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후네 "마이티 넘버9로 록맨 넘는다"

"캡콤과 달리 한국 유저들 배신하지 않을 것"

등록일 2013년10월02일 09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캡콤에서 퇴사한 후 첫 자체 개발작 '마이티 넘버9'(Mighty No.9)를 준비중인 이나후네 케이지가 "마이티 넘버 9를 록맨보다 더 재미있게 만들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록맨' 시리즈로 유명한 천재개발자 이나후네 케이지는 캡콤 퇴사 후 콤셉트를 설립해 다양한 업체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콤셉트는 일종의 기획, 개발 용병(본인 표현) 업체로 자체 개발작은 아직 나온 적이 없다.

'마이티 넘버9' 주인공 로봇 설정화

이나후네 케이지는 지난 8월 31일(북미 현지시간),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킥스타터를 통해 신작 횡스크롤 액션 게임 '마이티 넘버9(Mighty No.9)'의 펀딩을 시작해 세계 게이머들을 놀래켰다. 킥스타터는 2009년 시작된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로 영화, 음악, 공연예술, 만화, 비디오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돈이 아닌 해당 시제품, 감사 인사, 티셔츠, 작가와의 식사 등 유무형의 보상을 받는다.

킥스타터를 통해 공개된 마이티 넘버9는 록맨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2D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과거 캡콤에서 이나후네 케이지와 함께 록맨 시리즈를 제작했던 개발진이 다시 뭉쳤다는 점에서 전세계 게이머들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마이티 넘버9는 킥스타터를 통해 시작된 이번 펀딩으로 한 달 동안 90만 달러(약 9억8900만원)가 모이면 게임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이번 펀딩은 '마인크래프트'로 유명한 마르쿠스 노치 페르손 등 유명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홍보하고 성공을 기원하는 등 큰 화제를 모으며 목표액을 훨씬 뛰어넘은 350만 달러(약 37억5500만원)를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포커스에서는 이나후네 케이지를 만나 마이티 넘버9가 어떤 게임이 될 것인지, 어떤 생각을 담았는지에 대해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게임포커스: 캡콤 퇴사 후에는 용병 생활을 해오다 마이티 넘버9가 첫 자체 개발작이다. 먼저 그에 대한 소감을 부탁드린다.
이나후네 케이지: 용병 생활만 계속해서는 자신만의 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용병이 하는 일은 다른 사람의 성을 지켜주는 일이죠. 이번 마이티 넘버9 개발은 작은 성이지만 자신만의 성을 가지는 것이므로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작은 성이라도 나만의 성을 갖게 되면 힘들어하는 크리에이터들을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고 열심히 하는 재능있는 인디 개발자들을 도와줄 가능성도 생깁니다. 용병이라면 자기 앞가림만 하는 게 최선입니다. 마이티 넘버9는 우리가 권리를 가진 작은 성을 쌓는 것으로 앞날을 위해 큰 디딤돌이 되어줄 것입니다.


게임포커스: 마이티 넘버9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기 바란다.
이나후네 케이지: 마이티 넘버9는 록맨을 만들어 달라는 세계 게이머들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만드는 게 맞습니다. 정말 세계 각지에서 록맨 신작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오더군요. 특히 캡콤에 있을 때보다 캡콤을 그만 두니 그런 요청이 늘어났습니다.

왜 이런가 생각해 보니 록맨을 캡콤이 안 만들어서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캡콤이 록맨 시리즈를 계속 만들면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올것 같은데 내가 캡콤을 그만두고 록맨 기획이 계속 캔슬되며 캡콤이 이제 록맨을 더 이상 안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런 요청을 들으며 내가 그런 게이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나 생각해 봤습니다. 록맨은 캡콤 거라 만들 수가 없고, 사실 록맨 비슷한 것을 만드는 건 크리에이터로서의 프라이드가 용서하지 않는 부분이었죠.

하지만 원하는 게이머가 그렇게 많으니 프라이드고 뭐고 없이 그런 게이머들의 요망에 부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번 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고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만드는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킥스타터가 딱 좋았죠. 유저들이 직접 개발비를 내고 의견도 말해야 하는 플랫폼이니까요.

돈과 유저들이 모이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세계 게이머들의 반응이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 게임 회사들이 유저의 목소리를 듣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기존 업체들은 제대로 못 해 왔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게임포커스: 1만 달러를 지원한 유저들도 많아 놀랐다. 1만 달러를 지원한 이들은 이나후네씨와 식사를 하게 되는데 어디에서 만나는 건가?
이나후네 케이지: 도쿄에서 만납니다. 저희는 만나만 드릴 뿐, 비행기 티켓도 안 드리는데, 1만 달러를 지원하고 항공권도 사서 저를 보러 오신다는 거죠. 대단합니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이번에 1만 달러를 지원한 분 중에는 일본인도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일본에서는 인기가 없는 편이라 굉장히 감동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합니다.

게임포커스: 제목을 '마이티 넘버9'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나후네 케이지: '마이티'는 일본에서 옛날에 유행한 이름입니다. 어린 시절 '마이티 ~~' 같은 이름을 많이 봐서 일본인이라면 친숙할 겁니다. 뭔가 멋있는 이름이라는 인상을 주는 단어죠. 제목에서부터 그런 레트로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낡은 느낌이지만 멋있어!'라는 거죠.

