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즈 도그마, '진짜 모험을 구현했다'

등록일 2012년10월10일 22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데빌메이크라이2, 3, 4', '사립 저스티스 학원' 등 캡콤을 대표하는 작품들의 디렉터로 개발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이츠노 히데아키 디렉터가 KGC 강연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

이츠노 디렉터는 KGC에서 캡콤이 만든 첫 오픈월드 RPG로 오리지널 IP로서는 드물게 세계적으로 100만 장 이상 팔린 '드래곤즈도그마' 개발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의 강연을 진행했다.

드래곤즈도그마는 젊은 시절부터 RPG 개발 열의를 불태워 온 이츠노 디렉터가 10년 가까이 액션 게임을 만든 뒤 마침내 만들어낸 RPG. 호평 속에 세계적 성공을 거두며 속편 개발 이야기도 일찌감치 나오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게임포커스에서는 강연 후 이츠노 디렉터를 직접 만나 드래곤즈도그마의 내용과 개발 과정, 그리고 향후 전개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KGC에서 강연 중인 이츠노 히데아키 디렉터. 한글 파워포인트를 준비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신규 IP 확립, 쉽지 않았다
게임포커스: 오픈월드 게임에는 처음 도전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츠노 디렉터: 개발 과정에서 아무튼 볼륨이 엄청 커져서 곤란을 겪었다. 회사에서 개발비를 무한히 받을 수는 없는데 한정된 돈으로 유저에겐 무한한 놀이를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일종의 속임수로 유저들을 기분좋게 속이는 구조를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다.

게임포커스: 속편 위주로 라인업이 구성되는 와중에 드래곤즈도그마의 개발이 이뤄진 건 놀라운 일이다. 신규 IP라 겪은 어려운 점이 있다면?
이츠노 디렉터: 캡콤이라 특별히 신규 IP 개발이 어려웠다기보다는, 새로운 컨셉의 게임이라 설명이 힘든 부분이 있었다.

일단 '바이오하자드7을 만든다!'고 하면 다들 그게 어떤 게임일지 대충 알지만 새로운 건 말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게임 디자이너라도 힘들 텐데 높으신 분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더 공을 들여야 했고 사내 PR을 위한 영상으로 이미지를 전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건 건 다들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게임포커스: 이츠노 히데아키 하면 데빌메이크라이, 사립 저스티스 학원 등 액션게임이 역시 먼저 생각난다. 액션게임 만들 때와는 어떤 점이 달랐나?
이츠노 디렉터: 기존의 액션 게임들은 액션 게임에 친숙한 게이머들에겐 잘 받아들여졌지만 액션 게임에 친숙하지 않은 이들은 쉽게 즐기기 힘들었다.

이번에는 액션 게임을 잘 못 하는 사람들도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액션 게임을 잘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모두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과정에서 균형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처음 시도하는 장르이기도 해서 조정해 가며 탐색해 가며 만들었다.

게임포커스: 드래곤즈도그마는 오픈월드 하이 판타지 세계관을 보여 준다. 오픈월드라는 설정과 하이 판타지라는 설정 중 어느 게 먼저 구상된 것인지 궁금하다.
이츠노 디렉터: 오픈월드가 먼저다. 일단 오픈월드 RPG를 만들자는 걸 확정지은 후 판타지는 그 후에 정했다.

중세 판타지로 갈지 SF 판타지로 갈지 등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했지만 새로운 IP를 만드는데 세계관도 어려우면 유저들이 따라올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세계관은 중세 판타지로 해서 네트워크나 액션 등 새로운 것을 넣었다.

가장 먼저 결정된 건 '폰 시스템', 멀티플레이는 목표가 아니었다
게임포커스: 게이머들끼리 서로 빌리고 빌려주는 용병 개념의 '폰'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폰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츠노 디렉터: 폰은 체스의 폰이다. 장기의 졸과 같다. 당신의 병대로 당신을 위해 일하는 존재라는 의미이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것 같지만 게임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게임포커스: 폰의 시스템은어떻게 기획하게 된 것인가?
이츠노 디렉터: 사실 드래곤즈도그마의 컨셉은 친구에게 키운 캐릭터를 빌리고 빌려주자는 데에서  시작된 것이다. 액션 RPG라는 장르는 그 뒤에 붙인 것이다. 캐릭터 교환이 기획의도였던 것으로 온라인 협동플레이가 안되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처음부터 키운 캐릭터를 빌리고 빌려주는 게 드래곤즈도그마의 기획의로였다.

