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말, 국내 비주얼노벨 장르 마니아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비주얼노벨 게임 정식 발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불모지였던 한국에 일본 비주얼노벨 장르를 대표하는 제작사 타입문(TYPE-MOON)의 대표작 4종이 한국어화 발매된다는 소식이었다.
타입문 타이틀 4종, '월희',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페이트 할로우 아타락시아', '마법사의 밤' 한국어화를 결정한 퍼블리셔는 아크시스템웍스아시아로, 일본의 개발사이자 퍼블리셔 아크시스템웍스의 아시아 지역을 커버하는 정식 지사이다.
아크시스템웍스아시아를 10년째 이끌고 있는 백수현 대표는 콘솔게임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콘솔게임 전문가로, 본인이 콘솔게임을 꾸준히 즐기는 게이머로도 잘 알려져 있다.
타입문 타이틀들의 집필을 담당한 일본의 전설적 작가 나스 키노코와 한국 오타쿠 대표로 만나 술잔을 기울인 기자에게 아크시스템웍스아시아의 타입문 타이틀 정식 발매 소식은 특별한 느낌을 주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2026년 신년 첫 인터뷰로 아크시스템웍스아시아 백수현 대표를 만나기로 결정했다.
아크시스템웍스아시아 백수현 대표
소식을 들은 타입문 팬, 비주얼노벨 마니아라면 왜 한국어화 발매를 결정했는지, 번역은 어떻게 하는지, 특히 한정판은 어떤 구성, 형태로 판매할 것인지 궁금할 것 같다. 기자 역시 그런 부분을 듣고 싶어 아크시스템웍스아시아가 위치한 청량리로 달려갔다.
'월희'를 가장 먼저 내는 것은 확정, 그 다음 순서는 미정
먼저 타입문 타이틀들의 한국어화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묻자 백수현 대표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비주얼노벨 장르, 텍스트가 많은 게임을 평소 즐기는 게이머는 아니다. 하지만 검토 과정에서 주변 게이머들이 무임노동이라도 할테니 제발 들여오면 좋겠다는 의견을 굉장히 많이 주더라"라며 "한두명이면 의심을 하겠는데 정말 시장검토 차 조사 과정에서 모두가 제발 들여오라, 어떤 작업이건 사람이 필요하면 참여하고 싶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래서 진지하게 접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타입문 타이틀이 장르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큰데, 국내에서 타입문 타이틀조차 성공하지 못한다면 한국에서 비주얼노벨 장르는 승부할 수 없다는 소리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번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회사를 걱정하는 분들도 있던데, 회사 사정이 좋지 않으면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2026년에는 본사에서 나오는 타이틀도 비교적 적어서 시기도 맞아떨어져 강하게 드라이브하게 됐다. 파트너인 애니플렉스에서도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이나 모바일게임 등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니 대표 타이틀도 한번 해 보려는 의지가 있어 힘을 합쳐 실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발매 순서도 중요한 부분으로, 애니플렉스에서는 모바일게임 '페이트/그랜드 오더'와 콜라보레이션 업데이트가 진행된 '마법사의 밤'부터 발매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크시스템웍스아시아에서는 모바일게임 콜라보레이션, 애니메이션 제작 등이 진행되고 있는 '마법사의 밤'을 가장 중요한 타이틀로 더 잘 준비해 내기 위해, 그리고 타입문의 원점인 '월희'를 먼저 선보이는 것이 맞지 않냐는 판단을 내리고 애니플렉스를 설득한 상황이다.
백 대표는 "역시 '월희'부터 내는 것이 맞을 것 같아 협의를 했는데, 애니플렉스에서도 저희 판단을 존중해 줬다"며 "배경까지 한국어화할 것인가, 배경은 그냥 두고 텍스트 자막만 입혀야 하는가 같은 부분에 대한 세부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월희 다음에는 '페이트'를 낼지 '마법사의 밤'을 낼지는 아직 고민중"이라며 "월희가 가장 먼저 나간다는 것만 확정됐다"고 덧붙였다.