작중 넘버9는 9번째 로봇이라는 의미입니다. 8대의 강력한 로봇이 있고 주인공은 9번째 로봇입니다. 마이티 넘버즈 중에서 가장 약한 9번째 로봇인 주인공이 성장하며 활약하는 내용을 담게 될 것입니다. 마이티 넘버즈는 '배틀 콜로세움'이라는 로봇들이 싸우는 시합에 참여하는 팀입니다. 8번까지는 강한데 9번은 허약한 보결 선수이고, 이 9번이 참여해서 활약하는 이야기인 거죠.

마이티 넘버즈 외에 다른 팀에도 로봇이 잔뜩 등장합니다. 미국, 한국의 대표 군단 같은 느낌으로 설정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나라별 대결도 해보고 싶어서 이런 설정을 도입했습니다.

게임포커스: 이제 시작 단계인 마이티 넘버9가 쭉 이어질 시리즈가 될 수 있을까?
이나후네 케이지: 일단 마이티 넘버9를 대성공시키고 싶습니다. 지원해 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물론, 이번 킥스타터에 지원하진 않았지만 게임을 출시하면 즐겨줄 분들에게도 최대한 많은 걸 보여드리고, 게임을 히트시켜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습니다.

이번 마이티 넘버9는 회사나 높으신 분들의 사정이 없이 유저와 우리 관계 뿐이므로 유저들이 다음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만들 수 있죠. 그 점은 정말 좋습니다.


게임포커스: 마이티 넘버9가 록맨의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록맨에 대한 셀프 패러디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마이티 넘버9는 록맨과 어떻게 다른 게임인가? 록맨을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게임이라는 인상도 있는데?
이나후네 케이지: 셀프 패러디나 카피가 아닌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싶어 시작한 겁니다. 기본은 록맨을 좋아하는 이들이 플레이해서 납득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죠.

게이머들이 과거 록맨에서 느낀 그 느낌을 받으면서도 록맨보다 더 재미있다고 느낄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록맨같은 느낌은 남기지만 록맨을 만들고 싶은 건 아닙니다. 옛날에 했던 것을 한 번 더 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감각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은 겁니다.

게이머들이 어린 시절 록맨을 즐기던 감각과 다양한 게임을 경험한 뒤인 지금의 감각은 다르므로, 그저 예전과 똑같게 만든다면 재미없는 게임이 되어버릴 겁니다. 다양한 게임을 경험한 게이머가 '록맨 같은데 더 재미있는,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게임'이라고 느끼도록, 그 부분을 의식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록맨 같지만 록맨이 아니고 더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게임포커스: 마이티 넘버9가 '메가맨'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는데 과거에 썼던 시스템 중 가져온 것도 있나?
이나후네 케이지: 그건 다 캡콤 겁니다. 시스템은 안 가져옵니다. 메가맨에서 실험했던 팬과 함께, 유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게임을 만든다는 건 의식하고 있습니다. 이건 온라인 멀티플레이에서 만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팬들을 게임 개발에 참여시키자는 겁니다. 메가맨에서 했던 걸 다시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게임포커스: '콜' 디자인 투표를 보면 '록맨대시3'의 히로인 콘테스트가 생각난다. 게이머들이 개발자와 함께 게임을 만든다는 걸 느낀 즐거운 추억이다.
이나후네 케이지: 이번에 그걸 다시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소녀 로봇 캐릭터 콜의 디자인 콘테스트도 진행했는데 실은 저도 참여했습니다. 30분 만에 적당히 그려서 냈더니 역시 탈락했더군요.

캡콤과는 다르다, 캡콤과는

게임포커스: 한국에서도 이번 킥스타터에 지원한 분들이 많더라.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나후네 케이지: 국가별 지원자 수, 금액도 추후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번 킥스타터에선 한국은 소수파였습니다. 한국 게이머들도 더 힘을 실어주셨으면 했는데...

마이티 넘버9를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즐겨주실 수 있도록 한글화가 가능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콤셉트에는 한국 업체들과의 협력, 한국 게이머들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인 직원도 채용할 생각이 있고 앞으로도 한국 게이머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캡콤은 한국팬들을 배신했죠. 하지만 저는 한국 팬들을 배신하지 않고 싶습니다.

한국 게이머들이 캡콤따위 무시했다면 실망도 안했을테지만 한국 게이머들은 캡콤 게임들을 사랑해 주셨고, 애정을 보냈습니다. 캡콤이 이런 애정에 제대로 답해줘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정은 보답받지 않으면 증오로 바뀌는 법이죠. 캡콤도 앞으로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더 제대로 대응을 했으면 좋겠고, 저는 한국 게이머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이티 넘버9와는 상관없지만 저와 콤셉트가 관여한 '소울 새크리파이스'의 속편 '소울 새크리파이스 델타'의 한글화 발매도 결정된 상태입니다. 일본판과 동시에 내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델타 때도 한국을 방문해 한국 게이머들과 만나고 싶고,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측에서도 추진 중인 걸로 압니다.

지난 번 한국을 찾았을 때는 크게 환영받았고 정말 기뻤습니다. 소울 새크리파이스 델타와 함께 저의 방한도 기대해 주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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