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위치로 나온 택티컬 판타지 RPG '글로리아 유니온'을 클리어했다.
2011년에 PSP로 발매된 작품으로, '유그드라 유니온', '블레이즈 유니온', '글로리아 유니온'으로 이어지는 '유니온' 시리즈 작품이다.
단순한 그래픽에 아 지금 시점에 이 게임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했지만 기우였다. 명작으로 기록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만족스럽게 플레이를 마쳤다.
게임을 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봤다.
리뷰 작성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엣지'가 있는 턴제 전투
'글로리아 유니온'의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을 얼핏 보면 오소독스한 SRPG로 보인다. 맵에 아군, 적군이 배치되어 있고 각자의 턴에 이동, 공격을 행하는 방식. 하지만 실제 전투를 시작해 보면 평범하지 않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글로리아 유니온'에서 이동력은 전 캐릭터가 공유하며 턴 시작 시 선택한 카드에 기재된 수치에 따른다. 보통 8칸 전후이다. 공격은 턴마다 한번만 가능한 대신 공격 멤버에 최대 5명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
병과 상성은 검<창<도끼<검 의 기본 가위바위보에 지팡이(검, 창, 도끼에 유리), 총(지팡이에 유리) 등 일부 예외가 존재한다.
전투 후 대미지 계산은 패배한 쪽만 진행한다. 승리한 쪽은 그대로, 즉 1vs5 로 전투해도 1의 사기(체력)가 그대로인 경우도 발생한다.
유니온 시스템과 링크 시스템
이 게임의 핵심 시스템으로, 전투가 한 턴에 한번이지만 배치에 따라 최대 5명(+지원병기) 이 전투에 참가하게 된다. 전투를 시작하는 리더가 남성이면 X자로 8칸, 여성이면 십자로 8칸의 범위에 있는 아군을 같은 유니온으로 구성해 전투에 돌입한다.
포함된 멤버는 각각 남성 X자 4칸, 여성 십자 4칸의 아군을 '추가로' 유니온 멤버에 참여시킨다.
공격 '당하는' 쪽도 똑같은 매커니즘으로 유니온을 형성하여 방어 멤버를 구성한다.
게임 중 대부분의 고민은 공격 시 상성 상 우위에 있는 멤버가 필요한 순서에 들어가게 유니온을 구성하는 것으로, 이런 상황에 이동력은 한정 -카드마다 다르지만 많아봐야 12- 되어 있기 때문에 한칸 한칸이 소중해 두뇌를 풀가동하며 플레이하게 된다.
적당한 볼륨과 다양한 난이도를 갖춘 게임
메인 시나리오는 20여개로, 한 시나리오에 여러번의 전투가 있는 경우도 있다. 프리 시나리오(선택 클리어) 까지 합치면 총 40 시나리오 정도로, 난이도 이지로 전체 시나리오를 쭉 클리어하는 기준 약 25시간 정도 소요된다.
장비하는 아이템에는 스테이터스가 붙어 있고 특수기능 -반격무효 등- 이 설정되어 있지만, 몇번의 전투로 소모되어 사라진다. 하지만 이지모드에선 이 사용제한이 사라져서 계속 장비하고 진행할 수 있다.
아군 전체 멤버는 15명 전후로, 선택지에 따라 획득 불가능한 동료와 분기가 있고 프리 시나리오에서만 영입되는 동료가 존재한다.
한 번의 전투에 출격 가능한 숫자는 보통 5명 전후로 강제 출격하는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거의 무기 종류별로 한명씩 골라 키우게 된다.
게임의 장단점
장점으로는 역시 유니온 시스템을 가장 먼저 들어야할 것 같다. 유니온 시스템 때문에 전투가 단순 유닛 대 유닛의 전투와 공/방 싸움을 넘어 필드 배치가 전술의 영역이 된다.
극 초반 튜토리얼 구간에는 이 기능이 열려있지 않아 한 턴에 공격을 한번만 하는 이상한 게임인 줄 알았으나... 유니온이 열린 시점부터 흥미진진한 전투가 이어졌다.
그리고 풀음성 지원. 이토 시즈카 등 훌륭한 성우진의 열연이 펼쳐진다.
