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에서 일하는 건 한마디로 '즐거움'

등록일 2013년06월17일 17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밸브 사옥 방문자를 반기는 'VALVE' 간판

밸브(Valve). '하프라이프', '팀포트리스', '도타', '카운터스트라이크', '포탈' 등 인기 시리즈를 다수 보유한 개발사이자 '스팀' 서비스로 PC 게임시장을 평정한 업체다.

약 350명 규모로 생각보다 적은(?) 인력을 보유한 밸브는 직급 체계가 없고 직원들에게 넓은 범위의 자유를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애틀에 위치한 밸브 사옥을 찾아 밸브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한국인 이진우 디자이너에게 밸브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지 들어 봤다.

그는 밸브에서 일하는 게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마디로 "즐겁다"고 잘라 말했다.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밸브 '도타2' 프로젝트에서 캐릭터 및 아이템 디자인을 하고 있는 이진우 디자이너

이진우 디자이너는 밸브 입사 후 쭉 '도타2'의 캐릭터 및 아이템 디자인을 해 왔다. 영화관련 일을 하던 그에게 밸브는 첫 게임회사 경험이다.

그는 "다른 게임회사에서 일해본 적이 없어 비교할 순 없지만 밸브에서 일하는 건 굉장히 즐겁다"며 "충실하고 만족스럽다. 그저 즐겁다"고 다시 한 번 밸브에서 일하는 게 즐겁다는 걸 강조했다.

개발자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 기자 역시 당황스러웠다. 뭐가 그렇게 다른 걸까?

"밸브에서는 딱 이 일을 해야한다고 정해진 게 없습니다.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 프로젝트로 갈 수 있고 직원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회사도 밀어주는 분위기입니다"

'즐거움'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말이다.

그런데 정해진 직책이 없는 밸브에서는 서로를 어떻게 부를까? 이진우 디자이너에 따르면 서로를 이름으로만 부른다고 한다.

그는 "처음 밸브에 입사해서는 모든 사람을 이름으로만 부른다는 것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며 쭉 그렇게 해오다 보니 이제는 직책으로 부르던 시절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며 웃음을 지었다.

디자이너들이 붙여둔 컨셉에 대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붙일 수 있고 실제 많은 의견교환이 이뤄진다

입사 후 도타2 프로젝트에서만 일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의문에 대한 대답 역시 '재미있어서'였다.

이진우 디자이너는 "입사 시 도타2에 사람이 모자라다고 해 참여한 후 쭉 도타2 일만 해 왔다"며 "도타2 일이 재미있어서 다른 데로 갈 생각이 안 들었다"고 전했다.

밸브의 '도타2' 개발자들. 업무 중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게 좋은 게임을 만드는 비결이라고 한다

도타2 프로젝트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에릭 존슨 프로젝트 리드에게 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봤다.

"100% 사실입니다. 밸브의 누구든 한 프로젝트를 쭉 해 왔다면 그가 그 프로젝트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에게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제약을 걸지 않습니다"

프로젝트를 책임질 대표가 없다면 개개인의 실패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까? 개인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는 것일까?

에릭 존슨 프로젝트 리드는 각자에게 책임을 맡기는 만큼 각자에게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우냐는 질문에 "노"라고 답했다. 그는 "밸브는 직원 개개인이 실패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패는 학습의 일환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리기업이 이럴 수 있는 걸까? 기자는 이진우 디자이너와 에릭 존슨 프로젝트 리드를 만나고 밸브 사옥을 떠나며 여우에 홀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문화를 가진 기업이기에 밸브가 세계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공 신화를 이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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