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패기로 완성된 웰메이드 인디 게임 '던그리드' 개발팀 '팀 호레이'를 만나다

등록일 2018년03월07일 10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인디 게임이 입소문을 타고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하루에도 수많은 인디 게임들이 스팀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완성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유명 IP를 활용한 AAA급 타이틀에 밀려 잊혀지기 일쑤다.

그러나 젊은 피 네 명이 뭉친 팀 호레이(TEAM HORAY)의 '던그리드'는 스팀 상점 메인 페이지의 'Top Sellers' 페이지를 당당히 차지하며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비공식이긴 하나 '스팀스파이' 집계 기준으로 5만 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면서 인디 게임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1년 4개월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된 '던그리드'. '스팀'의 토론장에서는 국내 유저는 물론이고 로그라이크 장르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해외 유저들까지 다양한 건의사항과 후기를 올리면서 게임의 인기를 가늠케 하고 있다.

게임포커스가 출시 이후에도 버그 수정과 편의성 개선 등 업데이트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팀 호레이와 직접 만나 최근 가장 핫한 인디 게임 '던그리드'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봤다.

좌측부터 한우경 아트 및 디자인 담당(이하 한), 문지환 기획 및 QA 담당(이하 문), 안태현 메인 프로그래머(이하 안)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팀 호레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 (잠깐 고민 후)급조된 팀이라고 해야 될까요? (웃음)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게임을 하나 만들어보자 해서 만들어진 팀입니다. 또, 좋은 게임 개발사로 남고 싶은 팀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팀명에 들어간 '호레이'는 어떤 뜻인가요?
안: 사실 원대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만든 것은 아니에요. 게임을 출시하려면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한데, 여기에 들어갈 이름을 고민하다가 우경이 별명이 '호레이'라서 그렇게 짓게 됐습니다. (웃음)

게임을 4명이 개발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완성도가 높아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어떻게 의기투합 하게 되었는지 궁금한데요
안: 원래는 혼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어요. 제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또 프로그래밍 하나만 신경 쓰기도 벅찬 상황이었거든요. 이대로는 게임을 제 시간 안에 출시하지 못하겠다 싶어서 아트 담당인 우경이를 영입했어요. 이후에 개발하면서 또 부족한 부분을 느껴 기획과 사운드 담당까지 영입했죠.


그렇다면 이후에도 계속해서 인디 게임을 개발할 생각인가요
안: 저는 이 길로 계속해서 가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관심도 못 받고 사장되는 경우도 많은데 운 좋게 관심을 받게 되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부분도 훨씬 나아졌고요. 게임사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으니 지금이 좋은 것 같아요.

한: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게임사에 입사했을 때 제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작게라도 재미있게 만들고 원하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요.

문: 저는 게임을 만들면서 제 자신이 기획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유저 분들의 피드백을 통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원래는 게임 개발사에 취업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 당장은 '던그리드'에 집중하고 싶어요. 이후 계획은 아직 미정입니다.


개발팀 모두가 원래 로그라이크 장르를 좋아하는 편인가요?
안: 좋아하는 편입니다. '바인딩 오브 아이작'이나 '엔터 더 건전', '데드셀' 등 로그라이크 게임들을 가끔씩 플레이하는 편이고요. '로그 레거시'도 많이 했죠.

한: 제 경우에는 '로그라이크'를 즐겨 하기는 하지만 액션 장르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로그라이크'라는 장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안: 물론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장르적 특성에 대해서 '어떻다'고 정의를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던그리드'도 '로그라이크'를 만들어보자 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거든요. 원래는 횡스크롤 액션 플랫포머 게임을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개발하다 보니 맵이 랜덤으로 배치되는 '로그라이크'의 특징을 가미해보자는 생각에 추가한 것이 지금의 '던그리드'가 됐고요. 아이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던그리드'가 '로그라이크'적인 특징이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던그리드'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바꾸지 않겠다고 생각한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안: 가볍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핵심입니다. 능력치도 처음 개발할 때보다 지금은 간소화 되었고, 음식으로 영구적 성장 요소를 둬서 '로그라이크' 장르를 선호하지 않거나 모르는 사람도 다른 의미로 즐길 수 있도록 했고요. 많은 유저에게 어필할 수 있고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핵심 가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트 그래픽이 참 인상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게임 내 도트는 모두 직접 제작한건가요
한: 맞습니다. 실제로 도트를 찍기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됐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제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고, 지금도 여전히 조금씩 실력을 키우는 중입니다. 개발 기간은 총 1년 4개월 정도 걸렸는데, 캐릭터 초안을 만들 때 괜찮은 원안 하나로 쭉 밀고 나갔죠. 새 디자인이 필요하면 기존에 작업해 놓은 것과 잘 어울리는지 신경도 많이 썼고요.

사실 각종 에셋 같은 것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텍스쳐가 아닌 도트를 활용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도트 그래픽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 일종의 장인 정신이라고 해야겠죠. 게임 내 모든 그래픽 리소스는 내 손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요. 에셋을 사서 쓸 수도 있지만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서 넣는다는 생각으로 개발했어요. 원래는 3D를 배웠지만 '록맨' 같은 게임들을 해보면서 도트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요. 대학생때 처음 도트를 찍어보면서 재미를 느꼈고 그 뒤로 도트를 만들게 됐습니다.


개발하는 도중 엎어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데 끝까지 게임을 출시한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안: 아무래도 직접적인 개발 관련 문제 보다는 재정적인 문제가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 저는 그래픽 작업을 홀로 하니 해야할 것은 많은데 작업물이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많아서 속도가 안 나오는 것이 힘들었어요.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엎어버리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문: 제 경우에는 기획 파트를 맡은 것이 게임 개발 초기부터 한 것은 아니고, 개발 후반부에 합류 했어요. 그런데 제 능력이 부족해서 기획을 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야 할지,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들이 많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지금보다도 깊이가 있게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해서 아쉬워요.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꼈죠.


