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게임산업의 화두는 올해도 역시 모바일게임이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업계 거목인 넥슨이 여러 실패 끝에 대히트작 '히트'를 출시하며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모바일게임사 넷마블게임즈를 누르고 1위를 차지, 오랜 숙원을 풀었고 넥슨과 함께 온라인게임 업계 양대산맥인 엔씨소프트 역시 자존심처럼 지켜왔던 온라인 MMORPG 개발 중심의 기업 구조를 바꾸고 모바일게임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의지를 드러내는 등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 지형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침묵을 유지했던 선데이토즈, 넥스트플로어 등 이른바 힘 있는 중견개발사들까지 긴 시간 침묵을 깨고 연이어 신작들을 발표하면서 넷마블의 독주체제이던 모바일게임 시장에 새로운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물론, '메이플스토리2'를 시작으로 '파이널판타지14', '문명온라인', '클로저스', '스타크래프트 공허의유산' 등 한 동안 주춤했던 온라인게임들도 올해는 기지개를 펴고 유저들에게 선보였고 불모지로만 여겨졌던 국내 콘솔게임 시장도 올해 큰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 냈던 한 해 였습니다.
게임포커스는 2015년 올 해 이슈가 됐던 게임업계의 인물 6인과 그들의 발언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며 한국 게임산업이 어떻게 1년을 보냈고 내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지 살펴봤습니다.
넷마블게임즈 방준혁 의장
"대규모 모바일게임 개발, 스타트업 시대는 끝났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을 이끌었던 회사라면 단연 넷마블게임즈를 뽑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넷마블게임즈를 이끌어나가는 수장인 방준혁 의장은 지난 7월 '제1회 NTP(Netmarble Together with Press)행사를 통해 넷마블이 성공한 이유와 미래 비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방 의장은 넷마블게임즈가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바로 '경험'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2012년 이후 넷마블게임즈는 100개 이상의 모바일게임을 선보이며 단시간 내에 시장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장 많이 경험한 개발사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익혀나갔고 이른바 넷마블식 BM모델을 선보이며 국내 모바일게임의 BM트렌드를 주도하기도 했죠.
이날 행사에서 방 의장은 "모바일게임 사업에서 스타트업 시대는 끝났다"는 깜짝 발언을 하면서 기자들은 물론 업계관계자들에게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경쟁이 심해지는 모바일게임 시장 중 특히 RPG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큰 기업의 많은 인원과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지만 이 발언은 상당히 논란이 됐습니다.
방 의장은 인원과 자금,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속도가 느려지고 트렌드를 놓치기 쉽다고 설명하며 이미 누군가가 해서 성공한 전략의 뒤를 따라가기 보다는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각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넷마블게임즈의 내년도 목표는 바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입니다. 방 의장 역시 유저 맞춤형 AI(인공지능) 엔진 개발 프로젝트인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데요. 적극적인 해외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예고한 넷마블 게임즈의 글로벌 진출 공략은 무엇인지 벌써부터 결과가 기다려집니다.
넥슨 이정헌 부사장
"지스타는 당연히 참가해야 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생각에 변화는 없을 것"
올해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양쪽에서 모두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인 게임기업은 단연 넥슨입니다.
피파온라인3를 비롯해 서든어택,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사이퍼즈 등 여전히 건재한 기존 온라인게임들에 더해 메이플스토리2, 아이마 등의 신작 온라인들을 새롭게 서비스하며 온라인게임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 탄탄히 했습니다.
또한, 그 동안 온라인게임 사업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고 평가받았던 모바일게임 사업에서도 도미네이션즈, 슈판워 등의 성공에 이어 드디어 히트로 구글 플레이 매출 1위에 오르며 그동안의 노력의 결실을 맺었습니다.
이러한 넥슨에서 올해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인물을 꼽으라면 바로 이정헌 부사장을 뽑을 수 있습니다. 업무능력과 사업 추진력을 인정받아 본부장에서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을 하는 등 이정헌 부사장은 現 넥슨을 이끌어나가는 핵심인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올해 넥슨은 다양한 면에서 영역을 확장하며 유저들에게 어필했습니다. 다수의 신작 뿐만 아니라 사업적인 영역에서의 진정한 원 소스 멀티유즈를 공언하며 유저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웹툰, 애니메이션 등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결합해 온라인게임 사업의 확장을 꾀했으며, 모바일게임 사업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게임들을 유저들에게 선보이며 모바일게임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 넣었습니다.
