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11시 기준 민주당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이미지 출처 : APEletions)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향후 의회 권력 지형 변화가 가져올 정책적 파장에 글로벌 게임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Web3) 등 차세대 게임 기술의 사업 환경부터 콘솔·PC 등 하드웨어 기기의 공급망과 원가 구조까지 산업 전반의 경영 환경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집권 2기를 맞은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AI를 비롯한 핵심 기술과 하드웨어 제조 분야에서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앞세워 왔다. 취임 직후 바이든 전 정부의 AI 안전성 강화 행정명령을 철회하고 '미국 AI 액션 플랜'을 가동해 민간 중심의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한편,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제조업에는 관세를 활용한 압박을 가하는 등 미국의 기술 패권과 제조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게임 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의 규제 완화 및 산업 육성, 그리고 관세 정책에 따른 게임 하드웨어의 제조·유통 비용 상승을 꼽을 수 있다. 전자가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면, 후자는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에게 현실적인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기존 가상자산 규제 행정명령 철회를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
우선 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는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산업 육성 정책이 추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디지털 금융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 제14178호에 서명하고, 백악관 차원의 디지털 자산 시장 실무그룹을 구성했다.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을 지원하고 관련 규제를 재검토하는 한편, 미국을 글로벌 디지털 금융 기술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기조는 그동안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와 규제 불확실성으로 북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블록체인 기반 게임 프로젝트에도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게임 내 디지털 자산의 발행과 거래, 이용자 간 자산 소유권 이전 등을 사업 모델로 삼는 Web3 게임 기업에는 미국 시장의 규제 환경 변화가 사업 확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기존의 강경한 규제 기조에서 벗어나 업계와의 소통 및 규제 명확성 확보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이는 그동안 법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미국 시장 진출에 신중했던 블록체인 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P2E(Play to Earn) 게임을 포함한 블록체인 게임 전반의 규제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상자산 발행과 거래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 환경이 개선되더라도 게임 내 재화의 현금화, 사행성 여부, 소비자 보호 등은 별도의 법적 쟁점으로 남는다. 블록체인 산업에 우호적인 정책 기조가 게임 서비스에 대한 규제까지 일괄적으로 해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800달러 이하 해외 직구 물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De Minimis)을 전 세계 상업용 화물 대상으로 중단한다는 공식 발표
반면 통상 정책에 따른 관세 장벽은 게임 하드웨어 시장에 실질적인 원가 부담을 안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별 상호관세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추진했으며, 2025년에는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 적용되던 소액면세제도(De Minimis) 혜택까지 폐지했다.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콘솔과 PC 부품, 게이밍 주변기기 산업은 이러한 통상 정책 변화에 따른 제조·유통 비용 상승 가능성에 노출됐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발표한 분석 자료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CTA는 2025년 5월 발표한 관세 영향 분석에서 당시 관세 정책이 유지되고 일부 추가 관세 시나리오가 적용될 경우 비디오게임 콘솔의 평균 소비자 가격이 69%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실제 가격 인상률이 아닌 당시 정책 조건을 적용한 시뮬레이션이지만, 해외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콘솔 산업이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우려는 단순한 전망에 그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5월 미국 시장에서 Xbox Series X와 Series S의 가격을 인상했으며, 소니 역시 같은 해 8월 미국 내 PS5 주요 모델의 가격을 약 50달러 올렸다. 닌텐도도 기존 스위치 제품군의 가격을 조정하는 등 주요 콘솔 제조사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섰다.
가격 인상의 원인을 관세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환율과 물류비, 글로벌 경제 상황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했으며, 2026년 들어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와 저장장치 가격 상승까지 하드웨어 제조사의 부담을 키웠다. 그럼에도 2025년 관세 정책이 콘솔 제조사들의 가격 결정과 생산 거점 재편에 상당한 압박을 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주요 콘솔 제조사들은 중국 중심이었던 미국향 생산 공급망을 베트남 등으로 다변화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기조가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에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느냐다. 만약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탈환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디지털 자산 육성과 관세 정책 모두 의회의 견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 50대 찬성 49로 부결된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 법안'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민주당은 소비자 보호와 시장 감독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실제로 2026년 9월 상원에서 가상자산의 규제 체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 법안(CLARITY Act)'의 처리 절차가 좌절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디지털 자산의 규제 관할과 시장 구조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상원에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 표결에서 반대 50대 찬성 49로 부결됐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가 주요 원인이었지만, 공화당 의원 일부도 반대표를 던지면서 가결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확보한다면 향후 디지털 자산 관련 입법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와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가상자산 사업자의 공시 의무와 이해충돌 방지, 탈중앙화금융(DeFi)에 대한 감독 범위 등은 향후 입법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친가상자산 정책 역시 의회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상당한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미국 시장 진출을 기대했던 블록체인 게임 기업에도 사업 계획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관세 및 하드웨어 원가 문제 역시 주요 쟁점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이 수입품 가격을 높이고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해 왔다. 의회 다수당이 바뀔 경우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제한하거나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대통령의 행정 권한과 거부권이 유지되는 만큼 관세 정책이 즉각 철회되거나 기존 관세가 일괄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와 적용 범위를 둘러싼 조사 및 청문회가 확대되고, 관세 예외 적용과 관련한 행정부의 정책 집행에도 보다 강한 견제가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소비자 물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콘솔과 PC 등 IT 기기 분야는 관세 부담 완화를 요구하는 주요 산업적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게임업계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콘솔 가격의 문제만은 아니다. 하드웨어 가격 상승은 소비자의 기기 구매 시점을 늦추거나 PC 부품 교체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게임 플랫폼의 이용자 기반과 시장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콘솔 제조사와 PC 하드웨어 업체, 주변기기 제조사 등은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에 따라 생산 거점과 공급망을 재조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결국 이번 미국 중간선거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술·통상 정책이 남은 임기 동안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다. 공화당이 의회 주도권을 유지한다면 디지털 자산 육성과 관세 중심의 통상 정책이 기존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는 반면,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탈환한다면 관련 정책에 대한 입법적 견제와 수정 요구가 본격화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새로운 사업 기회부터 콘솔과 PC 하드웨어의 가격 경쟁력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만들어낸 기대와 부담이 중간선거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의회 권력 재편이 글로벌 게임 산업의 경영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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