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구치 신지 "퍼시픽림, 불평하고 싶은 부분 있지만..."

등록일 2013년08월01일 14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걸작 로봇액션영화 '퍼시픽림'이 국내 관객 250만 명을 돌파했다.

 

거대로봇과 괴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경이 담긴 퍼시픽림은 북미에선 비교적 부진했지만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로봇과 괴수의 본고장 일본 개봉이 남아 있어 글로벌 흥행기록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사회를 통해 퍼시픽림을 본 일본의 크리에이터들이 입을 모아 퍼시픽림을 칭찬하고 있어 일본 개봉에 대한 기대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일본 시사회에서 퍼시픽림을 본 히구치 신지 감독이 한편 지난 7월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찾아 국내 극장에서 퍼시픽림을 재관람한 것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히구치 신지는 1984년 '고질라'에서 괴수 조형 작업에 참여한 이래 다수의 괴수영화에 관여한 본고장의 전문가. 게임포커스에서는 히구치 감독을 직접 만나 퍼시픽림에 대한 그의 감상 및 CG와 특수촬영에 대한 생각을 들어 봤다.

 


 

게임포커스: 한국 극장에서 퍼시픽림을 보신 걸로 안다. 어땠나?
히구치 감독: 무엇보다 음향이 좋았다. CGV에서 봤는데 소리가 아주 잘 들리더라. 사실 일본에서 한 번 보고 와서 2번째 본 건데 손님들 중에 아이들이 많아 즐거웠다.

 

우리가 어린 시절 이런 괴수와 로봇이 나오는 영화를 봤던 것처럼 아이들이 그런 로봇과 괴수가 나오는, 폭력적이지만 재미있는 그런 영화를 즐겁게 보는 건 무척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도라에몽'이나 '포켓몬' 같은 귀여운 캐릭터들이 나오는 좋은 이야기만 보니까 말이지.

 

역시 거대 로봇이 괴수와 싸워 마을을 부수고 괴수를 박살내는 걸 보는 건 즐거웠다.

 

게임포커스: 퍼시픽림에 대한 감상을 더 들려주시기 바란다.
히구치 신지: 일본에서도 히트해 줬으면 좋겠다. 일본 관객들, 특히 괴수와 로봇을 좋아하는 오타쿠 관객들은 모두 심술궂어서 '여기가 틀려', '이거 이상해' 같은 불평들을 할 것 같은데 이 정도 영화라면 재미있다는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게임포커스: 히구치 감독 본인도 그런 오타쿠의 일원이 아닌가? 본인의 감상은 어떤가?
히구치 감독: 사실 나도 심술궂은 오타쿠라 불평하고 싶은 구석은 많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그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델 토로 감독을 존경한다.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게임포커스: 히구치 감독 하면 특수촬영이 떠오를 정도로 특수촬영의 대가다. 한국은 특수촬영보다는 CG가 더 친숙한 편이다.
히구치 감독: 본편은 보지 못했지만 '미스터고'라는 영화의 예고편을 봤다. 설마 그거 진짜 고릴라에게 연기시킨 건 아닐 테고, 고릴라 CG가 대단했다. 한국 기술력에 놀랐다.

 

게임포커스: 특수촬영과 CG에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히구치 감독: 특수촬영과 CG라는 구분보다는 어떻게 하면 영화에 위화감 없이 적용할까가 중요하다. 그러니까 돈이 정말 많다면 CG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도 그런 예가 있겠지만 적은 돈을 들여 CG를 쓰면 싸구려가 되어 버린다. 시간이 없어서 그렇게 해 버리고 싸구려 영화가 되어버리는 게 무섭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 눈으로 확인 가능한 특수촬영이 낫지 않나 해서 특수촬영을 써 온 거다. 돈은 부족한데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을 하기 위한 게 특수촬영이다. 결과물의 문제일 뿐으로 CG로 전부 처리하는 분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게임포커스: 히구치 감독은 CG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나
히구치 감독: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다. CG로 여성, 남성 캐릭터를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만들려면 계속 고치고 수정해야 할 텐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럴 바엔 실제 배우와 이야기해서 연기를 시키는 게 만들기 쉽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배우에게는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되는 연기'라는 이미지가 쉽게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CG가 아니면 안된다'는 건 아직은 생각나지 않는다.

 

* 한편 히구치 신지 감독은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시 감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대한 감상을 묻자 조금은 충격적인, 재미있는 답변을 내 놨기에 옮겨 본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소녀만화 같았지만 재미있는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감독의 전작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악행과 나쁜 사람들에 대한 영화였다. 이번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그 반대편에 놓인 작품으로 동화같은 착한 이야기였다.

 

남자 주인공의 인기가 대단한 것이 일본의 아이돌영화같은 느낌도 받았다. 멋있는 남자 캐릭터가 동경하는 남자와 얼싸 안는다거나 하는 장면은 야오이계 영화 같은 느낌이었다. 일본도 이 정도까지는 안 하는데 야오이, BL 쪽이 주류 문화에서 활약하는 건 한국에 추월당했다는 생각을 했다"

 

# 야오이(やおい)는 여성들이 창작하고 여성들이 즐기는 남성 동성애물이다. 전문 작가군들이 만드는 경우와 동인들이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의 경우는 완전창작이고 후자의 경우는 대개 팬 픽션 형태로 제작된다. 히구치 감독은 친숙한 용어라 야오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경우 국내 영화계에서는 브로맨스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브로맨스는 브라더(brother) + 로맨스(romance)의 합성어로 2명의 남성의 매우 친근한 관계를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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