또한, 넥슨은 지스타 무용론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5년부터 한번도 빼놓지 않고 지스타에 참가한 유일한 국내 대형 게임업체입니다.
이정헌 부사장은 넥슨의 지스타 출정식을 통해 "(지스타는)당연히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1년에 한 번 진행되는 국내의 게임축제고 그 축제에 넥슨 같은 큰 회사가 나가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언제나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생각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라며 지스타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올해 사업적인 측면과 게임업계 기여도면에서 모두 만족할만한 평가를 받은 넥슨의 내년도 게임사업은 어떻게 될까요? 넥슨의 2016년이 기대됩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보이저1호 처럼 리니지는 더 큰 여정을 준비중이다"
이달 초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택진 대표가 게임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지난 12월 9일 진행된 리니지출시 17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 대표는 자사의 대표 타이틀 '리니지'를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 개발 등을 밝히며 엔씨소프트의 향후 비전을 공개했습니다.
김택진 대표는 이날 영화 '마션'과 우주를 탐사중인 미국의 보이저1호를 얘기하며 "이런 우주에 도전하는 이야기들이 우리 리니지에 대한 이야기와 닿아있는 것 같다"며 "17년 동안 누구도 수행하지 못한 긴 임무를 수행한 리니지는 목성 및 토성 탐사 임무라는 목적을 넘어 성간 탐사라는 새로운 모험을 향해 나아간 보이저 1호처럼 더 큰 새로운 여정을 준비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본래의 목적을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을 계속해서 시도하며 첫 발사 후 38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끊임없이 인류를 위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외우주 탐사의 첫 번째 꿈을 안겨준 행보를 리니지에 빗댄 것이지요.
엔씨소프트가 보여줄 첫 번째 모험은 바로 원 소스 멀티유즈입니다. 이미 세계적인 트랜드로 자리잡은 원 소스 멀티유즈 사업을 리니지라는 엔씨소프트의 가장 강력한 IP를 통해 우선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스마트 TV, 스마트폰 등 우리가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러한 기기들이 영화, 게임 등 여러 가지 콘텐츠를 한 번에 누리는 시대가 온 것을 확인한 김택진 대표의 미래 청사진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를 소재로 한 미공개 신작 모바일게임은 물론 완구, 애니메이션, 영화, e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자사의 다양한 IP를 활용한 사업 계획을 공개하며 주목 받았습니다.
미국의 코믹스 회사인 마블이 자사가 가진 다양한 IP를 영화와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풀어내며 전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노력과 많은 시간이 소모됐습니다.
때문에 엔씨소프트가 처음으로 공개할 리니지를 활용한 원 소스 멀티유즈 사업은 그 기간과 노력을 비교했을 때 기대도 되고 실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만 아무도 해낼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보이저 1호의 모험처럼 엔씨소프트의 모험이 전세계 게임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대가 됩니다.
넥스트 플로어 김민규 대표
"영화가 개봉하면 관객들은 영화사 보다는 감독에 주목한다"
국민 슈팅게임 드래곤 플라이트를 선보여 애니팡의 선데이토즈와 함께 카카오 플랫폼을 성공시킨 일등공신 넥스트플로어. 드래곤 플라이트로 일약 국내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유명 모바일게임 개발사로 떠올랐지만 그에 반비례하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넥스트플로어도 올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넥스트플로어의 김민규 대표가 지난 10월 진행된 'NFC(NextFloor First Communication)'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모았습니다. 2012년에 설립된 넥스트플로어 대표의 3년 만의 외출에 모든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 됐습니다. 동시접속자 850만 명, 누적 다운로드 2,300만 건, 매출 순위 3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며 게임을 서비스해 온 저력있는 모바일게임 개발사의 차기 성장 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넥스트 플로어가 내세운 차기 성장 동력은 바로 '인디 게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의 도전 정신입니다. 여기까지만 듣는다면 다른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의 철학과 크게 다른 것이 무엇인지 고개를 갸우뚱할 법 하지만 김 대표가 공개한 3가지 경영 철학은 개발자들에게 더 가슴 깊이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김민규 대표는 게임도 영화처럼 감독과 배우가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디렉터'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바로 자사가 만드는 모든 모바일 게임에 해당 디렉터를 알릴 수 있는 심볼을 넣는 것이었죠.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팀 중심의 개발 체계를 확고히 다진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어떤 사람이 만드는, 누구의 게임인지를 명확히 해 개발자로서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김민규 대표는 "영화가 개봉을 하면 (관객들은)영화사에 주목하기 보다는 감독에 주목한다"며 넥스트플로어가 생각하는 디렉터의 중요성과 향후 넥스트플로어의 게임이 어떤식으로 공개될지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공개한 것은 바로 '지하연구소' 였습니다. 게임 본연의 재미를 강조하기 위한 스튜디오이자 다양한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독립성이 보장되는 제도였죠. 시대가 바뀌어도 재미있는 게임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내 방침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계획이었지요. 짧은 프레젠테이션이었지만 김 대표의 지하연구소 공개는 많은 게임 개발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습니다.
