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비즈에서 게이머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onesound 작가의 마인드 스포츠 만화 '텍사스 홀덤'을 정식 출간했다.
'은퇴한 프로게이머'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최고의 자리에서 영광을 누리다 갈채를 받고 물러나 은퇴 이후에도 화려한 삶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무대에서 사라진다. 안다. 프로게이머는 수명이 짧은 직업이다. 이는 앞서 말한 최고의 영광을 누렸다는 사람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누구나 짧은 프로의 생활 뒤에 이어질 두 번째 인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프로게이머를 그만둔 사람들이 택하는 진로 중 하나는 '다른 게임을 무대로 한 프로의 삶'이다. 베르트랑, 기욤, 임요환, 홍진호. 이들은 모두 프로게이머로서는 은퇴하였지만, 포커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현대에 와서 새로이 생긴 흐름이 아니다. 반쯤 우스갯소리로 바둑 기사를 프로게이머라고도 하는데, 70년대 중반에 프로로 등단한 한국기원 공인 9단 프로기사 차민수도 80년대에 프로 갬블러로 데뷔했고, 최근에도 세계적인 기사인 최철한 9단이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데뷔한 바 있다.
'텍사스 홀덤'의 주인공 이기수 역시 어중간한 프로게이머 6년차인 스물다섯에 '다른 진로'를 찾았다. 프로 갬블러. 도박과는 인연이 없이 살아왔고 포커조차도 쳐 본 적도 없던 기수 앞에서 영선은 사기도 불법도 없는 정정당당한 도박임을 역설하지만, '도박은 다 불법 아닌가'라는 기수의 혼잣말은 갬블을 보는 일반적인 시각을 대변한다. 그러나 각박한 삶은 그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책장을 넘기면 프로게이머들의 현실적인 고민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은 결과 취미가 사라지고 마는 딜레마, 20대 초반을 불살라도 남는 게 거의 없는 결과에 대한 후회처럼, 현업 종사자도 갤러리 격인 우리들도 다 알면서도 굳이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려 하는 이야기다.
이는 비단 프로게이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강원랜드에 부모님을 잡아먹힌 경험이 있음에도 지극히 안정된 공무원이라는 자리를 던지고 프로갬블러가 된 사람, 어려운 살림으로 부모의 부양 의무 포기서를 쓰고 온 사람까지, 모두는 각자의 삶의 무게로 어깨를 짓눌리며 살아간다.
도박에 대한 개인의 자세는 전부 다르겠지만 결국 삶은 도박, 조금 부드럽게 말해서 선택의 연속일 것이다. 기수도, 영선도, 나노노코도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고민하고 두뇌 게임을 벌인다. 세상은 불공평함으로 가득 찼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로 충만한 가운데에도 자신이 액션을 취해야 결과를 얻는 법이다. 본인이 어떠한 기반을 가지고 있든, 누구나 불확실성과 싸워 나가고 자신의 행동으로 답을 찾아야 하니까.
'텍사스 홀덤'의 미덕을 꼽자면 어디까지나 스포츠로 카드게임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카드게임을 다룬 대다수 창작물은 '스테키, 기리, 탄' 같은 등장인물들의 손기술과 조작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 나갔고, 결국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담배 연기 자욱한 음습한 분위기라는 틀에 갖히곤 했다.
그러나 onesound의 '텍사스 홀덤'은 카드게임 플레이어의 소양 중 '수읽기, 두뇌싸움'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춘다. 사기와 협잡이 난무하는 도박판 대신, 갤러리의 참관 아래 승부를 벌이는 스포츠의 무대. 각자의 절박함과 사연을 안고 참가하는 이들은 모두 사술 없이 당당하게 승부를 벌인다.
웹툰 작가이자 게임 리뷰어로 게이머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은 onesound 작가가 그려낸 이 작품은 스토리텔링을 위한 갬블이 아니라 게임과 갬블을 위한 스토리텔링이자 순수히 게임과 프로게이머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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