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판타지16', JRPG의 '좋았던 옛 시절'을 현대에 구현한 수작

등록일 2023년06월23일 11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스퀘어에닉스의 간판 RPG 시리즈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최신작 '파이널판타지16'을 스퀘어에닉스의 협력을 얻어 출시 전 50시간 정도 플레이해 봤다.

 

스타 개발자 요시다 나오키가 이끄는 '파이널판타지16' 개발진이 제시하는 '파이널판타지'를 '파이널판타지'답게 만드는 요소는 최고의 그래픽과 멋진 스토리, 그리고 재미있는 전투까지 세가지이다.

 

결론부터 적자면 '파이널판타지16'은 제대로 '파이널판타지'였고, 시종일관 진지하고 무겁게 전개되면서 무너지지 않는 스토리와 역대급 재미를 주는 전투를 제대로 구현했다.

 



 

화질 중시로 설정하고 플레이했는데, 그래픽 면에서도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하며 화려한 소환수 전투에서도 프레임 드랍은 일어나지 않았고, 컷씬과 플레이 사이의 전환도 매우 자연스러웠다.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가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 유닛3'에서는 자신들이 창조한 '파이널판타지16'의 스토리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게이머들이 온전히 즐기길 바라는 것 같다. 확실히 다음 전개를 걱정반 기대반으로 보는 재미가 상당했으니, 그들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었다고 해야겠는데...

 

출시 후 꽤 긴 시간 리뷰에 스토리를 언급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에 스토리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플레이하며 느낀 전체적인 소감을 정리해 봤다.  

 

무너지지 않는 스토리, 늘 진지하지만 긴장감 잘 유지했어
전작 '파이널판타지15'는 멋진 설정과 세계관을 제시했지만 스토리 전개가 엉성했고 결정적으로 후반부에 스토리가 무너져버렸다. 하지만 '파이널판타지16' 개발팀은 처음부터 끝가지 텐션을 잘 유지하며 스토리를 제대로 구축했다.

 



 

메인 스토리는 늘 진지하고 무겁지만 다음 전개를 예상할 수 없게 만들며 긴장을 잘 유지한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플레이해 왔다면 고전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연상시킬 전개와 장치들이 많아 더 즐거움을 느끼겠지만, 이번이 첫 '파이널판타지' 입문이라도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서브 퀘스트들은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돕고 무수히 등장하는 서브 캐릭터들의 과거와 현재, 관계를 알 수 있도록 하는 내용들이다. 심부름과 채집, 대화, 그리고 때로는 몬스터 사냥도 해야한다.

 



 

메인 스토리를 빠르게 보고 싶겠지만, 가능한 한 그때 그때 서브 퀘스트도 정리하고 플레이하기를 권하고 싶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내용들로 보상도 좋은 편이었다.

 

메인 스토리와 서브 퀘스트에 더해 짜릿한 전투를 원하는 유저들을 위한 위험한 몬스터 토벌 게시판도 등장하는데, 이 역시 스토리의 후일담이거나 퀘스트와 연관된 것이 있어 병행 플레이를 추천한다.

 



 

메인 스토리, 서브 퀘스트, 위험 몬스터 토벌은 클리어 시 명성을 올려주고 명성이 올라가면 후원자들에게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선물을 받는 것이 트로피 조건이니 트로피도 노리는 게이머라면 특히 모두 챙겨야할 것이다.

 

유교빌런 요시다 나오키와 귀여운 토르갈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와 개발진이 출시 전 '해피엔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받아들이기에 따라 해피엔딩일 수도 아닐 수도' 같은 무서운 코멘트를 해와서 매우 걱정하며 플레이했는데,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요시다 나오키는 사람의 마음을 아는 사람이었다.

 



 

출시 전 선정적인 요소로 성인용 게임이 되었다거나 '왕좌의 게임'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왔었지만 미스리딩을 노린 카모플라쥬 정보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기서 밝혀두고 싶다.

 

'파이널판타지16'은 선정적인 게임이기는 커녕 플레이하며 요시다 나오키는 유교빌런이었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남녀칠세부동석이 그의 신조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자극적인 묘사는 커녕 키스나 허그조차 극도로 아끼고 손도 잡지 못한다. 키스신이 나올까 싶은 분위기는 계속 연출하면서 다른 캐릭터들의 방해로 못하는 연출만 반복되어 JRPG라면 역시 사랑과 연애가 있어야 한다는 아재 게이머 기자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파이널판타니16'의 마스코트이자 모험의 든든한 동반자, 귀여운 토르갈은 정말 매력적인 존재지만 딱 한번 욕을 하게 만든 대목이 결정적 키스신을 방해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토르갈도 두번째부터는 분위기 파악을 하지만...

 

토르갈은 정말 귀엽고 든든하다. 토르갈을 쓰다듬어줄 수 있는데, 기회가 될 때마다 열심히 쓰다듬어주도록 하자. 일정 회수 쓰다듬는 트로피도 있다(!)

 

정말 잘 만든 전투, 소환수 전투는 '파이널판타지'의 이상을 구현한 것 아닐까
'파이널판타지16'의 전투는 정말 재미있었다. 전통의 턴제 전투에서 액션으로 바뀌었지만 이 정도를 보여주면 납득하고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소환수와 스킬이 늘어날수록 원하는 조합을 찾아 콤보를 이어가는 게 상당히 재미있다. 화끈하게 광역기로 적들을 정리할 수도 있고 일대일 보스전을 상정한 한방을 노릴 수도 있으며, 원거리 중심으로 조합할 수도, 근거리 특화로 조합할 수도 있다. 전투가 재미있어서 몬스터과의 전투를 즐겨서 플레이 타임이 더 늘어난 것 같다.

