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크리스 테일즈', 클래식 JRPG의 감성과 불편함을 한 곳에 모은 '러브레터'

등록일 2021년08월04일 13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클래식 JRPG에 바치는 근사한 러브레터(연사)'. '크리스 테일즈'가 표방하는 카피라이트이자 수식어다. 다양한 JRPG에 영감을 받아 이를 재해석한 것이 '크리스 테일즈'다. 재미있게도 이 게임은 일본 등 동아시아권에서 개발된 것이 아닌, 콜롬비아의 인디 개발사가 제작했다.

 

'크리스 테일즈'에는 개발자들의 클래식 JRPG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말 그대로 'JRPG' 스러운 이야기와 연출, 그리고 독특한 전투 시스템과 수준 높은 아트 및 비주얼로 무장하고 있다. 마치 "우리가 이만큼 클래식 JRPG를 좋아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떠세요?"라고 묻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 '러브레터'에는 클래식 JRPG의 팬들이 받아들이기에 나쁘지 않은 내용이 적혀 있다. 하지만 만약 클래식 JRPG에 대한 로망이나 추억이 없다면, 그저 낡고 유치하다 느끼며 지나가고 마는 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다만 게임의 호오를 떠나, 이 게임을 만든 개발자들이 클래식 JRPG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것 하나만큼은 느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시간'을 활용한 전투 시스템과 아름다운 비주얼
우선 전투와 퍼즐 시스템은 흥미롭다. '크리스 테일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름 아닌 '시간' 그 자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시간' 개념을 접목해 활용하며 게임을 풀어 나가야 한다. 내가 선택한 과정이 미래에 영향을 주는 등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전투의 경우 시간을 활용한다는 점 때문에 비단 다른 게임보다도 더 머리를 쓰도록 한다. 다른 턴제 게임이었다면 비교적 간단히 턴과 스킬 사용 순서 그리고 자원 관리 등만 신경쓰면 되었겠지만 '크리스 테일즈'에서만큼은 아니다. 각 캐릭터들의 스킬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언제 사용하는지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주인공인 '크리스벨'의 시간을 넘나들고 조종하는 기술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비주얼은 아름답다는 한 마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전투에서의 캐릭터들의 움직임도 섬세하게 구성되었고, 마을과 풍경 그리고 캐릭터들의 일러스트 등 게임을 아우르고 있는 비주얼과 아트 스타일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특히 오프닝을 포함해 게임 도중 등장하는 컷씬 애니메이션은 그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 눈을 즐겁게 한다. 이와 함께 로컬라이징과 풀 보이스 더빙도 인상적이다.

 











 

아무리 JRPG를 좋아한다지만, 불편한 것 까지 따라할 필요는 없었잖아요
다만 비주얼, '시간' 개념을 활용한 전투 시스템과 풀 보이스 더빙 외에는 상당히 부족한 점이 많다.

 

우선 전투는 QTE 개념을 적용한 턴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시간'을 활용하여 전투하는 재미는 있다. 하지만 이는 초중반이 지나고 나면 상당히 번거롭고 귀찮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요소로 변모한다. 핵심 시스템인 만큼 전투에서 상당히 큰 이점을 제공하는데, 여러 차례의 랜덤 인카운터 전투마다 이를 반복하는 것은 피로도가 상당했다.

 



 

전투 시스템의 지루함을 이겨내고 게임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스토리에서 공백을 온전히 채워주지도 못하고 있다. '크리스 테일즈'는 JRPG에서 수십년 째 활용하고 있는 클리셰와 흐름을 거의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가족에 대한 과거사가 있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주인공이 우연히 내재된 힘을 발휘해, 동료들과 세상을 구한다는 흔한 이야기다.

 



 

클리셰, 클래식은 종종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결국 그것이 '왕도'이자 '정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법과 연출이 아쉽다. 종종 스토리의 진행에 있어 당위성을 잘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유치한 대사와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어 몰입을 방해했다.

 



 

편의 기능이 부족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고 싶다. '크리스벨'은 게임 속 세계관에서 살아가고 있는 캐릭터이므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따로 '설명'이 필요 없지만, 플레이어는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오지에 떨어진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지도, 네비게이션 등의 시스템으로 도와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게임 내에는 종종 이정표가 세워져 있을 뿐, 목표 지점에 대한 표시나 지도 시스템, 네비게이션 등의 편의 기능이 전무하다.

 



 

이 외에도 자동 저장 기능이 없다는 점은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필드를 다니다 무작위로 적을 마주치는 '랜덤 인카운터' 시스템 덕분에 이러한 단점이 더욱 부각된다. 과연 현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불편한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를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게임이 JRPG에 대한 '리스펙트'를 핵심 가치로 삼아 개발되었고,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모험하는 것이 JRPG의 재미 중 하나라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어떤 게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불편한 점까지 따올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힌트'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며 크게 도움이 되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크리스 테일즈'는 클래식 JRPG에 보내는 '러브레터'를 표방하며 개발 및 출시된 타이틀이다. 개인적으로는 JRPG에 대한 추억이나 로망이 없어 플레이 하면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고, 또 실제로 이 리뷰에서도 아쉬운 점에 대해 더 많이 서술하기는 했다.

 

하지만 분명 JRPG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는 게임인 만큼, 장르의 팬들에게는 어필할 만한 구석이 많다. JRPG 특유의 불편함과 조금은 유치하면서도 오글거리는 '소년물'같은 이야기에 면역이 있다면, 그리고 다소 비싼 가격을 과감히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즐겨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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