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르라미 울적에'(ひぐらしのなくころに)라는 게임이 있다. 유명 시나리오라이터 용기사07(竜騎士07)이 이끄는 동인서클 '07th Expansion'이 2002년부터 2006년에 걸쳐 내놓은 PC 플랫폼 사운드노벨 게임시리즈다.
쓰르라미 울적에는 발매 당시 서브컬쳐 마니아들의 화제를 독점하며 애니메이션, 만화, 드라마CD로 제작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렸다. 2007년 플레이스테이션2, 2008년에는 NDS로 이식까지 됐다. 그리고 2015년 3월, 지금까지 발매된 모든 시나리오를 수록하고 풀보이스로 무장한 플레이스테이션3, PS Vita 버전이 출시됐다.
쓰르라미 울적에 시리즈는 국내 학산문화사에 의해 만화가 정식 수입, 발매되었지만 게임은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된 적이 없다. 한 대형 출판사가 PC버전 수입을 추진했지만 무산됐고, 이번에 나온 플레이스테이션3/PS Vita 버전은 콘솔게임 퍼블리셔들이 수입을 추진했지만 이번에도 결국 무산됐다.
2000년대 후반 PC 버전 수입을 추진한 출판사는 '선택지가 없는' 쓰르라미 울적에의 특성을 고려해 게임이 아닌 디지털 노벨로 수입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게임과 도서는 심의 시스템이 다르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물밑에서 진행되던 쓰르라미 울적에 디지털 노벨 출시는 계속 지연되다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당시 모 출판사가 판권을 확보했던 건 확실하다"며 "발매가 계속 지연되며 출판업계에서는 사실상 정식 발매를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일본에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3/PS Vita 버전은 퍼블리셔가 '카가 크리에이트'로 바뀌었다. 풀보이스라는 점이나 모든 시나리오가 수록되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복수의 국내 퍼블리셔가 카가 크리에이트에 접촉해 국내 발매를 추진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쓰르라미 울적에의 국내 정식발매는 이번에도 무산됐다. 이번에는 해외에서 쓰르라미 울적에 발매를 원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본 개발사 및 퍼블리셔가 해외판 발매에 난색을 표한 것이 원인이다.
게임포커스 취재 결과 퍼블리셔인 카가 크리에이트는 당초 일본 국내 판권만 설정하고 쓰르라미 울적에 플레이스테이션3/PS Vita 버전을 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퍼블리셔의 문의가 오자 해외 판권에 대해 검토를 했지만, 로컬라이즈 개발을 하고 번역 감수를 하는 등 해외판 개발을 추진할 여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슈타인즈게이트', '신 하야리가미' 등 몇몇 일본 텍스트 게임이 국내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일부 나오긴 했지만 이들은 해외시장에 적극적인, 비교적 규모가 크고 경험이 많은 게임사들이 낸 게임이었다.
이 게임들의 국내시장 성공 후 일본의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 수입을 시도하는 국내 퍼블리셔는 늘었지만, 일본에서 텍스트 게임을 주로 만드는 회사 대부분이 해외 시장에 대한 경험이 없어 협상 단계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이다.
이번 쓰르라미 울적에 수입이 불발된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시장이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도전할 만한 규모의 시장도 아니다보니 아직은 실제 발매까지 성사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쓰르라미 울적에의 정식 발매가 추진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랄만한 진전이 아닐까 싶다. 국내 퍼블리셔들이 꾸준히 노력하고 있고 무엇보다 성공사례가 생겨나고 있으니 향후 더 다양한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이 정식 발매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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