게임포커스: 확실히 유저들 간의 멀티플레이를 기대하는 이들도 많은데 앞으로도 생각이 없나?
이츠노 디렉터: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흥미가 있다. 드래곤즈도그마1의 경우 그런 디자인이 아니었으니 이런 모습이 된 것이지만 다음에는 온라인 협동플레이가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온라인 멀티플레이는 대부분 게임에서 하고 있으니 좀 평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게임포커스: 몬스터와의 상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속성이 맞지 않으면 쓰러뜨릴 수 없는 적들도 있고. 이 부분도 의도한 부분인가?
이츠노 디렉터: 드래곤즈도그마를 만들 때 팀원들에게 몬스터를 쓰러뜨릴 수 없어도 좋다. 파티의 구성을 바꾸고 힘을 키워서 싸우고, 다른 폰을 빌려 그 몬스터를 쓰러뜨릴 능력 가진 폰과 함께 싸울 동기 유발이 가능하게 만들도록 주문했다.

그러다 보니 좀 심하게 강력한 몬스터도 다 OK였고 오히려 그래서 드래곤즈도그마가 좋은 게임이 된 것 같다.


게임포커스: 대여한 폰의 레벨이 오르지 않는 부분도 특이했다. 이 부분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츠노 디렉터: 빌린 폰의 레벨이 안 오르니까 결국에는 내가 더 강해지게 된다. 지금까지 도움이 되었던 폰이 필요없어지면 다른 폰을 빌릴 필요가 생긴다. 폰을 통한 유저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시키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폰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발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의도대로 잘 됐다고 생각한다.

못 쓰러뜨리는 적이 나와도 안 바꿀래! 하고 계속 같은 폰을 쓸 수도 있지만 결국 못 쓰러뜨리는 적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라도 바꿔야 하게 된다.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하는 게임 디자인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게임포커스: 폰들이 각각 개성이 강하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특히 폰들이 나에게 뭔가 말을 많이 걸어오는 점이 재미있었다.
이츠노 디렉터: 그 부분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AI 동료를 데리고 다니는 게임은 AI 말은 무시하고 그냥 솔플하는 것과 같았다.

드래곤즈도그마에서는 AI 동료들과 파티플레이가 되도록 만들려 했다. 설령 바보같은 AI라도 나 이런 거 발견해서 이런 거 하고싶어!라고 말을 해 온다면 그게 아니잖아! 라고 신경을 쓰게 된다. 가서 끌어주고 도와주고 싶어진다. AI 동료를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도록 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내가 한국에 와서 한국말을 못 하면 무시당하겠지만 한국말을 할 수 있다면 바보같은 말을 해도 무시는 안 당하지 않겠나. 지금까지 AI는 RPG에서 무시당해 왔지만 무시당하지 않는  AI를 만들고 싶었다. 바보같은 녀석이라도 플레이어에게 왜 바보같은지 알려 주고 애정이 생기도록 하고 싶었다.

이건 무조건 통하겠다!고 생각한 부분으로 폰이 유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도록 한 건 정말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시리즈 계속되면 쭉 가져갈 것으로 오히려 다른 게임에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나 한다.

게임포커스: 드래곤즈도그마는 일본적 게임이라기보다 서구식 대작 RPG를 연상시키는 게임이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츠노 디렉터: 서양 게임을 재미있게 하다가도 이런 부분이 있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라고 내 속에서 느낀 부분을 보충해 만든 게임이 드래곤즈도그마라고 보면 된다. 앞으로도 미국 유럽에서 나온 게임 중 이런 부분이 부족해! 싶은 부분이 있다면 보충하고 어레인지해서 세계에 통하도록 만들게 되지 않을까 한다.

게임포커스: 폴아웃3도 그렇고 스카이림, 오빌리언도 그렇지만 모드도 게임의 인기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PC판이 없으니 유저들의 모드가 등장할 수 없어 아쉬운데 PC버전을 낼 생각은 없나?
이츠노 디렉터: 지금 당장은 없다. 게이머들의 요망이 많다면, 팔린다면 만들겠지만 아직은 계획이 없고 개인적으로는 모드들이 나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게임포커스: 2회차에서는 텔레포트를 지원하지만 1회차에서는 아무리 먼 곳이라도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 특이했다. 1회차에는 대부분 장소를 걸어서 가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의도한 것은 무엇인가?
이츠노 디렉터: 일본에서 유명한 말로 '집에 돌아갈 때까지가 소풍'이라는 말이 있다. 모험은 무사히 집에까지 돌아올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게임을 해 왔지만 마지막까지 가면 아이템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고 편리해서 좋긴 해도 모험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체력과 식량이 다 떨어져도 문제 없다고 처음부터 알고 모험하는 게 싫었다. 돌아가는 길에 굉장히 강력한 몬스터와 만날지도 모르니 돌아갈 때에도 힘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힘을 다 써 버리고 클리어한 뒤 쉽게 돌아가는 방식이 아닌 복귀할 때까지 계속 모험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 정말 많이 생각해서 그렇게 디자인했다. 불평하는 이도 많지만 그들도 그렇기에 두근거리며 게임을 했을 거라고 본다.

