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 마을'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스테판 오비에 감독이 말하는 그의 작품 세계

등록일 2014년11월07일 14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벨기에의 애니메이터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인 스테판 오비에는 그의 오랜 동료인 벵상 파타 감독과 함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우당탕 마을(Panique au village)' 시리즈를 10년 간 제작해왔다.

2009년 극장판으로 제작한 '우당탕 마을'은 그 해 칸 영화제에 선보였으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칸에 초청된 작품이었다. 국내에는 벤자민 레너 감독과 함께 공동 감독을 맡은 작품인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그의 작품은 플라스틱 인형으로 장난을 치는 것 같아 얼핏 정교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마치 놀이의 연장선처럼 재치있고 항상 유쾌함이 넘친다.

애니포스트는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스테판 오비에 감독(이하 스테판 오비에)과 만나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게임포커스 공동 제공)

애니포스트: 이번 영화제를 통해 우당탕 마을 시리즈를 한국에 처음 선보이게 되었다. 작품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 드린다
스테판 오비에: 우당탕 마을은 이미 동명의 TV 시리즈가 있는 작품이며 극장용 버전은 2007년부터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TV시리즈의 작업을 끝내자 마자 영화 작업에 착수했다.

애니포스트: 뱅상 파타 감독과 우당탕 마을 시리즈를 줄곧 함께 만들어오고 있다. 어떤 인연으로 함께 작품을 만들고 있는지, 또 공동작업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스테판 오비에: 뱅상 파타 감독과 함께 작업한 지는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픽픽 안드레 쇼(Pic Pic André shoow)'라는 2D 애니메이션이 함께 작업한 첫 작품이었다.

한 작품을 두 감독이 계속 연출하는 것은 드문 경우다. 초기에는 각자의 캐릭터에 집중한 다음, 합쳐서 작업을 진행하곤 했다. 작품의 퀄리티를 위해 상호 보완적으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 뱅상 파타 감독이 여러 장치를 구성하기 좋아한다면 나는 이야기 구성을 좋아한다.


 

애니포스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
스테판 오비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은 그 자체로 무척 고통스럽다. 작업을 하다가 중간에 잠깐 자고 오거나 밥을 먹고 오거나 하면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모든 것이 엉망이 되기 때문에 한번 작업을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지난번에는 단 한 장면을 위해 18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작업을 해야 했다. 

애니포스트: 우당탕 마을에서도 직접 주인공의 목소리를 맡기도 했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스테판 오비에: 우당탕 마을에는 카우보이, 인디언, 말 세 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각기 성격이 다른 만큼 다른 목소리를 내어 차별화해야 한다. 말은 굵직한 목소리를 내고 카우보이는 어린아이처럼 징징거리는 말투이며 인디언은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를 갖고 있다. 또 여기에 나오는 인디언 캐릭터는 북아메리카 인디언이므로 미국식 악센트를 가진 불어를 구사해야 한다. 영화 제작 시 파일럿 필름을 만들었을 때 조용한 목소리로 녹음했더니 금세 재미가 없어져서 수정한 일도 있다.

애니포스트: 우당탕 마을 작업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이 비중을 얼마나 차지하는지 궁금하다
스테판 오비에: 대략 2000년도 파일럿 필름을 제작할 당시만 해도 디지털 툴이 크게 발전한 상황이 아니어서 이용하는 게 쉽지 않았다. 다양한 디지털 툴이 점차 발전하듯 작품을 진행하며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졌고, 현재는 많은 부분을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고 있다. 


  우당탕 마을의 한 장면

애니포스트: 다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보면 캐릭터나 도구를 고정시켜주는 도구나 지지대를 촬영한 뒤 삭제하여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듯이 나타내는데 비해 우당탕 마을의 등장인물들에게는 모두 받침대가 있다. 이는 의도한 것인가?
스테판 오비에: 받침대가 있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장난감에 받침대를 없애는 것이 더 부자연스럽다. 한번은 받침대를 없애는 것을 고려해본 적이 있는데 움직임이 무척 이상해졌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그 모습 그대로가 자연스럽다. 

애니포스트: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무려 감독이 셋인데 어떤 과정으로 작업을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스테판 오비에: 어쩌면 차기작에는 4명의 감독이 참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벤자민 레너 감독과 나와 뱅상 파타 감독 3명이서 작업을 했는데 벤자민 레너 감독이 훨씬 전부터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다. 벤자민 레너 감독은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을 단독으로 제작하기에는 기술이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공동 연출할 감독을 찾게 되었고 그렇게 찾은 것이 우리였다. 

스토리 보드 제작을 담당하는 사람(다니엘 피낙)이 따로 있기는 했지만 나는 주로 이를 애니메이션화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시나리오 구상에 참여했다. 벤자민 레너 감독은 시나리오를 그대로 작품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충분히 개성이 나타나기를 원했다. 또 애니메이션 작업을 위해 여러 모형 제작에도 참여했었는데 예를 들어 쥐들이 살고 있는 지하 세계를 어떻게 그려낼지 고민했고 특히 생각이 많이 녹아있는 장면이 되었다.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의 쥐들이 사는 지하 마을 풍경

애니포스트: 당신이 생각하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과 2D 애니메이션이 가진 각각의 특징은 무엇인가?
스테판 오비에: 먼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보이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이다. 만약 '카우보이가 한국에 방문했다'라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이 자리에 있는 가구나 조형물을 사진 찍듯이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란 이런 느낌이다'라는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나 장치를 다시 구상해서 배치해야 한다. 

반면에 2D 애니메이션은 정보를 전달하는 면에서 더 쉬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은 2D를 이용해서 현실을 재현하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많이 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어떠한 규칙에 구애 받지 않고 현실을 재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애니포스트: 향후 2D 애니메이션 작품을 제작할 계획이 있는가?
스테판 오비에: 첫 작품인 '픽픽 안드레 쇼'를 장편으로 만들고 싶다. 여전히 문제나 고민들이 많지만 얼른 계획이 구체화 되어 제작할 날이 오면 좋겠다. 이미 성공을 거둔 작품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작업이겠지만 분명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우당탕 마을 극장판을 제작하는 것이 아주 좋은 경험이 되었다. 2D, 3D, 스톱모션, 장편, 단편을 아우르는 굉장히 다양한 기술을 경험하는 것이 내 목표이기 때문이다. 

픽픽 안드레 쇼

애니포스트: 우당탕 마을은 작품 자체가 마치 놀이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스테판 오비에: 말씀한 대로 아이들이 장난감 가지고 놀 듯 여러 가지를 실험했다고 할 수 있다. 우당탕 마을 장편을 제작하며 가장 고민했던 것이 바로 물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3D 작업을 하려니 비싼데다가 미적으로 아름답지 않다는 문제가 생겼다. 고민하며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했고 결과적으로 실리콘을 이용하여 물을 표현했는데, 다른 배경이나 등장인물들과 조화를 잘 이루었고 비용도 무척 적게 들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실험하여 알아가는 과정이 즐겁다.

애니포스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스테판 오비에: 학교 다니던 시절 선생님이 해줬던 한마디가 있는데 이는 작업을 진행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많은 일을 요구하는데 그 중 두 가지를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콘셉트를 잘 구상하는 것과 실수는 최소화하고 결과는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내 관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조언이다. 이보다 더 복잡한 조언도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조언은 복잡해 봤자 쓸모 없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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