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카와우치 시대 끝,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의 진격은 계속된다

등록일 2015년11월25일 16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2010년부터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를 이끌어 온 카와우치 시로 대표가 본사 부사장직에 전념하기 위해 SCEK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이를 두고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한국 사업에 열정적이었던 카와우치 대표가 물러나면서 SCEK의 활동도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것 같다. SCEK에서는 12월 후임 인선이 확정된 뒤 2016년 초 신임 대표를 소개하고 새해 라인업을 소개하는 행사를 열어 한국에서 SCEK와 플레이스테이션의 진격이 계속될 것임을 알릴 계획이다. 이 행사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SCEK의 활동 방향이 계속 이어지고 신임 대표 체제 하에 한국 시장에 기울이는 노력이 계속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힘든 상황 하에 SCEK 대표직을 맡아 한국 콘솔게임 시장 부흥, 플레이스테이션 전파에 온 힘을 기울여 왔다. 그의 노력 때문에 한글판 출시가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던 '드래곤퀘스트', '메탈기어솔리드', '용과같이' 시리즈 등 일본 대형 IP들의 한국어화가 이뤄졌다. 플레이스테이션4 출시 행사에서 보인 눈물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며, 이 때 눈물을 흘린 탓에 카와우치 대표의 SCE 내부 별명은 '울보'가 되었다.

사실 플레이스테이션4가 빠르게 보급되며 바쁘게 돌아가던 본사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만 쭉 활약해 온 베테랑 카와우치 시로에게 본사로 돌아와 아시아 전체를 무대로 활약하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카와우치 대표는 한국 시장을 궤도에 올려놓고 싶다는 일념 하에 이런 요청을 거절해 왔던 것.

2015년 4월 카와우치 대표가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카와우치 대표를 본사로 끌어가기 위한 SCE의 조치였다. 카와우치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올해 승진 이야기가 나왔을 때에도 거절할까 했지만 본사의 사정을 보니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일단 겸임하기로 하고 일을 해 왔는데 너무 힘들었고 본사 업무에 주력하라는 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본사 업무에는 물론 한국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카와우치 대표와 SCEK의 노력 하에 플레이스테이션4는 한국 콘솔시장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콘솔로 자리잡았다. 한국 개발사들이 대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개발하게 된 것도 카와우치 대표의 평가를 높이는 데 한몫 했을 것이다.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의 전유물이었던 지스타에 2년 연속 참가한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지스타 2015에 앞서 플레이스테이션 VR을 소개하고 한국 개발사들의 플레이스테이션 참여를 알리는 행사를 가졌던 것도 뜻깊은 일.


당시 내한한 요시다 슈헤이 월드와이드스튜디오 대표는 그룹 개발부문의 총책임자로 한국 방문은 20년 만이었다. 그의 한국 행사 방문은 아시아 시장, 그 중에서도 한국 시장의 성장이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SCE에서 한국 시장이 더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사실, 카와우치 시로 대표가 본사업무에 전념할 것이라는 것은 일찌감치 관측 됐다. 도쿄게임쇼를 전후해 후임인선이 진행중임을 확인했고, 국내 미디어들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지스타 기간으로 미뤄둔 점에서 낌새를 챈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카와우치 대표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인터뷰를 신청하고 평소 콘솔게임 취재에 적극적이었던 기자들과 차를 마시며 편안하게 과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기자들도 게이머의 심정으로 슬퍼하고 카와우치 대표와 포옹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았다.


그가 사인을 하기 위해 펜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 그 이유도 이 자리를 빌어 들을 수 있었다.

"사인같은 걸 해본 적도 없고 원래 안 들고 다녔습니다만 어느날 한 게이머가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하는데 펜이 없어 못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 게이머가 굉장히 슬픈 표정을 짓는 걸 보고 언제 어느때 사인을 요구받아도 사인이 가능하도록 늘 상비하게 되었습니다"

카와우치 대표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자신이 떠나도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한국 시장에서 플레이스테이션4가 잘 되고 있다는 건 빈말이 아니다. 한국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한글판 게임이 늘어나고 플레이스테이션4 가격이 인하되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SCE 내부에서도 한국시장이 가격인하 효과로 판매가 증대한 사례로 자주 거론될 정도이며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목받는 시장이 되었다.

크게 반기는 게이머도 있었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인 게이머도 있었던 '용과같이 키와미' 한글판 발매 확정 소식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 소식이었다. 카와우치 대표도 여러차례 강조한 부분. 카와우치 대표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다음과 같이 약속했다.

