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게임사전' 책임집필 이인화 교수 "객관성, 공정성 확보위해 최선 다했다"

등록일 2016년06월29일 14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이화여대에서 열린 국내 첫 게임사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화여대 이인화 교수가 게임사전이 게임업계 필수지식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게임사전 제작을 지원한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이재성 전무는 게임사전이 부모와 자녀들의 소통에 도움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과 해냄출판사는 지난 28일 이화여대에서 게임사전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게임사전 책임집필을 맡은 이화여대 이인화 교수와 집필에 참여한 한혜원 교수, 게임사전 제작비를 지원한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이재성 전무가 참석했다.


제작발표 후에는 게임사전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다음은 질의응답 내용 전문.

내용이 좀 빈약하다는 느낌도 드는데 개정판이 필요해보인다.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이재성 전무: 표제어 숫자를 몇 개나 가져갈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를 것이다. 게임업계 분들처럼 게임을 따뜻한 시각으로 보는 분들도 있지만 게임사전이 왜 이렇게 두껍냐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사전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어떤 주기로 개정판을 전개해 갈지 생각해보겠다.

이인화 교수: 게임은 큰 산업이고 게임학 관련 저술이 매달 십여종씩 쏟아진다. 종이책으로 아무리 두껍게 내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내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 게임이 사전에 안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게임 타이틀은 제가 오버워치를 어제도 하다 왔는데, 내가 하는 게임이고 피시방 점유율 1위이고 훌륭한 게임이다. 하지만 냉정한 작품성으로 보면 오버워치가 FPS 장르를 바꿨나? RPG 요소에 기존 리얼한 밀리터리풍 캐릭이 아니라 개성적인 캐릭터를 보여주지만 사전에 올라갈 정도는 아니다. 중요하고 인기있는 게임을 10년, 20년 사이클을 놓고 엄선해서 뽑은 것이 사전에 올라갔다고 보시면 될 것이다.

게임사전을 이화여대에서 만들었다는것이 좀 의외다
한혜원 교수: 평소부터 이대에서 왜 게임연구를 하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있는 게 저다. 이화여대는 다양한 산업인력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게임 스토리텔링, 기획에 대해 연구, 기획, 개발해 왔고 가장 많은 여성 게임기획자와 개발자를 배출해 왔다.

원래 하던 일을 잘 알리고 싶은 마음에 열심해 작업했다. 60여 명의 집필진은 이화여대 석, 박사 집필진으로 구성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에서 게임을 하다니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저희가 열심히 하는만큼 사회적으로 다양한 변화가 있고 확산될 수 있는 분야라고, 미래지향적으로 보고 이대에서 진행했다. 앞으로도 진화하는 게임과 더불어 연구를 계속해 갈 것이다.

출판계에서 사전 출간이 중단된 시점에서 게임사전이 나와 반갑고 축하드린다. 받아서 펼쳐보니 사전 느낌이 안 나던데 편집을 이렇게 한 이유가 있나
이안화 교수: 게임학회와 의논을 했다. 게임학회는 사전을 집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이기 힘들어서 결국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가 맡았다. 학회 소속 석, 박사 58명 정도가 게임산업에서 일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모일 수 있어 진행을 했다.

사전 편집은 보고 읽을 수 있는 사전으로 하자는 게 목적이었다. 실제 게임회사에서 일하거나 앞으로 게임회사에서 일하려는 지원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필수지식 사전을 만들려는 것이었다. 그 결과 가독성 높은 사전이 되었다.

이재성 전무: 게임사전의 구성이 사전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좀 생소할 수도 있다. 게임 세대는 요약된 정보에 익숙하다. 알고는 있어도 설명에는 서툴다. 한줄 요약을 넣고 그 밑에 자세한 설명이 붙는 구조로 간 것은 게이머들을 배려한 부분이다.

종이책으로만 내고 웹, 사전을 서비스하는 포털과 함께할 계획은 없나
이재성 전무: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비영리 재단이라 가격 책정에도 고민을 많이 했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제작비를 지원했고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판매량을 좀 지켜보고 싶다. 시장상황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책은 가장 고전적인 프레임의 인쇄물인데 앞으로 자연스럽게 게임스러운 방식도 고민하겠지만, 좀 더 지켜보고 하려 한다.

타이탄폴은 들어있는데 오버워치는 왜 자격이 없나? '젤다의 전설'은 3페이지에 그치는데 '리니지'는 아주 자세한 설명이 들어가있다. 어떤 기준에서 이렇게 한 건가
이인화 교수: 게임사전은 오버워치가 나오기 전에 편찬된 것이다. 게임 타이틀이 방대한데 종이사전에 다 담기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개발자의 기준, 게이머의 기준, 게임문화의 기준 세 측면에서 다 의미가 있다는 기준을 충족시킨 게임을 고르다 보니 더 많이 팔렸는데 안 들어간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런 문제제기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한다.

한혜원 교수: 제1기준은 수치적인 부분이다. 특정 게임 커뮤니티 유저들의 지난 5년 간의 말뭉치를 DB화해서 몇 번 언급되었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게임사를 다룬 책 30여종에서 얼마나 언급되었는가 등도 고려해 객관성을 유지하려 했다.

이인화 교수: 물론 한국에서 출판되는 책인 만큼 국산게임을 좀 더 다루는 건 어쩔 수 없다. 전문가 집단의 감수 과정에서 주관적인 기준이 조금 들어가는 건 맞다.

젤다의 전설은 국산게임이 아니라는 면도 있지만, 근거를 대지 않고 한국게임이라 무조건 밀자는 게 아니다. 전반적으로 게임의 나아가는 방향성이 폐쇄적인 콘솔보다는 온라인 가상세계로, 상호작용도 혼자 AI와 하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가상세계가 미래지향적이라 생각해서 그런 부분에서 양의 차이가 발생한 것 같다.

