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근거도 미흡, 후폭풍 부는 WHO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 "진짜 질병 맞나?"

등록일 2019년05월29일 01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가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ICD-11'에 정식으로 등재하기로 세계보건총회를 통해 확정하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내 게임업계, 그리고 보건복지부와 의학계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이번 질병 코드 도입이 명확한 의학적 근거와 연구 결과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 거세다.

 



 

WHO는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된 세계보건총회에서 국제 질병 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DC)의 최신 개정판인 'ICD-11'에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포함시켜 질병으로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개정안에 게임 이용 장애 등재가 확정됨에 따라, WHO의 권고 사항을 바탕으로 각 회원국이 질병 코드 정책을 자유롭게 개정하게 된다.

 

다만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WHO의 개정안을 받아들여 곧바로 법제화 하거나 각 국가의 질병 코드 분류를 개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경우 오는 2025년 이전까지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담당하는 통계청이 'KCD'에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를 등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입장을 조율하고 'KCD'에 게임 이용 장애를 포함시킬지 여부를 결정할 시간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세계보건총회를 통해 결정된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와 관련해 이를 국내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부처간에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엇박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ICD-11' 정식 등재된 '게임 이용 장애'… WHO "게임 이용자 중 극히 일부가 시력 및 청력 저하와 우울증 증상 포함"
WHO에서는 'ICD-11' 개정판에 포함된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해, ▲게임을 다른 일상보다 우선시하고 ▲부정적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계속해서 게임을 이용하고 ▲게임을 조절하지 못하는 증상이 12개월 동안 반복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게임 이용 장애가 질병 코드로 등재된 이후, 단순히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들은 물론이고 e스포츠 대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로게이머와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TV 등의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개인 방송인들도 '환자'로 분류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게임 이용 장애'로 병역 의무를 기피하거나 회사나 학교에서 조퇴하는 것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이야기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가 "하루 종일 게임을 하는 e스포츠 선수들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해 WHO에 직접 문의한 결과에 따르면, WHO는 "게임 이용 장애는 게임 과잉으로 개인, 가족, 사회적, 교육적 또는 직업적 기능에 현저한 장애나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는 행태를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며 "게임 이용자들 중 극히 일부가 충분하지 못한 신체 활동,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시력 및 청력의 저하, 공격적 행동 및 우울증과 같은 증상을 포함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 이용 장애' 국내 도입에 대한 입장 첨예하게 대립
게임 이용 장애에 찬성하는 의료계에서는 일부 피해를 보고 있는 이용자들을 조기에 치료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임을 과하게 이용해 일상 생활에 무리가 오는 등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극소수이지만 존재해 이들을 조기에 치료해야 하며, 강력 범죄가 일어나는 등 피해 사례가 분명히 존재하므로 의학 전문가들이 나서 치료 도구 및 방안을 강구하고, 나아가 이러한 관리가 게임산업의 건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게임 이용 장애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는 문체부와 게임업계 및 각 협단체에서는 이러한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 등록이 국내 문화 콘텐츠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며, 질병 코드 분류로 인해 치료를 받을 경우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이용자로 사회적인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반대 측은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 등록이 갖는 오류로 게임 자체가 과몰입의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게임 때문에 사회 활동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거나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나 원활하지 못한 대인 관계 등 사회적 또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WHO의 게임 이용 장애의 정의에 어떠한 여가 생활을 대입하더라도 모두 말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콘텐츠진흥원 강경석 게임본부장은 게임 과몰입은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자녀의 과몰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 해결책이며,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지도하거나 상담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두 번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즉 이러한 개선 방안이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질병 코드를 분류해 의료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정부 부처간 의견 조율 '지지부진'... 게임업계 'SNS 캠페인'으로 반대 입장 피력

한편, 보건복지부는 WHO의 게임 이용 장애 관련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히면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협의체는 법조계와 시민단체, 게임 업계,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본래 내달 중으로 협의체 구성이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당 협의체에 문체부가 불참을 선언한데 이어, KCD를 담당하고 있는 통계청 또한 참여를 보류해 정부 부처간에 의견 조율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28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 토론회'에는 한콘진 등 정부 부처 외에도 게임과몰입힐링센터와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협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나, 찬성 입장인 보건복지부 측 관계자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 반쪽 짜리 토론회로 마무리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28일 개최된 차관급 회의에서는 문체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의 국내 도입까지의 시일이 충분하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져 향후 부처간에 의견을 좁히고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 기관은 도입 여부의 결정과 도입 시기, 도입 방법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하고,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문체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 외에도 당사자인 게임업계와 의료계, 전문가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민관협의체를 운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이러한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에 반대하는 '우리는 모두 게이머입니다' SNS 캠페인을 전개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네오위즈, 펄어비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자사의 공식 페이스북 등을 통해 게임은 건전한 놀이 문화이며, 질병 코드 등재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 확정 이후 몰아치고 있는 후폭풍에 더해, 2025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KCD' 개정에 이번 WHO의 결정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그리고 정부 부처간 의견 조율과 사회적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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