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불어오는 VR게이밍 바람, 한 발 앞서가는 스코넥에 물었다

등록일 2015년11월08일 06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현재 전세계 게임시장에서 차세대 게임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단연 VR(Virtual Reality, 이하 VR)이다. 오큘러스가 선도해 시장을 열었고 지금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밸브 등 세계의 공룡 게임사들이 앞다퉈 VR 기기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VR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어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물론 모바일게임사들도 VR 게이밍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국내 게임사들 중에서도 이미 VR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콘솔게임 개발사로 다양한 플랫폼을 경험한 스코넥 엔터테인먼트의 행보가 특히 눈에 띈다. 

스코넥 엔터테인먼트 VR콘텐츠 사업본부 최정환 본부장

스코넥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데모버전 단계를 넘어 출시에 근접한 VR 슈팅게임을 개발중이며 삼성에서 선보일 '기어VR' 론칭 타이틀로 모바일 버전도 출시 할 예정이다. 스코넥 엔터테인먼트(이하 스코넥)의 시선은 모바일을 넘어 콘솔까지 바라보고 있다. 스코넥은 플레이스테이션 VR로도 자사의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미 게임포커스는 창간 5주년을 맞아 3회의 특별 연재를 통해 VR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VR의 미래와 현재의 VR게이밍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확인한 바바 있다.

이번에는 스코넥의 VR콘텐츠 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최정환 본부장을 만나 게임 개발에 빠르게 뛰어든 경위와 VR 게임 개발의 난관, 향후전망 등을 직접 들어봤다.

VR이 대세가 될 거라고들 하지만 여전히 사내 연구를 진행중인 회사조차 드문 게 현실이다. 한 발 먼저 VR 시장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최정환 본부장: 사실 VR이 최근 게임산업의 최대 이슈이긴 하지만 오큘러스가 나오고 난 후에야 VR에 관심을 갖게 된 분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VR을 연구하기 시작한 건 오큘러스가 나오기 전부터였다. 2013년부터 자체 R&D를 하다가 2014년 초 오큘러스를 기본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콘솔, 모바일, 아케이드 게임을 두루 개발해 왔다. 아케이드 게임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소니의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에 자이로센서 등을 결합해 헤드 트래킹을 가능하게 해서 아케이드 게임에 응용하는 걸 시험하게 됐다. 이걸 R&D를 잘 하면 침체된 아케이드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단 기존에 만든 게임들을 소니 HMD에 적용해 돌려보니 재밌더라. 잘 연구해 아케이드로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을 내면 어떨까 공부를 하던 중에 오큘러스가 나왔다. 우리가 연구하던 기능들이 다 담겨 있더라.(웃음) 오큘러스를 보고 굳이 직접 만들 필요가 없겠다. 이걸 사용하면 되겠다고 빠르게 판단을 했다.

스코넥이 개발한 콘솔, 아케이드 게임들

스코넥 엔터테인먼트 하면 콘솔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의 베테랑이다. VR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최정환 본부장: 콘솔과 아케이드에서 쭉 해 오다 지금은 모바일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마 우리가 만져보지 않은(개발해보지 않은) 콘솔은 없을 것이다. 그러다 최근 1~2년은 콘솔게임을 하지 않았다. 3DS 게임의 로컬라이즈 작업을 작년에 한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VR은 플랫폼이라기보다 디바이스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다. 디바이스를 어떤 플랫폼에 적용해서 사용하느냐가 문제다. 기어VR은 모바일 플랫폼이 대상이고 플레이스테이션 VR은 소니 콘솔용인 거다. PC용은 오큘러스고.

'모탈블리츠'를 기어VR에 이어 플레이스테이션 VR로도 내게 됐다
최정환 본부장: 모탈블리츠는 일찍부터 준비해서 세계적으로 관심을 좀 받았다. 먼저 준비가 되었기에 기어VR 론칭타이틀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플레이스테이션VR과 오큘러스로도 내고 싶다. 예전에는 콘솔로 개발을 하면 하드웨어별 아키텍쳐가 달랐는데 이제는 엔진을 공유해 쓰니까 엔진만 적용되면 쉽게 이식이 가능하다.

라인업면에서는 모탈블리츠 외에도 VR본부에서 다양한 타이틀을 준비중이다. 한빛소프트와 함께하는 '헬게이트'도 있고 그 외에도 우리의 장기인 건슈팅 게임을 몇 종 더 만들 생각이다. 교육 콘텐츠 '오디션 잉글리시'도 있고.

