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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기획#3]"제 2의 '아타리 쇼크' 올 수도..."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말하는 '인디포칼립스'

인디게임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시장의 붕괴는 없다...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변화도 필요해

등록일 2019년08월08일 10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마인크래프트'의 성공신화를 쫓아 수 많은 인디게임사들이 인디게임 시장에 도전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8년, 인디게임 시장은 이제 과포화 상태의 '레드오션'이 된지 오래다. 국내도 마찬가지. 인디게임의 포화로 인해 시장상황이 악화되고 이 때문에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성공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인디게임 시장이 점점 악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게임포커스가 인디게임 시장의 붕괴를 의미하는 '인디포칼립스(Indiepocalypse)' 3부작 기사를 통해 국내 인디게임 시장의 포화 상태와 문제점, 그리고 미래에 대해 짚어보았다.

 



 

1985년, 영원히 상승세를 기록할 것만 같던 북미 게임 산업의 규모는 1억 달러로 급락했다. 불과 3년 전인 1982년 북미 게임 시장의 규모가 30억 달러를 넘던 것과 것과 비교하면 29억 달러 가량이 허공으로 사라진 것.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아타리 쇼크'에 대한 이야기다.

 

'아타리 쇼크'가 찾아온 것은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양산형 게임들이 쏟아지는, 이른바 '조제남조' 현상 때문이다. 가정용 게임기기 '아타리'의 폭발적인 흥행 이후 낮은 품질의 게임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이 이어졌고 결국 시장의 수요가 사라져버린 것. 여기에 1982년 발매된 '아타리 2600판 E.T' 게임이 흥행 참패를 겪으면서 쇠퇴해가는 북미 비디오 게임 시장에 결정타를 날리게 되었다.

 

과포화 상태에 도달한 시장과 양산형 게임의 범람은 지금의 인디게임 시장이 처한 상황과 유사하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인디게임 시장의 붕괴를 의미하는 '인디포칼립스'가 찾아올 것이란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다른 국가에 비해 시장의 크기가 작은 국내에서는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2020년을 기점으로 국내 인디게임 시장의 붕괴가 시작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 상황.

 

그러나 인디게임 시장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발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아타리 쇼크'의 사태처럼 시장이 붕괴하기 위해서는 결국 수요가 사라져야 하지만, 시장의 트렌드에 염증을 느끼고 반 시장 정서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인디게임 시장이 붕괴할 수는 없다는 것. 그러나 이런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독창적인 게임을 위한 고민들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위기에 처한 인디게임 시장은 정말 붕괴하는 것일까? 게임포커스가 현직 인디게임 개발자 및 관계자들로부터 '인디포칼립스'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인디게임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사라져가는 것

 



 

시장의 붕괴는 곧 수요의 상실을 의미한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북미 게임 시장이 붕괴한 것 역시 시장에 출시되는 게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결국 시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꾸준한 수요가 필요하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인디게임 시장의 붕괴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것 역시 인디게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트렌드에 대한 거부감과 새로운 게임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존재하는 만큼, 인디게임 시장은 결코 붕괴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디게임 개발자나 중소 개발사들이 주된 차별화 전략으로 사용하는 '착한 BM'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한 사람이 강해지는 소위 'P2W(Pay 2 Win)'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많은 인디게임 및 중소 개발사의 게임들이 돈보다는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형태의 게임들로 기존의 BM에 염증을 느낀 유저들을 사로잡은 것. '착한 BM'을 내세운 게임들 중 상당수가 퍼블리셔나 대형 자본 없이도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데 성공했다.

 

한 인디게임 개발자는 “상위 0.2%의 유저들이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이들에게 게임의 전반적인 콘텐츠나 운영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인디게임은 이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을 포착해야 한다. 지금의 게임시장의 문제점을 파악하면 분명 틈새 시장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수요는 있지만 시장에 독창적인 게임을 선보여야 할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점차 사라진다는 것이 지금 인디게임 시장이 처한 진짜 위기라는 것이 현직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의 전석환 사업실장은 "주류 시장이 포착하지 못하는 비주류, 즉 새로운 게임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존재한다"라며 "그러나 인디게임에 대한 수요가 있음에도 이를 만들 수 있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사라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게임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인디게임 개발자들 중 상당수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인디게임 개발자로서의 꿈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 인디게임 개발자는 “인디게임 지원 사업을 받은 사람 중 절반 정도가 결국 회사로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다른 개발자 역시 "붕괴라는 큰 현상이 갑자기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악화될 것은 분명하다"라며 "이미 많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폐업하는 모습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역량 강화 없는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이처럼 인디게임 생태계 내부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도 많은 인디게임 공모전이나 정부 지원 사업 등을 통해 게임 개발에 필요한 공간을 임대해주거나 금액을 제공해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했지만, 정작 게임의 개발부터 출시에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이나 출시 이후의 사후 관리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의 전석환 사업실장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주도 하에 보다 실질적인 혜택을 위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인디게임들을 위한 지원책 대부분이 금전적인 혜택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개발자의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석환 사업실장은 “1천에서 2천 만원 정도의 금액을 들여 게임을 홍보해주더라도 지속적인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들도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유저들에게 게임을 알리더라도 시장에 안착해 차기작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개발사는 드물다고 강조했다. 인디게임 시장이 사장 단계에 접어들 것인지를 논의하기 이전에 국내에서 인디게임으로 성공하고 자리를 잡은 사례가 없다는 것.

