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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03월20일 16시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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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 "근로환경 개선은 시작에 불과,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직원들의 근로환경과 관련해 논란을 빚었던 넷마블이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직원들의 야근과 주말근무를 없애고 탄력근무제를 도입한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시행한 지 약 1달여가 지났다. 시간이 지나며 각 개발조직 별로 사정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생겼지만 전반적으로 업무 환경이 확실히 나아졌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한달 여 전 넷마블의 근로환경이 화제가 되고 정치권 등에서 넷마블을 지목해 게임업계의 근로환경에 문제를 제기하며 나섰을 때, 게임업계에서는 '갑자기 왜'라는 의문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와 함께 넷마블이 내놓은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놓고도 '문제가 제기되니 갑자기 내놓은 안'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양 측의 입장은 '갑툭튀가 아니다'로 동일하다. 넷마블은 1년여를 준비해 온 개선안을 정리해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갑자기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며, 넷마블의 노동환경을 지적하고 나선 게임개발자연대 등의 입장도 오랫동안 지적해 왔던 것이 뒤늦게 화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게임개발자연대에서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단순히 노동환경 문제만 지적한 것이 아니었다. 정부의 규제로 생긴 사다리 걷어차기 문제 등 게임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는데 당시 관심이 집중되었던 노동환경 이슈에 묻힌 감이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토론회 한 달 후,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을 다시 만나 토론회에서 시간 관계상 다 말하지 못하고 줄여서 말했던 부분들에 대해 정리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게임사들은 노동환경이 부각된 것을 '갑작스럽다'고 인식하고 있더라. 그런데 게임개발자연대에서는 그와 관련해서 1~2년 전부터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고 한다
김환민 사무국장: 지금까지 2년 동안 열심히 준비하고 꾸준히 지적해 왔는데 신경을 쓰지 않다가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문제가 커지니 갑작스럽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넷마블과도 예전부터 노동환경 문제 등을 놓고 꾸준히 대화를 시도했었다.

이와 함께 게임개발자연대에서는 2014년에서 2015년 사이에 게임업계 직장 내 성희롱 문제나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 현안 해결에 힘써왔다. 그런데 이런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는 활동만으로는 구조적인 해결이 안되지 않나. 인식은 있었지만 2015년 즈음까지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제가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으로 취임한 게 2015년 6월이다. 취임해서 보니 활동이 너무 지엽적이더라.

정리를 해서 연대의 활동을 3방향+1로 세분화했다. 첫째는 연대의 활동과 취지를 알리는 홍보활동 및 게임개발자의 인식 변화를 위한 활동을 진행했다. 야근의 개념이 뭔가, 근로기준이 뭔지, 포괄임금이 무슨 말인지, 부당해고가 무엇인지를 알리는 활동을 진행한 것이다.

두번째는 계속 진행해 온 노무 관련 지원활동이다. 노무감시 분과를 두고 기업들이 법을 지키는가를 살핀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로 새로 시작한 것이 제도 개선 부문이다. 그런데 이런 제도 부분은 업계에서만 떠들어서 되는 게 아니다보니 정치권과 연계해 연구를 진행하고 시장, 기업 환경을 좋게 만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한 것이다.

나머지 +1은 젠더 평등 분과였다. 정치적 공정함 없이는 발전이 없다는 생각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 중 표면적으로는 감시와 젠더 평등 분과가 가장 활동이 두드러졌을 것이다. 그동안 직장 내 성차별 문제 해결에서는 아무도 피해자의 이름을 모르고 가해자도 모르게 하며 일을 처리해 왔다.

넷마블이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내놓았고 전 직원 대상 성과급까지 지급했다. 엔씨소프트도 이에 동참했다
김환민 사무국장: 넷마블이 아주 잘하는 것 같다. 인센티브도 더 주고 개발자들이 돈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게임개발자들이 돈도 많이 받고 좋은 환경에서 일하면 좋겠다.

넷마블이나 엔씨소프트의 조치가 일시성이 아니라 직원들에 대한 꾸준한 보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돈을 적게 주고 회사에 묶어두려 하지 말고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 독립할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보상을 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이제까지 게임업계는 열정을 바탕으로 굴러왔다. 앞으로는 게임개발자들이 참여한 게임이 성공하면 좀 쉬고 다시 달려갈 정도의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길 바란다. 퇴직 후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좀 줄어드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한번 히트작을 냈다고 그 다음 10번의 실패를 허용해 주냐 하면 아니다. 게임이 성공하면 바로 다음 게임에 투입되어 계속해서 달려야 한다. 개발자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고 여유를 좀 가지며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게임개발자연대를 만든 목적이자 꿈이다.

토론회에서 정부의 규제가 사다리 걷어차기 효과를 가져왔다는 발언을 했다
김환민 사무국장: 정치권에서는 셧다운제를 해도 게임업계가 성장하고 충격이 없지 않느냐는 말들을 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셧다운제를 기점으로 중소업체들은 다 쓰러졌다. 중소 서비스 업체는 다 날아가고 대기업만 잘 되는 사다리 걷어차기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셧다운제도 그렇지만 정부의 규제가 들어오면 거기에 적응하고 버틸 수 있는 대기업은 매출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이것만 보고 게임업계에 악영향을 준 게 아니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는 거다.

슈퍼셀의 마케팅 폭격 후 마케팅비가 폭증하며 평범하게 론칭해서 성공하는 모델은 사라지고 자본, 퍼블리싱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런 흐름에서 대기업들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중소회사들은 훨씬 어려워졌다. 그런 부분에서 토론회에서 한국 모바일게임 업계의 퍼블리싱 구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게임업계 근로문제 해결 방안을 위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사실 게임개발자들에게는 단체협상권도 없다. 정규직이라고 하지만 말이 정규직이지 모두가 1년짜리 비정규직인 상황으로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노동법으로 보장되는 권리를 전혀 누리지 못하는 업계가 게임업계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기본적인 구제 활동을 하는 한편 자료를 계속 모았다. 이 업계에 어떤 불공정, 불법, 편법이 있는지에 대해 정리했다.

