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취재]니폰이치에서 만난 한국인 개발자들, 그들이 말하는 日 기업의 게임개발

등록일 2018년08월14일 11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 2017년 초여름, '신 하야리가미2'와 '루프란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 등 자사 신작 타이틀의 한국어화 출시를 앞둔 니폰이치소프트에 방문한 적이 있다.

 

일본 기후 롯켄에 위치한 니폰이치 사옥에서 니이카와 대표와 글로벌 및 일본 게임시장 환경 변화 및 한국 출시를 앞둔 신작 타이틀 4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떠나는 기자를 환송하기 위해 니이카와 대표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니이카와 대표가 "그러고 보니 우리 니폰이치소프트에 한국인 개발자가 두 명 생겼다. 기회가 되면 한국 개발자를 더 뽑고 싶다"는 말을 하기에 '이 시골까지 일하러 온 한국 개발자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왜 왔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난 7월, 기자는 창사 25주년을 맞은 니폰이치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25주년 기념 인터뷰 및 역시 한국 출시를 앞둔 '디스가이아 리파인', '클로즈드 나이트메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인 개발자들과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니폰이치 측에서 흔쾌히 허락해 줘 니폰이치소프트에서 일하고 있는 김충의, 김용찬 두 명의 개발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김윤찬 개발자(오른쪽)와 김충의 개발자
 

니폰이치 게임이 좋아서 니폰이치에 입사했다

두 사람 모두 니폰이치 개발부 산하 3D 디자인관리과에서 일하고 있으며, '마녀와 백기병'으로 3D 게임 개발을 시작한 니폰이치의 미공개 신작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다. 김용찬 개발자는 2016년, 김충의 개발자는 2017년 니폰이치에 입사했다고.

 

두 사람에게는 먼저 니폰이치에 입사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었다. 니폰이치소프트가 위치한 기후현 롯켄은 독자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시골로, 니폰이치소프트 근방에는 편의점은 커녕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하나 찾아보기가 힘들다. 가장 가까운 역인 롯켄 역은 무인으로 운영된다.

 

먼저 김용찬 개발자는 "한국에서 모바일게임 개발을 하다가 우연히 기회가 되어서 입사 신청을 했는데 실제 입사로 이어졌다"며 "어릴 때부터 게임을 하며 '마알 왕국의 인형 공주'를 매우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남아 있던 차에 니폰이치에 합격이 되었다고 해 기쁜 마음으로 기후까지 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김충의 개발자는 "일본에서 게임을 만들고 싶어 일본 게임회사들에 지원을 하다 니폰이치에 합격이 되어 오게 되었다"며 "어릴 적 부모님이 보수적인 분들이라 게임기를 집에 둘 수 없었는데 처음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을 구입해 플레이한 게임이 '마녀와 백기병'이었다.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기억에 니폰이치에 지원했는데 합격이 되어 지역은 생각하지 않고 건너왔다"고...

 

니폰이치소프트에는 이들 외에도 해외 출신 개발자들이 더 일하고 있는데, 회사 측에서 비자 등 여러 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젊은 개발자가 많은 만큼 외국인에 대한 차별 등의 분위기도 없다는 것이 공통된 증언이다.

 



 

니이카와 대표는 기자와의 창사 20주년 인터뷰 등에서 지방에 위치해 인재 채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 바 있는데... 해외 인재도 적극 채용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감용찬 개발자는 "한국에서 작은 모바일게임 회사에서 일한 적도 있는데 참 힘들었다. 게임은 지역과는 관계가 없고 개발환경이나 함께 게임을 만들 개발진만 잘 구성되어 있으면 어디서든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어디든 가도 좋다고 생각했고 니폰이치의 지리적 위치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롯켄 근처의 비교적 큰 도시라면 기후시가 나고야시가 있는데, 좀 더 멀리 가야하지만 나고야까지는 가야 쇼핑이나 유흥 등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 사실이다. 두 사람은 주말이나 휴가 때는 나고야나 기후로 나가서 놀 때도 있지만 대개는 언리얼 엔진이나 3D 기술 공부(김용찬), 그림 연습(김충의) 등을 하며 보낸다고 해 기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니폰이치의 사내 분위기는...

두 사람은 3D디자인관리과에서 일하며 현재 미공개 신작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는데, 이 미공개 신작은 아직 일본에서도 공개된 적 없는 작품으로 국내 출시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니폰이치 타이틀을 국내 출시하는 인트라게임즈가 니폰이치 타이틀은 대부분 국내 출시할 의지를 갖고 있으니 기대를 갖고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본래의 3D 그래픽, 아트 관련 업무 외에 니폰이치의 한국어화 타이틀이 늘어나며 로컬라이즈 관련 업무도 늘고 있다는데, 폰트나 용어 사용을 체크하며 번역이 매끄러운가도 확인하고 있다고. 니폰이치 입사 3년차인 김용찬 개발자는 니폰이치가 베트남에 설립한 3D 전담 자회사의 관리 및 퀄리티 유지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에게 조금은 민감한 주제인 니폰이치소프트의 사내 분위기 및 개발환경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김용찬 개발자는 "니폰이치의 장점은 매년 기획제라는 사내 기획 대회를 열어서 부서나 직급, 직책과 관계없이 누구나 개발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획제에는 저도 매년 참가를 했는데 점수를 높게 받았지만 개발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니폰이치 기획제를 취재한 본 결과, 좋은 점수를 받아도 개발에 필요한 인력, 자금 면에서의 제약이 있어 너무 큰 기획은 바로 개발로 이어지기 힘든 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김용찬 개발자의 기획은 기획제에서 합격점을 받았지만 당장 개발에 나서기엔 힘들어 홀드된 상태라고.

