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너의 이름은.' 제작진 신작 '우리의 계절은', 리 하오린 총감독이 말하는 제작과정

등록일 2018년10월24일 17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아시아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영화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2018년 행사에는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의 수많은 걸작 애니메이션과 거장 감독들이 방문해 한국 관객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중국에서 찾아온 리 하오린 감독도 이번에 부천을 방문한 감독 중 한사람. 리 하오린 감독은 일본 코믹스웨이브필름(ComixWave Films)과 자신이 설립한 중국 제작사 하오라이너스 애니메이션(HaoLiners Animation)의 합작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우리의 계절은'(Flavors of Youth)을 들고 부천을 찾았다.

 

'우리의 계절은'은 중국과 일본에는 극장 개봉하고, 세계적으로 제작 투자를 늘리며 우수한 제작사 및 감독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관객과도 만난 작품.

 

부천에서 확인해 본 '우리의 계절은'은 '너의 이름은.'을 제작한 제작진이 그대로 투입된 작품답게 특유의 미려한 배경과 섬세한 감정묘사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우리의 계절은'은 중국의 이 샤오신 감독과 리 하오린 총감독,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의 CG를 책임져 온 타케우치 요시타카 감독이 중편 하나씩을 맡은 옴니버스 작품으로,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를 무대로 중국인들의 '의(衣), 식(食), 주(住), 행(行)'을 그려냈다.

 

'너의 이름은.' 대히트 후 세계적 러브콜을 받고 있는 코믹스웨이브필름과의 합작이 어떻게 이뤄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중국 애니메이션 업계 상황은 어떤지 듣고싶어 리 하오린 총감독을 만나봤다.

 

리 하오린 감독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에 감명을 받아 합작을 제안한 일화 등으로 국내에는 '신카이 마코토 팬' 정도로 인지되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에 지사를 둔 애니메이션 제작사 HaoLiners Animation의 사장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코믹스웨이브필름과의 협업, 좋았어

이혁진 기자: 한국 관객들을 위해 본인 및 HaoLiners Animation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리 하오린 감독: 저는 2008년부터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작품을 만들어 오다가 2014년 하오라이너스를 설립해 주로 인터넷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왔습니다.

 

먼저 중국 상황을 설명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 중국 애니메이션은 TV, 방송 플랫폼으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과 인터넷을 메인 플랫폼으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으로 갈립니다. 저희는 인터넷 애니메이션을 주력으로 제작해 왔는데, 아무래도 인터넷 애니메이션은 표현이 좀 더 자유롭고 광범위한 장르, 소재를 다룰 수 있는 면이 있죠.

 

2014년부터 시작해 40편 가량의 TV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고 해외 진출에도 힘써서 도쿄와 서울 구로에 자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일본 슈에이샤(集英社)와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고 그 외 다양한 해외 애니메이션 파트너들과도 적극적으로 협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일본 코믹스웨이브필름과 함께 제작한 '우리의 계절은'을 선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회사 소개는 이정도면 되겠죠.

 

저는 2008년까지 2014년까지 TV 애니메이션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2014년 창업 후부터는 인터넷 작품을 많이 만들었고 해외에서도 알만한 작품이라면 '투 비 히어로'(To Be Hero) 같은 시리즈가 있습니다. 이번에 가져온 '우리의 계절은'은 저희가 처음으로 OVA, 극장 플랫폼을 타깃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우리의 계절은'에서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3개의 도시가 무대로 선택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리 하오린 감독: 옴니버스 작품인 '우리의 계절은'에 들어있는 3가지 작품은 각각의 감독들이 가진 아이디어를 담아 만든 것입니다. 저같은 경우 상하이 사람이라 상하이를 무대로 한 러브스토리를 그려냈고, 이 샤오신 감독은 베이징 생활을 오래 했지만 후난이 고향입니다. 타케우치 요시타카 감독은 광저우에 관심이 있었고 패션에도 일가견이 있는 감독으로 각각 자기가 가진 것을 담아낸 것이죠.



 

물론 기억만으로 그려낸 것은 아니고 상하이 뿐만 아니라 모티브가 된 베이징 등 모두 실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작중 국수를 먹는 식당이나 배경 등을 촬영하고 실제 방문을 해서 참고해 만들었습니다.

 

작중 등장하는 장소들이 모두 실제 있는 장소들인가요
리 하오린 감독: 네. 소년과 소녀가 헤어지는 육교 등이 모두 실제 있는 곳들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시면 관객들이 현장에 와서 똑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어 애니메이션의 장면과 비교해 둔 것도 많이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코믹스웨이브필름과 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함께 일한 소감도 듣고 싶습니다
리 하오린 감독: 타케우치씨와는 2010년, 2011년 무렵 중국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행사나 현지화 관련 이벤트에서 알게되어 교류가 있어 왔습니다. 국제게임쇼 차이나조이를 아실 텐데 그런 느낌의 국제 행사가 애니메이션 쪽에서도 열리고 있거든요.