물론 젤다의 전설은 게임을 조금만 알면 누구나 아는, 게임사에 남을 명작중의 명작인데 게임사전의 기준이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말뭉치를 기준으로 했다. 젤다의 전설은 3만여번 나와 몇십만번 나온 게임들에 비하면 언급이 덜 된 게 사실이다.

게임용어가 일상에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 보나
이인화 교수: 윌리엄 깁슨이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퍼지지 않았을 뿐'이란 말을 했는데 게임 속 세상은 인류가 미래의 인간관계를 성취한 것이라 본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해서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건 우정이다. 게임을 하며 만난 동생들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사랑하고 열정과 고민을 공유하게 됐다. 게임에서 몇 백번의 밤을 함께한 사람들의 우정은 견고하고 그 사이에 나누는 말이 게임용어다. 나이와 지역, 성별, 계급을 초월한 인간관계가 오프라인에도 확산될 것이다. 사이버 유토피아가 꿈꾸는 이상이 그런 것일 거다.

한혜원 교수: 요즘 아이들은 게임을 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워 게임을 해야 한다 같은 인식조차 없다. 게임을 하는 건 단말을 사용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친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교류한다는 의미다.

게임에서 대화를 주고받을 때의 게임 언어가 바깥 세상과 별개가 아니고 섞이게 된다. 부모들이 애들 말을 들어보면 못 알아듣는 게 반 정도 될 것이다. 그런 말들이 바로 게임용어일 가능성이 크다. 미래지향적으로 본다면 게임언어와 일상언어의 경계가 무너지는 건 이미 진행되고 있다 본다.

전자사전화는 추진하지 않을 생각인가
이재성 전무: 전자사전화는 시기를 고민해보겠다. 실용적으로는 전자사전의 동시 출간을 바라는 분도 있겠지만 비영리재단으로선 실용적 측면만 부각되는 것도 부담이 된다.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이 텍스트 북 형태로 접하게 하고 그 다음에 전자사전화하려 한다. 여기에는 출판업에 대한 배려도 좀 있다.

콘텐츠를 보강할 생각도 있나? 인물이 추가되어도 좋을 것 같은데
이인화 교수: 용개, 아키러스 등을 넣어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인물의 경우 엄밀한 선정기준이 없다는 게 고민이었다. 용개를 넣으면 넣어야 할 사람이 만명 넘는 것 아닌가 싶어 다 뺐다. 선정할 기준이 없다.

개발자 인명도 동일한 기준에서 넣지 않았다. 누구를 넣고 뺄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없다.

이재성 전무: 게임에서 동접, 매출 외의 이야기를 이렇게 진지하게 한 지가 오래된 것 같다. 흥미있고 관심있는 영역이지만 사전은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하니 좋은 프레임이 나오고 기준이 나타나면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후속 작업에도 관심이 있다.

사전에 나온 말들이 공문서나 신문지상에서 쓰이려면 표준국어대사전 등에 등재되거나 국립국어원 인증 등의 절차 필요할 거 같다. 그리고 실제 게임용어들이 많이 쓰이려면 검색포털에서 검색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추진하고 있나
이인화 교수: 사전에 대해 공식적인 인증절차는 없다. 국립국어원과 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전을 널리 확산시킬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한혜원 교수: 국어원에서는 늘 살아 움직이는 용어들을 조사할 방법을 탐구중이다. 역으로 게임사전이 레퍼런스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넥슨 게임들의 분량이 좀 적은 듯 하다. 후원을 한 엔씨와 넥슨의 사이가 좋지 않아 그렇다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바람의나라와 리니지의 분량 차이가 3배 가까이 나는데 두 게임이 그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게임은 아닌 것 같다. 엔씨 입장이 포함된 것은 아닌가
이인화: 전혀 아니다. 엔씨에서 후원은 했지만 집필에 참여한 졸업생들은 넥슨에서 더 많이 일하고 있다. 최대한 공평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바람의나라가 왜그렇게 적냐는 의문에는 두 게임의 현재 상태가 관련되어 있다.

리니지는 아직 많은 이들이 플레이하지만 바람의나라는 백여명이 즐기고 있을 뿐이다. 게임의 현상과 관련된 것으로 엔씨와 넥슨의 관계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한혜원 교수: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의식해 오히려 반대쪽으로 엔씨 게임의 비중을 줄이는 영향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현시점이 중요하니까 과거 고증, 화석같은 사전보다 진행형 사전으로 나아가는 걸 기준으로 해서 차이가 난 것 같다.

이재성 전무: 엔씨 입장에서 좀 서운할 정도로 공정하게 집필됐다. 엔씨문화재단 입장에서 최대한 집필진의 의견을 존중했다.

집필진이 책임집필을 맡은 이인화 교수를 제외하면 전원 여성이다. 성별이 편중되어 있는데 개정판에선 이런 성별 편향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이인화 교수: 게이머는 90%가 남성인데 게임 연구자는 90%가 여성이다. 게임학은 빅뱅처럼 새 연구서가 쏟아지는데 그런 연구 추이를 따라가며 꼼꼼하게 읽고 접근하는 걸 여성들이 더 열심히 하는 것 아닌가 한다. 어쩔 수 없는 추세라고 본다.

연구자 성비가 1대9인데 게임을 남자들이 한다고 5대5로 맞추는 건 불합리하다.

이재성 전무: 게임사전 집필은 이화여대가 아니라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에 의뢰해 학회가 집필한 것이다. 멤버가 전원 여성이라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으로 다음에는 그 부분을 좀 반영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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