 

김용찬 개발자는 "개발자들이 여러 타이틀, 장르를 경험할 수 있고 직접 기획해 디렉팅까지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콘솔게임 전문 개발사답게 개발킷 등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고 부족한 게 있어도 보고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확보해 준다"고 전했다.

 

김충의 개발자는 "다른 부서의 분위기는 모르겠지만 3D디자인관리과의 분위기는 자유롭고 억누르지 않는 분위기"라며 "다른 회사라면 막내 직원이 뭔가 제안하고 자유롭게 발언하기 힘들 수도 있을 텐데 이곳에선 가능하다. 콘솔게임을 개발한다는 것도 좋고 만들어 확인하는 맛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외국인으로 일본에 건너와 일하고 있지만 인종이나 국적과 관련해 구분하고 차별하는 면이 전혀 없다"며 "한국에 있을 때는 외국에 나가서 일하면 차별이 있고 괴롭힘이나 정서적 괴로움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 와 보니 같이 일하는 동료로 그런 면이 전혀 없었다. 그게 좋은 점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일본에서 일하고 싶어, 콘솔게임 개발 즐겁다

일본에서 만난 한국인 개발자들에게 기자가 공통적으로 던져온 질문 중에는 '앞으로도 계속 일본에서 일하고 싶은가'라는 것이 있다. 두 사람에게도 이 질문을 던져봤다.

 

김용찬 개발자는 "앞으로도 계속 일본에서 일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PC가 아니라 콘솔게임을 해 와서 한국에서 모바일게임 일을 하며 괴리감을 느꼈다"며 "한국 모바일시장은 정말 하드한 곳 아닌가. 마감이 끝나면 바로 업데이트고 업데이트가 끝나면 빠로 다음 업데이트다. 지치는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내가 만든 패키지 타이틀을 갖고싶은 마음도 있고 친구들에게 내가 만든 게임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그래픽, 취향이 일본게임에 맞춰져 있다 보니 일본에 건너와 일하니 편안하다"며 "우연히 니폰이치와 인연이 되어서 입사하게 되었고 3년 동안 일해보니 한국에서 개발할 때보다 확실히 개발자로서 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용찬 개발자는 "앞으로도 특별히 건강이나 가족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쭉 일본에서 일하며 콘솔게임을 만들고 싶다"며 "아트디렉터 정도까지 올라가서 스탭롤에 단독으로 이름이 나와 유저들이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게 목표다. 그를 위해 메인 업무는 캐릭터 모델링이지만 다른 분야도 공부하고 경험을 쌓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충의 개발자도 역시 일본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그는 "사실 첫 직장이 니폰이치소프트다. 한국에도 게임회사가 많고 좋은 회사가 많지만 좀 더 큰 물에서 놀고 싶다는 마음에 일본으로 건너왔다"며 "앞으로 더 크게 많은 타이틀에 참여하고 더 크게 놀고 싶은 마음이다. 일한다는 것보다는 크게 놀고 싶다는 마음으로, 더 많이 만들고 싶고 예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게이머들이 싫어할 표현은 넣지 않을 것

마지막으로 두 사람에게 한국 콘솔게이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들어봤다.

 

"일본에서도 추세는 3D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2D의 그 느낌을 3D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공식이 다 깨졌다. 중국의 모바일게임들을 보면 2D 느낌을 3D로 표현하는 단계까지 이미 와 있는 상태다. 저희가 일하고 있는 니폰이치는 25년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3D 게임에서는 지금까지 비교적 뒤쳐진 면이 있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하려는 거니 지켜봐주시기 바란다.

 

저희는 디자인에서는 물론 로컬라이징 과정에서도 한국 유저들이 싫어할만한 표현을 줄이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 디자인, 표현은 한국 유저들이 싫어할 것이라고 하면 회사에서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자문을 구해 대개 고쳐진다. 저처럼 한국에는 니폰이치 게임과 니폰이치 캐릭터를 좋아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한국에도 우리가 만드는 게임의 팬이 많으니 열심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미흡한 면도 많겠지만 유저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재미를 전해드리려 하고,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서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한국 게이머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다"

 

김용찬 개발자의 말이다.

 

김충의 개발자는 "니폰이치가 아직 3D 게임은 다른 회사에 비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점점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보여드리겠다"며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두 사람은 한국 게이머들의 니폰이치 게임에 대한 반응을 정리해 회사에 공유하곤 한다는데... 악평을 보면 가슴이 아프지만 더 열심히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한국 개발자들이 참여한 니폰이치의 신작 타이틀은 공개가 가능해지는 시점에서 본지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추가 전달할테니 기대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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