 어디까지나 '육성'이 주가 되는 게임으로, 이같은 아이마스의 기본 틀과 뼈대는 아케이드 버전에서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 아이마스 시리즈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플레이어가 프로듀서가 되어 담당 아이돌과 함께 성장, 최종적으로는 TOP아이돌 자리를 노린다'는 틀을 유지하고 있다.

주체가 되는 것은 프로듀서인 플레이어이며 동시에 프로듀서를 존재하게 하는 아이돌이 주인공으로, 아이돌과 프로듀서가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아이마스 콘텐츠의 핵심이다.

아이돌(IDOL) 캐릭터
아이마스에는 개성적인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아이마스 본편에는 총 13명의 아이돌 캐릭터가 등장하는데(아이돌마스터 OFA 기준, DLC 제외), 얼핏 보면 '이 많은 애들을 어떻게 키우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한명 한명 프로듀스하며 각각의 아이돌들에 대해 알아갈수록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캐릭터들도 결국엔 모두 귀엽고 좋은 인상으로 바뀌게 된다.
 
육성과 성장이라는 골조로 짜여있는 게임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이 밖에도 아이마스 캐릭터들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 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아이마스의 아이돌 캐릭터들은 알기 쉬운 외형을 갖추고 있다. 캐릭터 조형의 기본인 '캐릭터의 실루엣만 봐도 구분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아이돌 캐릭터들의 각기 다른 성격과 개성은 겉모습에서도 잘 나타난다. 스테레오 타입이 강한 캐릭터 구성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에서는 척 보고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장점이 된다.

아이마스를 모르는 친구가 기술한 캐릭터 설명. 생각보다 잘 들어맞는 부분이 많다

10년 전에 만들어진 캐릭터 디자인이기도 하고, 개발 당시 80~90년대 아이돌을 모티프로 제작된 탓에 요즘 아이돌들에 비해 시대에 뒤떨어진, 조금 낡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마스의 아이돌 캐릭터는 '팔리기 위한 아이돌'이 아닌 '아이돌 다운 아이돌' 을 표현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기에 매력적이다.

아이마스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이돌이란) 무대 위에서 빛나며 모두에게 즐거움을 전하는 모습 그대로, 초심을 잃지 않고 모두와 함께 계속 노력하며 한 순간의 반짝임 그 이상을 향하는 것"

아이마스의 아이돌은 우리 플레이어(프로듀서)와 함께 노력하며, 성장해 가는 존재인 것이다.

프로듀서란
아이돌마스터의 특징과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했으니, 이제 마지막으로 위에서 자주 언급된 '프로듀서'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을 해야할 것 같다.

아이돌마스터의 가장 큰 특징을 꼽는다면 바로 콘텐츠의 '주체'가 프로듀서, 즉 플레이어라는 것을 꼽아야 할 것이다. 콘텐츠의 소비자인 플레이어가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는 점은 대부분의 게임이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마스에서는 또 다른 주체인 '아이돌' 캐릭터를 플레이어가 프로듀서로서 간섭하는 형태로 간접적으로 이어져 있는 모습으로 연출된다.

플레이어는 아이마스의 테마인 아이돌을 소비하는 객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프로듀서라는 역할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2인 3각 관계를 유지하며 아이마스 콘텐츠의 또 하나의 주체로 자리하게 된다.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것이지만 아이돌 캐릭터들은 각자 개성이 있지만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 또한 명확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초짜 아이돌들을 보고 있으면 프로듀서로서 '내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이라는 생각을 품게 된다.

이런 불완전한 상태의 아이돌 캐릭터를 자신이 담당하여 한명 한명 어엿한 아이돌로 성장시켜 나간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프로듀서와 아이돌 사이의 인연이 아이마스라는 컨텐츠 생명력의 근간이다.