 

소환수 전투는 그야말로 '파이널판타지16'의 백미로, 개발진이 자신있어할만 했다. 초반에는 버튼연사로 연출이나 보는 느낌을 받겠지만, 갈수록 다양한 상황에서 소환수들과의 화끈한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제대로 조작해서 콤보를 먹이고 회피를 해 가며 싸워야 하는 평범하게 재미있는 전투도 여럿 있고, 결정적 순간에는 화려한 연출과 함께 QTE와 조작을 섞어가며 플레이하게 된다.

 

'파이널판타지13'에서 QTE를 넣어가며 지켜보던 그것에서 훨씬 발전된 연출과 박력, 그리고 제대로 조작이 들어간 전투를 구현했다. 앞으로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에 팬들의 기대를 너무 키워버린 것 아닌가 하는 엉뚱한 걱정이 될 정도였다.

 

'파이널판타지14'의 영향은 확실히 커보여
'파이널판타지16'은 역대 '파이널판타지' 요소들을 적절히 활용해서 팬들을 즐겁게 하는 게임이었는데, 아무래도 개발진의 전작 '파이널판타지14'의 영향이 커 보인다.

 



 

자체 개발 엔진으로 만든 게임이라 색감이나 화면의 질감부터 '파이널판타지15'보다는 '파이널판타지14' 느낌이 나고, 각종 UI나 퀘스트 연출, 구성에서도 MMORPG 느낌이 꽤 났다. 싱글 플레이 게임만 즐겨온 게이머라면 약간의 이질감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스토리와 전투 면에서는 확실히 개발진의 장담대로 최고의 JRPG이자 '파이널판타지'다운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래픽 면에서는 조금 아쉽다는 느낌도 들었다.

 



 

당대 최고 수준을 보여준 스토리와 전투에 비해, 그래픽 면에서는 합격점을 주기엔 충분했지만 좀 더 할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포도' 묘사는 '파이널판타지14'에 비해 일취월장했으니 초반에 갈 수 있는 포도농원에서 꼭 확인해 보도록 하자.

 

DLC 정말 안낼 건가요, 비비안 이야기 보여주세요
개발진에서는 '파이널판타지16'을 한편으로 온전히 마무리짓고 DLC를 낼 생각이 없다는 것 같다. 게임을 클리어하면 레벨과 장비를 이어받아 새로 시작하는 뉴 게임 플러스 모드 '파이널판타지 모드'가 열리는데, 뉴 게임 플러스를 처음부터 넣어줬다는 것에서도 '온전한 하나의 게임'에 대한 의지가 읽힌다.

 



 

하지만 매력적인 세계와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는 생각도 강하게 든다. 특히 작중 세계 정세와 인물관계를 설명해주는 캐릭터인 비비안의 과거와 동료가 되는 과정이라거나, 질과 시드가 동료가 되기 전 이야기는 꼭 보고싶다.

 

주인공과 메인 서사에 집중해 흘러가는 대화와 서브 퀘스트로 정리된 주변 이야기들을 더 자세히 보고 싶은데, '파이널판타지16'은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좋은 게임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가 스퀘어에닉스의 최근 게임들이 게이머들에게 실망을 줬다고 인정했다는데, 본인이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현이기도 했을 것이다. 실제 확인해 본 '파이널판타지16'은 그의 그런 자신감이 근거가 있는 것이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잘 만든 게임이었다. 역시 위기의 스퀘어에닉스를 구할 마지막 희망 답달까.

 



 

좋은 스토리와 재미있는 전투, 훌륭한 연출이 더해진 '파이널판타지16'을 플레이하며 좋았던 옛 시절 JRPG를 현대에 다시 만난 느낌을 받았다. 훗날 '파이널판타지16' 역시 좋았던 옛 시절 JRPG의 대명사로 기억되지 않을까.

 

점수를 매기자면 93점을 주면 될 것 같다. 2/3 정도 플레이한 시점에서 최소점수를 87점, 최고점수를 92점 정도로 판단하고 극 후반 스토리 전개에 따라 게임에 대한 애정도가 달라질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기자의 취향에 맞는 전개가 되었기에 최고점수를 매겼다. 거기에 토르갈이 너무 귀여워서 1점 보너스를 붙였다.

 



 

마지막으로, 출시 전 기자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로피가 '파이널판타지15'에 비해 쉬울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는데, 실제 플레이해 보니 거짓말이라고까지 하긴 힘들지만 쉬운 게임은 아니었다.

 

명성을 올려 받는 선물을 모두 받아야 하고 각종 스킬에 관련된 조건 트로피도 많으며, 특히 뉴 게임 플러스 모드인 '파이널판타지 모드'로 클리어가 플래티넘 트로피를 위해 필수적이었다. 최소 70시간, 느긋하게 한다면 80에서 100시간은 필요해 보인다. '파이널판타지'16은 트로피 조건이 쉬울 것이라던 개발진의 말과 반대로 역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중 플래티넘 트로피 획득에 가장 긴 시간이 필요한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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