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 켄지 협회장 "소셜게임 성장 지속, 日에서 기회 찾아야"

등록일 2012년09월03일 11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일본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소셜게임은 2011년 기준 마침내 일본 게임업계를 상징하는 콘솔 패키지 시장과 규모를 나란히 했다. 소셜게임이 본격 대두되고 고작 5년여 만이다.

일본으로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중인 한국 소셜게임, 모바일게임 개발사도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시장에 대한 이해는 충분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게임포커스에서는 기능성게임컨퍼런스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오노 켄지 일본게임개발자협회 협회장을 만나 일본 소셜게임, 게임업계의 현주소와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경기기능성게임페스티벌과 함께 열린 기능성게임컨퍼런스에서 강연 중인 오노 켄지 협회장.

소셜게임 급성장, "사람들은 게임으로 고민하길 바라지 않는다"
게임포커스: 일본에서 소셜게임이 급성장하고 있다는데 소셜게임, 콘솔, 온라인 게임의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오노 협회장: 현재 소셜게임은 콘솔 소프트웨어 시장과 비슷한 규모까지 성장했다. 물론 하드웨어 매출을 합산하면 여전히 콘솔 시장이 더 크지만 소프트웨어 매출만 놓고 따지면 소셜 매출과 비슷하다.

소셜게임은 등장 5년 만에 연매출 3000억(약 4조 4000억원) 시장이 되었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800억엔(약 1조 1500억원) 정도 규모다.

게임포커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
오노 협회장: 앞으로는 소셜게임 시장은 더 커질 것이고 콘솔게임은 줄어들 것이다. 온라인게임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라그나로크온라인' 파이널판타지11'이 인기 게임들이다. '파이널판타지14'는 잘 안됐지만 '드래곤퀘스트10'은 50만 정도의 유저를 확보했다. 일본에서의 온라인 게임은 자리를 잡으면 오래 간다. 극단적으로 유저가 늘거나 줄지 않는 편이다.

기존의 방식으로 즐기는 게임에는 게이머들이 질려서 갈수록 지분이 줄어들 것이다. 반면에 소셜은 갈수록 더 성장할 거라 본다. 사람들이 싸고 가볍게 즐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제 게이머들은 게임으로 고민하길 싫어하게 됐다. 게임 전용 하드웨어를 사는 것에도 부담을 느낀다.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게임포커스: 한국에서는 갈수록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고 정부 규제도 심한 편인데 일본에서는 어떤가?
오노 협회장: 과거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좋지 않다. 인식이 좋지 않으니 게이미피케이션 같은 데 주목하는 것이고. 실제 게임업체들은 게이미피케이션은 뭔지는 잘 모르지만 수익을 올릴 새로운 방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용 게임을 학교에 넣자거나 하는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드문 편이다. 일본에서는 전국 공립중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이 필수 교과가 되었다. 모든 중학생이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야만 하지만 마땅한 교재가 없다. 모두가 생각하는 게 '그래, 게임이다!'겠지만 게임 프로그래머를 학교에 파견하자는 게 실현되지 않고 있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좀 더 변해야 한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는 부분은 일본에도 비슷한 면이 있지만 한국에서 더 심각한 것 같다. 이는 게임 중독 문제가 원인인 것 같은데 일본에선 게임 중독 문제가 그 정도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소셜게임에 아이들이 돈을 너무 쓰는 게 문제가 되며 지나친 과금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게임포커스: 한 동안 화제가 되었던 콤프가챠 문제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린다.
오노 협회장: '가챠'는 프리투플레이(F2P) 게임의 과금방식의 하나로 유저가 돈을 내고 아이템을 랜덤으로 구입하는 걸 가리킨다. 용산 등에 가면 돈 놓고 버튼 돌려 안에 랜덤 상품이 든 구슬을 뽑는 게 있는데 그게 바로 가챠다.

일본의 경우 단순한 버츄얼 아이템의 제비뽑기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특정 강력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 복수의 아이템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되고 각각의 아이템을 랜덤 아이템 구입을 통해 사야 한다면 이건 콤플리트 가챠로 문제가 된다.

실제 콤플리트 아이템 출현율은 개발사가 자유롭게 조정이 가능하므로 소비자가 나올 확률을 알 수 없는 점이 문제이다. 5개를 모아야 한다면 4개 모은 뒤에는 나올 확률을 낮춰버리는 것 아니냐 하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아이돌 마스터' 모바일판 역시 콤프가챠 상법이 문제가 된 게임 중 하나다.

콤프가챠를 위해 엄청난 돈을 쓴 사람이 나오며 사회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콤프가챠 시스템 자체를 불법으로 하자는 의견이 대두된 것이다. 콤프가차 자체는 과거 과자를 사면 들어있는 랜덤 당첨권 5장을 모으면 기념품을 받는 식의 시스템으로 기존에 있던 것이고 기존의 콤프가챠도 불법이 된 바 있다.

