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 리마스터' 펄어비스 류휘만 사운드 디렉터 "유저들이 음악을 끄지 않고 게임을 플레이 했으면 좋겠다"

등록일 2018년09월03일 12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펄어비스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MMORPG '검은사막'이 온라인게임에서 보기 힘들었던 혁신적인 변화를 진행 중이다. 2015년 7월 검은사막을 출시,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개발력을 인정받은 펄어비스가 게임 출시 3년만인 2018년 게임의 품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리마스터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

 

이번 리마스터 업데이트는 검은사막을 개발한 개발자들의 노하우를 집약한 것으로 펄어비스를 이끄는 김대일 의장이 직접 리마스터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약 2년여동안 수십 명의 개발자들이 사실상 또 하나의 게임을 만들기 위한 여정을 함께했다.

 

출시 후 지금까지 매주 업데이트라는 빡빡한 개발 일정을 소화하면서 콘텐츠 업데이트가 아닌 시스템 업데이트를 준비한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포커스는 펄어비스 오디오실 류휘만(총괄 디렉터), 김지윤(작곡/사운드 디자인), 박종찬(사운드 디자인)을 만나 검은사막 사운드 리마스터 업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왼쪽부터 펄어비스 오디오실 박종찬(사운드 디자인) 류휘만(총괄 디렉터), 김지윤(작곡/사운드 디자인)

 

사운드 리마스터에 대한 내부적인 만족도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류 : 사실 엄청나게 고생해서 작업을 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이정도까지 가능할까?'라고 의문을 품었을 정도인데, 그만큼 우리도 정성을 들였다. 노력과 결과가 항상 비례하는것은 아니지만 정성을 쏟은 만큼 내부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

 

게임 리전 방식에서 오디오 리전 방식으로 바뀌면서 특정 지형지물(ex 길가, 사냥터 인근 마을)이 통째로 하나의 음악으로 합쳐지면 오히려 음악이 들리는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류 : 통합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아니고 음악에 맞게 통합을 할 곳을 통합하고 분리할 곳은 분리하고 음악적으로 더 다듬었다. 내부에서 지저분하다고 느낀 것을 통째로 다듬은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음악적인 연출을 위해 오디오 리전 작업을 진행했는데 작업을 진행하면서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음악이 추가된 지역도 존재한다.

 


 

많은 오케스트라들과 협업을 진행한 것이 눈길을 모은다

류 :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내부에서도 처음 오케스트라와 협업을 하게 됐는데 우리와 가장 잘 맞는 곳을 찾아보고 싶었고 때문에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다양한 오케스트라랑 경험해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전부 만족스러웠고 개인적으로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오케스트와의 협업 작품이 시스템과 음향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지휘자분도 우리의 음악을 보고 칭찬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리마스터 발표회에서는 직접 사람이 연주했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이번 검은사막의 사운드 리마스터 핵심 가치관은 무엇인가
류 : 오디오 리마스터의 핵심 가치관은 '정성'이다.

 

리마스터 이전에는 오디오 녹음에 있어서 의도적으로 음을 절제한 부분이 있다. 게임 음악이라는 것이 기획적으로 변할 수 있는 상황이 많기에 그러한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변하기 쉽고 유연한 음악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것은 대부분의 메이저 개발사들에서도 사용되는 일반적인 프로세스라고 볼 수 있는데 이번 리마스터 작업에서는 그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음악의 전달력을 위해 작업을 했다. 앞으로 펄어비스의 음악은 이러한 음악적인 부분도 강하게 드러나는 음악이 나오게 될 것이고 사람이 직접 연주를 하면서 사람마다의 음악적인 색감 역시 확실하게 드러날 것이다.

 

전 버전에서는 사실 배경음악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단조롭고 또 공허한 느낌을 줬다. 검은사막의 황량함을 표현하기 위한 기법이었다고 생각되는데 리마스터 음악을 보면 이러한 게임의 특색을 살리기 보다는 상황이나 환경에 맞는 분위기로 방향성이 달라진 것 같다

김 :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면 내부에서 많이 싸웠다(웃음). 기존의 검은사막의 음악은 게임에 방해가 안되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을 추구했기에 이번 리마스터 작업에서도 기존의 방향을 고수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개발자들과 음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개발자들이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리마스터라는 이름에 걸맞는 변화의 느낌을 주기 위해 음악적인 방향성도 변해야 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유저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내부에서 봤을 때 잘됐다고 생각된 부분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것인가
김 : 리마스터 이전의 음악에 대한 평가를 이야기 한다면 동양과 서구권이 음악을 받아들이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가요라고 할 지라도 다른 국가에서 꼭 좋게 들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동양권 유저들은 약간의 신파적인 요소가 담겨 있는 음악에 감정이 이끌린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오히려 이런 부분에 대해 크게 반응하지 않는데 이번 리마스터 작업에서는 이런(신파적) 요소가 약간은 뭍어 나오기 때문에 음악적인 색채가 리마스터 이전보다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게임이 글로벌로 서비스 되고 있고 이전 음악에 대한 만족도는 동양 보다는 서구권에서 훨씬 높게 평가를 받고 있었던 만큼 업데이트 이후 유저들의 반응을 계속해서 체크하고 있다.