번역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일단, '월희'와 '마법사의 밤'은 기존 유저 패치를 바탕으로 전면 리뉴얼을 진행중인 상황이다.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와 '페이트 할로우 아타락시아'는 새롭게 번역을 진행중이다.
백수현 대표는 "'월희'와 '마법사의 밤'은 기존 유저 한국어화 버전의 테스트 플레이를 해 보니 퀄리티가 괜찮았다. 그대로 낼 수는 없고, 욕설과 비속어를 정리하며 가급적 원작에 충실하게 리뉴얼을 진행중"이라며 "'페이트' 시리즈는 자체적으로 새로 번역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한정판 '선주문' 판매로 원하는 사람 모두가 구입할 수 있게 할 것, 일부 타이틀 PC 버전 패키지 발매도 준비중
백 대표는 팬들이 가장 궁금해할 한정판을 '원하는 사람은 모두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고 밝혀 기자를 놀래켰다.
"일단 한정판 '월희'는 한정수량보다는 선주문식으로 해보려 합니다. 고려할 부분이 많아 쉽지는 않은데, 저 자신도 게이머로서 회의하고 나오니 한정판이 매진되어 구입하지 못하면 화가 나는 경험을 한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특히 팬들이 강하게 바랄 타입문 타이틀은 구입하고 싶은 분은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고려할 부분이 많아 고민중이지만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합니다"
아크시스템웍스아시아에서는 일부 타이틀의 PC 버전 패키지도 추진중이다. 백수현 대표는 "저희가 가끔 PC 패키지도 내는데, 스팀 유저들 중에도 패키지를 소장하고 싶다는 분들이 있어서 수요가 있는 게임은 패키지를 제작해 왔다"며 "일본에서 PC 버전 패키지는 나오지 않아 선례가 없지만 애니플렉스가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더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한국에 스팀 유저가 많고 이미 스팀 버전의 패키지를 발매한 경우도 있어 협의를 적극적으로 해 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패키지 구성에 대해서는 "국내 발매가 늦게 이뤄졌으니 오리지널 기획을 하고 싶은데 검수 기간이 길어질 것 같으면 포기하고 동일한 구성으로 내는 것이 맞지 않나 한다"라며 "동시발매면 동일 구성으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발매일이 다르니 어레인지를 좀 하고 싶다. 새로운 것을 넣으려면 타입문의 검수도 있어야 하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발매를 빠르게 가져가려면 동일 구성이 되어야 하고, 발매에 여유를 좀 두고 진행하게 되면 기획을 하고 설득을 해 보려 한다"고 전했다.
백수현 대표는 타입문 타이틀이 발표 후 빠르게 출시되지 않고 시간이 걸리는 점에 대한 이해도 구했다. 그는 "애니플렉스와 협의를 거쳐 진행하며 여러 단계에서 시간이 걸리고 금방 내기란 쉽지 않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라며 "한정판 선주문 판매도 일정 수량 선착순 판매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는 방식인데 팬들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타입문 타이틀들은 특히 유통사보다 팬을 먼저 생각해 팬 퍼스트로 생각하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마지막으로 "앞서 말씀드렸듯 한국어 버전이 늦게 나오는 만큼 더욱 더 퀄리티를 높여 잘 발매하고 싶은 생각"이라며 "타입문 타이틀조차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에서 텍스트 어드벤쳐는 앞으로 쉽지 않다는 책임감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발표만 하고 왜 안 나오는가 하는 목소리도 듣고 있는데, 지난해 말 라인업 발표 자체가 지사 설립 초기 이후 정말 오랜만에 한 행사였다. 타입문 타이틀을 내는데 평소처럼 그냥 내는 것보다는 제대로 우리가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자리를 갖는 게 맞다는 생각에서 준비한 행사였다"라며 "'월희'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잘 준비해 발매할테니 믿고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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