프로듀서에게 있어서 자신이 정성껏 프로듀스해 성장시킨 아이돌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직접 관여하여 지금의 캐릭터성을 만들었다는 것은 프로듀서가 한 층 더 쉽게 캐릭터에게 빠져들게 만든다. 아이마스와 같이 캐릭터가 주가 되는 게임에 적절한 육성 요소가 가미되며 생겨나는 장점인 셈이다.


거기에 아이마스는 조금 더 치사한(?) 방법을 쓰기도 하는데, 프로듀서들이 자체적으로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활동의 일환인 2차 창작활동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캐릭터의 개성으로 흡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프로듀서들이 게임 안에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아이마스라는 콘텐츠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그밖에도 아이마스에는 소비자이자 동시에 프로듀서인 플레이어로 하여금 콘텐츠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장치가 여럿 존재한다.

프로듀서로서 아이돌을 성장시킨다는 게임 내의 목표부터, 제작사 반다이남코게임즈와 프로듀서들 간의 피드백이 오고 가는 과정이 중시된다는 것은 물론 게임 속이 아닌 외부에서 아이돌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이벤트도 많다. 

아이돌마스터의 팬들은 이러한 요소 때문에 '자신은 누구의 프로듀서'라는 역할에 몰입하게 되고, 이는 아이마스 팬덤의 독특한 문화 형성의 근간이 됐다.

자신의 이름 뒤에 프로듀서의 약칭인 'P'를 붙이는가 하면 '프로듀서 명함'을 만들어 다른 프로듀서와 교류 시 각자의 명함을 주고 받는 행동을 통해 아이마스라는 콘텐츠를 그저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수 많은 프로듀서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라이브 콘서트 등의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더해 프로듀서들끼리 교류회를 갖는 등 프로듀서의 역할에 충실하게 되고 아이마스를 좋아하는 다 같은 프로듀서들과 동료로서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또한, 꾸준히 발매되는 앨범과 미디어믹스 프로젝트는 지속적인 팬덤 문화 형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아무리 충성도 높은 소비자라도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가 생성되고 유지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떨어져 나가기 마련이지만, 아이마스는 '떡밥'을 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한 번 아이마스에 빠져들게 된 프로듀서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 늪과 같이 만드는 요소가 되고, 그만큼 계속 생명력을 이어오게 만든 원동력이다.

아이마스, 어디까지 갈 것인가
지금까지 아이돌마스터라는 콘텐츠를 게임에 무게를 두고 그 매력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이마스는 단순히 '게임' 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영역이 너무나 넓어졌다.

최근 일본에서 상영된 아이마스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라이브 공연, 곧 발매될 신작 게임 'THE iDOLM@STER One For All(아이돌마스터 OFA)'까지, 아이마스의 영역은 온/오프라인의 구분은 물론 미디어의 한계에 구속되지 않는다.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나 '밀리언 라이브' 같은 모바일 플랫폼의 외전 프로젝트 역시 아이마스의 세계를 넓히기 위한 도전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같은 가지에서 뻗어나온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아이돌마스터이며, 극장용 애니메이션, 아이돌마스터 OFA, 2015년 방영 예정인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TV 애니메이션까지 그 세계는 통합되어 가고 있다.

"아이마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점점 커져가고 넓어지는 아이마스는 도대체 어디까지 가게 되는 걸까요?"

아이마스 캐릭터의 성우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곧 발매될 아이돌마스터 OFA에서는 그 동안 부족했던 아이돌끼리의 교류와 생활상을 표현하며, 원점으로의 회귀를 표방하는 만큼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협력으로 함께 더욱 더 성장하는 아이마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 역시 아이마스를 정말 좋아하는 팬이자 프로듀서로서, 아이마스라는 콘텐츠가 작품 내의 성장하는 아이돌과 같이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노력하며 한 순간의 반짝임에 그치지 않고 계속되기를 바란다.

아이마스, 그리고 아이마스를 둘러싼 거대한 흐름에 미약하나마 함께 힘을 보태고 싶은 것이 프로듀서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하며,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이 흐름에 함께 동참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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