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mi 쿠니미츠 대표 "VR 시장 2년뒤 본격화 될 것, 준비한 자가 잡는다"

등록일 2016년10월06일 18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일본의 게임사 gumi(구미)는 2007년 설립되어 10년 동안 피처폰 게임, 스마트폰 게임 등 주로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활약해 온 일본의 중견 개발사다.

콘솔게임이 강한 일본시장에서 대형 게임사들보다 한 발 빠른 행보를 보여온 구미는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는 VR에도 한 발 먼저 뛰어들어 기술개발 및 스타트업 투자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미를 설립하고 대표로 활약해 온 쿠니미츠 히로나오 대표는 VR 시장에서 미래를 보고 기존 모바일 게임사업을 다른 임원들에게 맡기고 본인은 VR 사업 개척에만 전념하고 있다.


일본, 미국에서 VR 스타트업 발굴, 지원,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그는 한국에서도 민용재 대표가 이끄는 와이제이엠게임즈와 손잡고 '서울VR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모바일게임 개발력이 뛰어난 한국 개발사, 개발자들을 VR로 이끌며 좋은 콘텐츠, 기술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게임포커스는 최근 VR 행사 참석을 위해 서울을 찾은 쿠니미츠 대표를 만나 VR에 대한 그의 비전과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VR에 대해선 찻잔 속의 폭풍이 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게이밍을 포함한 IT의 미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VR 전도사 쿠니미츠 대표의 생각을 듣고싶다
쿠니미츠 대표: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에서 고객들의 니즈는 한결같았다. '이제까지 한 번도 체험하지 못한 그런 경험'을 추구해 온 거다. 가정용 게임기의 성능이 갈수록 높아지고, 영화가 흑백에서 컬러로, 더욱 고화질로, 3D로 나아가는 게 다 그런 흐름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VR은 일반 고객들, 우리를 포함해 우리 부모님 세대까지 그 누구든 일단 해 보면 '우와~' 하고 단번에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는 콘텐츠다. 이건 플레이스테이션3에서 플레이스테이션4로 나아가고 PC온라인 게임에서 그래픽이 더 좋은 게 나온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체험이다.

엔터테인먼트 방면에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대단한 것을 추구해온 사람들이 VR이 바로 그런 것이라 느끼고 있는 시점이다.

일본의 VR 상황은 어떤가
쿠니미츠 대표: 미국보다 반년 정도 뒤쳐져 있다. 하지만 지난 반년 동안 우리를 포함해 다들 열심히 했고 일본에서 VR이 활발해진 덕에 많이 따라잡은 결과다. 작년 이맘때에는 1년 이상 격차가 있었다.

VR 시장은 이제 시장이 막 시작된 단계라 아직 전혀 늦지 않았다. 특히 게임을 보면 모바일게임 개발방법과 VR게임 개발방법은 유사하다. 유니티, 언리얼 엔진으로 만들고 서버도 같은 걸 쓴다. UI, UX를 어떻게 넣느냐에서 차이가 난다.

사실 우리는 피처폰에서 네이티브앱 게임으로 갈 때 일본 개발자들이 완전히 환경이 바뀌는 탓에 고생을 많이 했다. 일본 모바일게임사들은 모두 R&D에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니티, 언리얼로 3D 애셋을 만드는 게 VR과 모바일에 큰 차이가 없다. 콘텐츠를 놓고 보면 한국과 일본은 유리한 면이 많다고 본다. 모바일게임 개발이 발전했고 개발자가 많다. 사실 한국 개발자 대부분이 유니티를 다룰 수 있지 않나. 3D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잔뜩 있다. 한국과 일본 게임사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본다.

온라인게임사도 마찬가지다. 간단하게 생각해 봐도 MMORPG를 할 때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작하는 것보다 '소드아트온라인'처럼 그 세계에 들어가 플레이하는 게 절대 재밌을 수밖에 없다. SF나 판타지도 그 세계에 들어가 보면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올해 도쿄게임쇼에서 일본 개발자들과 이야기해 보니 VR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올해까지는 작은 회사나 아마추어가 참여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큰 회사들이 주도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더라
쿠니미츠 대표: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모바일게임의 역사에서도 처음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가정용게임이나 PC게임을 이식하려는 시도가 먼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콘텐츠는 그렇게 큰 인기를 못 얻었다.

