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이지의 초대형 몬스터 '붉은 용', 이렇게 만들었다

등록일 2013년08월05일 11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 7월 17일 '아키에이지'에 업데이트 된 대형 몬스터 '붉은 용'이 업데이트 후 2주가 지나도록 유저들을 유린하며 최강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붉은 용은 서버의 유저들이 힘을 모아 상대하면 간신히 잡을 수 있는 수준으로 디자인된 월드 보스 몬스터다. 일부 길드가 편법까지 동원해가며 도전하고 있지만 번번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게임포커스에서는 엑스엘게임즈에서 아키에이지 몬스터 AI 전투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권기렬 기획자를 만나 붉은 용 기획의도와 붉은 용을 처치하기 위한 조언을 들어 봤다.

엑스엘게임즈에서 '아키에이지' 몬스터 AI, PvE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권기렬 기획자

초대형 필드 몬스터 '붉은 용' 기획의도
게임포커스: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권기렬 기획자: '랑그릿사', '발더스게이트', '리니지', '에버퀘스트', '발더스게이트'와 같은 RPG를 즐기다 RPG 개발자가 됐다. 아키에이지에서는 몬스터 AI, 전투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몬스터 전투기술 등 몬스터와 관련된 일을 주로 맡고 있다.

게임포커스: 붉은 용은 MMORPG에서 간만에 보는 초대형 필드 몬스터였다.
권기렬 기획자: 몬스터는 크면 클수록 만드는 보람이 있다.

작은 몬스터를 디자인할 때는 주변 지형 등에 신경을 안 쓰고 개체에 집중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덩치가 커지니 주변 지형이나 지형에 속한 다른 개체들, 거기에 대응하는 유저에 대한 고민까지 해야 해서 만드는 데 시간도 걸리고 보람도 컸다.

게임포커스: 앞으로 이런 대형 몬스터가 더 추가되는 건가?
권기렬 기획자: 기존의 '크라켄'도 대형 몬스터에 속한다. 앞으로도 몇 개 더 만들 생각인 건 맞다. 기본적으로는 몬스터의 크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유저들이 몬스터와 싸운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붉은 용의 경우 현재는 유저들에게 압도적인 상대에 도전해 일방적으로 깨지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 앞으로는 좀 더 전투를 주고 받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 이건 몬스터의 크기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다.

크면 클수록 만드는 보람이 있다고 했듯 몬스터의 크기에도 어느 정도 집착은 있다. 앞으로 붉은 용보다 더 큰 게 나올 수도 있다. 다양하게 구상 중이다.

붉은 용은 처음부터 기획에 있었던 몬스터라고 한다

게임포커스: 붉은 용은 처음부터 기획에 있었던 건가?
권기렬 기획자: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처음부터 설정에는 다 들어가 있던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판타지에 용이 안 나오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게임포커스: '에버퀘스트'에서 수백명의 유저들이 함께 상대했던 대형몬스터 이후 간만에 보는 대형 필드 몬스터였다.
권기렬 기획자: 에버퀘스트의 그 감성을 다시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용이 등장해 날개가 있는데도 땅에 내려와서 싸우는 식으로 묘사하는 데에는 그 동안 좀 의문을 갖고 있었다. 용이 하늘을 날 때는 날틀로 공중에서 공격해 내려오게 하려 했는데 아쉽게 구현을 못 했다.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크기의 문제였다. 용이 너무 커서 날틀 속도로는 따라잡을 수 없어서 실현이 안 되었다.

그리고 기왕 용이 등장한다면 좀 더 큰 스케일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덩어리감'을 느끼게 하다 보니 임팩트가 큰 덩치를 갖게 됐다. 사실 에버퀘스트도 크긴 컸지만 덩어리감을 느끼게 한 건 아니었다.

인던의 몬스터는 공략 인원이 정해져 있지만 필드 몬스터는 불특정 다수의 유저와 대결하게 된다. 정해진 시나리오나 전투 수순이 없고 버그, 어뷰징도 주의해야 한다. 생각할 수 있는 건 다 고려해서 만들었다. 몬스터의 패턴을 만든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버그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까에 집중했다.

아이템의 경우, 에버퀘스트에서는 대규모 공략대가 도전해 포인트를 모으면 얻을 수 있었다. 붉은 용의 경우 에버퀘스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되면 몇몇 잡는 사람들만 잡게 되고 하드코어한 유저들의 전용 콘텐츠가 되므로 라이트 유저들도 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날아다니면 비늘 떨어뜨리고 비늘을 주워 아이템을 만드는 방향을 잡게 됐다. 하드하건 라이트하건 누구나 용이 나오면 좋아하고 용을 따라가도록 유도하려 한다.