출시 이후 인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 출시 당시만 해도 주목 받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개인 방송인 분들이 플레이 해주신 이후로 플레이어 수가 급증했어요. 버그도 그만큼 많이 터지고요.(웃음) 꿈인가 싶으면서도 밤새서 작업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쓴소리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름이 알려지고 입소문도 타면서 부담도 됐을 것 같은데요
안: 부담 많이 됐죠. 판매량은 점점 올라가는데 과연 우리가 이런 관심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어요. 국내 판매량이 늘면서 해외 유저들도 많이 플레이 해주셨고, 영상도 올라오고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출시 전부터 영어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나요
안: 원래 '던그리드'의 주 타깃 국가는 국내보다 영어권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장르가 가벼워도 결국 '로그라이크'니까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웃음) 해외 쪽에도 물론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긴 합니다. 이후에는 러시아어, 일본어, 중국어 등의 추가 번역도 진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BIC 2017'에 출품했습니다. 당시 반응이 어땠나요
안: 현장에 방문해주신 유저 분들도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HP소드' 같은 주 기대작들만큼의 기대감은 아니지만, 플레이 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BIC 2017'에서 우수상도 수상했는데, 그때 든 생각이나 소감은 어땠나요
안: 무슨 일인가 싶었죠. 소감을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어요. (웃음) 어안이 벙벙하고, 투표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BIC 2017' 당시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던그리드'는 얼마나 바뀌었나요
안: 게임 사이클 자체가 바뀌었어요. NPC 구출도 지금과는 달랐고요. 원래는 4층마다 보스를 만나도록 되어 있었는데 길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맵 작업도 많아져서 과감하게 수정했습니다. 'BIC'가 끝나고 나서도 팀원들이 모여서 숙소에서 열심히 개선 사항에 대해 토론을 했어요.

버그 수정 등의 패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느껴지는데 비결이 있나요
안: 플레이하는데 지장이 되는 부분을 한번에 해결하기 보다는, 우선 패치를 하고 의견을 받는게 낫겠다는 생각에 자주 업데이트를 했어요. 지난달 26일에 한번 하고 나서는 조금 쉬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해결된 상황이라서요. 버그는 제가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그래서 패치는 최대한 빨리 적용하려고 하는 편이고, 콘텐츠 추가의 경우에는 작업중이라 조금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의 무기 밸런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등급과 성능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안: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무기를 더 좋게 만들어 등급을 높인다거나, 높은 등급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무기들은 개선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결과적으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얻었을 때, 좋은 아이템을 먹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새로운 무기도 앞으로 추가할 예정인가요
안: 물론입니다. 등급과 성능 문제는 아직 무기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상자를 열어도 나오는 아이템만 나오는데 항상 좋지 않으니까요. 아이템은 콘텐츠 추가 패치 때마다 계속 추가할 계획입니다.

한편으로는 '로그라이크'적인 요소와 재미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일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안: 무작위 요소를 지나치게 마구 넣는 것은 저희의 개발 방향성과는 달라지기 때문에 지양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가벼운 기조를 유지하되, 반복에서 오는 지루함과 피로함을 제거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 일환으로 던전 내 랜덤 이벤트들을 추가할 생각입니다.


고수 유저들을 위해서 조금 더 난이도를 높일 생각도 있나요
안: 더 어려운 하드 모드를 만들 생각도 있고요. 도전을 즐기는 분들을 위해 '보스 러시' 모드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제 치명적인 버그들은 얼추 수정이 된 느낌인데, 향후 업데이트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안: 3월 중에는 새로운 아이템이나 몬스터, 음식 등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위에 언급한 대로 랜덤 이벤트들이 더해지고요. 또 게임의 문제가 되는 시스템이 있다면 개선안을 마련해 3월 중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겁니다.

팀 호레이가 생각하는 '던그리드'는 어떤 게임인가요
안: '던그리드'가 저희 팀의 첫 작품이라서 프로젝트에 대해 애정이 되게 깊어요. 그럼에도 아쉬움도 남죠. '이랬으면 어땠을까'라는 경험 부족에서 오는 아쉬움도 들고요. 차기작을 준비한다면 '던그리드'를 기반으로 삼아 더욱 잘 준비할 생각입니다.


아직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던그리드'가 자리를 잡은 후의 계획도 준비한 것이 있나요
안: '던그리드' 프로젝트가 언젠가 종료된다면 그 이후에 차기작을 생각해볼 것 같습니다. '만들어야지' 정도 생각입니다. 지금은 '던그리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웃음)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순항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안: 당장 지적 받은 '던그리드'의 문제점들을 개선해서 '돈 값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작업하겠습니다. '바인딩 오브 아이작'처럼 플레이 몇 백시간 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저희의 게임을 하는 것이 좋은 경험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열심히 패치 하겠습니다. (웃음)

한: 유저 분들에게 만족스러운 도트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문: 몇몇 유명 리뷰어들이 리뷰를 한 곳의 댓글들을 모니터링 하곤 합니다. 보다 보면 종종 게임을 사지 말아야겠다는 말을 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러한 비판적인 이야기를 보더라도 '내가 직접 해보면 할만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던그리드'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던그리드'를 즐기고 계신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안: 부족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많아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한번 더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은 열심히 채워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문: 더 좋은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 그래픽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저 분들의 칭찬을 먹고 더 나은 도트로 여러분들을 만족시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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