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DC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어설픈 유머센스와 호쾌한 액션이 엇박자를 이루고 악당의 포스가 약해서 히어로끼리 싸워야 볼만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맨 오브 스틸'의 화끈했던 액션 뒤에는 슈퍼맨이 적으로 나와야 그나마 봐줄만하고 악당과 대전할 땐 시시한 느낌이 강했다.
'액션이 장점'인 영화들로 드라마가 약했다는 공통점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14일 개봉하는 신작 '플래시'는 달랐다. 강력한 드라마와 막강한 빌런, 거기에 전성기 마블(?)을 연상시키는 유머센스까지. 2시간 24분이라는 DC다운 긴 상영시간이 1시간으로 느껴질 만큼 밀도있고 지루할 새가 없는 영화였다.
마블? 원래 히어로 영화 원조 맛집은 DC였어
근 10여년 세계 영화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한 '마블' 히어로 영화들 탓에 히어로 영화 하면 마블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플래시' 등 히어로 영화로 오랫동안 장사해 온 원조 맛집은 DC였고, 긴 시간 쌓인 자산이 많은데 활용을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마블이 '스파이더맨'에서 과거 스파이더맨들을 끄집어내 팬들을 웃고 울게 만들고, 닥터 스트레인지의 멀티버스로 세계관 확장 가능성을 키웠지만 DC 역시 멀티버스로 가면 할 게 무궁무진하다.
있는 보물을 왜 안쓰나 싶었는데 '플래시'에서 묵힌 된장이 맛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줬다.
마이클 키튼, 조지 클루니 등 역대 배트맨에 역대 슈퍼맨, 니콜라스 케이지(??)까지, DC 영화를 어릴 적 보고 반했던 아재들의 마음을 울릴 출연진이 적재적소에 등장하는데 멀티버스 설정을 제대로 활용해 관객들의 예측을 뛰어넘는 전개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여전히 화끈한 액션, 마블 연상케 하는 유머센스까지
플래시의 폭주로 멀티버스가 열리는 설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을 텐데, 어떤 세계에서 어떤 히어로와 빌런이 나올지가 흥미거리이다. 그 부분은 직접 확인해보는 게 재미있을 테니 덮어두고, 누가 나오든 DC의 장점이었던 화끈한 액션은 그대로 이어지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비장한 설정은 가졌지만 성격은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소심한 플래시와 배트맨의 입담, 상황개그까지 유머센스도 가득 담겼는데 마블의 전성기를 연상케 할 정도이다. 어설프게 마블을 흉내낸 것이 아니라 제대로 웃음을 준다.
멀티버스를 수습하려는 플래시의 노력과 의도치 않은 결과들이 DC의 역사와 맞물려 계속해서 신선한 재미를 주고 다음 전개를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부풀어오른다.
쿠키 영상은 하나 들어있는데, 꼭 확인하도록 하자.
DC의 시대가 오냐고요? 이미 왔습니다
기자는 어릴 적 DC 히어로 영화들을 보고 성장했고, 슈퍼맨과 배트맨을 좋아하지만 근 10여년 마블 영화를 주로 봤던 게 사실이다. '윈터 솔져'는 21세기 최고 액션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스파이더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슈퍼맨과 배트맨의 마음 속 지분을 대신하게 된 상태였다.
하지만 플래시를 보고 나니 영원하리라 믿었던 마블의 시대가 가고 DC의 시대가 정말 오는 것인가? 아니 왔구나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잘 할 수 있는데 그동안은 왜 안한 거냐는 원망이 생길 정도이고, 다른 배트맨과 슈퍼맨의 활약도 보고 싶으니 속편을 꼭 만들어주기 바란다.
그나저나 마이클 키튼은 역시 배트맨이었다. 70대라는 나이가 무색한 화끈한 액션과 유머. 더 늦기 전에(그가 우리 곁에 있는 동안) '플래시'를 제작해 보여준 워너브라더스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 |
| |
| |
| |
|
관련뉴스 |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