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오브 워',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과 함께 상반기 콘솔 플랫폼을 견인한 캡콤의 '몬스터헌터 월드'가 PC 버전으로 출시된 가운데, 동시 접속자 30만 명을 넘어서면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이전만 하더라도 '몬스터헌터' 시리즈는 특유의 높은 진입장벽과 불친절한 시스템, 그리고 낮은 수준의 그래픽 때문에 일본 현지 내수시장용 타이틀이라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입지에 놓여 있었다.
실제로 게임이 포터블 기기로 발매되던 시절에는 '국민 게임'으로 불리면서 일본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는 평가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지루한 반복 플레이와 서사의 부재, 그리고 거치기 중심의 북미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는 포터블 플랫폼을 중심으로 발매된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이번 '몬스터헌터 월드'에서는 새로운 게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시리즈 전통의(?) 각진 그래픽에서 벗어나 수준 높은 그래픽을 보여주며, 전체 맵은 이동시 로딩이 없는 오픈 필드로 구현됐다. 또 전작의 단점으로 지적된 과도한 반복 플레이 요소를 과감히 개선하면서도 게임의 핵심 재미는 해치지 않아 몰입감을 높였다.
그 결과 '몬스터헌터 월드'는 콘솔 플랫폼에서만 누적 판매량 830만 장을 기록했다. 이는 캡콤이 발매한 단일 타이틀 중 최고 기록이다. 또한 비공식 스팀 판매량 집계 사이트인 '스팀 스파이'는 발매 이틀 동안 200만 장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예측해 사실상 누적 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게임이 됐다.
특히 '몬스터헌터 월드'의 PC 버전은 콘솔 버전과는 차원이 다른 로딩 속도와 4K 해상도 및 무제한 프레임 지원 등에 힘입어 사실상 '완전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자 또한 이미 PS4로 수없이 고룡을 학살하며(?) 200시간 가량을 즐겼지만, 활을 주 무기로 사용했기에 키보드 마우스 조작과 쾌적한 환경에서 즐기고 싶은 욕심에 PC 버전으로 게임을 다시 구매했다. PC 버전으로 출시된 '몬스터헌터 월드'는 어떤 모습일까? 직접 엔딩까지 클리어하며 느낀 장점과 단점을 적어봤다.
*플레이 PC 사양
CPU: 인텔 i7-7700K (카비레이크) 논오버
RAM: DDR4 8GB X 2
VGA: 지포스 GTX 1080 8GB
SSD: SATA3 250GB
우월한 로딩 속도와 4K 해상도 지원
PC 버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역시 우월한 로딩 속도다. 콘솔 기기와 비교했을 때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로딩 속도는 재 구매를 고려해도 될 정도로 PC 버전만이 가진 강점이다. PS4 버전에서는 SSD를 외장으로 설치해도 답답한 로딩 속도를 보여줬지만 PC 버전은 차원이 다르다.
일례로 PS4에서는 퀘스트 수주 후 식사를 마치고도 퀘스트 정보 로딩이 끝나지 않았지만, PC에서는 수주 직후 정보 로딩이 끝나면서 곧장 해당 맵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게임을 실행한 후 첫 로딩과 탐색 진입, 마이하우스 진입 등 각종 로딩이 필요한 구간에서 수 초 이내로 다음 화면을 볼 수 있다. 이 덕분에 쾌적함과 게임 집중도를 동시에 잡은 점은 매우 유의미하다.
이 외에도 하이엔드급 PC에서는 PS4 PRO에서 볼 수 있는 그래픽 이상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특히 일반적인 FHD 60프레임은 물론이고 4K 무제한 프레임도 지원해 뛰어난 그래픽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기자는 PS4 슬림으로 게임을 즐겼기에 불안정한 프레임에 눈이 아팠던 기억이 생생한데, PC 버전에서는 60프레임 고정으로 플레이가 가능해 매우 만족스럽게 플레이 했다. 만약 콘솔 기기에서 즐길 때 프레임이 아쉽게 느껴졌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다만 출시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최적화에 있어서는 출시 전 각종 해외 매체에서 이야기한 것과 다른 부분이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엔딩까지 플레이 하면서 전체적으로 프레임 드랍이 발생한 적은 드물었지만, 낮은 사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테오-테스카토르'와 전투에서 다수의 분진이 폭발하거나 일명 '슈퍼노바' 패턴이 나오면 순간적으로 프레임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불만족스러운 키보드 마우스 조작과 중구난방 키 설정
한편, 이번 '몬스터헌터 월드'는 PC 버전으로 출시되면서 키보드 마우스로도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PS4에서 패드로 즐길 당시 활을 주 무기로 사용했던 기자는 조금 더 수월한 조준과 시점 이동을 위해 키보드 마우스로 게임을 즐겨봤다.
