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가 개발 및 유통하는 5대5 대전형 캐릭터 기반 전술 슈팅 게임 ‘발로란트‘가 출시 5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플레이어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나갔던 발로란트의 5주년을 기념해 라이엇 게임즈는 각 지역마다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낸 인물들을 조명하는 영상 콘텐츠를 공개했다.
그 중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현 젠지 소속 ‘텍스쳐(t3xture)’ 김나라가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김나라는 발로란트와 발로란트 이스포츠 역사상 누구보다 극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낸 선수다.
꾸준했던 기량, 뒤따르지 않았던 결과
대구에서 태어난 ‘텍스쳐’ 김나라는 발로란트보다 오버워치를 먼저 접했다. 남다른 실력을 인정받아 프로게임단 연습생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발로란트 출시 이후 종목을 바꾼 김나라는 2021년 담원 게이밍(현 디플러스 기아)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줄곧 타격대 포지션에서 팀의 전방을 책임졌고 안정적인 경기력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김나라는 매번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팀 내 잦은 로스터 변화는 물론,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아쉬운 성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자연스레 김나라의 플레이는 충분한 조명을 받지 못한 채 묻히곤 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김나라는 2022년 글로벌 이스포츠로 이적했다. 포지션도 감시자로 변경했다. 처음에는 그의 파격적인 팀 이적과 포지션 변경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김나라는 감시자로 플레이하면서도 타격대 시절부터 보였던 정확한 에임과 반응 속도, 교전 집중력 등 자신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좋은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하지만 감시자 김나라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팀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기에 김나라가 보여준 눈부신 플레이에도 팬들은 환호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먼저 드러내곤 했다. 그렇게 김나라의 이름은 점점 VCT라는 무대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김나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다”면서도 포기하고 싶단 생각은 없었다고 단호히 말했다.
“오히려 그럴수록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고, 계속해서 열심히 임해왔다”는 말로 당시 각오를 드러냈다.
3년의 기다림…최고의 2024년 보낸 ‘텍스쳐’
서서히 팬들이 ‘텍스쳐’ 김나라라는 이름을 외치는 데시벨이 줄어들 때쯤, 그는 2023년 9월 젠지에 합류하며 메인 포지션인 타격대로 복귀했다. 개인 기량은 늘 뛰어났지만, 팀 성적의 한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사실을 잘 알고 있던 팬들은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짧은 적응기를 거친 김나라는 2024년, 커리어 최고의 한 해를 만들어낸다. 시즌 개막과 함께 열린 VCT 퍼시픽 킥오프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인터뷰에서는 “트로피 저 놈 진짜 잡기 힘드네요”라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이 때를 회상하며 김나라는 “3년이라는 시간 끝에 젠지에서 드디어 우승을 하게 됐을 때 ‘아, 드디어 나도 우승을 해보는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당시 느꼈던 뿌듯함을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되새겼다는 말을 덧붙였다.
마스터스 마드리드와 퍼시픽 스테이지1에서 연달아 준우승에 머물렀던 김나라는 마스터스 상하이에서는 퍼시픽 리그 최초로 국제 대회 우승을 달성했고 결승전 MVP로도 선정됐다. 이어진 퍼시픽 스테이지 2에서도 우승하며 시즌 MVP와 ‘올해의 타격대’까지 수상하며 방점을 찍었다.
2025년 들어서는 퍼시픽 스테이지 1 준우승으로 마스터스 토론토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날아 오를 준비를 마쳤다. 김나라가 속한 젠지는 아메리카스 스테이지1에서 2위를 차지한 메이드 인 브라질(MiBR)과 오는 9일(일; 한국 시간) 첫 대결을 앞두고 있다.
완벽하지 않아 더 큰 사랑받는 ‘텍스쳐’ 김나라의 스토리
“‘Mr. 4K’ 같은 밈이나 별명에 대해 특별히 의식하진 않지만, 그런 요소들이 선수에게 하나의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팬분들이 저를 기억해주시는 방식 중 하나라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개인 기량과 깊은 감정선을 만들어내는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텍스쳐’ 김나라에게는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조금은 독특한 기록 하나가 존재한다. 바로, 혼자서 모든 적을 잡아내는 ‘에이스’와는 유독 인연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특이한 징크스에 팬들은 ‘t4xture’ 또는 ‘Mr. 4K’라는 별명을 붙이며 그마저도 또 다른 매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에이스와의 엇갈림은 2024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24년 4월 13일 PRX와의 대결부터 2024년 8월 10일 센티널스(Sentinels)전까지 약 4개월 동안 무려 18번의 에이스 기회를 맞이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2024년 8월 1일 챔피언스 서울 그룹 스테이지 센티널스와의 17R에서 혼자서 네 명을 잡아낸 직후 마지막 킬이 동료 ‘라키아’ 김종민에게 기록된 걸 확인한 뒤 크게 아쉬워하는 장면은 팬들 사이에서는 기록적인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런 이색적인 기록은 완벽하지 않기에 오히려 공감이 가는 김나라의 이미지와 겹치며 그의 커리어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서사로 자리잡았다.
색다른 이력에 대해 김나라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팬들이 자신을 기억해주는 방식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그런 요소들이 선수에겐 하나의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나라는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도약을 꿈꾸고 있다. 발로란트가 5년간 성장해온 시간 속에서 김나라 역시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발로란트의 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의미 있는 순간에 발로란트 이스포츠 현장의 중심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난 3년간 후회 없이 달려왔고, 지금도 같은 마음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며 성장하는 선수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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