 

류 : 온라인게임과 콘솔로 대표되는 1인 플레이게임의 음악은 확연히 다르다. 우리가 잘 아는 '위쳐' 시리즈 같은 오픈월드 게임의 음악을 보면 음악의 목적이 게임의 스토리를 강조하고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가 많다. 연출을 고조시켜줄 수 있는 음악이 많은데 리마스터 이전의 검은사막 음악이 여기에 가깝다. 음악만 듣는다면 굉장히 단조롭고 졸린 음악이지만 게임을 즐기면서 같이 듣는다면 이런 지루한 느낌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 말이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은 다르다. 음악의 역할이 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한 도구가 되기 보다는 음악 자체가 재미있게 들려야 된다. 때문에 온라인게임에 익숙한 동양권 유저들이 콘솔과 같은 음악성을 가졌던 검은사막의 음악이 굉장히 단조롭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고 이번 리마스터 작업은 그러한 유저 피드백을 어느정도 반영한 음악이다. 개인적으로도 MMORPG를 즐기는 유저와 오픈월드를 즐기는 유저들이 원하는 음악이 다르고 음악성으로도 너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이번 작업을 통해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음악적인 색채를 강하게 주는 온라인게임 음악의 경우 보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류 : 이와 관련 되서는 검은사막의 '바드'와 '음유시인'을 통해 어느정도 갈증을 풀어나갈 것이다. 세계관에 맞는 음악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 음악과 관련한 공연 계획도 있는지 궁금하다

류 : 아직까지 뚜렷한 계획은 없지만 공연을 생각해서 오케스트라 연주가 수월하도록 편곡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의 난이도는 높은 편이고 음악을 받은 오케스트라에서 짧은 시간 동안 연습해서 만족스럽게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공연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기적으로, 또 철저하게 준비를 해서 공연에 임할 생각이다.

 

오디오 리마스터 작업에서 캐릭터 더빙도 전면적으로 재작업을 했다. 같은 캐릭터를 두 번 작업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은데
박 : 특별한 에피소드라기 보다는 같은 NPC를 이전 성우분이 그대로 연기하는 경우가 있었고 캐릭터의 분위기를 더 살리기 위해 교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게 사실 연기를 해주신 성우분들에게 굉장히 실례가 되는 부탁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연기를 해주신 점이 기억에 남는다.

 

워낙 우리나라 성우분들의 연기력이 출중하고 이번 리마스터 작업에서는 성우 본연의 연기를 살릴 것을 주문한 경우가 많아 녹음 자체는 오히려 처음 녹음했을 때보다 수월하게 진행됐다. 이번 리마스터 작업에는 30명의 성우 분이 3주 동안 열심히 열연을 해주셨다.

 

 

팬 서비스의 개념으로 보이스 드라마를 녹음하거나 유저 간담회를 통해 공개하는 경우도 많다

박 : 개인적으로 하면 좋은데 이도 수요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와 관련된 피드백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검은사막의 세계관이 굉장히 독특한데 독특한 만큼 이해가 힘든 부분도 있는게 사실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는 루트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성우가 바뀌면서 캐릭터 연기가 크게 바뀐 NPC가 있는가
박 : 게임 내 NPC인 알루스틴을 같은 성우분이 연기를 하셨는데 처음 녹음을 했을 당시 연기를 빼달라고 부탁을 하니 마치 아내를 잃은 우울하고 슬픈 목소리가 나오더라. 이번 리마스터 작업에서는 반대로 활발한 연기를 부탁하면서 약간 산신령 같은 느낌을 주문했는데 진짜 산신령처럼 되어서 인상 깊었다.

 

이밖에 조르다인이라는 NPC가 있는데 스토리상으로 보면 시종장으로 지내다가 우여곡절을 겪는데 스토리라인이 진행되면서 감정이 굉장히 크게 변하는 캐릭터인데 이전에는 이러한 것들이 덜 느껴졌었던 것에 반해 이번 리마스터 작업을 통해 치고 나갈 때는 치고 나가고 아닐 때는 절제하는 연기가 추가되면서 더욱 매력적으로 바뀌게 됐다.

 

검은사막의 사운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류 : 이전 발표회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예전의 검은사막 음악은 의도적으로 흑백음악을 만들었다.게임의 분위기에는 잘 어울렸지만 국내 유저들에게는 그것이 잘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음악에 대한 피드백이 많았고 이번에는 컬러음악으로 많은 부분이 변했다.

 

특히 각 대륙마다 음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테마의 씨앗'이 있는데 대륙의 모든 음악은 테마의 씨앗에서 나오는 음악의 바리에이션 음악인 만큼 지역마다 그 지역만의 특별한 음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편곡과는 방향성이 다른데 이를 유저분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동향을 계속해서 살피고 있다.

 

메디아 지역 부터는 독특한 음악을 반영한다. 메디아의 경우 스페니시, 집시의 플라멩고 스타일로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으며 카마실비아 지역의 음악은 클래식, 후기 낭만 음악의 느낌으로 만들고 있다. 드리간 지역의 경우 북유럽, 바이킹 음악과 같은 컨셉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류 : 검은사막 온라인을 즐기는 유저분들이 얼마나 음악을 많이 듣는지 확인해본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유저가 음악을 끄고 플레이하는 것을 알게 됐다. 게임을 즐기는 목적이 유저마다 다르지만 이번 리마스터 작업을 통해 음악을 끄지 않고 플레이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했으니 음악과 함께 업그레이드 된 검은사막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솔직히 요즘 트랜드는 짧고 강렬한 음악이지만 내가 구시대 사람이라 다소 긴 음악을 좋아하고 감상에 익숙한 음악을 추구한다. 이제는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서 감상하는 문화가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예술작업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게임 음악에 대한 수요가 적은 편이지만 펄어비스에서는 음악에 대한 투자도 많이 한다. 주변 지인들에게 온라인게임에서 음악에 신경 왜쓰냐? 하는 반응이 지배적인데 우리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앞으로도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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