물론 이런 부분은 일본의 문제로 나라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될 것이다. 단순히 가챠 자체를 갬블로 인식해 금지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고 콤프가챠까지 OK라는 나라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규제 자체도 나라마다 달라 애매한 면이 있다. 일본에서는 폭력적인 게임은 다 18세 이상가를 받는다. 미국에서는 일본의 미소녀 게임 중 상당수가 발매할 수 없는 게임으로 분류된다. 나라마다 규제 기준이 다르고 폭력, 성에 대한 기준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게임은 '돈을 잘 버는 게임'
게임포커스: 일본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노 협회장: 작년부터 갑자기 유행하기 시작했다. NHK에서 특집방송을 내기도 했고 마침 그때 해외 서적도 번역되어 화제가 되었다. 컨퍼런스도 열리고 신문에도 나오고. 게이미피케이션, 기능성 게임이 일본에선 잘 발달하지 않았었지만 일본 게임시장도 불황이라 게임업체들이 새로운 돈벌이를 찾고 있던 차에 새로운 돈벌이가 될까 해서 주목받는 것 같다.

일본의 30~40대는 슈퍼마리오 세대로 '게임의 힘' 하면 감각적으로 알기 때문에 이해가 빨랐던 것 같긴 하다.

게임포커스: 한국에서는 기능성 게임을 기존 게임들에 대비해 '좋은 게임'으로 선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오노 협회장: 게임에 좋고 나쁘고는 없다. 돈을 잘 버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다. 게임은 돈을 버냐 못 버느냐로 갈릴 뿐이다. 기능성 게임은 교육적, 사회적 게임들인데 이쪽은 일본인에겐 잘 알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게임포커스: CEDEC에서 '추천 게임 관련서적' 목록을 발표했다. 어떻게 선정한 것인가?
오노 협회장: 기술 발전이 굉장히 빠르고 최신 기술 서적들은 학생이나 젊은 이들을 위해 만든 것들이다. 젊은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건 당연한 것으로 그 위에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그냥 두면 새로운 책만 읽을 것이라 낡은 책도 좀 읽자는 의미에서 목록에 일부 넣었다. 다양한 이들의 생각이 모여서 만든 목록이다.

F2P는 시대의 흐름, 안 갈 수 없어
게임포커스: 콘솔이 F2P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오노 협회장: F2P로 안 갈 수가 없다. 물론 게임 마니아들은 F2P가 늘고 제대로 즐길 게임이 줄어든다고 화낼 테지만.

게임 디자인은 비즈니스 모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케이드, 패키지 콘솔게임, 온라인 F2P 게임은 각각 게임 디자인이 다르다. 콘솔게임이 F2P가 된다는는 건 게임 디자인이 바뀐다는 의미다.

콘솔 마니아들은 다들 화낼 것이다. 과거에도 아케이드 게임에서 콘솔로 전환될 때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간단하게 즐기던 이들이 오래 즐기는 게임을 지겹다고 하던 것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F2P로의 전환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본다.

다만 게임업체들이 단순히 과금제만 F2P로 가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없던 가능성을 찾아 새로운 시도를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게임포커스: 올해 도쿄게임쇼에는 최초로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관이 들어서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오노 협회장: 도쿄게임쇼의 성격도 변할 것이다. 올해 출품하는 하드웨어 메이커는 소니 뿐이지 않나. GREE, DeNA 등이 잘 나가고 한국에서 오는 위메이드도 있고. 올해 도쿄게임쇼의 주역은 소셜게임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론 확실히 그렇게 될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 모바일 게임의 경쟁력은?
게임포커스: 일본에서 한국 모바일게임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오노 협회장: 한국 온라인게임의 경쟁력을 봤지 않나. 모바일게임 역시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본의 게이머들은 재미있으면 어떤 게임이든 다 한다. 오히려 모바일게임이 발전 중인 한국에선 GREE나 DeNA 같은 회사가 왜 안나오는지가 궁금하다.

게임포커스: '신데마스', '확산성 밀리온아서'도 그렇고 이번에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바하무트의 분노'도 그렇고 미소녀 스타일 TCG 게임의 인기가 높은 것 같다.
오노 협회장: 카드배틀 게임은 우수한 일러스트 확보에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요즘은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의 경우 1장에 최대 30만엔(약 440만원)을 지불하는 회사도 있다. 1만엔(약 14만6000원) 하던 게 엊그제인데, 버블 상태로 경쟁이 너무 심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비스 중인 '바하무트의 분노'(국내명 바하무트 배틀 오브 레전드)

게임포커스: 모바일게임 분야에서의 한일합작도 늘고 있는 추세다.
오노 협회장: 한일합작은 앞으로도 더 늘 거다. 일본 개발사의 일은 줄어갈 거다. 지금 세계 모든 나라들이 게임을 만들며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에서도 수준 높은 게임을 만들게 됐다.

세계의 게임이 전반적으로 발전 중이라 일본 개발사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소셜게임으로 나아가고 게이미피케이션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소셜게임도 한국,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가 만들게 될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아직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소셜게임 개발사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게임포커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게임 개발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오노 협회장: 일본에서 인기있는 온라인 게임은 대부분이 한국산입니다. 일본의 게이머들 사이에선 '메이플스토리'는 일본 국산게임이라 생각하는 이가 많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면 어느 나라에서도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본은 어떤 게임이건 재미있으면 하는 게이머들이 많은 나라이니 소셜게임, 기능성 게임, 게이미피케이션 분야에서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일본에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취재기사 기획/특집 게임정보

화제의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