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의 가능성 보여준 'Sword&Sworcery EP', 출시 5주년을 맞이하며

등록일 2016년04월08일 08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구독 후원 중이던 해외 음악가에게 이메일이 한 통 왔다. 후원인 대상 전체 공지 메일로, '수량 한정 기념 음반이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기꺼이 그 음반을 구매했다. 비록 재생할 수 없는 LP판(LP 레코드비닐)이라 하더라도, 이미 고음질 파일과 카세트 테이프, CD, 초회 생산 한정 LP판도 보유하고 있지만 스스로 기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구입한 음반은 모바일게임 OST다.

'Superbrothers: Sword & Sworcery EP(이하 S&S EP)'라는 제목의 인디 게임은 아직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일어나기 전,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모바일게임의 유형이 굳어지기 한참 전인 2011년 3월에(iOS버전) 처음 출시되었다. 기자는 이 작품을 '인생 게임'으로 꼽는다. 작게는 첫 스마트폰 구입을 결정짓는 데에 일조했으며 크게는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놓았다.

독특한 색감과 최소한의 점으로 이루어진 '픽셀 아트', 몽환적이고도 웅장한 분위기를 담아낸 음악이 매력적인 'S&S EP'는 수많은 명작들을 향한 헌정작(오마쥬)이자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 삼아 펼쳐낸 실험작이다. 검(Sword)과 마법(Sorcery)으로 대표되는 판타지 장르의 정수와 함께 제작자들이 사랑하는 수많은 것들이 이 게임에 담겨있다.

당시만 해도 기자는 전면이 터치패드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또 그것으로 게임을 플레이 하는 데 회의적이었다. 1대 1로 대응되는 '버튼'을 누르는 쾌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에서 그것을 재현하려 했지만 실패한 게임들을 여럿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S&S EP는 달랐다. 'S&S EP'를 실행하고 가장 처음 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턴테이블'에 세팅된 LP판으로, 게임을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판을 돌려 음악을 재생시켜야 한다. 스마트폰에 게임보다도 기기의 갖가지 기능을 이용한 '재밌는 무료 앱'을 주로 다운받던 시절, 이 게임을 위해 큰 마음을 먹고 헤드폰을 장만했다.

자이로센서를 이용한 모드 전환, SNS 공유 정도는 신선한 기능이긴 했지만 이 게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었다.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따라 진행하면 결말을 맞이하는 액션 어드벤처 'S&S EP'는 플레이타임 약 5시간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볼륨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게임을 플레이하며 가장 경이롭고도 소중한 순간을 돌이켜 본다면 LP 판의 B면, 꿈 속의 세상에 들어간 것, 그곳에서 이 게임의 음악을 담당한 Jim Guthrie와 만나 모닥불을 앞에 두고 함께 음악을 연주하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

'S&S EP'는 캐나다의 디자인스튜디오 'Superbrothers'와 게임 개발사 Capybara Games, 작곡가이자 가수인 Jim Guthrie의 합작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각자의 일을 했다거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시적인 협업의 형태가 아니라는 것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깨달을 수 있다. 모닥불 앞의 작은 연주회와 꿈 속의 콘서트는 게임의 중심 스토리와는 전혀 관계 없어 보이지만 Jim Guthrie의 음악이 게임의 단순한 '배경 음악'인 것이 아니라, 이 게임이 그의 음악에 대한 경의를 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S&S EP'라는 단 한 개의 게임으로 얻은 짧고도 강렬한 경험은 이전까지 스마트폰(혹은 터치패드 기기)이라는 플랫폼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영역이었고 이를 계기로 기자는 스마트폰이 불러올 게임 경험의 변화에 희망을 품게 되었다. 5년 전의 일이다. 기자가 상상하던 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았으나 실제로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에 힘입어 모바일게임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게임을 즐겼고 또 그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경험들이 쌓여 짧은 기간 안에 완벽한 문화의 형태를 이루었다.

지난 3월 31일 구글의 '인디 게임 페스티벌' 개최 발표 간담회에서 수많은 이들이 구글을 향해 여러 차례 “왜 인디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답은 '가능성'과 '독창성'을 위해서였다.

모바일게임 시장을 두고 '포화 상태', '소수의 독점', '규모의 경쟁' 등의 단어로 표현하는 시기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일수도 있고 게임을 서비스하는 사람일수도 있고 게임을 플레이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그런 기대를 잠시 잊고 있던 기자와 같은 사람도 속할 수 있다.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도 변함 없던 구글의 답변에, 손 안에서 벌어진 강렬한 경험을 다시 떠올렸고 여전히 가능성을 논할 수 있는 이 시장을 더 오래 지켜보리라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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