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미래의 미라이' 들고 방한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 "새로운 작품 보여줄 수 있는 건 한국 관객들 덕분"

등록일 2018년12월28일 09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다시 서울을 찾았다. 한국은 호소다 감독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처음으로 초대하고, 환호해 준 나라. 그가 처음 초대받아 참석한 국제영화제가 바로 부산영화제였다.
 
한국을 찾아 관객들과 만나고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호소다 감독은 12년 전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들고 부산영화제 참석을 위해 방한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제 영화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환영해준 것이 바로 한국 여러분이었다"며 "일본 외에 제 작품을 처음 발견해 주신 것도 한국 분들이었고 그 뒤로도 늘 응원해주셔서 고맙다. 한국 관객 여러분 덕분에 새로운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미래의 미라이는 호오가 꽤 갈리고 있는 작품인 게 사실이다. 그의 전작들을 좋아하는 관객 중에는 이번 작품에 실망했다는 팬도 있는 한편 이번 작품을 극찬하는 경우도 있다. 기자회견 전 작품을 먼저 감상한 한국 기자단에서는 대체로 호평이 나왔는데, 아시아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골든글로브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점에서 서구권에서의 평가도 상당히 좋은 편.
 


 
호소다 감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 까지 수준높은 작화에 기반한 SF, 일상과 비일상의 결합을 보여주면서 시간이 갈수록 가족이라는 테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미래의 미라이'는 실제 두 자녀를 키우며 육아를 하고있는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담으면서 매우 리얼한 아이와 부모, 가족을 판타지와 일상의 만남 속에서 그려내고 있었다.
 
"저와 제 가족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느낌입니다.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제 첫 아이에게 여동생이 생겼을 때 오빠가 된 이 아이는 아기를 '내 여동생'이라고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생각, 과정을 영화로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를 얼핏 보면 작은 아이들과 작은 규모의 가족 이야기로 보이겠지만 그렇게 방심하고 보다보면 큰 가족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호소다 감독의 설명이다.
 


 
작중 아버지는 건축가로 좁은 땅에 여러 층이 있고 탁 트여있는 집을 지어 살고있다. 정원에는 큰 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 나무는 사람, 가족보다 더 오래된 존재로 인생이 이어지며 가족의 기록이 나무 안에 새겨진다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작중 등장하는 집의 구조도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호소다 감독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가족의 비밀을 알아간다는 영화의 큰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보통의 벽으로 나눠진 집을 표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하나의 시선으로 가족들의 방을 모두 볼 수 있는 구성을 하고 싶었고 아이들이 올라가서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부와 증조모의 비밀까지 알게 되는 것을 공간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라고 설명한다.
 
이 작품은 실제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키워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같기도 하다. 하지만 호소다 감독은 젊은 세대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고.
 
"젊은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건 늘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젊은이들은 억압 속에 살아가며 현실을 재미없고 따분한 것으로,  영화 속 액션과 판타지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요. 일상은 재미없고 따분하니 화려한 세계를 동경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 영화가 그리려는 건 판타지를 경험해서 오히려 일상의 멋짐을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일상이 따분하고 재미없고 일상 외의 것만 재미있어선 세상은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젊은 세대가 세상에 절망하고 일상을 지루해하는 건 모든 나라가 다 비슷할 텐데, 실제로 인생은 따분해 보이지만 따분하지 않고 멋진 것이라는 생각을 담아 이번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오히려 젊은 세대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을 강하게 담아 만든 작품입니다"
 


 
'늑대아이'부터 '괴물의 아이', 이번 '미래의 미라이'까지. 그가 내세우는 주인공들은 아이들이다. 그는 왜 늘 아이들을 소재로 삼을까, 그리고 차기작도 역시 아이들과 가족을 소재로 다루게 될까? 그 부분도 들어봤다.
 
"제가 영화에서 표현하고 그려내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보면, 저는 사람이 어떤 조건에서 변하는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느꼈던 사람이 좋아진다거나, 좋아하던 사람에게 차갑게 감정이 식는다거나 하면 왜 이런 변화가 있을까, 어떤 일이 생겼을까를 생각하게 되죠.
 
아이들의 성장을 그리는 것은 아이들이 변화의 양상이 더 큰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은 영혼, 마음이 고착화되어 작은 일로는 변하지 않습니다. 다이어트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바로 하지는 못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웃음)
 
아이들은 점점 변하고 어제, 그제의 자신과도 달라집니다. 그런 변화의 양상이 우리 어른들이나 우리 사회에도 매우 소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영화를 통해 인간의 변화와 성장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작품은 지금 한창 구상중입니다. 다음에도 역시 가족, 아이들을 그릴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지금 말할 수 잇는 것은 차기작에서 꼭 아이들을, 가족을 그린다고,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다는 것 뿐이네요.
 
사실 '미래의 미라이'와는 전혀 다른 영화를 구상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다이나믹하게 변한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호소다 감독은 이미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이다. 2018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주간에 초대되어 '미래의 미라이'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진행했고, 아시아 애니메이션 최초로 골든글로브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이제까지 일본의, 아시아의 어떤 감독의 애니메이션 작품도 초대받지 못한 골든글로브에 사상 최초로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그에 대한, '미래의 미라이'에 대한 서구권의 시각이 잘 드러난다 할 수 있겠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라 놀랐습니디. 저는 미국이 '미래의 미라이'라는 영화의 정반대에 있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입니다. 미국은 뭐든 영웅이 나서야 하는 사회잖아요?(웃음). 헐리웃 영화의 주류에 부합하는 건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는 배타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미래의 미라이'에는 헐리웃 영화와는 반대로 대모험도 대재해도 대사건도 없지요. 그저 일상과 가족, 아이들의 일상이 담담하게 그려집니다. 그런 영화가 미국 골든글로브의 가치관에 선정된 것은 놀라운 일이고 헐리웃 영화 외에서도 영화의 가치를 제대로 보고 있다는 걸 알게되어 기쁘고 놀랐습니다.  시상식은 내년 1월인데, 수상과 관계없이 즐겁게 시상식에 참석하려 합니다"
 
'미래의 미라이'는 오는 2019년 1월 16일 국내 개봉한다. 한국 관객들은 이 영화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자회견의 반응은 좋았지만, 일반 관객들의 시선은 어떨지... 기자 역시 호소다 감독의 팬으로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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