"많은 서드파티들이 한글판을 내게 됐고 용과같이처럼 어렵다고 생각한 타이틀도 한글판이 나오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용과같이는 한국에서 반드시 성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용과같이 다음 시리즈, 그리고 다른 현재 한글판 발매가 힘든 타이틀도 한글판이 나올 수 있도록 도쿄에서 계속해서 힘을 보태겠습니다"

용과같이 키와미는 정말 잘 되어야 하는, 향후 한국시장에 대한 서드파티 퍼블리셔들의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타이틀이 되었다.

"도쿄에 있을 때 한글판, 중문판 로컬라이즈 팀을 모두 제가 만들었습니다. 중국은 아무래도 시장이 크니 설득이 쉬운 면이 있죠. 중문판을 내서 성공했으니 세가쪽에 다음에는 한글판도 해 보자고 계속 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사실 세가 내부에서 로컬라이즈 기준이 꽤 높은 편으로 거기에 맞추지 않으면 로컬라이징이 안되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제가 울며 매달린 것도 있지만 세가의 기준에 맞췄기 때문에 한글판이 성사가 된 것입니다. SCEK 입장에서도 통 크게 제안을 해서 세가가 들어준 겁니다. 플레이스테이션4 보급을 위해 노력해온 끝에 겨우 그 기준까지 맞출 수 있는 토대가 생긴 겁니다.

지금의 한국시장이 있기 때문에 저도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시장이 성숙해지고 로컬라이즈를 하기에 좋은 시장이 된 거죠. 용과같이 키와미의 한글판 출시가 정해진 후 나고시 프로듀서와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나고시 프로듀서가 일단 한글판 출시가 정해졌으니 성공을 위해 개발팀에서 도울 수 있는 건 뭐든지 하겠다고 말을 하더군요. 앞으로 계속해서, 다음 작품도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고시 프로듀서도 전면적으로 로컬라이즈에 협력한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앞으로 더 즐거운 전개가 될 거라 봅니다.

일본의 중요한 개발사인 세가의 타이틀이 한국시장에 발매조차 안되는 경우가 있던 상황에서 한글판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걸 시발점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 생각입니다. 두껑은 열어봐야 하지만 용과같이 키와미의 성공을 위해 사력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제는 한국 게이머들이 응답할 차례다. 카와우치 시로와 SCEK는 플랫폼 홀더로서, 시장 확대를 위해 손익을 떠나 투자를 계속해 왔고 용과같이는 그 정점에 선 타이틀이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이 글을 쓰고있는 기자는 물론 업계 관계자 중에서도 여전히 한국 콘솔시장의 미래에 대해 의심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카와우치 대표는 한국 콘솔게임 시장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플레이스테이션4가 아주 강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고, 다음 하드가 있을까 없을까도 모르는 상태이지만 한국시장은 이제 확실히 인지가 되었습니다. 한국시장이 주목받으며 한국에 하드웨어와 로컬라이즈 소프트웨어를 내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해졌습니다.

그걸 모른다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찾아가 헤드락을 하고 설명을 해 주겠습니다. 앞으로 콘솔게임 시장은 견고한 성장을 유지할 거라 봅니다. 다음은 타이틀, 소프트웨어의 문제입니다. 한국어화도 더 진전될 것이고 플레이스테이션4는 물론 VR에서도 한국 개발사들의 참여가 늘어날 겁니다. 시장으로서뿐만 아니라 개발면에서도 전체적으로 앞으로 점점 더 활성화가 될 거라 봅니다"

카와우치 대표가 SCEK 대표직에선 물러났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행사 등에 참석할 기회는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콘솔게임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어 그를 볼 기회가 더 많아지고 계속해서 한국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마리오 아저씨'로 남게 되길 바란다.

카와우치 대표가 마지막으로 한국 게이머들에게 전한 부탁은 이런 내용이었다.

"저의 업무범위에는 일본과 한국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계속해서 한국에 오게될 텐데 저를 다시 만나면 모른척 하지 말고 반갑게 맞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한국에 다시 돌아올 기회가 있다면 다시 돌아오려고 생각중입니다. 제가 떠나는 게 서운하다면 그 서운한 기분을 간직해주시고 다시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한국 콘솔게임사에서 가장 사랑받던 게임인이 한국을 떠난다. 하지만 그가 이룬 것은 그대로 남을 것이며, 앞으로 이룰 것 또한 많을 것이다. 카와우치 대표의 건승과 한국 콘솔게임 시장의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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