"전투 끝났다고 집에 편하게 오면 그건 모험이 아니죠"

게임포커스: 추락사 등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이츠노 디렉터: 그렇다. 모험은 계속되고 드래곤즈도그마 안에서는 언제나 모험중이라는 생각을 하도록 리얼한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 높은 곳에서는 하피 한마리만 나와도 정말 무서워진다. 하지만 떨어져도 안 죽는다면 전혀 안 무서울 것 아닌가. '죽기 싫어!'라고 생각하며 늘 조마조마하도록 한 게 기본 디자인이다.

모험이 좀 위험해야 이동하고 전투하고 복귀하는 단순한 패턴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지 않겠나.

게임포커스: 10년 전부터 이런 RPG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가? 어릴 때 한 게임의 영향을 받았다거나?
이츠노 디렉터: 페이지를 넘기며 주사위를 굴리고 노는 게임북을 하면서 영향을 받았다. 나도 언젠가 이런 두근거림을 주는 RPG를 만들고 싶었다. 중학생 시절 게임북을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페이지 넘기고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두근두근했던 기억이 난다. 페이지 넘겼더니 '넌 죽어 있다!' 고 뜨면 으악! 하던 그런 판타지 세계를 머리 속에서 만들었다.

그 두근거림을 눈에 보이는 감각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정말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드웨어가 좋아져서 지금이라면 될 거라 판단했다. 뭐 지금이라면 캡콤이라도 돈을 대줄 것 같았다는 측면도 물론 있었다.(웃음)

게임포커스: 마지막으로 한국의 드래곤즈도그마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츠노 디렉터: 드래곤즈도그마를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래곤즈도그마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다양한 전개를 해 나갈 예정이니 기대해 주시고 모든 드래곤즈도그마 패밀리를 즐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다음은 드래곤즈도그마 외에 이츠노 디렉터가 관여한 게임들에 대한 궁금증에 이츠노 디렉터가 답한 내용이다.

게임포커스: 사립 저스티스 학원의 속편을 기대하는 팬이 많은데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나?
이츠노 디렉터: 정말 정말 만들고 싶다. 이건 꼭 기사에 넣어주기 바란다.

사립 저스티스 학원2에서 교스케 등 주인공들은 여전히 2학년생이다. 1탄에서는 1학년이었고 드림캐스트판 2탄에서 2년생이 되었다.

사실 3편에서 마지막엔 졸업식을 엔딩으로 해서 스토리도 다 구상해 놨고 늘 만들고 싶은데 시장 상황 상 많이 팔릴 타이틀이 아니라 힘든 상황이다.

2에서는 쿄스케가 행방불명된 상태인데 다들 3학년생이 되어 제대로 끝낼 스토리가 이미 다 구상되어 있다. 유저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캡콤도 돈을 내 줄테니 꼭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

게임포커스: 데빌메이크라이에는 계속해서 개발에 참여하고 싶은가?
이츠노 디렉터: 캡콤에서 꼭 만들자고 하면야 하고 싶다.

게임포커스: 젊은 단테와 아저씨 단테 중 어느 쪽이 취향인가?
이츠노 디렉터: 난 아저씨 단테가 좋다. 시리즈 중에서는 4의 아저씨 단테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원래부터 마크로스의 로이 포커나 건담의 그 누구냐 멋있는 아저씨 캐릭터.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난다.

게임포커스: 란바 랄 말인가?
이츠노 디렉터: 란바 랄도 멋지지만 아니다. G파이터의 파일럿이었는데.

게임포커스: 슬렉거를 가리키는 것 같다.
이츠노 디렉터: 맞다. 슬렉거. 그런 캐릭터들이 취향이다. 개인적으로는 3에서 젊은 단테도 다뤄봤고 4에서 아저씨 단테도 해봤으니 만족하지만 역시 나이든 쪽이 더 좋다.

새로 나올 데빌메이크라이도 잘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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