넥스트플로어는 올해 시장을 이끌어나가겠다는 당찬 포부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청사진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에 게임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유저들에게 '재미'를 주고 게임을 기업이 아닌 개발자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넥스트플로어의 목표가 어떤 결실을 맺을 지 궁금하기 때문일 듯 합니다.
SCEK 카와우치 시로 대표
"이렇게 먼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황무지가 된 국내 콘솔시장에 희망의 싹을 틔웠다고 평가받고 있는 인물.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할 것이라 장담했던 일을 보란 듯이 해낸 이가 있으니 바로 前 SECK 대표 카와우치 시로입니다.
닌텐도의 대표 타이틀 '슈퍼 마리오'에 등장하는 주인공 마리오와 비슷하다고 해서 '마리오 사장님'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던 그는 한국의 PS4 런칭 행사에 직접 참여해 감격의 눈물을 보여주면서 많은 게이머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지요.
1998년 SCE에 입사해 아시아 부문 플레이스테이션 비즈니스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던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2010년 SCEK 대표로 취임한 후 암울한 상황에 놓인 한국 콘솔게임 시장에서 PS플랫폼 보급과 콘솔게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특히 시장규모를 우선시 하기 보다는 플랫폼 홀더로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대작 타이틀들의 한국어화에 앞장섰으며, 전국 게임매장을 돌며 매장업주들과 게이머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국내 콘솔게임 시장을 밑바닥부터 탄탄히 다지며 국내에서 콘솔게임 시장이 다시 부활할 수 있도록 만든 인물입니다.
카와우치 시로 대표가 전국의 게임매장과 각종 콘솔게임 행사장에서 기자와 유저들을 만나서 하던 인삿말인 "이렇게 먼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을 정도로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항상 콘솔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과 기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한국 콘솔게임 시장의 부활을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길고도 짧았던 대표 생활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지만 활동영역이 아시아 시장 전체로 넓어진 만큼 그의 각별했던 한국사랑은 끊이지 않고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
"핵심은 대중성,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
국내 대표적인 모바일게임 개발 스타트업 선데이토즈도 올해 오랜만에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작을 공개했습니다. 특히 그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가 신작 발표회에 등장, 그동안의 근황과 함께 향후 선데이토즈의 사업방향을 밝혀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정웅 대표는 "그동안 소통이 너무 부족했다"며, 앞으로는 유저들은 물론 미디어들과도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애니팡2를 출시하며 일었던 표절논란에도 공식적은 대응을 하지 않았던 선데이토즈 였기에 달라진 태도변화를 두고 많은 해석이 잇따랐습니다.
이날 행사를 통해 선데이토즈는 '애니팡 맞고', '상하이 애니팡' 등 3종의 신작을 공개했습니다. 완전 신작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라인업 발표였습니다만 선데이토즈는 "RPG 등의 다른 장르 게임을 만들지 못해서 안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데이토즈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자는 것이 기업의 모토"라며 "잘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겠다"며 애니팡 시리즈를 너무 우려먹는것 아니냐는 세간의 물음에 대한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정웅 대표도 "빠르게 변하는 시장 속에서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스타트업 정신을 유지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올해와 내년을 관통하는 선데이토즈의 핵심 가치관은 바로 대중성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선데이토즈는 카카오와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한 웹보드 시장 개척과 함께 다양한 캐주얼 게임의 서비스 및 유통을 확대해 또 다른 애니팡 신화를 만들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내년을 목표로 다양한 핵심 IP 공개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기업의 크기보다는 민첩한 대응과 그동안의 학습을 통한 성숙함을 강조한 선데이토즈의 열매가 어떠한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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