오큘러스와 플레이스테이션 VR을 모두 해 보니 게임에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이 좀 더 맞는 것 같더라. 개발 입장에선 어떻게 느끼나
최정환 본부장: 기본 하드웨어 스펙 면에서는 오큘러스 CV1이 더 뛰어나다. CV1이 훨씬 안정적이다. 시야에 보이는 장애도 없고 중요한 백색(흰색) 처리기능도 좋아졌다. 기술적으로는 오큘러스가 가장 앞서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 VR은 무브를 사용할 수 있으니 내년에 발매되면 당장 게임기기로 사용이 가능해 빠르게 VR체험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오큘러스 CV1은 오큘러스 터치가 동시에 발매되진 않을거라 컨트롤러로 해야하는 상황이다

HMD의 기능만 놓고 보면 CV1이 기술적으로 뛰어나지만 게임 유저 입장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이 접근성, 안정성, 신뢰성이 높다. 콘텐츠 개발사 입장에서도 유저와 같은 이유로 플레이스테이션 VR이 안정적이다. 일단 모든 플레이스테이션4는 스펙이 동일하고 이미 글로벌 2500만대 이상 보급되어 있다. 플레이스테이션4 유저는 일단 게임 유저라는 점도 좋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VR 기기들이 나오지만 시작점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발표되어진 내용을 봐도 성능은 오큘러스에 조금 뒤쳐진다. 하지만 소니는 플랫폼 홀더로서 개발사가 필요한 부분을 지원, 제공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개발사 대응 노하우를 오랫동안 잘 쌓아놨다. 오큘러스도 플랫폼이 되려는 거지만 이제 시작단계다. 현 단계에서는 소니 쪽이 개발사 입장에서는 훨씬 신뢰가 가고 한단계 한단계 가더라도 대응이 빠를 것이다.

모탈블리츠는 유니티로 만들어졌다. 언리얼이 VR에 최고의 엔진이라는 의견도 있던데...
최정환 본부장: 해외에서는 대형 개발사들도 VR 시도를 많이 하는데 국내는 중소업체 위주로 뛰어드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큰 기업들이 진출하니 언리얼 사용빈도가 높을 테고 유니티도 개인, 중소기업 단위에선 많이 사용하고 있다.

VR이라고 언리얼 엔진이 더 어울린다는 건 아니다. 언리얼이 큰 게임들과 함께 VR에 힘을 기울이려는 상황이지만 유니티가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어VR은 언리얼로는 최적화가 안되어 있어 아직 힘들다.

기어VR은 어떤가, 배터리가 약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최정환 본부장: 일반 유저가 몇시간이고 연속해서 VR을 플레이하지는 못할거라 본다. 하드웨어적 한계로 아직 어떤 상태든 VR을 오래 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아케이드처럼 간단하게 즐기고 그치는 게 현재 VR의 하드웨어적 특징이다.

아케이드도 하드웨어의 특성과 장소의 한계 등으로 다양한 플레이스타일(장르)가 생겨났는데 그 제약이 즐거움을 느끼는 데 큰 장애가 되진 않는다.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즐기느냐, 만족하느냐의 문제다. VR은 10분 밖에 못즐기니 다른 플랫폼보다 약해서 게임이 안 될 거다라는 생각은 틀렸다. VR의 특장점은 다른 어떤 디스플레이보다 월등하게 체험할 공간을 리얼하게 느끼게 해 준다는 점에 있다. 장시간 즐길 수 없다기보다 단시간에 어떤 내용을 즐기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VR 콘텐츠를 만든다면 어느 플랫폼에서 할거냐는 크게 의미가 없어진다. VR에서는 오직 콘텐츠가 중요하다. 사실 VR 기술이 그렇게 고급기술은 아니다. 좀 더 보급되면 다른 VR기기들이 계속 더 나올 것이고 최적화 상태에 따라 좀 더 쾌적하게 즐길 수 있냐 없냐 정도의 차이다. 모두가 VR을 준비하고 있을 거고 내년에는 VR 게임들을 즐길 수 있게 되실 거라 본다.

사실 콘텐츠 개발사에게 과거에는 콘텐츠를 어느 하드웨어에 대응시키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이제는 이식에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은 시대다. 이식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스코넥의 장점이었는데 이제는 엔진을 잘 쓰면 그런 건 의미가 없어졌다.

