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들이 모였다는 공립 남고 '치도리'. 부잣집 아가씨들만 다닌다는 사립 여고 '키쿄 학원'. 이웃한 두 학교는 서로를 은연중 깔보면서 교류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나쁘다. 이런 두 학교 사이에서 과연 러브스토리는 탄생할 수 있을까.
작가 미카미 사카가 2021년부터 코단샤 '매거진 포켓'에 연재한 웹코믹,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는 키쿄와 치도리, 두 학교 사이의 남녀 고등학생들이 서로를 알아가며 펼쳐지는, 흡사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학원 러브코미디 만화다.
연재 이후 일본에서 현재까지 단행본 20권이 나왔고, 10월 기준 누계 부수 800만부를 넘겼다. 2025년 3분기에는 넷플릭스 독점으로 총 13화 애니메이션이 공개되어 국내 넷플릭스 유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12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애니메이션, 게임 전시회 'AGF 2025'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이 한국 팬 앞에 섰다. 본작 관련 해외 공식 행사는 AGF 2025 레드 스테이지가 유일하다.
현장 취재: 17세 이후 9천일 돌파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이노우에 호노카, 삼겹살 추천에 "본고장에서 먹고파"
이날 출연자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클로버웍스 쿠로키 미유키 감독, 여주인공 와구리 카오루코 역 이노우에 호노카, 남주인공 츠무기 린타로를 맡은 나카야마 요시노리 등 세명이다. 이들 모두 한국을 처음 찾았다.
사회자인 일본 닛폰방송 요시다 히사노리 아나운서는 행사 전까지 이들의 행적을 물었다.
나카야마 요시노리: 저는 어제 한국에 와서 닭한마리를 먹었는데 굉장히 맛있었고, 김치를 마음껏 덜어 먹을 수 있었는데 가게마다 김치 맛도 달라 재밌었습니다.
쿠로키 미유키: 여러 곳을 둘러 봤는데 거리 풍경이 일본 하라주쿠와 가까운 점도 있어서, 한 번도 못 본 풍경인데도 기시감이 있었고 익숙함을 느꼈습니다. 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아 즐거웠습니다. 이동하며 사진도 찍었습니다.
요시다 아나운서는 "언젠가 쿠로키 감독이 한국 거리를 무대로 한 작품을 만들지도 모르겠다"고 평했다.
행사 당일 아침 5시 30분에 호텔에 도착해서 아직 한국 음식을 먹지 못했다는 이노우에 호노카. 한국 팬들이 '삼겹살'을 추천하자 "모처럼이니 본고장에서 먹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명장면 두 개에 숨은 뒷이야기는...
이날 출연자들은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명장면 두 개를 둘러보며 소감을 말했다.
첫 번째 장면은 6화 '너무 싫어 / 너무 좋아'에서 와구리 카오루코와 그의 친구인 호시나 스바루가 대화하며 카오루코가 린타로에 대해 담은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이다.(10:52-12:54)
쿠로키 미유키: 이 장면은 스바루와 카오루코가 처음으로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하는 중요한 장면이라, 지금까지 스바루가 본 카오루코를 아름답게 보이도록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좋아, 정말 좋아'라고 말하는 장면은 애니메이터도 신경써서 그려 주셨기 때문에 눈매를 봐 주시면 좋겠어요.
이노우에 호노카: 여고생이 자신이 본 것만 믿는 건 아무래도 어렵지 않나 싶은데요, 그런 가운데 심지가 곧은 카오루코의 한 면을 본 것 같아 와닿는 점이 있었습니다. 상대방을 구속하지 않고 온전히 마지막 결정을 맡기는 것이 굉장히 멋졌고, 사람으로서 배울 점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장면은 7화 '멋진 남자'에서 츠무기 린타로와 그의 친구, 나츠사와 사쿠가 어색한 감정을 풀고 대화하며 화해하는 장면이다.(18:55-20:22)
쿠로키 미유키 : 이 장면은 린타로와 사쿠가 오래 대립하다 서로 이야기하면서 화해하는 장면인데요,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는 표정이라 어떻게 그려야 좋을지, 조명도 밸런스를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특히 린타로는 눈이 작아서 표정을 그리기 힘들었죠.
나카야마 요시노리 : 이 장면은 회상서 나온 카오루코와 스바루의 관계를 보고, 나도 다른 친구들과 그런 관계를 맺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사쿠 말을 듣고 눈물이나는 장면이라. 녹음 전에 미리 방침을 정하지 않고 그날 감정의 흐름에 따라 연기했습니다.
10분간 펼쳐진 즉석 연기에 한국 팬 박수·환호
이날 두 성우는 현장에서 영상에 맞춰 약 십여 분간 실시간 연기를 펼쳤다.
2화 '치도리와 키쿄' : 카오루코가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가다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린타로를 보고 놀라는 장면(18:31-21:30)
13화 '카오루코와 린타로' : 카오루코의 회상, 카오루코가 린타로에게 고백하는 장면(15:45-마지막까지)
연기가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와 성원을 보냈다.
쿠로키 미유키 : 2화 마지막, 교실 창문에서 손을 흔드는 카오루코가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원작에서도 같은 대사가 나오는데, 서로 교차해 각자 시점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점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이 교문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13화 시점에서도 나오는데, 대사는 같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다르게 보이도록 연출했습니다.
나카야마 요시노리: 이렇게 여러분 앞에서 즉석 연기하는 건 이 작품 연기자로서 기쁘고, 작품의 더빙에 이어 방영까지 끝나 작품을 되돌아 볼 기회가 점점 적어지는데 이렇게 다시 접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노우에 호노카: 장면에 등장한 대사가 오디션 때부터 등장한 대사였고, 또 이렇게 한국 팬 여러분 앞에서 대사를 직접 전해드려 정말 기쁩니다. 지금 이렇게 돌아보니 '깊게 스며든 대사구나'하고 느껴서 매우 기뻤습니다.
출연자들, 다음 기회 기약하며 "한국 팬 사랑 실감"
이날 출연자들은 입을 모아 "이 작품에 대한 한국 팬들의 반응에 기쁨을 느꼈다"며 감사를 표하고 45분간의 짧은 만남을 마쳤다.
이노우에 호노카: 이렇게 한국에 와서 작품을 알릴 수 있어서 기쁘고 이 시간이 행복합니다. 이야기할 때마다 끄덕이거나 다양한 반응을 보여 주셔서 (한국 팬들의) 사랑을 느꼈고 한국이 좋아졌습니다. 이 뒤에도 한국을 즐기면서 여러분들이 보다 이 작품을 좋아해 주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카야마 요시노리: 처음에 한국 팬들 앞에 서는 것이 어떨지 몰라 불안했는데 여러분 앞에 서서 느낀 반응이나 환성이 정말 굉장했고 따뜻하게 맞아 주셔서 시간이 즐겁게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작품을 더빙이 아닌 일본어로 보셨을텐데 그런데도 즐겨주시고 이렇게 많이 봐 주셔서 '이 작품이 지닌 힘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뻤습니다. 내년 이후에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번 더 여러분 앞에 '츠무기 린타로'로 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쿠로키 미유키: 저는 주로 애니메이션을 그리고 있어서 팬들의 표정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 작품이) 정말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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