 

어떻게 협력할 가능성이 없을까 논의는 계속 해 왔습니다만, 당시에는 애니메이션 시장이 지금처럼 활기가 있는 시절이 아니라 의논만 하는 시기가 길었습니다. 제가 회사를 차리기도 전이었고 재무적으로도 여의치 않았던 시기라 구체적으로 진행되진 않았고요.

 

그러다 2014년 창업한 후에는 2015년 말부터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기획에 들어가 사업 진행이 되었습니다.

 

협업한 결과에 대해서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제작, 관객 피드백 모두 중국의 문화를 담아내었음에도 다른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점을 확인해서 결과가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과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이었다 생각하고, 협력한 과정에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과 일본의 이런 형태의 협력은 처음이었으니까요. TV 애니메이션에서의 협력은 있었지만 극장 상영을 목표로 한 이런 포맷은 처음이었습니다.

 

'우리의 계절은'에 담긴 다른 두 작품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리 하오린 감독: 첫 번째 작품을 만든 이 샤오신 감독은 애니메이션 감독이 아니라 실사 영화를 하던 감독이라 애니메이션의 전통적인 서사구조를 사용하지 않고 정서적인 부분에 집중한 것 같습니다.

 

타케우치 감독은 첫 감독 작품임에도 여성의 시각으로 진행되는 작품을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잘 포착해서 힘든 일을 해내셨다고 생각합니다.

 

총감독으로서 이번 작품에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건 어떤 것이었나요
리 하오린 감독: '우리의 계절은'에서 전하고 싶었던 것은 생활 속에서 사라져 가는 작은 것,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습니다. '고향'이나 '국수'와 같은 소소한 오브제, 제가 감독한 '상하이러브스토리'에서의 카세트 테이프같은 일상 생활에서 사라져가는 모습을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운 화면으로 기록하는 것, 이건 영구적으로 남을 영상이죠. 이렇게 그 당시의 생활 모습을 기록하고 한 세대의 기억을 담아둘 수 있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분에게 생소할 현재와 과거의 중국 문화, 생활상을 기록한 것이니 그런 점에 주목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중국 시장상황과 차기작에 대해

앞으로도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들 예정인지, 코믹스웨이브필름과의 협업을 더 생각하고 있는지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리 하오린 감독: 물론 장편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들 생각입니다. 이번에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처음 해 봤지만 사실 옴니버스 중 한편을 제가 만든 것이라 다음에는 혼자 장편 애니메이션을 다 만드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준비중입니다. 다음 작품도 세계 무대에서 다양한 관객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코믹스웨이브필름과와의 협력은 제작 시기나 기획의도가 맞는지부터 타진해야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독자적으로 만드는 장편도 '우리의 계절은'과 비슷한 아트 스타일로 제작하는 건가요? 중국에서 이런 작화 스타일이 인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리 하오린 감독: 저는 지금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장르를 만들어 왔고 다양한 아트 스타일을 구현해 봤습니다.

 

이번에 코믹스웨이브필름과 극장판을 준비하며 특히 미술팀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코믹스웨이브필름의 미술팀은 세계적으로도 환영받는 팀이고 저희도 좋아하는 스타일을 구현하는 팀입니다. 솔직히 그것도 협력 동기 중 하나였습니다.

 

다음에 만들 영화는 스타일이나 미술 등을 예산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구현할지는 예산에 걸린 것입니다. 창작자로서 재미있는 것도 하고 싶고 독특한 것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일본 스타일을 따라간 뻔한 표현은 하고싶지 않습니다.

 

이번에 일본과 협업했는데, 한국에도 자회사를 두고 계시죠. 다음 작품은 한중일 합작으로 나오게 되는 거라 보면 될까요
리 하오린 감독: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다양한 파트너십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제작을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눠서 볼 때 사전작업은 한국에서 하고 중반기 작화는 한국과 중국에서, 후반기 작업은 일본과 협업하는 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미술, 배경은 주로 일본에서 진행하게 될 것 같고요. 현재 일본의 파트너 업체와 이야기 중이고 협업하게 될 것 같습니다.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높은 편인가요
리 하오린 감독: 2013년이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플랫폼이 개방되고 플랫폼 사업자들이 애니메이션에 집중하고 지원도 하면서, 콘텐츠도 많아지고 관객 관심도 높아지고 수요도 많아졌습니다.