붉은 용, 강하지만 무적의 존재는 아니야
게임포커스: 붉은 용은 완성된 것으로 보면 되나? 전투패턴 등에 변화를 줄 예정은 없나?

권기렬 기획자: 일단락 된 상태이긴 하지만 끝난 건 아니다. AI 변화 등에 대해 자세하게는 밝힐 수 없지만 마무리된 상태는 아니다.

게임포커스: 붉은 용을 디자인하는데 참고로 한 작품이 있나?
권기렬 기획자: '로도스도전기'와 '반지의 제왕' 같은 작품에서 이미지를 많이 참고했다. 그런 이미지를 참고해 만들었긴 하지만 그대로 드러나지는 않은 것 같다.

게임포커스: 붉은 용이라는 몬스터에 대해서는 만족하나?
권기렬 기획자: 더 잘 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몬스터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보고 있어서 비교하긴 힘들지만 붉은 용 하나만 놓고 보면 발전할 여지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포커스: 아직 붉은 용을 처치한 서버는 없는 것 같다.
권기렬 기획자: 아직 용을 잡은 서버는 없는 게 사실이다. 용 사냥에 필요한 반지와 석궁을 구비한 서버가 없어서 그렇다. 한 달 정도면 서버 내 수백 명의 유저가 반지를 획득할 거라 계산했는데 아직 시도가 제대로 안 되는 걸 보면 뭔가 놓친 게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붉은 용에게는 제대로 도전해 주시면 좋겠다. 편법을 써서 시도하는 길드도 있는 것 같지만 편법으로는 절대로 용을 잡을 수 없다. 도전을 제대로 해주시길 바란다.

정상적으로 도전하면 방법이 보일 것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니라 트라이를 통해 잡는 방법을 찾아내셔야 한다. 땅 밑에서 공격하는 식으로는 잡을 수도 없거니와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다.

대형 몬스터, 용은 도전해 물리치고 명예를 획득하기 위한 존재이다.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한 달 안에 붉은 용이 잡히면 엑스엘게임즈 옥상에 매달릴 예정이었다. 한 달 안에는 힘들 거라 예상했고 현상태로는 간신히 처치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고레벨이 풀리면 좀 수월히 잡히지 않겠나 싶기도 하고.

붉은 용은 참여 자체가 의미가 있는 월드 이벤트니 많은 분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현재는 불러만 내고 극소수의 유저만 도전하는 분위기인데 와서 놀고 즐기고, 도전하시기 바란다.

현재로서도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잡을 수 있는 존재다. 무적의 존재는 아니고 강적이다. 조건들을 충족하면 잡을 수 있는 수준이니 땅 밑으로 들어가지 말고 트라이해서 찾아내시길 바란다.

대형 몬스터 다음에 만들고 싶은 건 '대군세'
게임포커스: 꼭 만들어 보고 싶은 몬스터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권기렬 기획자: 가장 만들고 싶은 건 '유령기사단'이다. '1000명이 넘는 군대가 도시를 덮치니 힘을 합쳐 막아내자!' 같은 느낌으로... 반지의 제왕에서 성벽을 사이에 두고 오크 군대와 만나 싸우게 되는 그런 느낌을 내고 싶다.

그런데 이게 유저 대 유저가 되면 전투에 대한 이해 부분의 비중이 너무 커진다. 유저들의 대국과 관계없는 장난, 엉뚱한 행동들, 상대 진영에 가서 훼방을 하는 등의 일이 생겨 제대로 구현이 안 된다. 상대가 몬스터라면 협동을 하게 된다. 유저들이 오크를 상대하는 기사단으로 하나로 뭉치게 되는 거다. 그런 걸 한 번 제대로 해 보고 싶다.


게임포커스: 퍼시픽림에 나오는 카이주처럼 진짜 큰 몬스터에 대한 로망도 있을 것 같은데.
권기렬 기획자: 괴수가 너무 거대해지면 유저도 그만큼 커져야 한다고 본다. 거대물약을 먹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예거같은 탈것으로 괴수를 때려잡는 거라면 할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다.

게임포커스: 퍼시픽림도 보셨을 텐데 감상을 들려주시기 바란다.
권기렬 기획자: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실망스러웠다. 재미없었다는 건 아니고 확실한 재미를 느낀 영화였지만 길예르모 감독이라면 더 잘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오마주에 너무 힘을 들였던 것 같다.

게임포커스: 아키에이지 내에서 예거같은 거대 2족보행 탈것이 가능할까?
권기렬 기획자: 필드에서 그런 크기가 등장하게 되면 몬스터야 단일 개체라 크기에서 자유롭지만 유저에게 크기를 부여하면 오픈월드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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