큰 화면에서 하던 게임을 무리하게 이식해 작은 화면에서 한다고 같은 경험을 줄 수 있을 리가 없다. 모바일에 알맞는 콘텐츠를 인디 개발사들이 잔뜩 내놓으며 모바일게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템플런 같은 게임을 큰 회사에서 만든 게 아니지 않나. 한국에서도 카카오처럼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한 회사가 시장을 개척했다. 모바일에 적합한 콘텐츠라 성공한 것이고 모바일에 맞는 아이디어를 짜낸 게임이 승리했다.

VR에서도 이번 도쿄게임쇼에서도 다들 봤겠지만, PS VR을 보면 여전히 기존 가정용 게임의 이식, VR대응이 많다. 진정한 의미의 VR이 아니라 입체시, 3D TV와 비슷한 수준이다. 3D TV가 그렇게 성공하지 못한 게 본질적으로 2D 체험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입체시라고 해도 경험 측면에선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VR의 본질적 가치는 그 세계에 완전히 들어가 뒤에서 비행기가 날아오고 전투가 사방에서 벌어지고 그런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정용 게임기에선 거의 이식으로 가고 있는데 지금 보면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진 못하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앞으로 인디에서 '이게 VR 콘텐츠'라고 할만한 그런 걸 보여줘서 사람들이 '아 이런 거구나'하고 알게 될 그런 콘텐츠들이 나올 거라 보고 결국 VR에 적합한 콘텐츠를 보여준 게임이 성공할 것이다.


PS VR 출시가 임박했다. VR게이밍이 활성화되면 이미 앞서있는 북미, 일본과 차이가 너무 커지지 않나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쿠니미츠 대표: 지금 나오는 VR은 3D 입체시 수준으로 VR 체험을 제대로 주는 건 드물다. 게임의 입장에서 보면 최종적으로는 모바일 VR이 가장 성공할 거라 본다.

몰입감 면에서 PS VR, HTC, 오큘러스 등을 두루 해보면 HTC 바이브가 몰입감은 압도적이지 않나. 룸 스케일로 VR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PS VR은 눈앞만 커버한다. 결국에는 PS VR도 룸 스케일로 갈거라 본다.

그런데 모바일은 그야말로 룸 스케일이다. 구글이 준비중인 360도 카메라가 보편화될 때 실현될 거라 본다.

모바일에서 바이브 수준이 구현될 때 제대로 VR시장이 열릴 거라 보고, 그 시기는 2년 정도 뒤가 될거라 본다. 그 2년 동안 VR콘텐츠 개발 노하우를 쌓은 곳이 2년 뒤에 시장을 차지할 거라 본다. 그게 우리가 되면 좋겠다.(웃음)

그럼 구미는 메인 플랫폼을 모바일 VR로 보고있는 건가
쿠니미츠 대표: 당연히 룸 스케일 VR을 시야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오직 바이브만이 그 세계 안에서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오큘러스, PS VR도 대응하게 될 것이다. 기어 VR은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

당분간은 바이브부터 다른 VR 기기들까지 다 대응하다가 최종적으로는 모바일 룸 스케일 VR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3D 입체시 수준으로는 안된다. 현장감을 어떻게 주는가가 VR 콘텐츠로 승부하는 데 있어 열쇠가 될 것이다. 아직 그런 콘텐츠가 많지 않다.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낮은 퀄리티 게임으로 중국의 저가형 VR 시장을 공략하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쿠니미츠 대표: 모바일게임에서 최종적으로 성공한 것은 가정용 게임이나 PC게임을 이식한 콘텐츠가 아니었다. 스마트폰다운 게임을 만든 개발사들이 최종적으로 승리했다. VR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낮은 퀄리티의 게임이나 모바일게임, PC게임을 포팅한 것으로 큰 성공을 거두는 건 무리다. VR다운 콘텐츠를 하이 퀄리티로 만드는 회사가 승자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걸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스마트폰 게임에서 이긴 건 솔직히 넥슨이나 엔씨소프트와 같은 전통의 강자들이 아니라 넷마블이라는 데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넷마블이 스마트폰 게임에 느린 거인들보다 먼저 참가해서 도전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플랫폼이 나왔을 때 이겨내는 게임사는 다른 회사보다 용기를 내서 참가해 도전하고 노하우를 쌓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큰 회사들의 속도가 느린 건 어느 나라나 다 같다고 본다. 우리는 아직 젊은 스탭이 많은 회사로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면 최대한 빨리 들어가서 도전해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스탭들도 같은 생각이다.