 

중국의 국산 애니메이션과 해외 애니메이션의 점유율 면에서는 예전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팬이 훨씬 많아서 중국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사람과 해외 애니메이션 소비층이 1대9 정도였다면 지금은 5대5 정도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에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에 작품을 선보인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리 하오린 감독: 제가 넷플릭스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며 기대한 것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세계 각지의 관객들이 다른 언어로 현재의 중국을 이해하고 접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 작품은 현재 중국 젊은이들의 특징과 생활을 잘 담고 있는데, 이런 작품은 드물어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총감독에게 직접 들어본 작품해설

감독님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5센티미터'를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죠. '상하이 러브 스토리'에서는 조금 비슷한 전개로 나아가지만 마지막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리 하오린 감독: 처음에 기획할 때에는 마지막 장면에 나타나는 것이 샤오유인지 아닌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냥 누군가 왔는데 그게 누구인지는 알려주지 않고 끝낼 생각이었죠.

 

그 당시에는 특별히 해피엔딩이 아니라 열린 결말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재미있는 생각을 해 봤는데, 관객들이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린다면 결말을 보여주자는 거였습니다. 에피소드 후기까지 본다면 마지막에 찾아온 것이 누군지 알고 해피엔딩임을 확인하고 돌아가겠지만 스탭롤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나간다면 열린 결말이 되도록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감독 본인은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편인가요
리 하오린 감독: 저는 열린 결말을 좋아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해석은 관객에게 달린 것이지만 현실의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고 지금 생긴 일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도 겪은 시점에서 말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지나고 되돌아봐야 판단할 수 있는 것이겠죠. 영화의 결말도 그런 것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모텔에서 일하고 있는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것인가요? 왜 그렇게 묘사한 것인지 듣고 싶습니다
리 하오린 감독: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게 맞습니다. 그렇게 묘사한 이유는 주인공이 뿌리, 자신의 근원이 되는 곳으로 돌아가 가장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모습을 표현하려는 거였습니다.

 

작중 카세트 테이프가 중요한 오브제로 등장합니다. 요즘 관객 중에는 이게 뭔지 모르는 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감독님 개인의 경험에 기반한 묘사인지, 요즘 사람들이 추억을 느끼는 소재라는 점을 의식하셨던 건지 궁금합니다
리 하오린 감독: 저희가 어렸을 때에는 많이 사용하는 필수품이었습니다. '우리의 계절은'을 만들 때 어떤 소재를 등장시킬지 다양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교환일기도 생각해 봤고 다른 오브제를 고민해 봤는데, 결국 카세트 테이프를 선택한 것은 당시로서는 카세트 테이프가 시간을 거슬러 넘나들 수 있는 유일한 매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샤오유의 목소리를 들을 때 거리감을 밀접하게 느끼게 되는데 당시 시대 배경에서는 그게 가능한 유일한 기술 매체가 카세트 테이프였습니다.

 

애니메이션 업계 뛰어든 계기는 '최종병기그녀'

'너의 이름은.'도 보셨을 텐데 어떻게 느끼셨나요
리 하오린 감독: 전반적으로 영화가 매우 능숙하다고 해야할까, 성숙한 모습이었습니다. '초속5센티미터'와 '너의 이름은.'을 놓고 보면 '너의 이름은.'이 '초속5센티미터'에 비해 다양한 방면에서 성숙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죠. 서사 구조, 드라마의 구조도 그렇지만 화면 구성, 뛰어난 작화 등 완성도 면에서 매우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신카이 감독의 작품 외에 인상에 남아있는 작품이 있다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리 하오린 감독: 제가 이 업계에 뛰어든 계기가 된 작품이 '최종병기그녀'입니다. '최종병기그녀'를 보고 애니메이션의 영향력을 느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일을 하기로 결심했던 거죠.

 

'최종병기그녀'는 긍정적이거나 낙관적인 작품은 아닙니다. 작품을 보면서 무거운 감정을 느꼈죠. 하지만 보고 나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산업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그 작품을 접했는데, 대학생 시절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가치관을 형성하는 시기죠. 그 때 이걸 보고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니 '정말 대단하다, 애니메이션이 이런 일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에는 젊은이들에게 삶의 동기, 계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으신지를 듣고 싶습니다
리 하오린 감독: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만들겠지만 제가 추구하고 계속 집중하는 것은 사람들의 진실한 감정과 현재 일어나는 사회현상입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작품 속에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관계, 상황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면 장르는 액션이 되어도 좋고 청춘 이야기가 되어도 좋을 것입니다. 어떤 장르, 외형이라도 상관없이 작품에 그 두가지를 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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