기존 게임의 VR 버전을 만드는 작업은 용이한 편인가
최정환 본부장: VR을 건드려보려는 분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VR은 기존 게임개발과 문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언어를 배울 때 영어와 한국어의 문법이 다르듯 기존 2D 디스플레이 연출을 보여주던 게임들이 영상, 평면 디스플레이에 비춰 눈으로만 보는 영상을 보여줬다면 VR은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그 공간 안에 게이머인 내가 들어와 있는 것이 VR이다. 디스플레이는 영상의 흐름을 보며 간접체험하는 것이지만. VR은 공간을 제공해 주고 직접 체험을 시키는 것이다. 그 안에서 플레이어가 어떻게 행동하고, 개발자가 의도한 것을 플레이하도록 이끄는 것은 기존 게임과 방법이 많이 다르다. 이런 부분을 개발자들이 먼저 체험하고 인지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거기에다 게임 장르도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게임을 만들려면 더 시간이 오래걸리고 시행착오를 겪게될 것 같다. VR 시작하는 분들에겐 기존 게임으로 먼저 적용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익숙한 개발자료, 내용으로 VR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VR에 대한 이해를 빠르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VR에 가장 맞는 장르가 따로 있을까? 기자가 체험해본 바로는 호러가 가장 맞는 것 같았는데...
최정환 본부장: 호러일 수도 있지만 장르에 좋고 나쁘고는 없는 것 같다. 우리 개발팀은 건슈팅만 쭉 해오다 VR에 뛰어들었다. VR에선 건슈팅이 최고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존 건슈팅 문법대로 개발해보니 어지러워서 플레이를 못 하겠더라. 기존 개발 문법으로 만든 게임은 VR을 통해 유저들에게 플레이 하라고 할 수 없는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결국 개발한 게임은 건슈팅 게임이었다
최정환 본부장: 개발 문제 때문에 'VR에 건슈팅이 맞지 않는건가'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3인칭으로 만들게 됐다. 우리는 1인칭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상 VR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들을 보면 1인칭 게임은 많이 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금 개발중인 게임들에는 1인칭이 거의 없다. 결국 3인칭으로 간건 타협이었다. 액션이나 어드벤처를 옮기기에는 3인칭이 적합했다.

건슈팅을 VR로 어떻게 접목할까를 고민하며 VR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서 지금의 모탈블리츠가 되었다. 이런 스타일이면 VR에서도 크게 무리없이 될 거라 봤다.

결과물에 대한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아직 어지럽다는 사람도 있지만 어지럽지 않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디자인을 했다. 유저들의 심리를 이용하기도 하고 동선 등 다방면에 신경 썼다. 해외에서도 어지럽지 않으면서 복잡한 슈팅게임을 만든 건 못봤다고들 하더라. 장르가 문제가 아니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어지러움은 어떻게 줄일 수 있는 건가?
최정환 본부장: 하드웨어에서 해결해줘야 할 부분도 많고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유저가 멀미를 느낀다면 하드웨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동이 가장 문제가 된다. 사람이 가만히 있는데 멀미가 나진 않는다. 이동에서 어지럼증이 오는 건데 하드웨어 레이턴시 문제도 있고 최적화가 CV1과 플레이스테이션 VR이 다르고 다른 VR 기기도 다 다르다. 기본 기술은 같지만 어떻게 센서를 다루느냐, 어떤 처리를 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사람의 인지, 과거 경험을 반영해서 공간을 구축해야 한다. 걸어서 이동할 때 주변 변화 등은 사람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부분이다. 최대한 현실에서 느낀 감각과 VR감각이 유사하게 해줘야 한다.

물론 똑같게는 안 되지만 경험은 사람의 의식에 의해 조금씩은 바꿔줄 수 있다. 이동할 때 이동방법, 경로,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사전 정보를  많이 주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더라.

일단 모탈블리츠에서는 이동은 정해진 대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커브를 미리 보여주면 유저들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더라. 이동속도, 가속, 감속 등을 최대한 균일하게 만들고 가장 편하게 움직일 속도값을 찾았다. 오브젝트의 위치, 거리 등 모든 부분을 어지러움을 안 느끼게 고려해 적용했다. 텍스쳐를 어떻게 하고 색감은 어떻게 하고 그런 조절도 모두 고려해서 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완벽하다곤 할 수 없지만 플레이하는 데 큰 어려움 없이 할수있는 단계까진 왔다.

이동보다 포지션이 중요하도록 설계한 건 기본적으로 기어VR을 위해 만든 게임이기 때문이다. 기어VR은 헤드트래킹이 안되고 자이로만 활용이 가능하다. 가용 가능한 범위에서 현실경험과 유사하게 만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이 2017~8년 정도에는 VR이 게임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들 예상하더라. 어떻게 보나
최정환 본부장: 2018년에 VR 기기가 몇천만대 깔리고 시장규모가 몇 조 달러 될거라는 그런 예측은 큰 의미가 없다. 시장 확대가 더 빨라야 된다고 본다. 지금 움직이는 사람들은 빨리 VR 시장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하드웨어를 만들던 회사들인 엔비디아와 AMD도 그렇고 삼성도 그렇다. 이 시장이 빨리 만들어져야 사업이 돈이 되니까 다들 속도를 낸다.

앞으로 의외의 변수도 생길 것이고 콘텐츠가 따라가줘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VR 시대가 더 빨리 올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내야하지 않나 싶다.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2017~8년은 되어야겠다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늦어져선 안 될 것이다. VR 시장은 빠르게 만들어질 것이고 우리도 거기에 일조해 속도를 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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