되감기 기능 등 편의 기능도 칭찬하고 싶은데, 턴 시작 지점(카드 선택) 까지의 모든 행동을 취소할 수 있으며 전투 되돌리기도 가능하다. 전투 결과 맵이 종료되는 경우에는 취소할 수 없다는 점만 주의하면 될 것 같다.
여기에 고전 게임이 주는 느긋한 턴제와 왕도 스토리도 만족스러운 지점. 대부분 예상 가능한 반전과 전개가 펼쳐지지만 그래서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다.
단점은 역시 첫인상이 벽을 느끼게 한다는 점 아닐까 싶다. PSP 시절의 UI 그대로인데 물론 '유그드라 유니온'보다는 훨씬 깔끔해졌다고 하지만 10여년 전 게임 느낌이 너무 난다.
사실 리뷰어도 배포된 스크린샷만 보고 재미없어 보여서 넘길 뻔 했는데 실제 플레이해 보니 재미있어서 스크린샷만 보고 넘길 유저가 많을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카드에서 가져오는 이동력 개념은 유니크하지만 이동력이 낮은 카드는 (당연히) 대부분 도태될 수 밖에 없어 조금 아쉽다. 카드의 파워는 쓰면서 늘릴 수 있고 스킬은 상황에 따라 응용 가능하지만 이동력은 고정이므로...
고전게임(?)답게 메인 스토리 외의 서사가 부족한 부분도 요즘 관점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이다. 프리 시나리오나 캐릭터에 대한 서사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대략 '슈퍼로봇대전'으로 치면 '기체만 참전'한 수준이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스킵 불가능한 스킬 이펙트도 요즘 기준엔 맞지 않는 느낌을 줬다. 전투 도중에는 되감기 기능도 쓸 수 없어서 전투를 잘못 시작했으면 한참 기다려서 되돌려야 해 답답한 경우가 있었다.
총평, 오랜만에 느끼는 고전 SRPG 걸작의 향기
수십년 전 '영걸전', '공명전' 하던 시절이 생각나는 아주 훌륭한 게임 경험이었다. 물론 생각해 보면 이 게임의 '원본' 도 그정도의 연식이 맞긴 하지만...
잘 짜여진 전투 시스템 하나가 오래된 UI, 뻔한 스토리, 조금 오래된 아저씨 개그 등등의 결점을 메꾸면서 끌고 나가는데 전투 하나로 다 용서되는 이런 경험은 꽤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시작은 미미한 동네 해적(도 아님)이면서 뭔가 비밀이 있고 거대 음모에 휘말린 결과 마지막에는 세계의 운명을 바꾸는, 그냥 왕도 스토리 그 자체라서 스토리에 피로감이 없는 것도 좋고, 시간과 노력이 충분하다면 노멀 모드로 차근차근, 아니라면 이지모드로 아이템의 성능을 만끽하며 쭉 진행해도 좋고.
밸런싱은 그 시절 게임답게 딱 어려울 만큼 어렵고 쉬울 만큼 쉬운 수준이었다. 다만 하드모드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2회차로 나이트메어로 바로 가도록 하자.
극 초반은 튜토리얼이므로 재미없어 보이더라도 조금만 참고 플레이해 보자. 유니온 시스템만 개방되면 게임이 달라진다.
누구에게나 추천 가능하고 누구나 재미있을 그런 게임은 아니지만, 그때 그 시절 SRPG 감성을 가진 올드 게이머에게 스위치 게임을 추천해줄 일이 생긴다면 바로 패키지판 - 유그드라, 글로리아 합본 - 을 권하게 될 것 같다.
리뷰어는 다운로드판 '글로리아 유니온'만 플레이했는데, 품절이 풀리면 합본 패키지를 따로 포교용으로 소장할 예정이다.
점수를 매기자면, SRPG 마니아로서 88점 정도는 줘야할 것 같다. 사실 90점을 넘게 주려고 했는데 맵 시작 시 미니맵에서 아군/적군 정보 조회하는 동안 게임 Crash 를 10번 정도 겪어서 조금 마음이 상해 80점대로 최종 결정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까지 감안하면 정말 강력 추천할 만한 스위치 게임이다. 첫인상에 속지 말고 플레이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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