이런 활동을 하며 연대할 조직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정의당과는 심의관련 법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연대부터 시작해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고 민주노총 산하 IT노조와 연결되며 노동환경과 관련된 단체와도 연계가 되었다.

2016년 하반기에는 다른 활동에 우선해서 노동환경 조사에 전념했다. 그 과정에서 민노총과 연결되고 넷마블 노동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노동자건강연구소 등이 일찍부터 관련 작업을 해 온 우리와 협력하게 됐다.

외부에서 마침내 게임산업에 시선을 돌리게 되었는데, 막상 보니 게임산업에 대해서는 아무도 연구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셧다운제로 대형 게임사들의 매출에 효과가 있었나 없었나 정도 이야기만 있지 셧다운제로 망한 중소기업이 몇개인지는 아무도 조사를 안 했다.

노동문제에 앞서 게임시장이 민주적이지 않다는 게 보였다. 개발자들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지 못하고, 개발자도 불만이고 유저도 불만인 게 게임시장이다. 가차 확률을 공개하라는 미시적 이야기만 나오는 수준으로, 경제학적으로 이 시장을 인식, 조사한 게 전무했다. 현재 다양한 조직과 함께 관련해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앞으로 그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정책을 제안할지가 과제가 될 것 같다. 당장은 있는 법부터 잘 지켜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고, 앞으로는 이걸 기반으로 연구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을 어떻게 짤지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제도, 법 개선을 위해 이정미 의원실과 계속 협업하는 건가
김환민 사무국장: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는 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게임 심의시스템을 완화하자고 해서 이야기를 진행중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사망사건이 터져서 노동쪽으로 협력을 한 것이다. 게임업계의 이야기를 듣고 협업하고 싶다면 누구라도 연락주시기 바란다. 다른 정당, 의원 여러분의 연락을 환영한다.

사실 새 심의안의 초안을 다 만들었는데 무산되어 아쉽다. 정의당과 우리가 마련한 새 심의안의 뼈대는 랜덤아이템 과금을 넣으면 19금으로 분류하지만 소수자 희화화나 지나친 멸시적 표현이 없어야 하는 등 몇 가지 큰 허들만 제시하고 그것만 통과한다면 그냥 누구나 바로 게임을 15세 이상가로 낼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15세에서 12세, 전연령으로 대상 연령을 낮추고 싶을때만 심의를 받아야하는 형태였다.

뽑기형 과금은 19금 게임에만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게임은 15세 이상가로 누구나 낼 수 있지만 게임에 뽑기를 넣는다면 심의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은 어떻게 잡고있나
김환민 사무국장: 제도적인 부분에 주력할 생각이다. 노동부분은 어느 정도 해법이 나오고 있으니 제도를 보완하고 만드는 활동에 힘을 쏟아야할 것 같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심의, 규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나갈 계획이며, 개발자 권익문제, 크레딧에 개발에 관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다 넣으라는 주제로 발표도 준비중이다.

개발자들이 살아가고 자기 인생을 찾고 좀 편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열심히 달려왔는데 앞으로 더 많은 스테이지가 남았으니 열심히 하겠다. 앞으로 중요한 건 제도적 문제, 심의와 공정성 감시 부분 등이다.

계약에서 불공정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예를 들어 외주에서 발주서대로 만들었다면, 발주서가 수정되면 수정비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명문화하는 등이다.

기존에 해 왔던 홍보, 교육활동도 더 열심히 하면서 게임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될 부분에서는 게속 도움을 줄 것이다. 게임개발자연대가 마음에 안 드시는 분들의 비판은 달게 받겠다. 하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조건없이 나서서 돕는 건 게임업계에 우리 뿐이니 필요하시면 언제든 게임개발자연대로 연락하시기 바란다. 회비를 내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평소 맹렬히 비난하던 분이라도 도와드릴 준비가 되어 있다.

무엇보다 게임개발자연대의 목표는 게임개발자의 권익 증진 뿐이다. 개인적 의견은 다 다를 수 있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다 보니 김 사묵구장 본인에 대해서도 다양한 말이 나오더라. 일각에서는 정치에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환민 사무국장: 게임업계에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던 문제가 부각되니 저한테까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다. 게임산업의 노동환경 문제, 규제 문제, 과점 문제 등에 대해 나와서 이야기할 분들이 좀 있으면 좋겠다. 그런 분이 없어서 저한테 이야기가 돌아오는 거 같다.

정치권에서 러브콜이 있다는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누군가 해야하는 일을 하고있는 것 뿐으로 제 꿈은 시장 환경이 좀 괜찮아지면 조용히 만들고 싶은 인디게임을 개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무도 안 하니까 하는 거고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한국의 게임개발자 수, 평균임금, 근속연수가 모두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금 상황은 회사를 나와 빠르게 구직이 안되면 이 바닥을 떠야 하는 미래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게임이 잘 된다고 개발자의 미래가 보장되냐면 그것도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회사가 돈을 많이 벌면 개발자들에게도 보상을 많이 해 줘야 하는데 보상을 안 해주는 것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이 업계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 패러다임을 바꾸고 성장할 모멘텀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게임 만들다 회사에서 잘리면 인생이 끝나는 구조다. 시장 독점 상황에서 앞선 회사를 따라가지도 못하고 따라가려 해도 인력도 없는 절벽에 다다랐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산업전략이 필요하고 업계 내부에서만 어떻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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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기자 (baeyo@game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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