한국의 넥슨, 넥슨지티 등 큰 회사 중 일부에서 R&D는 열심히 하고 있지만 사내의 회의감을 이겨내고 드라이브할 정도는 못 가더라. 구미는 어떻게 VR에 전력 드라이브할 수 있었나
쿠니미츠 대표: 내가 창업자이고 사장이다.(웃음) 농담이고.

우리 회사가 지금까지 성공해온 건 피처폰, 스마트폰, 네이티브앱 게임까지 다른 회사보다 먼저 도전해 온 덕분이라 생각한다. VR에서 모두가 말하는 문제점은 하드웨어가 비싸고 모바일 VR의 퀄리티가 낮다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경험한 부분 아닌가. 하드웨어는 저렴해지게 마련이다. 스마트폰도 갈수록 저렴하고 질좋은게 나왔다. 모바일 VR도 지금은 퀄리티가 낮지만 싸고 좋은 것들이 쏟아질 것이다. VR은 고객들에게 지금까지 못해 본 체험을 제공하는 기기다. 하드웨어가 당장은 비싸지만 앞으로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다.


쿠니미츠 대표는 VR 다음에 AR시대가 2020년쯤, 그리고 MR시대가 2024년쯤 도래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MR이란 말은 좀 생소하다
쿠니미츠 대표: 믹스드 리얼리티의 약자다. 장래 현실(리얼) 세계와 버추얼(가상) 세계가 심리스로 접목되게 될 거라는 걸 뜻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나와 기자님이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건 100% 리얼이다. VR을 뒤집어 쓰고 보는 세상은 100% 버추얼이다. AR안경을 쓰고 '드래곤볼'의 스카우터처럼 데이터가 실물 옆에 뜬다면 10% 정도 버추얼이겠다.

주변 풍경이 너무 삭막하니 하와이로 바꾸자! 해서 주변 풍경이 하와이가 된다면 50% 버츄얼, 50% 리얼. 거기에서 하와이의 상대방을 홀로그램으로 불러내 대화하면 80% 버츄얼. 이런 구분 없이 심리스로 이어지는 게 MR 시대다.

VR은 100% 버추얼, AR은 조금씩 버추얼 세계를 리얼 세계에 겹쳐가는 과정이고 그 끝에서 MR은 완전히 심리스로 연결되게 되는 거다.

AR시대가 오면 VR산업, VR게이밍은 어떻게 될거라 보나
쿠미니츠 대표: 심리스로 현실과 가상세계가 이어지면 사람에 따라 100% 버추얼을 즐기고 싶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포켓몬 고'처럼 30% 정도 버추얼의 게임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게임성에 따라 달라질거라 보고 공존할 거라 본다.

앞으로 구미 대표로서 VR에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 나갈 것인지를 듣고 마무리하자
쿠니미츠 대표: 구미 대표지만 VR만 전담하고 있는만큼 스타트업을 시작하던 때의 생각으로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해갈 것이다.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들어가 길을 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큰 회사는 천천히 해도 되지만 작은 스타트업은 늘 도전해야 한다. VR, AR은 게임은 물론 게임 외 다른 부문에서도 큰 도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 영역에 누구보다 먼저 위험을 감수하고 들어가 해 나가고 싶다.

아 참 하나 더 여담으로... 3년 전 지스타에서 만났을 때보다 젊어진 것 같다. VR 일이 재미있기 때문인가
쿠니미츠 대표: VR은 정말 재미있다. 게임 개발자라면 누구나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고 해보고 싶다 생각하지 않을까. VR은 정말 재미있다. 한국 개발자들도 VR에 어서 오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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