 

실제로 시장에 내놓은 첫 작품이 좋은 성과를 기록하더라도 이를 발판으로 삼아 다음 게임을 개발하거나 기존 작품의 장기 흥행에 성공한 국내 인디게임 개발사는 드물다. 하나의 게임을 출시하는데 모든 여력을 쏟아 붓고 팀이 해산되거나 차기작에 집중하면서 기존 게임의 유지보수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 한 인디게임 개발자는 “작은 규모의 회사는 차기작을 만들면 기존 작품을 방치할 수 밖에 없는데, 다음 프로젝트마저 실패하면 결국 폐업을 마주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전석환 사업실장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전반적인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인디게임 시장이 '블루오션'이던 시기에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는 것만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시장이 포화되고 내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개발뿐만 아니라 사업 전반에서 역량을 갖춘 '프로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전석환 사업실장은 “앞으로 인디게임 시장은 실력 있는 1인 개발자 또는 다수의 인원이 역할을 분담하는 팀 단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전체적인 역량을 키워 향후 게임업계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 한국게임개발자협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공통 목표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운영하는 인디게임 공모전 'GIGDC(글로벌 인디게임 제작 경진대회)'에서는 향후 개발 경력이 적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위해 유니티와 '코드 리뷰'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게임의 출시와 운영에 대해 조언해주는 코칭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전석환 사업실장은 “누구나 쉽고 빠르게 게임을 만들고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되면서 열악한 게임들도 늘어나고 있다”라며 “잘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부딪히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역량의 강화다.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기술을 알려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디게임 시장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시장의 상황이 점차 악화되어가는 가운데,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생존을 목적으로 트렌드를 쫓는 소위 '생계형 게임'들이 시장에 연이어 출시되면서 시장의 반응이 부정적으로 변하는 가운데, 인디게임 개발자들 스스로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

 

개발자와 소비자들 사이의 소통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인디게임 시장 내부의 상황이 각박해지고 있지만, 게임업계 관계자들 중에서 유튜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는 것. 이에 인디게임 개발자와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개발자들의 생각이다. 다만, 개발자가 소비자들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만큼, 게임을 알리거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인디게임 전문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한 인디게임 개발자는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부정하기도, 긍정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스스로 혁신해 나가지 않는 한, 인디게임 시장의 미래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인디게임 개발자로 살아남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지만, 많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장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대형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모든 개발자들의 꿈이기 때문.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전석환 사업실장은 “회사에서 만드는 게임은 결국 상업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독립해서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한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디게임 개발자는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대신 인디게임 개발자를 선택한 것은 기획과 개발을 보다 주체적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디게임 개발자 또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알리기 위해 무작정 뛰쳐나와 인디개발사를 차렸다. 여전히 도전적인 게임을 만드는 것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만들고 싶은 게임이나 꿈을 이루기 위해 인디게임 시장에 도전하고 있지만, 수면 위로 떠오른 하나의 성공작 아래에는 무수히 많은 게임들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지금 인디게임 시장의 현실이다.

 

특히 대형 게임사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주류 시장에서는 양극화와 흥행 장르의 고착화라는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상업성보다는 도전정신이나 게임 본연의 재미를 추구하는 인디게임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시장으로부터 독립한 인디게임 역시 비슷한 문제들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소비자와 개발자들 모두 인디게임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인디게임 시장의 붕괴는 없다. 내부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물론, 시장의 주류로부터 독립하면서도 상업성을 함께 챙기는 개발자들도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 느리지만 변화가 진행되는 만큼, 변화하는 시장의 상황에 맞춰 진화하는 인디게임의 새로운 모습을 지켜야 할 듯 싶다.

 

 

백인석 기자 (quazina@gamefocus.co.kr)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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