하지만 콘솔 기반의 게임인 탓이었을까? 패드의 자유롭고 편한 키 활용을 어떻게 키보드와 마우스에 할당할 것인지 고민한 것은 충분히 와 닿지만 전체적인 키 배치는 아쉽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원거리 무기의 경우 조준 버튼이 C와 V에 할당되어 있는데 회피 키는 스페이스바다. 엄지 손가락으로 두 키를 원하는 때에 누르기가 쉽지 않았고, 마우스의 제 3버튼에 조준 키를 할당하고 나서야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더불어 일반적인 슈팅 게임과는 다른 에임 움직임과 카메라도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패드의 시점 조작을 마우스에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에 에임을 마음대로 조준하기 쉽지 않다. 몬스터를 맞추면 조준이 느려지는 조준 보정 기능을 끄고, 원하는 속도로 감도를 조절한 후에야 타 슈팅 게임과 조금 비슷한 수준으로 즐길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캡콤은 최근 공지사항을 통해 해당 사항을 수정 중이라고 밝힌 만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로 보인다. 만약 근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유저라면 키보드 마우스보다 패드가 더욱 편하고 재미있으므로 패드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 외에 메뉴 선택 키가 중구난방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도 불만족스럽다. 퀵 슬롯을 '펑션' 키에 설정해 활용하거나 다수의 탄을 마우스 휠로 간편하게 변경할 수 있는 등 전투에서의 조작은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템 재정렬과 아이템 박스 안에서의 조작이나 NPC와 대화하기, 맵 진입 등의 키가 그때그때 달라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매번 확인이 필요했다. 숏컷 설정이 패드를 연결하지 않았음에도 패드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어 유저가 직접 바꿔야 한다거나, 메뉴를 선택할 때마다 마우스 포인터가 중앙으로 이동하는 등의 사소한 문제도 아쉽다.
불만족스러운 멀티플레이, 서버 안정화 시급해
유료로 멤버쉽에 가입해야만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PS4와 달리, PC 버전은 자유롭게 무료로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우 큰 강점이다. 더불어 스팀의 커뮤니티 기능을 활용해 친구 목록을 간편하게 관리하고 대화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PS4만큼 편리하게 파티플레이가 가능하다. 키보드를 사용한다면 채팅이 편한 것은 덤이다.
다만 출시 이후 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멀티플레이의 불안정 문제는 매우 불만족스럽다. 온라인 상태로 게임에 접속을 해도 무작위로 오류를 내뿜으며 오프라인 상태로 전환된다. 만약 한참 수렵 도중 오류를 겪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파티플레이 기준으로 2배가 넘게 증가한 체력의 몬스터를 홀로 상대해야 한다.
출시 이후 게임의 평가가 '복합적'으로 하락한 주된 이유가 바로 이 멀티플레이 불안정 문제인 만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러한 문제가 고쳐지지 않으면 평가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손색 없는 '완전판'을 위해, "일해라 캡콤!"
직접 즐겨본 '몬스터헌터 월드' PC 버전은 여러모로 PS4 버전에 비해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빠른 로딩속도로 인한 쾌적함, 사양에 따라 구현 가능한 PS4 PRO 이상의 그래픽, 따로 결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멀티플레이와 키보드 마우스 조작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개선되어야 하는 PC 버전만의 문제들도 다수 존재한다. 하이엔드 사양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프레임 드랍, 불만족스러운 멀티플레이 경험, 콘솔 버전에 끼워 맞춘 듯한 키 배치 등이 최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또 불법 핵 프로그램(트레이너)을 악용해 다른 플레이어의 재미를 방해하는 일부 플레이어도 존재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글로벌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순항하고 있는 '몬스터헌터 월드'가 앞으로도 꾸준히 인기를 끌며 '완성판'이 되기 위해서는 앞서 아쉬운 점으로 언급했던 사항들이 빠르게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기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훈타'로서, 캡콤이 발빠르게 움직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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